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 뜬금없는 발언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이것뿐이었다.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내 얼굴이 뭐가 어쨌는데?"
"그, 보통 이런 말 들으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하지 않아?"
"그런 반응은 보통 남자가 들었을 때 나오는 거고, 우리 둘 다 여자잖아. 혹시 내가 선머슴 같다고 시비 거는 거냐?"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아이가 언성을 높였다가, 갑자기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움츠러들어서는 말을 이어나간다.
"...남자랑 여자가 서로 두근거리는 그런 느낌 있잖아. 너랑 같이 있으면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아."
아니, 잠깐. 이건 방금 전의 그 발언보다도 더 뜬금없는 발언이었다. 잘못 들으면 시비 거는 줄로 알 정도로 굉장히 돌려서 말했고 그런 와중에 자기가
기대한 반응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그런 뜻이었던 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반 전체에 돌기 시작한 사랑
얘기에서 나만큼은 별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짐짓 시선을 돌리고 있었건만, 이제 그런 이야기를 신경써야 할 때가 온 것이란
말인가? 정황도 내 예감도 하나의 답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제발 아니기를 빌고 있었다.
"이런 건 남자한테 느끼는 게 맞는 건데... 나, 네가 좋아."
이렇게 해서 나는 내 인생 최초의 고백을 여자아이에게서 받게 되었다.
한아름. 그 아이의 이름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예언 능력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곧잘 받았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한아름이란 '두 팔을 최대한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라고 하는데, 그 아이는 팔이 상당히 길어서 그 아이에게 한아름이라고 하면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그 아이가 그 긴 팔로 안는 건 보통은 사람이었다. 친하다고 생각하면
시도때도 없이 사람을 안고, 그 긴 팔을 십분 활용해서 함부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게 만들고는 고음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고맙다느니
좋아한다느니 쉽게 내뱉기 힘든 말들을 꺼내 안긴 사람을 녹여버린다.
그래. 사실 귀엽다는 느낌은 자주
받는다. 이름만 떼어도 아름인데, 그 아이에게는 아름답다는 말도 어울린다. 가볍게 웨이브진 장발과 사슴이라도 보는 것 같은 둥그런
눈이 합쳐져서 차분한 인상을 주는데, 그런 얼굴을 하고서는 조금만 친해져도 그 둥그런 눈을 직접 부딪쳐오면서 사람을 안는다. 그
눈을 마주하면 웬만한 사람은 견딜 수가 없어서 금방 눈을 피해버린다. 아름이와 눈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얼굴에 익숙해진
극소수의 절친이거나, 아니면 운 좋게 그 아이를 여자친구로 삼은 행운아일 것이다. 자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었고, 아직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발견한 적이 없다.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 할지, 칼
같다고 해야 할지, 조금 친해진 사람도 금방 안아버릴 정도로 애교가 많은 아름이는 연애를 해 본 일이 없다. 연애에 유별나게
둔감하다거나 한 건 아닌 것 같고, 연애서적이라든가 연애를 다루는 드라마나 만화 같은 걸 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연애를 너무도 동경해서 자기가 만족할 만한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면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에게
고백받은 일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아이는 매번 그를 거절하면서 '나는 당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나를 포함해서 몇몇은 그래서 연애를 할 수는 있겠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아름이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사랑받는
만큼 상대를 사랑해줄 자신이 없으니 거절하는 거라고 주장했다.
근데 그런 아름이가 나한테 고백을
해온 것이다. 몇 번이고 느껴본 적 없다는 감정을 나한테는 느꼈다니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진심이라는 인상은 받았다. 그렇게 많이 봐왔으니 자기
감정의 정체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을까. 금방 안아버리는 사람이니 자기가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이 가볍게 여겨질까 생각해서
연애에서는 그렇게 차가웠던 걸까? 근데 그런 사람이 나한테는 좋아한다면서 고백을? 그런 와중에도 연애는 남녀 간의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어서는 여자인 나한테 남자로 보인다는 고백 멘트를 쓴 거야?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받아줬으면
좋겠어. 네 옆에 있을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허락되는 일인지 알고 싶어. 시간이 생기면 데이트도 하고 싶고, 그런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두근거리는 말들을 주고받고 싶어. 서로한테 안겨서 입도 맞춰보고 싶고..."
