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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트러스 팬픽) 고백앱에서 작성

산케한아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2.04 22:43:02
조회 803 추천 21 댓글 12
														

오늘은 어제와는 달랐고, 그리고 그 어떤 날보다도 특별한 날이었다. 
저녁의 도래를 알리는 저녁노을이 
교정을 서서히 뒤덮고 있을때. 건물 뒷편에 자연스레 생긴 그늘진 구석에서 유즈는 메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이가 유즈에게 방과후에 여기서 만나자고 점심시간에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는 어림짐작해 두가지로 
추려볼수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고 바래왔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꿈속에서라도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유즈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고개를 몇번 흔들었지만 불길한 감을 지울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메이의 얼굴을 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내가 메이의 미래를 망친거야.' 

메이는 자신이 학원을 이어받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동기는 최근들어서 바뀌었지만 학원을 이어받는다는 목표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깔아둔 인생의 레일을 걸어가야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아이러니하게도 약혼자는 면식이 있는 사람이었고 메이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크나큰 결단이었다. 그녀도 유즈를 사랑했으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유즈의 공책에 이별선언을 써넣지도 않았을테니까. 
유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 멋대로 생각했기 때문에. 
메이도 그것을 내심 바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즈는 혼담을 망쳤다. 인도적인 방법이라고는 빈 말로도 할수 없었고 약혼상대가 일을 덮어주지 않았더라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생겼을것이다. 
자기 혼자서는 못할 일이었다. 
유즈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늘 묘하게 슬픈 빛을 머금고 있는 메이의 눈을 자신이 반짝거리게 만들어주겠다. 
그런 투의 고백을 메이와 집안관계자들 앞에서 
있는 힘껏 질러댔던 기억도 지금은 어렴풋했다. 


'...크으흡...' 

뚝. 
유즈의 눈가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져 하나둘씩 흙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유즈는 그 눈물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 이유가 자기혐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자기 감정을 너무 앞세웠다고 생각하지 않니? 
유즈가 벌인 일이 끝난 그날 밤 침대 위에서 메이는 
그렇게 한 문장을 툭 던졌다. 무심하게 쏘아보는 눈빛은 명백한 분노를 담고 있었고 유즈가 그런 감정을 못 알아챌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심장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진것처럼 
큰 충격이 느껴졌다. 동시에 자신이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젊은 날에 품은 일시적인 감정으로 인해 목표가 사라졌다. 메이는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늘 자신이 매달리는 형태의 사랑이었고 메이는 받아들이는 포지션이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메이도 자신을 1순위로 생각해주지 않을까 하고. 

나에 비하면 작디 작은 불씨같은 사랑이었던걸까. 
나는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생생한데. 
네게 빼앗긴 첫키스, 내게 폭언을 던진뒤 네가 지은 
슬픈 표정, 교장실에서 흘려준 눈물, 아버지의 묘에 
절을 하던 너의 뒷모습, 자매간의 스킨십이라며 알게 모르게 하던 질투, 네가 크리스마스때 내준 용기. 

'...싫어.' 

크리스마스의 추억마저도 빛을 바래갔다. 유즈의  기억속에서 생명력을 잃어갔다. 



그래...넌 그때도 
'네가 바라는걸 해야겠지.'라며 옷을 벗었지. 내가 매달려서 이때까지 해올수 있었던 연애였던거야. 
넌 그만 끝내려고 한거고. 

'아니야.' 

생각이란 때로는 잔혹하게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오늘 만나자고 한것도 역시 공식적인 이별선언일거야...그날 이후로 너는 한마디도 나에게 건네지 않았지. 오늘로 2주일째야. 아니, 16일째구나. 아, 나는 이런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구나. 

흐르는 눈물은 그치질 않았고 유즈도 닦지 않았다. 
이 눈물마저 닦아버리면 그걸로 메이가 영원히 그 자리에 오지 않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랑이 뭔지. 
사랑을 하고 있는데도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다. 













'심한 꼴이네.' 


그대로 얼마나 서 있었을까. 
이미 저녁을 넘어 밤이 다 되었다. 
유즈는 눈 앞에 서 있는 첫사랑이 자신에게 건네는 
손수건을 말 없이 받아들었다. 

'학생회 때문에 조금 늦었어, 미안해.' 


