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판타지물/하나메르] 치료사 메르시와 가드 하나 -2

ㅇㅇ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24 11:44:24
조회 562 추천 13 댓글 2
														


판타지 세계임

서양X동양섞었어

하나가 지내는 마을은 조선시대 시골마을 느낌이야




에둘러 거절하는 말에 하나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메르시를 위해 마련된 숙소까지 마중한 하나가 멍하니 훈련소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대현이 대련하느라 혹사시킨 팔을 풀어주며 다가왔다.

"아씨, 어떻게 하면 치료사님이 마음을 바꿀까?"
"애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오만 아니야?"

손날치기! 예고없이 아픈 사실을 짚는 대현의 다리를 쳤다.

"악! 아파!"
"야! 그런 사람일수록 더 포섭해야지!"
"그정도 했으면 포기하는게 낫지 않냐. 그래도 그 잠깐사이에 많은걸 배우기도 했잖아. 게다가 이 조그만 마을이 뭐가 좋다고 있겠냐. 딱 봐도 도시 사람 같은데."

대현의 말을 부정하기엔, 하나가 느낀 메르시를 그대로 짚었다. 어느날 찾아온 외부인, 범상치 않은 솜씨, 값어치를 알기 힘든 약초들. 그리고 외부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금발에 벽안. 얼핏 본 손바닥은 검을 잡은 흔적이 있었다. 마음을 열기 시작한 사람들이 농담을 건네고, 아픈 몸을 봐주어서 고맙다는 의미로 선물을 줄 때마다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아파보였다.

'저는 곧 떠날거에요. 생각보다 더 오래 나와있었어요.'

곧 갈 사람. 마을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지라 정확한 신분을 알 수 없는 그녀에게 냉정하게 굴었고, 그 능력에 손바닥 뒤집듯 태세가 바뀌어 머무르라 꼬드기고. 메르시와 관련한 것들을 짚어가며 생각한 하나가 마음을 다잡았다.

*

곧 해질녘이다. 마을의 순찰과 훈련을 마치고 깨끗하게 씻었다. 원래는 하루종일 가드의 옷을 입고 일을 했겠지만 유나와 대현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치마를 꺼내입었다. 주막에 미리 부탁해뒀던 도시락을 챙겼다.

메르시를 찾는 건 아주 쉬었다. 언제든 사라질 사람의 분위기는 멀리서도 티가 났다. 마을의 의복을 입은 자태가 고와 더더욱 흐려보였다.

"치료사님, 아니 메르시님!"
"아, 안녕하세요."
"식사 아직 안 하셨죠? 같이 저녁식사해요."
"아……."

곤란한 표정. 그동안 너무 많이 밀어붙였나. 시원한 미소를 지은 하나는 부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며 머물러달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메르시를 달랬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는지 마주 웃는 메르시에게 갈 곳이 있다며 앞장섰다. 조용히 따라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가 재잘거렸다.

"저희 마을의 집들을 초가집이라고 불러요. 황토흙 바르고, 볏짚 얹고. 노란색 볏짚 위로 노을이 닿으면 정말 예뻐요. 하늘도 어쩜 양털들을 잘라다가 붙여놓은 것처럼 몽실몽실하고요. 오늘은 새의 흰 깃털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 같네요. 아, 예전에 여행객들 중에 물에서 짠맛이 난다는 바다 같다고 했어요. 하늘처럼 푸른 바다 위에 파도가 치는데, 그게 잘게 부서진대요. 그러면 저렇게 하얗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가드복을 벗으니 마냥 귀여운 소녀가 된 하나가 제 나이처럼 앙증맞은 소리를 했다. 아, 여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선 메르시가 "와." 감탄을 뱉었다. 아까보다 기운 해를 본 하나가 스스로를 칭찬했다. 송하나, 시간 잘 잡았어.

약과, 한과, 매작과. 밥을 먹고 간식거리를 꺼내먹었다. 정리한 도시락통을 뒤에 두고 하나와 메르시가 나란히 앉았다. 하늘 같이 푸른 벽안이 노을에 물들었다. 노을진 볏짚이 하나에겐 제일 예쁜 줄 알았는데, 메르시의 머리칼이 하나의 생각을 부쉈다. 포근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곧 떠날 것 같은 표정이 순수한 감탄으로 가득찬 게 기쁘다.

"……겨울이 되면, 눈이 소복히 쌓여요. 눈 사이로 지나다니면서 순찰하다보면 손도 발도 온통 꽁꽁 얼어버리는데, 얼른 집에 들어가서 화롯불 켜놓고 고구마 구워먹으면 그렇게 행복해요. 따뜻하고 달달하고."
"화롯불이요?"
"네, 아. 방 안에서 철대야 같은거에 불 지피는거에요."

그 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 잠이 절로 와요. 아, 그렇게 시간 보내다가 물 마시고 싶잖아요. 그러면 바깥에 쌓인 눈을 슬슬 긁어다가 주전자에 넣고 화롯불에 올려요. 물 뜨러가기 귀찮으니까 그렇게 끓여서 마시는거에요.