살짝 무거운 것 같지만 계속 듣기로 했다.
"...아니라면 딱 잘라서 거절당했으면 좋겠어. 여자한테 이런 감정을 갖는 게 잘못된 거라고 확실하게 답해줬으면 해. 몇 달 동안 이 마음이 잘못된 게 아닌지 떨고 있었으니까, 네가 이 고민을 끝내줬으면 좋겠어."
이쪽은 더 무겁다. 결코 장난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그 아이는 확실히 연애에는 서투르다. 아마 그 동안 봐온 책들도 전부 남녀간의 연애 얘기 뿐이겠지.
남자가 여자한테 고백하는 멘트를 쓸지 여자가 남자한테 고백하는 멘트를 쓸지 몇날 며칠을 끙끙 앓다가 후자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물러날 구석도 없이 순수하게 자기 마음을 들이댄 것이다.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그 아이만큼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지금 대답해줄 수 있어?"
"조금만...
시간을 줄 수 있어? 이런 고백은 갑작스러워서... 평소 행동이랑 지금이랑 너무 다르니까, 얼마나 고민했는지 느껴지거든. 나도 그
정도는 고민해야 할 것 같아. 여자를 좋아할 수 있을지, 네 사랑에 보답할 만큼 널 사랑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
말이야."
"진지하게 받아주는 거야?"
아름이는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고민의 와중에도 기뻐할 일을 찾는 긍정적인 아이다. 이런 점은 정말 좋아해.
"당연한 걸 묻네."
"적당히 얼버무리다가 없던 일인 것처럼 넘길 건 아니지?"
간지라운
부분을 또 찔렸다. 어떻게 대답해도 우리 사이에 변화는 일어날테니까, 잘못하면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차라리 딱 잘라서 거절해달라고 말한 것까지 생각하면 그런 어중간한
반응으로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지도 모른다. 방금 그 질문이 아니었더라면 1초가 하루처럼 느껴질 그 고민의 시간 동안 없던 일인 양
넘기자는 유혹과도 싸워야 했을 것이다.
"절대 그런 일은 없어. 여태까지의 우정으로 약속할게."
"그래."
그 아이가 난생 본 적 없던 엷은 미소를 띄운다. 마치 무언가 억누르는 것처럼... 행복감일까? 아니면 당장 확답을 듣지 못한 실망감일까?
"...고마워."
아름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잽싸게 교실을 나갔다. 평소대로라면 금방 껴안고는 사랑한다고 말할 아이였는데, 분명 엄청 고민하면서도
용기를 내서 얘기한 거겠지. 여태까지의 친구로서 보든, 어쩌면 앞으로 될 지도 모를 연인으로 보든, 조금 서투르더라도 아름이의
그런 점은 계속해서 좋아하게 될 것이다. 나도 내 진심을 다해 그 마음에 보답해야 한다.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괜찮지 않냐?"
"무슨 의미야?"
"아름이는 애교도 많으니까 말이지, 누가 사귀고 싶다고 생각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구?"
"난 그 정도까지 얘기한 적은 없었는데..."
살짝 떠보려고 했더니만 이 모양이다.
사실 이름이라는 게 사람을 반영하는 꼴이 되는 경우가 잘 없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녀석에게 은혜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아름이랑은 달리 예지능력이 영 꽝이라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은혜와 얘기하면서는 은혜롭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고, 묘하게 종교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름과는 달리 그런 쪽으로 엄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머리는 잘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잘 돌아가는 머리는 보통 대화에서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 때 쓰였다. 뭐,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고민을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친해지기도 했고, 입도 무겁고,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문제가 술술 풀린다는 느낌도 받지만, 그런 건 은혜와는 거리가 멀다.
"너 여태껏 연애 얘기 한 번도 한 적 없었잖아?"
"그래."
"연애 얘기 나오면 일부러 피해다니기까지 했지?"
"맞아."
"아름이가 또 고백받은 거 거절했다고 했을 때마다 혼자서 계속 잘했다고 했잖아?"
"어... 그래, 그것도 그렇지."
"근데 이번에는 네가 아름이 여자친구 삼는 얘기를 하고 있네?"
"...그렇게 됐네."
"거봐, 관심 있는 거 맞잖아!"