//////////// 


"할 얘기가 많으니까 다른데로 가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다 닦은 유즈에게 메이가 권했다. 어느새 온도를 바꾼 바람이 유즈의 얼굴께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솔직히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메이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듣고 싶지도 않았다. 
금방이라도 기침이 나올 정도로 날씨는 추웠지만.

"그래."

속마음과 다른 뜻의 대답이 나와버린 것은 아마 날씨 탓일거라고 유즈는 메이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메이와 유즈 두 사람은 역 근처의 룸카페로 장소를 옮겼다. 유즈는 전에 하루미와 같이 왔었던 기억이 있었다. 

방을 잡고 적당한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이 맞지 않게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메이는 기대앉은 베개의 커버부분을 만지작거렸고 유즈는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계속 돌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어색한 분위기가 될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10분. 풍경에 변화는 없었고 말소리는 오가지 않았다.
이야기라는 것은 보통 만나자고 한 쪽에서 먼저 꺼내기 마련인데 메이는 그럴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며 유즈가 말문을 열었다.

"괜찮은거야? 하교하고 나서 딴길로 새는 건 교칙 위반이잖아."


"집에서는 할 얘기가 아니니까."

무미건조한 대답이 돌아왔다.
유즈는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한테 말할땐 최소한의 감정은 실어주는게 예의아냐?'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겨우 참은 유즈는 
메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어서 부른거잖아. 빨리 말해줬으면 좋겠어."


"......"

이번엔 침묵이 돌아왔다. 
실망이라는 감정이 유즈의 내면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메이에게 약속을 들은 점심부터 지금까지 수없는 고민과 걱정을 반복했는데 자신의
연인은 (혹은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아무런 표정없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자기 감정을 숨기는게
가능할까. 아니면 아무런 감정이 없는걸까.
나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일에 대해서.
그렇다면 그 관계의 끝은 자신이 내고 싶었다.
유즈의 머리속에서 가느다란 선 하나가 끊어졌다.


"혹시 사과를 바라는거야? 내가 네 미래를 망쳤으니
무릎이라도 꿇어줬으면 좋겠어?"


"......"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거야. 화를 낼거면 화를 내고
원망을 하고 싶다면 원망하란 말야."


" ..."


결코 놓치고 싶지 않던 지푸라기를 자신의 손으로
버리고 있었다. 유즈는 그래도 멈출수 없었다.


"나 너에게 오늘 만나자는 말을 듣고...아니, 2주전 침대에서 너에게 그 말을 듣고 웃었던 적이 없어.
기뻤던 적이 없어."

"미..."

메이가 오늘 처음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 표정은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유즈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말 끊지말고 끝까지 들어. 이제 네 말을 기다리는 건 지쳤으니까 나는 내 말을 할거야."

잠시 말을 쉬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직 메이 너를 좋아해. 이렇게 심한 말을 늘어놓고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겠지만 난 너를 좋아해. 잊을수 있다면 잊고 싶었어. 미워할수 있다면 실컷 미워하고 싶었어...하지만 그게 안돼.
사랑이라는 게 이런건가봐. 너때문에 받은 상처가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데도말야. 왜일까?

응? 왜라고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메이는 놀란건지 입을 떼지 못했다. 긴장때문에 마른 입술이 달싹대는 모습이 유즈에게는 '무지'로 비춰졌다.

"모르겠지? 넌 모를거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네가 처음 강제로 내게 한 키스도 지금 내 기억에서는 좋은 추억이라는 카테고리에 담겨있어.
네가 강제로 한 것인데도 말야. 웃기지? 네 말대로 쉽게 복종하는 여자지? 어쩔수 없어. 난 너때문에 받은 상처보다 추억이 더 많거든. 사랑할수 밖에 없는거야. 메이, 너를."

유즈의 마음속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가감없이
튀어나왔다.
메이의 표정이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유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의 유즈라면 메이가 무엇인가를 참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터질듯한 가슴속의 감정을 쏟아붓는게 중요했다. 

후회없이. 
남김없이.

메이가 이별선언을 하기 전에.
자신이 아직 메이의 '연인'이라는 위치에 있을때.
초라한 상황에서 매달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넌 결혼전에 잠깐의 여흥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너를 평생의 사랑으로 생각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수학여행때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가지 않았을거야. 잠깐의 불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면 크리스마스날 난 너와 선을 넘었을거야.
나만 생각했을테니까."


길고 긴 감정의 소용돌이를 메이는 조금의 흔들림 없이 경청했다. 


