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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서로 어쩔 줄 모르는 사요히나 써봤음

알파베타감마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09 17:08:41
조회 1983 추천 21 댓글 6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353644


위 글에서 소재 받았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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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맡에 기대어 두었던 기타를 손에 쥐었다. 별다른 할 일 없이 방에 있을 때면 무심결에 기타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와 같이 악보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연주를 시작했다. 기타를 치겠다고 생각할 때면 어떻게 코드를 진행해야 할지, 어느 타이밍에 연주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할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연주하는 방식에 따라 듣는 입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지까지 계산할 수 있다.

 혼자 연주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 파스파레 멤버들과 합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처음 맞춰보는 신곡이라 할지라도 다른 멤버들의 소리를 듣게 되면 그다음 프레이즈까지의 흐름이 예상되고, 상대방의 연주에 무리 없이 맞출뿐더러 애드리브도 화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유자재로 가능했다. 주위에서 그런 연주의 비결을 물어볼 때마다 히나는 '룽, 하고 떠올랐다'라는 식으로 재능을 표현했다.

 한창 흐름이 하이라이트에 다가섰을 즈음, 방 문 너머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손을 멈췄다. 발걸음이 점점 다가오다가 문 앞에 멈춰 섰다. 갑자기 연주를 멈추자 조용해진 방 안 공기로부터 미묘하게 어깨를 내리누르는 압박이 가해져온다. 미동도 하지 않고 문만 쳐다보고 있자니 잠시 뒤, 다시 실내화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며 점차 멀어져 갔다. 히나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집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틀린 모양이다.

 "최근엔 조심하고 있었는데… 또 화나진 않았으려나."

 히나는 애꿎은 기타줄만 팅팅 튕기며 중얼거렸다. 이내 도중에 끊긴 연주를 놔둔 채 기타를 스탠드에 걸어두었다. 그러고선 침대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었다. 숨을 죽이고 벽 너머에 온 신경을 쏟아보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언니가 집에 있을 때에는 최대한 자중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착잡해진다.

 시간이 꽤 지난 일이다. 그때의 히나와 사요는 필요 이상의 말을 섞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좋게 봐줘도 친구 사이 이상으로 가깝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둘 다 밴드에서 기타를 담당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이 부분에 관해선 차가운 사요도 이따금 풀어지기도 했다. 악기점에 갈 때나 합주실 예약 시간이 겹치는 날에는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언니의 연습에 맞춰 히나가 장난삼아 세션을 연주할 때면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그렇게 심하게 화낸 적은 없었다.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사이가 틀어진 사건의 원인은 히나에게 있었는데, 무심코 연주한 로젤리아의 곡이 문제가 되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격한 소음과 함께 사요가 들이닥쳤다. 방문이 벽에 부딪히며 사정없이 흔들거렸다. 부서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로 소리가 격했다. 놀라서 기타를 떨어뜨릴 뻔했지만, 금방 웃는 표정으로 돌아온 히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과했다.

 "헤헤, 미안! 갑자기 룽 하고…."

 "뭐하는 짓이야!"

말을 끝까지 잇지도 못하고 얼어붙었다. 소리친 사요의 표정은 분노와 혐오 많은 것을 담은 채 표현 그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때서야 히나도 평소와 다르다고 느낌이 왔다. 웃음기를 가시고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해보려 애썼지만 어느 말도 소용없었다.

 "너 같은 비교 대상 따위, 동생으로 바란 적 없어."

 끝내 눈물이 터져버린 사요는 감추듯이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렸고, 히나는 가슴속에 잊지 못할 정도로 깊이 새겼다.


 방으로 돌아온 사요는 힘없이 침대에 몸을 던졌다. 머릿속에서, 또 거울 앞에서 헤아릴 수도 없이 반복하고 연습한 단 한마디가 현실에서는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만큼이나 말하기 어려웠다. 노크라도 했어야 말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방 앞에서 멍하니 서있다 돌아온 자신이 바보 같아서 사요는 쓴웃음을 지었다.

 주변 동료들의 도움과 서로의 노력으로 예전보다야 사이가 나아졌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거리감이 있었다. 한두 번 속마음을 터놓은 것 가지고 대뜸 같이 연주하자고 권유하기에는 과거의 자신이 발목을 잡았다. 히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자신이 너무 철면피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복잡한 와중에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기타에 관해서라면 그래도 곧잘 통했었는데. 생각이 들자 방금까지 히나가 연주하고 있던 곡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듣지 않을까…"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기타를 가슴에 안았다. 연주하기 전에 손으로 미리 현을 짚어보았다. 이어서 피크를 휘두르려 손을 높이 든 찰나에, 옆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히나가 방을 나선 모양이었다. 사요는 자세 그대로 멈춰있다가 기타를 내버리고선 다시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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