"음..."
대체로 이렇게 장난스러운 녀석이다.
실제로는 은혜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냥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기로 했다.
고백 직전까지도 남자로 보인다는 말에 선머슴 같다고 시비거는 건지 생각할 정도의, 소위 '남성적인' 외모의 소유자.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름이가 내게 구애한다는 것보다는 내가 아름이에게 구애한다는 게 잡음이 덜 생길 것이다. 벌써 남자한테 받은 고백을 몇 번이나 거절한 아이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하면, 친한 남자애들이 장난으로라도 갈구거나 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여자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나도, 아름이도 악의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 물론 은혜는 입이 무거운 친구였지만, 동성애 같은 생소한 소재는 또 어떻게 떠벌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어."
"...어? 정말?"
은혜가 살짝 당황한 눈치다. 제 좋을 만큼은 잘만 장난치다가 자기가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당황하는 게 은근히 귀엽다니까.
"아름이가 기분 좋으면 바로 안아버리고 사랑한다고 할 때 있잖아."
"귀엽지. 안기면서는 기분 좋으면서도 당황스럽고 다른 애들은 다 웃잖아."
"그러니까. 평소에는 귀 쪽이 간지러워지는 정도였는데 언제 며칠 전에는 가슴팍에 이상야릇한 게 느껴지더란 말이지."
"오오..."
"은혜 너도 봤잖아, 웃다가 내가 고개 확 돌려버리니까 갑자기 당황하더만."
"아, 그건 당황한 건 아니고... 웃을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지."
아름이가 안아오는 일은 제법 있었으니까, 적당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도 간편하다.
분명 서너달쯤 전에 아름이가 또 남자한테서 온 고백을 거절했을 때의 일이었다. 계속해서 고백을 거절하고는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주장하던 아름이의 모습에서, 그 날은 이상하게도 아름이가 의식적으로 연애와는 거리를 두던 나와 동류가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핀잔을 주는 와중에도 나는 짐짓 연애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맞춰갈 수 없을 것 같다면 포기하는 것도 용기' 따위의 말로 아름이를 두둔했고, 그게 고마운 것이었을지 아름이는 사랑한다며 나를 안아왔다.
다른 아이들은 제 짝을 찾아서 떠나갈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 정도는 나와 함께 지내준다면 연심 따위 담지 않고 그런 말과 행동들로 서로의 친밀함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한 사람이 그 순간의 내게는 아름이였고,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려는 게 느껴졌다. 승리감? 안도감? 그 때 눈을 부딪혀오는 아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꽤나 부끄러운 일이었고, 그래서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아름이를 계속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이후로 생각해봤는데... 이건 그냥 친구의 우정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더란 말이지."
잠깐 침묵. 아직은 들어줄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것일테다.
"이런 기분이 든 건 아름이가 처음인 것 같은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랑이네."
"막 나가지 말고. 나 진지하다."
"나도 진지한데?"
"뭐?"
스스로도 혼란이 오려는 이 상황을 이렇게 쉽게 단정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쏘아붙여주고 싶어졌지만, 한두마디 정도 더 듣고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사랑이라는 건 생각만큼 무거운 게 아냐."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 사람하고만 특별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거나, 둘이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하고 싶다거나, 그런 기분이잖아?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감상도 있지 않아? ...충분히 사랑이야. 무거운 건 사랑이 아니라 고민이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고민이 있다면 나한테 털어 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은혜가 이렇게 진지한 말투로 말을 받아주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름이가 고백해왔을 때 속으로 어떤 고민을 지고 있었을지 생각한 것이 떠오른다. 어쩌면 나는 그런 고민들까지 같이 짊어지고 있던 걸지도 몰라. 지금의 은혜에게라면 이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은 아닌 것 같네."
"뭐?"
"스스로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는 거야."
그런 느낌을 잠재웠다. 아직은 스스로 고민할 때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지.
"나한테 얘기할 정도면 한 거 아냐?"
"아직 좀 부족해."
"딱딱하네."
"좀 더 확신이 서면 얘기할 테니까... 그때 들어줄래?"
"난 얼마든지 환영이야."
"그래, 빈말이라도 고맙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기려고 하지는 말고. 진짜로."
"그건 걱정 마셔."
