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삐빅-

허리춤에 찬 호출기에서 가쁜 알림음이 울려댔다. 화면에 숫자가 깜빡였다. 앙겔라의 인턴 첫 날인 오늘, 발작을 일으켜 구급차로 긴급호송된 송하나라는 환자의 호출이었다.

...

“보호자 말로는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질 않았답니다. 그동안에도 몇 번 발작이 있었다는데 대발작은 병원 도착하기 직전 시작됐어요.”
“투여한 약제는요?”
“페니토인 10mg 정맥주사했는데 효과는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환자 옆으로 돌리고 다치지 않게 잘 붙잡아. 치글러, 디아제팜 20mg.”

그리고 주사기는 큰 걸로 해! 막히면 안되니까. 단호한 말투가 응급실을 오갔다. 다행히도 약제가 효과가 있는지 환자의 발작이 잦아들고 있었다. 모두 한 숨을 돌릴때쯤 담당 레지던트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치글러, 이 환자는 네 담당이다.”

...

급박했던 호송 당시의 상황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눈 앞의 사람들을 밀치며 앙겔라는 하나의 병실로 뛰어갔다. 그러나 긴급호출이 울린 것치고는 병실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호출한 지 정확히 3분 27초째예요, 의사선생님.”

하나가 가슴께까지 덮은 이불 끄트머리를 손으로 꾸기며 중얼거렸다. 혈색은 좋아보였다. 호흡도 정상이었고, 떨리는 몸도 없었다.

“아픈 척하기 진짜 어렵네요.”
“...장난친건가요?”

몰아쉬던 숨들이 빠르게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앙겔라는 천천히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그곳엔 눈알을 도륵 굴리더니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하나가 있었다. 힘이 탁, 하고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는 환자분 놀이 상대가 아니에요.”
“그치만 심심하단 말이에요.”
“이러면 곤란해요, 여긴 병원이라고요. 진짜로 아픈 환자가 있는-”
“오늘 오버워치 결승전을 하는데 뻔히 있는 티비 냅두고 전혀 못 보고 있잖아요, 채널이 안 나와서.”
“그럼 나중에 보면 되잖아요.”
“싫어요, 머리가 멍하다구요. 그냥 아무나 좀 불러주면 안 돼요?”
“그만하고 잠이나 자요, 저도 바쁘니까.”

이미 19시간이나 병원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앙겔라는 지친 상태로 차갑게 대꾸하고는 투덜거리는 하나의 병실을 빠져나왔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의사들과 환자 무리를 지나치며 앙겔라는 아까 전까지 같이 있었던 인턴들이 한 말들을 떠올렸다.

‘그 발작 환자, 프로게이머 ..아 누구더라, 하여튼 그 사람 아니야? 몇 주전에 우승하고는 돌연 은퇴선언했던.’
‘뭐? 설마-’
‘설마가 그 설마다, 진짜. 어릴 때부터 실력 하나는 끝내줘서 온갖 대회를 다 쓸고 다녔다는데,’
‘듣기로는 실력 뿐만 아니라 성격도 진짜-’

그래, 끝내주네.

앙겔라는 저를 빤히 바라보던 옅은 눈동자가 제 기억에 머무르는 걸 느꼈다. 묘한 눈빛이었다. 앙겔라에게 부탁을 하면서도 그 부탁을 들어줄거란 기대는 전혀 없던, 묘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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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자체 말고는 솔까 다른 게 없어서 창작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일단은 올렸어 나 혼자 회로 돌리는게 아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