"축제날때 네가 부족하다고 말해줬을때 난 기뻤어.
너도 날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물론 과거형이야."

유즈의 눈에서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아까 널 기다리며 다 울었거든.'


무거운 침묵이 잠시동안 흘렀다.




"...다 말했니?"

메이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자신은 유즈에게 2주동안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응, 이제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 지금까지 한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어."


"......"


"할 말을 아직도 못 정했어?"




....

또 다시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잠깐이었지만 유즈는 그것이 참 길다고 느껴졌다. 동시에 이것이 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있을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메이의 눈에서 아까 자신이 흘린 것들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눈물이라고 뒤늦게 깨달은 것은 메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충격이었기 때문이리라.
메이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해버리면...내가 더 잡을수 없잖아...."


유즈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자신이 울고 있는것은 아닐까.
울고 싶은 것은 나인데 왜 메이가 우는 걸까.
그리고 왜 나를 잡는다는 소리를 하는걸까.

은연중에 이미 이별을 예감한 유즈는 메이의 첫 문장을 듣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메이가 말을 이어나갔다.


"고맙다고...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그렇지만 그럴수는 없었어.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었으니까."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유즈는 지금 메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기적이라니?"


"이기적인 생각이야.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파기된 혼담이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다시 결혼 상대를 찾아 주실거야. 아마 그때는 너도 막지 못하겠지."


이번 일은 운이 좋았다. 유즈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 상대쪽이 면식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
메이의 할아버지가 둘의 관계를 깊은 우정이나 그 나이대 여자애들의 소유욕 비스무리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들이 그랬다.
당연한 소리지만 다음번에는 이런 운이 따라주지 않을것이다. 그때는 영락없이 메이를 빼앗길 것이다.


"그래서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거야. 넌 나를 평생동안 사랑할테지만 나는 그럴수 없으니까. 결국 깨질 사랑이라는 걸 나는 아니까. 그래서 네게 모질게 대했어....근데 방금 네 말을 들으니 그것도
효과가 없었나 보네."

말소리의 크기는 평소와 똑같을 정도로 돌아와 있었지만 메이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평생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기 때문일까.
그런 고백마저도 어색했다. 그러나 그것은
한없이 메이다웠다.

유즈는 지금 들은 말을 다 이해할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가지는 이해했다.
메이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도 흐르고 있는 눈물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였다.

메이가 자세를 고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메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그래서 더욱 그 모습이 진실되게 다가왔다.

파국으로 치닫을것만 같았던 결말이 바뀌는
미래가 그려졌다. 유즈는 메이를 좋아하고 메이도 유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게 방금
증명되었으니까.

'꿈은 아니겠지. 꿈이라면 절대 깨고싶지 않은걸...'


그런 유즈의 속을 알고 있는지 메이가 그녀의
사고를 현실로 돌려주었다. 자신의 감정의 마침표를 찍는 형태로.


"진짜로 빌어야 하는 쪽은 나야. ...할 말이 없어."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


뺨을 약간 왼쪽으로 내민 것을 보고 유즈는 그제야
이해했다. 이 고지식한 학생회장은 자신이 뺨이라도
걷어붙이기라도 할줄 안 모양이었다.
유즈는 다시 한번 메이에게 반했다.

"메이, 각오는 했어?"


"응. 불만없이 받아들일게."


유즈가 히죽 웃었다. 혹시나 메이가 실눈을 뜨고 있진 않을까하고 아주 작게.
울어서 달아오른 메이의 뺨에 오른손을 가져다대었다. 

'싸구려 로맨스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유즈의 입술은 망설임없이
메이의 입술에 맞닿았다.

"웃...!!"

메이의 등에 한팔을 감으며 유즈는 맞닿은 입술 안으로 자신의 혀를 집어넣었다.
크게 놀라서 밀어낼 생각도 못한건지 메이는 그저
유즈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계였다.
꼿꼿하던 허리에 힘이 빠지며 두사람은 폭신한
바닥위로 포개졌다. 얽힌 입술과 입술 사이로 야한 소리가 방안에 슬며시 울려퍼졌다.
메이의 두 손이 바닥을 찢을듯이 움켜쥐었다.
유즈는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의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술을 탐했다.
슬슬 한계라고 생각한 유즈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거친 유즈의 숨소리와 그에 비해 가냘픈 메이의 숨소리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겨우 제정신을 차린 메이가 고개를 휙 돌린채 말했다.