나는 두 사람 뿐인 교실을 나섰다.
현수. 현명함과 빼어남. 그것이 내 이름에서 의도된 바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한동안 그 이름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지냈다.
초등학생 때는 흥미가 가는 대로 이것저것 손대보다가 이내 그만두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손가락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될 정도까지 피아노에 열중하지를 않나, 뜬금없이 마라톤을 뛰어보겠다고 연습도 했다가 하프 마라톤 대회를 한 번 완주하고는 다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머리는 됐던 모양인지 그런 식으로 좌충우돌하는 와중에도 학교에서는 멀쩡해보였다고 한다. 끈기없이 금방 그만뒀다는 점에서 현명하지도 않았고, 한 군데에서 특별히 두각을 드러낸 것도 아니니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그래도 좀 기대를 했던 모양이지만, 얼마 안 가 내가 뭔가 하겠다고 하면 또 무슨 귀찮은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하는 티를 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머리가 좀 굵어진 덕분에 참을성을 기를 수 있었다. 그 때는 웬일인지 소설과 수학에 흥미를 붙였고, 마침 흥미를 붙인 것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과 딱 들어맞았던 덕분에 그럴듯한 우등생으로 있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이리저리 손대본 것들을 다시한번 해볼 일이 생겼을 때는 당시의 기억 덕분에 완벽하지는 않아도 능숙하게는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어느새 중학교에서 공부도, 운동도, 음악에도 소질이 있는 완벽한 사람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어느새 현수라는 이름에 들어맞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다.
일관성 있게 싫어했던 건 사람을 사귀는 일이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이리저리 찌르다 보면 다른 데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이었고, 자연스레 얘기할 거리가 없어져서 대화를 길게 이어나가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내 생각이 지지받는 느낌은 오래 전에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운이 좋아서 완벽한 사람으로 추앙받게 되자 그런 것들은 쿨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머리카락도, 화장도 관리하기 귀찮아서 짧게 자르고 생얼로 다녔더니 중성적인 멋짐으로 여겨졌다.
속으로 무슨 일을 마주쳐서 당황스러워하든, 겉으로라도 추앙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대로 남들에게 맞춰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두 사람을 보고 나서는 오래 전에 잠재워뒀던 흥미에 불이 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는 사람에게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이 아름이고, 다른 한 사람이 은혜였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첫날 교실에서의 일이다.
아름이는 자신감이 바닥나있던 아이였다. 은혜는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타던 아이였다. 나는 내 생각을 지지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였다.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알지 못하던 아이였다. 나는 그 둘에게서 나를 보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 흥미를 붙이게 되었다.
나는 아름이의 모든 것을 긍정할 수 있었다. 아름이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생각이 깊은지를, 그 어떤 고민 속에서도 기뻐할 일을 찾는 희망적인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은혜와 어떤 주제로도 말을 나눌 수 있었다. 은혜가 얼마나 많은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도, 얼마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우리 셋은 서로를 만나고서 더 나아졌다. 10월 말의 어느 날 우리는 고등학교는 같은 곳으로 가자고 서로에게 약속했고, 보란듯이 그 약속을 지켜 고등학교에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폐쇄적일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서로에게 나눈 호의는 같이 다니는 아이들과도 똑같이 나누고 있었다. 어느새 사람이 모이고 모여, 우리는 다섯 사람이 되었다. 모이기만 하면 서로 나누는 말들만으로도 하루를 꼬박 지샐 수 있었다.
"아름이는 현수한테 너무 붙어다니지?"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 아름이가 안아준 게 얼마 전인지 기억도 안 나."
"어머나, 그렇게 안기고 싶었어? 전에는 귀찮다고 해서 일부러 안 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렇다고 지금 안아줄 필요는 없-"
"사양 말고. 내가 서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으악, 간지러!" "사랑해~" "흐핫, 그만! 은혜도 좀 말려봐!" "그러게 말조심 했어야지." "꺄아악!"
그날 고백받은 것 때문일까. 다른 사람한테 저런 말을 내는 걸 보니 속에서 이상한 기분이 올라오는 것 같다.
"아름이도 사람이니까 호불호라는 게 다 있지 않겠냐."
"그건, 핫, 무슨 소리야!"