"굉장히 즐거울 것 같네요."
"그렇죠?"
"……고마워요. 아름다운 풍경 보여줘서요."

나지막히 감사를 전하는 메르시의 말에 하나가 눈을 감았다.

"그냥. 처음에는 박하게 굴다가, 태도 바꿨던 것도 그렇고……. 가족 살려주신 것도 너무 감사하고요. 여긴 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거든요. 이런저런 보답이에요. 마을에서 가장 값진 걸 드리고 싶은데, 사실 조그마한 동네라 별 거 없고요. 그래서, 값진 게 뭘까 생각하다가 이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

말도 안 될수도 있지만. 하하. 알 수 없는 표정의 메르시를 눈에 담은 하나가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
"치료사님?"
"하하. 메르시요."

처음으로 메르시가 환히 웃었다. 치마폭을 끌어안아쥐고 무릎을 굽힌 메르시가 턱을 괴었다.

"정말 여태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하나씨."

가슴께가 간질거려 시선을 돌렸다. 늘 보던 노을 진 마을이, 오늘따라 유독 아름다웠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3

고정닉 5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05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17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3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89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47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27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79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2 27
1463849 일반 백붕이 오늘밤 드디어 해파리 본다 [2]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23 0
1463848 일반 ㄱㅇㅂ) 나 커피 중독 심한가 봐… [4]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22 0
1463847 일반 사실 제대로 된 피규어가 있기는 해 [1]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6 27 0
1463846 일반 떡밥 따라갈려고 애니보는 [4] ㅇㅇ(211.206) 18:26 37 0
1463845 일반 처음부터 해파리에 커플 따윈 없었던것이 아닐까 [13]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54 0
1463844 일반 프리큐어 피규어...? [3]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43 0
1463843 일반 이거 마이고멤버 손이라 생각하면 너무 야해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55 0
1463842 일반 오늘은 종트하는날 [8]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51 0
1463841 일반 원더프리 19화는 진짜 전설이다... [3] 걍하는지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66 6
1463840 일반 우마무스메 미라단츠 너무 좋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24 0
1463839 일반 수마는 보빔 최대 아웃풋 달성했잖아 [4] 분탕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138 1
1463838 일반 시카노코 따운 최애의아이 따운 [1] ㅇㅇ(61.77) 18:09 105 0
1463837 일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 [12]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 137 7
1463836 일반 흑백vs흑금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6 49 0
1463835 일반 너넨 걸밴크 몇화부터봄?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130 0
1463834 일반 걸밴크 11화 완결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 63 0
1463833 일반 봇치더락이나 요루쿠라 같은 4인조 볼때마다 [2] ㅇㅇ(122.44) 18:01 73 0
1463832 일반 카노가 염색을 두 번 했었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64 0
1463831 일반 무근본으로 엮이는 것도 은근 괜찮은 것 같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7 59 0
1463830 일반 어쩐지 X 트렌드에 슬레미오가 있더라니 쿠지 신상 때문이었구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91 0
1463829 일반 키위 버튜버 판때기 무쌩기지 않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97 0
1463828 일반 으헤 엠병~ [3] 봇지다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67 0
1463827 일반 마유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3 53 0
1463826 일반 오라 달콤한 우미타키여 [2]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66 0
1463825 일반 아논소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83 7
1463824 일반 수간큐어 장난감 살까말까 하는 백붕이들 참고 [9]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217 13
1463823 일반 근데 진짜 토모루파 섹스 보고싶다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3 117 6
1463822 일반 보자마자 레뷰 생각났는데 정상? [4] ㅇㅇ(125.177) 17:38 119 2
1463821 일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백합은 어때? [2] ㅇㅇ(58.230) 17:36 69 0
1463820 일반 태국이 근데 그렇게 gl 많이나와? [5]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138 0
1463819 🖼️짤 하스동 신규 카드 일러, 움짤 모음 [2] 토마토햄버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70 4
1463818 일반 근데 수마 판매 좋지 않았음? [8] 9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154 0
1463817 일반 슬슬 걸밴크 밤해파리 쌓인거를 몰아볼때가 됐나 [2] 계속한밤중이면좋을텐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0 99 0
1463816 일반 스바토모 조합이 보고 싶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9 61 0
1463815 일반 소요만의 작은 강아지 [1] 천사세이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62 0
1463814 일반 사랑이 무거운 니치아사의 금발 여자들 [4] 람머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73 0
1463813 일반 언젠가부터 피폐는 별로야..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134 1
1463812 일반 캐릭터들 디시콘으로 들어가면 죄다 유아퇴행하는거 웃겨 [4]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4 99 0
1463811 일반 그녀가 오고 있어… [3] ㅇㅇ(125.177) 17:23 95 1
1463810 일반 버황 진짜 씹간지네 [1]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3 80 0
1463809 일반 수마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25] dapa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9 646 28
1463808 일반 버걱쓰 이조합 어떤데 [2]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7 6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