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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루야마 번아웃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9.02.06 22: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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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토는 패스트푸드점 유리창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야는 언제나처럼 손님들을 접객하고 있었다. 가끔 아야를 알아보고 저번 공연 굉장히 좋았다며 응원해주는 사람에게는 웃어보이기도 하면서. 언제나의 풍경이었지만 항상 아야 눈에 비춰지던 반짝임을 잃어버린 공허한 눈빛은 치사토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마루야마씨,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앞으로의 일정도 있는데.."
"제 말이 이기적이었다는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제 생각을 바꿀 일은 없습니다."

"최근 일정이 타이트 했다는건 저희도 이해합니다. 파스텔팔레트 여러분의 고충은 저희도 알고 있.."

"당연히 알고 있으셔야겠죠. 신곡 발표를 볼모로 다섯명을 무인도에 쳐박아놓고선 그걸 잊어버리면 사람으로써 양심이 없는거 아닐까요?"

멤버들도 사소라치게 놀랄 정도로 아야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평소의 아야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거친 발언에 스태프들의 표정도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말싸움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겠다는걸 직감한 치사토는 급히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스태프들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마루야마씨와는 저희들이 잘 얘기해볼게요. 그렇게 스태프들을 내보낸 대기실에는 파스파레 다섯명만이 남아있었다. 차갑게 안을 맴도는 정적. 그 정적을 깨뜨린것은 이브였다.

"아야씨! 으, 은퇴라니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맞습니다 아야씨! 그런말씀 전혀 없으셨잖아요!"
"에에 아야쨩 혹시 저번에 치사토쨩한테 혼난걸로 삐진거야?"
"히나씨!"
"맞다면.."
아야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천천히 멤버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아야에게선 그 어떤 감정조차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표정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한껏 긴장한 멤버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맞다면..어쩔건데?"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착잡한 표정을 짓던 치사토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아야쨩, 그때는 내가 미안했어..아야쨩도 열심히 했는데 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하지만 이런식으로 갑작스럽게 끝내자니..그런건 옳지 않아."
"그럼 뭐가 맞는건데? 재능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같잖은 실력으로 무대에서 뛰어다니는거?"
"아니 그런게 아니라..!"
"나 치사토쨩이 한 말 듣고 생각해봤어. 정말로 나한텐 아무것도 없는데, 꿈 하나만 내세우면서 너희들과 같이 가는게 정말 맞는걸까 하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너희들 발목 잡고 늘어지는것 뿐 아닐까 하고. 그래서 그만두기로 한거야. 솔직히 답답했잖아? 오히려 그때 치사토쨩이 나한테 그런 말 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도 너희들 발목을 잡겠다고 애쓰고 있었을지도 몰라."
"아야쨩 그만.."
"그래도 너희들 덕분에 이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건 정말 기뻤으니까..내가 할 수 있는건 이제 다 한거 같아. 정말로 고마워."
"아야쨩, 제발!"
이내 참지 못하고 치사토가 소리쳤다. 아야가 말을 이어갈수록 죄책감이 점점 커지는것이 느껴져서. 이 이상 들었다간 정말로 울것 같아서. 실제로 이브는 이미 울기 직전의 표정을 하고있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히나도 한껏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치사토는 어떻게든 터져나가려고 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나름 현실적인 제안을 한것은 마야였다.
"아야씨, 그동안 힘드셨던것은 알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도 TV 프로그램이라던지, 로케이션 라이브라던지 일정이 많지 않습니까? 저희가 이번 신곡을 준비한 것도 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잖습니까. 아야씨가 정말로 힘들어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은퇴하고 싶으신거라면 저희도 승복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적어도 이번 신곡이 발표되는 기간 동안만큼은, 저희랑 같이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마야의 그런 제안이, 눈물어린 호소가 아야에게 닿았던 것일까. 그렇게 아야는 은퇴를 신곡 관련 일정이 있는 2개월 이후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마야쨩."
"앗 치사토씨."
사무실을 나서는 마야를 치사토가 불러세웠다. 어딘가에서 울다 온건지 치사토의 눈가는 붉게 부어있었지만, 이미 해가 떨어진 어둠 속에선 잘 보이지 않았다.
"마야쨩. 아야쨩을 말려줘서 고마워."
"아, 아뇨! 제가 할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본것일 뿐입니다."
"그래도 마야쨩이 아니었으면 아야는..정말로 그 자리에서 파스파레를, 아이돌을 그만 뒀을지도 몰라."
"사실 저도 착잡하긴 합니다. 아야씨가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을줄은..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저도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마야쨩 잘못이 아냐. 그건 전적으로 내잘못이니까..내가 그때 너무 심한말을 했으니까.."
그 말에 애써 치사토를 변호해주려던 마야였지만, 치사토는 애써 웃으며 마야를 보내주었다. 마지못해 돌아가는 마야를 배웅해주고 돌아서며 고개를 푹 숙였다. 마야의 말처럼 확실히, 아야는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터뜨린 기폭제는 자신이 한 말이 확실하다. 치사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말을 조금만 가려서 했더라면, 적어도 연습생 시절 얘기까지 하지 않았더라면 아야의 감정이 터져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심이라고 할까, 어릴적부터 촬영장 뒷면에서 험한 소리를 들어오며 자랐기에, 연예계에 몸 담고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 생각한 일종의 안일함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답답함에 가슴을 부여잡던 치사토는 이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넣었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원. 치사토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치사토의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아 이 무슨일인가. 나의 프린세스가 이 시간에 나를 찾아주다니, 덧없구나.."
"덧없다는 말 하지 말아줄래? 지금 정말로 착잡하니까."
"크흠, 그렇군.."
치사토는 뒤도 안돌아보며 머쓱해하는 카오루에게 입을 열었다.
"카오루는 나랑 비슷한 나이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지?"
"확실히. 너나 나나 시작은 무대극 아역 배우였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극 일을 하면서 험한 말 같은거 들어본적 있지?"
"처음엔 타이르는 정도였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하게 혼나기도 했지. 선배님들에게나 감독님에게나..후후 지금 생각해보면 덧없는 추억..아차, 실례."
"카오루는..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거지?"
"엄밀히 말하면 내 잘못이 맞으니까..내가 대사를, 표정연기를 실수했기 때문에 혼나는것이 맞았으니까. 나는 그것들을 모두 받아들였지."
"그런것들을 카오루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은 해본적 있어?"
"치사토..무슨 일 있었던거지?"
"아니 그냥 갑자기..요즘 드라마 일도 많아지고 해서.."
"치사토."
카오루의 목소리가 한껏 내려앉았다. 그것은 치사토 자신이 아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카오루는 예상대로, 언제나의 왕자님 표정이나 나사빠진 표정이 아닌 날카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표정의 카오루에게는 아무리 무언가를 감추려 해도 금방 간파당해왔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그건 숨기지 말고 자신에게 말해달라는, 고민 해결을 도와주게 해달라는 일종의 부탁이었다. 치사토는 애써 표정을 감추려다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카오루..카오쨩.."