"저번에 아름이가 또 고백 거절하고 나왔을 때 뭐라 그랬냐?"
"그래가지고 연애 언제 해보겠느냐... 고 그랬지?"
"핀잔부터 듣는데 안아주고 싶겠냐 말이야."
"아니, 근데, 연애서적이라든가 드라마라든가, 얘기 많이 하는데... 그렇게 거절하면 연애를 어떻게 하겠느냐 싶어서 그랬지."
"뭐, 때 되면 할 수 있지 않겠어?"
"그치~" 아름이가 맞장구친다.
"마음이 따라주면 언제든 할 수 있을테고." "응!" "아름이는 애교가 많으니까 말이지." "헤헤."
맞장구치던 아름이는 어느새인가 다가와서 나를 안았다. "현수야." "어?" 아름이가 고백할 때의 엷은 미소를 띄우면서 말해온다.
"사랑해."
가슴팍이 갑자기 불덩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뜨거워진다. 분명 그 때의 고백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이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유달리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던 그 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방금 아름이 봤어?" "깜짝이야!" "아름이가 저렇게 요염할 수가 있다니..."
주변의 웅성거림은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이윽고 나는 내 안에서 메아리치던 소망을 마주한다.
두 사람과 이대로 영원토록 함께 지내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난 그 두 사람에게서 스스로의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안식을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동안, 두 사람에게 가졌던 흥미는 어느새 두 사람과 함께 만들어낸 관계에 대한 집착이 되어있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금세 안겨오는 아름이와 몸을 맞대고 있으면 시시각각 새로운 감정이 솟아나는 것을 은연중에 의식하고 있었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알아내는 것을 두려워했다. 두려운 예감이었다. 그 감정에 솔직해지면 이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말 것이었다. 서로에게 지금까지처럼 의지해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억누르고 있다보니, 나는 아름이에게서 느끼던 새로운 감정에 어느새 익숙해져서 어느새 그 정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름이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욱 용기있는 아이였다. 그 고백 덕분에 나는 변화를 각오할 수 있었다. 내가 어느 날 아름이에게 다가갔을 때처럼, 아름이가 내 마음에 접촉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심은 아니었겠지만, 아름이도 내게서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그 아이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괜찮아?"
"아."
정신을 차렸을 때 내 곁에는 아름이만이 남아있었다. 아름이에게 품던 마음의 정체를 깨닫는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만 같은 이 기분.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아름이가 귀를 향해 얼굴을 내민다. "정했어?" 속삭임.
아름이의 귀가 얼굴로 다가왔다. "정해진 것 같아." 속삭임으로 답한다.
"그럼 이제는 말해줄 수 있는 거야?"
"한가지만 더."
"더?"
"확신이 필요해."
"...진지하네."
"아름이도 진지했으니까..."
"현수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네. 언제나 진지하고."
"......"
"그래서 현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아름이가 미소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하루만 더 기다려줄 수 있어?"
"현수한테 확신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어."
"...그래."
"진지하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없던 일로 넘기려고 하지도 않은 것도 고마워."
"...또 당연한 소리를."
아름이는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담아오는 아이였다. 안아오면서 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분명 진심이었겠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고마움을 얘기하는 것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동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마음에 항상 솔직한 그 아이를 사랑했다.
그 날 오후 교실에는 나와 은혜만이 남아있었다. 확신이 필요했다. 현재에 안주하겠다는 바람에 그 마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것도 사랑으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한때 그런 마음에 아름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주제에 지금 사랑이라는 마음을 품는 게 허락된 것일까? 나의 사랑이 주변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한 것일까?
'네 옆에 있을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허락되는 일인지 알고 싶어.'
"이런 감정을 품는 게 허락되는 일인 걸까..."
"그런 실수도 용서해줄 수 있는 게 사랑인 거야."
'이런 건 남자한테 느끼는 게 맞는 건데...'
"여자랑 여자의 관계는?"
"주변의 눈이 무서운 거야?"
"...그럴지도."
"좋아하는 사람을 영영 놔버리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사춘기의 일시적인 감정이라든가... 그런 얘기도 있잖아. 그런 건 아닐까?"
"남녀간의 사랑도 일시적인 감정인 건 마찬가지 아냐? 그런 것도 놓치고서 오랫동안 후회하는 얘기가 한둘이 아니고."
