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인싸가 될꺼야'라고 각오한 애가 막 유행이라는 패딩도 엄마한테 졸라서 사서 입고

유행이라는 드라마도 챙겨보면서 학교에 딱 갔는데

막상 입이 안 떨어지는거야

오들오들 교실 구석에서 떨면서 대충 애들과 '나는 괜찮아. 난 멋져.' 허세로 당당한척 인사하고 지내는데

입학하고 첫 주의 마지막 날.

선생님이 자 이제 둘씩 짝지어서 앉자 라면서 한줄은 번호순 한줄은 역순으로 앉히는거

평소에는 그냥 출석순대로 한줄씩 쭉 앉아서 볼 일 없던 애랑 앉는거야

(주인공은 앞번호. 다른애는 뒷번호)

...자리를 바꾸고 돌아온 월요일에

조오온나 쎄보이는 애가 앉아서 오들오들오들오들오들 떠는데

걔가 눈 마주치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더니 이거저거 이야기 하는거야

생각보다 착한 애구나 싶어서 마음을 놓았는데

이틀 뒤 아마 수요일이겠지 - 아직은 추운 날이라 다들 담요 두르고 다니는데

아침에 도착해서 인싸의상징이라 입었던 패딩을 벗자마자 빵터지는거

"왜? 왜?"

당황한 애한테 자기 담요 둘러주더니 파워당당 화장실에 데려가서 밀어넣는거야.

"옷, 확인해봐."

"응?"

알고보니 교복조끼 앞뒤 뒤집어입은걸 가려주고 화장실로 데려온거야

으어어 부끄러운데 그 박력과 다정함이 뇌리에 깊게 박히는거지

고맙다고 매점 가서 따뜻한 음료수 하나 사다주려했는데

"매점 가? 같이 가자!" 하더니 같이 팔짱끼고 내려가는거

"어...응!" 대답하고 가서 어차피 걔는 모를테니까 음료수 사는데

걔도 똑같은걸 사네?? 당황해서 어떡하지 하니까.

"어? 너 왜 그거 사? 마시고 싶었어?"

"어...? 아니 그게..이거 너 주려고.."

"진짜? 아씨 나도 이거 주려고 샀는데."

이게 뭔소리인가 쳐다보니까

"그냥. 주고 싶었어. 아까 조끼 갈아입으면서 춥기도 했을꺼 아냐."

부끄럽다는 듯 웃으면서 음료 건네주는 걸 받는거야.

"이건 뭐야. 고마워서?"

"응..."

"그럼 잘 마실게."

씩 웃는 애를 보면서 얼굴 발그레 해지는거.

지금 왜 부끄러운건지 모르겠고 뭔가 기분은 좋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에 돌아와서 수업을 듣는데

그 둘의 붙은 책상 위에 똑같은 음료가 나란히 놓여있는거지

...그으렇게 관계가 시작되는

그런거 기여운 백합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