"그런 일이 있었나.."
카오루에게 울면서 모든것을 털어놓은 치사토는 이내 진정됐는지 훌쩍이고 있었다.
"단순히 변명일지도 몰라.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린건 내가 맞아. 하지만 내가 터뜨려버린 이 상황을 돌이키고 싶어..아야의 그 눈빛을, 그 표정을 다시 보고싶지 않아. 언제는 답답하다면서 험한 소리 내뱉어놓고는 다시 사이 좋아지고 싶다니..나 참 이기적이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도 그럴게..치쨩, 어릴때 나한테도 이런 울보랑 연극 못하겠다고 했잖아?"
"카오쨔, 카오루 이제와서 그런 얘기는!"
"솔직히 나도 사람이니까 상처는 받거든..그런데 내가 연기를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네가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야."
".."
"치사토, 아야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해. 들어주지 않더라도. 말로 전해지지 않으면 아야씨의 노래를 진심으로 받쳐줘.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감정이 전해질 수 있는 법이니까. 아아, 음악이란건 어쩜 이렇게 아름답고 덧없단 말인가.."
"카오루는.."
치사토는 힘겹게 카오루를 올려다봤다. 언제나의 얼빠진 왕자님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 눈빛 만큼은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카오루는 어떻게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거야?"
"당연히.."
카오루는 일어서며 치사토를 내려다봤다. 착잡해 하는 치사토를 향해 카오루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렇게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내가 해온 일이니까, 프린세스."



치사토는 아직 유리창 앞에 서있었다. 아야의 공허한 눈빛을, 어두운 표정을 보는것은 두려웠지만, 자신이 반드시 마주쳐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잡았다. 이대로 정말 아야가 은퇴해버리면 아야는 앞으로도 저런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건 죄책감 이전에 사람으로써 싫었다. 일찍이 업계의 어두운 면을 보며 회의감을 가졌던 내가 다시 열정을 갖게 된건 반짝이는 꿈이 담겨있는듯한 아야의 눈빛을 보고 난 이후였다. 그런 눈빛을, 표정을, 그런 아야를 잃기 싫었다. 이건 단순히 파스파레의 존속이 걸린게 아냐. 나와 아야쨩의 문제야. 멀리서 근무 교대를 하러 들어가는 아야의 뒷모습을 보며 치사토는 다짐했다. 반드시 아야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백붕아 또 분량조절 실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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