은혜의 목소리가 더 낮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지금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면 영영 후회로 남으니까... 넌 그러지 마."
"아, 설마 너도..."
"난 그랬어."
"그건..."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낸 애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피해다니다가... 너무 늦게 알아챈 거야. 너무 서먹서먹해져서 고등학교는 같은 데로 가자고 얘기하지도 못 했어."
어른스럽다는 게 이런 건가? 평소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은혜에게서는 지속적인 위화감 뿐만 아니라 묘한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그 순간, 은혜를 만나고 처음으로 은혜라는 이름이 들어맞는 것 같은 순간인가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태도로 나를 위로하는 은혜의 눈가는 살짝 젖어 있었다. 은혜도 지금의 내 모습에서 스스로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후회를 남기면 안 된다.
"나 말이지, 사실 며칠 전에 아름이한테 고백받았어..."
은혜에게는 사실을 얘기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서 관심이 생긴 거야?"
"이젠 잘 모르겠네... 더 오래 전부터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던 건데 무시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어."
"의심이 가는 게 있어?"
"내가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
"겪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쑥맥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낭만적인 관계의 대상으로 남자를 먼저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다지 사랑받지 못한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의심이 많을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워졌다.
"그러고보니 아름이도 고백할 때 내가 남자로 보인다고 했었네. 웃기지?"
"서투른 애네."
은혜가 실소를 짓는다. 하기야 나도 뜻을 다 알고 있었다면 실소부터 지었을테니.
"연애는 남자하고만 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던 걸테니까 뭐."
"그렇지."
"어떻게 생각해?"
"그 정도로 아름이가 싫어지지는 않는데."
"그럼 아름이도 마찬가지일 거야."
"근데 아름이가 고백 거절할 때 했던 말 있잖아?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니까 사랑받는 만큼 사랑해줄 자신이 없다고?"
"그랬지. 현수 너는 항상 맞장구쳤고."
'네 사랑에 보답할 만큼 널 사랑할 수 있을지.'
"나는 아름이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건 스스로한테 물어봐야지."
나는 그리 사랑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 두 사람을 만나고서는 사람을 사랑하려 노력한 것도 사랑받고 싶다는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아름이의 애교를 받고 있노라면, 실제로는 아닐지라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했고, 난 그저 말뿐이라도 그게 너무 기뻐서 내심 아름이가 아무에게도 연심을 담지 말고 그런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줬으면 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연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름이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게 바라는 게 있었을까. 몇 달은 일찍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정의내리고 계속해서 검증하고, 고민하다가 드디어 내게 전달한 것이었다. 겉으로는 아름이가 내게 달라붙는 모양새였는데, 내 쪽이 아름이보다 더 겁쟁이였다. 그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름이를 더더욱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괜찮냐?"
은혜의 부름이 다시 나를 불러일으킨다.
"고민 좀 했다."
"어때?"
"네가 맞는 것 같아."
"어쩔 거야?"
"네 말대로."
"후회할 일은 없겠네."
"...너는 어쩔 거야?"
"내 얘기를 여기서 왜 해."
"나도 은혜 같은 걸 갚아야 하지 않겠어?"
"이 타이밍에 말장난이나 하려고?" 은혜가 실소를 흘린다.
"아직 늦지 않은 걸지도 모르는데. 너무 늦었다고 후회하다가 남은 기회마저도 놓쳐버리는 거 아닐까?"
"또 엉뚱한 소리를..."
"하기야 이젠 너한테 달린 거니까... 스스로한테 물어봐. 난 간다!"
"그래... 가 봐."
그러고는 교실을 나선다.
사실 바로 떠나지는 않았다. 은혜가 신경쓰여 교실에 혼자 남은 녀석을 잠깐 지켜봤다. 은혜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대화가 오가고, 은혜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이 보였다. 곧 녀석은 확신에 찬 얼굴을 하고 교실 문으로 다가왔다. 안 들키도록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은혜에게 은혜를 입었다. 은혜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걸까?
다음날 아름이에게 한 대답은 물론 YES였다.
아름이의 눈가가 젖어있는 것은 기억한다. 서로를 감싸는 행복감에 매몰되어 해야 할 말을 넘겨버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여태까지 그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어떻게 무시해왔는지. 그런 걸 말하는 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근데, 그 전에,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어."
