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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판타지물/하나메르] 치료사 메르시와 가드 하나 -2

ㅇㅇ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24 1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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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임

서양X동양섞었어

하나가 지내는 마을은 조선시대 시골마을 느낌이야




에둘러 거절하는 말에 하나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메르시를 위해 마련된 숙소까지 마중한 하나가 멍하니 훈련소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대현이 대련하느라 혹사시킨 팔을 풀어주며 다가왔다.

"아씨, 어떻게 하면 치료사님이 마음을 바꿀까?"
"애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오만 아니야?"

손날치기! 예고없이 아픈 사실을 짚는 대현의 다리를 쳤다.

"악! 아파!"
"야! 그런 사람일수록 더 포섭해야지!"
"그정도 했으면 포기하는게 낫지 않냐. 그래도 그 잠깐사이에 많은걸 배우기도 했잖아. 게다가 이 조그만 마을이 뭐가 좋다고 있겠냐. 딱 봐도 도시 사람 같은데."

대현의 말을 부정하기엔, 하나가 느낀 메르시를 그대로 짚었다. 어느날 찾아온 외부인, 범상치 않은 솜씨, 값어치를 알기 힘든 약초들. 그리고 외부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금발에 벽안. 얼핏 본 손바닥은 검을 잡은 흔적이 있었다. 마음을 열기 시작한 사람들이 농담을 건네고, 아픈 몸을 봐주어서 고맙다는 의미로 선물을 줄 때마다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아파보였다.

'저는 곧 떠날거에요. 생각보다 더 오래 나와있었어요.'

곧 갈 사람. 마을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지라 정확한 신분을 알 수 없는 그녀에게 냉정하게 굴었고, 그 능력에 손바닥 뒤집듯 태세가 바뀌어 머무르라 꼬드기고. 메르시와 관련한 것들을 짚어가며 생각한 하나가 마음을 다잡았다.

*

곧 해질녘이다. 마을의 순찰과 훈련을 마치고 깨끗하게 씻었다. 원래는 하루종일 가드의 옷을 입고 일을 했겠지만 유나와 대현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치마를 꺼내입었다. 주막에 미리 부탁해뒀던 도시락을 챙겼다.

메르시를 찾는 건 아주 쉬었다. 언제든 사라질 사람의 분위기는 멀리서도 티가 났다. 마을의 의복을 입은 자태가 고와 더더욱 흐려보였다.

"치료사님, 아니 메르시님!"
"아, 안녕하세요."
"식사 아직 안 하셨죠? 같이 저녁식사해요."
"아……."

곤란한 표정. 그동안 너무 많이 밀어붙였나. 시원한 미소를 지은 하나는 부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며 머물러달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메르시를 달랬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는지 마주 웃는 메르시에게 갈 곳이 있다며 앞장섰다. 조용히 따라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가 재잘거렸다.

"저희 마을의 집들을 초가집이라고 불러요. 황토흙 바르고, 볏짚 얹고. 노란색 볏짚 위로 노을이 닿으면 정말 예뻐요. 하늘도 어쩜 양털들을 잘라다가 붙여놓은 것처럼 몽실몽실하고요. 오늘은 새의 흰 깃털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 같네요. 아, 예전에 여행객들 중에 물에서 짠맛이 난다는 바다 같다고 했어요. 하늘처럼 푸른 바다 위에 파도가 치는데, 그게 잘게 부서진대요. 그러면 저렇게 하얗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가드복을 벗으니 마냥 귀여운 소녀가 된 하나가 제 나이처럼 앙증맞은 소리를 했다. 아, 여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선 메르시가 "와." 감탄을 뱉었다. 아까보다 기운 해를 본 하나가 스스로를 칭찬했다. 송하나, 시간 잘 잡았어.

약과, 한과, 매작과. 밥을 먹고 간식거리를 꺼내먹었다. 정리한 도시락통을 뒤에 두고 하나와 메르시가 나란히 앉았다. 하늘 같이 푸른 벽안이 노을에 물들었다. 노을진 볏짚이 하나에겐 제일 예쁜 줄 알았는데, 메르시의 머리칼이 하나의 생각을 부쉈다. 포근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곧 떠날 것 같은 표정이 순수한 감탄으로 가득찬 게 기쁘다.

"……겨울이 되면, 눈이 소복히 쌓여요. 눈 사이로 지나다니면서 순찰하다보면 손도 발도 온통 꽁꽁 얼어버리는데, 얼른 집에 들어가서 화롯불 켜놓고 고구마 구워먹으면 그렇게 행복해요. 따뜻하고 달달하고."
"화롯불이요?"
"네, 아. 방 안에서 철대야 같은거에 불 지피는거에요."

그 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 잠이 절로 와요. 아, 그렇게 시간 보내다가 물 마시고 싶잖아요. 그러면 바깥에 쌓인 눈을 슬슬 긁어다가 주전자에 넣고 화롯불에 올려요. 물 뜨러가기 귀찮으니까 그렇게 끓여서 마시는거에요.

"굉장히 즐거울 것 같네요."
"그렇죠?"
"……고마워요. 아름다운 풍경 보여줘서요."

나지막히 감사를 전하는 메르시의 말에 하나가 눈을 감았다.

"그냥. 처음에는 박하게 굴다가, 태도 바꿨던 것도 그렇고……. 가족 살려주신 것도 너무 감사하고요. 여긴 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거든요. 이런저런 보답이에요. 마을에서 가장 값진 걸 드리고 싶은데, 사실 조그마한 동네라 별 거 없고요. 그래서, 값진 게 뭘까 생각하다가 이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

말도 안 될수도 있지만. 하하. 알 수 없는 표정의 메르시를 눈에 담은 하나가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
"치료사님?"
"하하. 메르시요."

처음으로 메르시가 환히 웃었다. 치마폭을 끌어안아쥐고 무릎을 굽힌 메르시가 턱을 괴었다.

"정말 여태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하나씨."

가슴께가 간질거려 시선을 돌렸다. 늘 보던 노을 진 마을이, 오늘따라 유독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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