"하지마..."


"싫었으면 밀어내지 그랬어."


또 다시 잠깐의 침묵.
아마 싫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난 키스 받을 자격이 없는걸."


"어째서?"


"난 잠시지만 너를 포기했으니까. 그러ㄴ"

한심한 소리를 하는 요망한 입을 가만히 놔둘수 없었던 유즈가 한번 더 키스했다.
참을수 없는 충동의 이름은 기쁨이었다.
아까보다는 조용했지만 농도는 더 짙었다.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으려 참는 숨소리가
증거였다. 이윽고 유즈가 입을 떼자 끈적한
사랑의 증표가 두 사람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생각이 바뀌었어?"


"바보."

메이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미 실컷 다 보여줘놓고 이제 와서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는 게 이상했지만 유즈는 딱히 지적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부터 하는 말을 들으면 더 울것이 분명했으니까. 
차라리 잘됐다.


"메이, 우리 둘다 실컷 길게 얘기했지만 결국 요점은 하나잖아.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는 거."

"..."


"나도 알고 있어. 메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사랑을 포기할수 밖에 없다는 걸. 그런데, 그런데 말야."

유즈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결국 끝날 사랑이라고 해도 우리는 아직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이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 
적어도 지금은 괜찮은게 아닐까?"


메이가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러니. 막상 그 날이 다가오면 너는...우린 더 상처받을거야."

"지금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데도 헤어지는 게 훨씬 더 아픈 상처로 남을거야."


"다음 혼담은 어떻게 막으려고?"


유즈가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빨리 대답이나 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흔드는 메이.
그러거나 말거나 유즈는 계속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 방법이 어떻든간에 나는 막을거야. 너는 네 감정에 집중하면 돼."


"무책임하네."


"이게 나잖아?
그리고 예전에도 말했지만 말야. 내 앞에서 넌 평범한 여자애로 있어도 된다구. 잊은거야?"


메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보다 더 빨개진 눈으로 유즈를 바라보았다. 잊을리가 없었다.


"잊을리가 없잖아. 나도 너만큼이나...너를..."


"응?"


"조..좋아한단 말이야."

의식한채로 말하려니 역시 부끄러웠다.
얼굴이 잔뜩 빨개진 메이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사용시간을 연장하지 않고 두 사람은 룸 카페 바깥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얘기는 끝났고 얘기의 결말도 해피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걱정하고 계시겠지?"
자나깨나 모범생 메이는 역시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가 걱정이 되었다.


"문자 보냈어. 오늘 조금 늦는다고."


"고마워."


"뭘..."

유즈는 메이의 손을 잡았다.
바깥에서는 손을 잘 잡으려 하지 않던 메이가
오늘은 순순히 잡혀주었다. 자신이 많이 대담해진것 같다고 유즈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메이가 그런 개그에 약할줄은 몰랐어."


"네가 따라 웃으니까 나도 모르게 웃었던 것 뿐이야."

카페에서 나오기 전에 봤었던 tv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였다. 한철 지난 개그맨의 우스꽝스러운 몸개그에 메이는 소리내어 웃었던 것이다.
한창 사귈때도 보지 못했던 메이의 웃는 표정이었다.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유즈는 메이의 앞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그렇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겠지?"


"...응."


많은 일 중에서 분명  나쁜 일도 있을것이다.
아마 좋은일보다도 나쁜 일이 더 많을것이다.
그래도 지금의 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이 관계가 깨지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유즈."


"왜?"


"넌 왜 날 좋아해주는거야?"

집 바로 맞은편의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중 메이가 문득 질문을 던졌다.
오늘 본 메이의 표정중 제일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채 그렇게 물었다. 알면서 묻는 질문은 아니었다. 진실된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물론 이 질문에는 '메이 너니까' 와 같은 모범답안이 있었지만 유즈는 그렇게 어물쩡
넘기고 싶지 않았다. 



"...왜라고 생각해?"


"짓궃어."

이 말이 좋겠다.
아마 메이도 만족할것이다.


"대답해줘."


"그건 말야. 메이 네가..."

유즈가 손가락으로 메이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다.
메이와 유즈 두 사람은 누구라고 할 것없이
세상에서 제일 부끄러운 얼굴을 한채로 건널목을 건넜다.


아아.
둘은 아직 서로를 사랑해도 되는 것이었다.




////////////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메모장에 박아놨던걸 올렸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몇개 더 있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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