이제와서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시 생긴 걸까? 겨우 쌓아올린 행복을 무너뜨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걸까? 한마디를 뗄 떼마다 숨이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름이가 나를 걱정하는 말을 할 정도라면 내 생각 이상으로 위태롭게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정됐어?" "응. 이제... 말할게." "알았어."
"나... 어쩌면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전부터 널 의식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근데... 여태까지처럼 계속해서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마음에, 우리 사이가 변하는 게 두려워서 그걸 무시해오고 있었어... 너도 몇달은 고민해왔다고 했지?"
"서너달은 됐을 거야..."
"아름이가 그렇게 자기 마음을 고민하는 동안에, 나는 그런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지내왔어..."
정말 그랬다. 여전히 나는 사람을 사귀면서 곤란한 일이 생기면 등을 돌려버릴 수 있는 겁쟁이였다.
"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겁쟁이일지도 몰라. 언제나 자기 편이 되어주고, 언제나 진지해서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하지만 난 언제나 그렇게 받아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 아니니까... 언젠가 나한테 실망할지도 몰라."
스스로마저도 등을 돌렸던 나의 약점마저도 얘기하고 받아주기를 탄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그 아이를 좋아하는가? 그것이 내가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였다.
"...그래도 괜찮아?"
잠깐의 침묵이 지나갔다. 아름이는 살짝 떨고 있었다.
"그래서 현수가 좋아."
"어?"
"그런 것들까지 전부...말할 때까지 힘들었지? 그런 고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마음을 진지하게 받아줘서 좋아해. 언제나 내편이 되어줄 때도, 지금 그런 것들까지 고백할 때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떠올리고 있으면 행복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돼버리니까. 그래서 이런 마음을 품어도 되는지 계속 고민하고는 현수한테 고백한 거야. ...너한테, 이런 마음 품어도 괜찮은 거지?"
아름이는 다시한번 그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아름이는 자기 마음을 억누르거나 하지 않았다. 고백할 때도, 지금와서 이렇게 다시한번 좋아한다고 말할 때도, 부끄러워했지만 마지막에는 유감없이 자기 마음을 모조리 담아왔다. 그게 아름이가 낼 수 있는 용기였고, 수없는 고민 속에서도 자기 마음에 후회가 없었기 때문에 기뻐할 구석을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름이의 말들이 그 긴 팔처럼 내 몸을 안아온다. 물론 받아들일 것이지만, 도망치려고 해도 그 순수한 마음을 담은 말들은 결코 놔주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런 아름이를 좋아해.
"...괜찮아."
그리고 아름이가 다가와 그 긴 팔로 나를 안는다. 도망치지 못한다. 도망칠 기분이 나지 않았다.
"받아줘서 고마워."
"읏..."
"사랑해."
"...응."
"정말 좋아해."
"그래."
아름이의 말이 한 마디 한 마디 나를 향해 나올 때마다, 점점 온몸이 뜨거워진다. 녹아버리는 걸까? 아니면 타버리는 걸까?
"잘 부탁해."
"나야말로."
그 뜨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하려는 마음에, 아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햣...!"
"......"
"대담해..."
"무슨..."
"그런 것도 좋아."
"앗..."
"나도 할래!"
"어, 그래?"
아름이는 내 뺨에 입을 맞춰온다. 순간 입술을 생각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설마 다른 데를 기대한 거야?"
"...부끄럽네."
아름이가 얼굴을 가까이 내밀어온다.
"천천히, 부탁해."
"...그래."
나의 연인, 아름아, 잘 부탁해. 앞으로 우리 사이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사이가 더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만은 함께 품고 있었으면 좋겠어. 서로에게 품었던 고민도, 죄책감도 이 사랑으로 전부 녹이고, 더 가까이 붙어있을 수 있기를 빌 거야.
안녕 여러분
드디어 이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42923) 다 써서 이렇게 올리려고 해
쓰면서도 좌충우돌했는지라 잘 써졌는지 캐릭터 붕괴되지는 않았는지 몇번이고 글을 훑어보고 있는데
혹시 더 고쳐야 할 게 보인다면 주저없이 얘기해줬으면 해
재밌게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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