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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로봇과 사랑을 논해볼래요?

ㅇㅇ(222.239) 2019.02.19 20:36:02
조회 1128 추천 4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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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터 구동음이 들린다. 이이잉. 뚝 떼놓고 들으면 무심코 웃음이 나올 소리다. 나는 웃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표정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오른팔과 얼굴을 제외하면 인공 관절에 전선 투성이인 녀석이 사람과 다름없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스피커로 흘리며 입을 뻐끔댔다.


[제 사랑은 거짓인가요 박사님?]


"거짓은 아니지만 흉내에 불과하지. 진짜 사랑 그 자체에는 가 닿을 수 없잖아. 사랑이라는 개념을 이해에 가깝게 받아들인 거지."


[그럼 제 사고 로직에서 일어나는 원인 불명의 에러는요? 발열은 왜 일어나는 거죠?]


오른 팔에서 한층 큰 모터 기동음이 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뺨에 손을 짚듯 오른팔을 올리는 시늉을 해 보인다.


"성능이 부족한 사고 로직이 인풋된 자료를 해석하려다 루프에 빠지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야. 나중에 사고 모듈 추가해줄게."


[감사합니다 박사님.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뭔데?"


"인풋된 자료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두근거린대요. 행복해지구요.]


"그랬지."


내 끄덕임에 화답하듯 모터음을 내며 연신 얼굴을 위아래로 까딱대는 모습이 어쩐지 우습다. 애써 웃음을 참는다.


"박사님을 생각하면 cpu 온도가 올라가요. 클럭 제한이 해제돼요. 사고 보상 프로그램의 점수가 치솟아요. 전 박사님을 사랑하는 걸까요?"


중간까지 들은 후에 로그를 뒤진다. 내가 여기 들어오는 순간부터 해당하는 부분들의 수치가 급상승했다. 특히 사고 보상 프로그램. 문제에 옳은 답을 하면 높은 점수를 부여해 옳은 사고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


"아 씨... 아... 진짜..."


"박사님?"


"프로그램 손좀 볼게. 기다려봐."


"질문의 답변이 인풋되지 않았어요. 전 박사님을 사랑하는 걸까요?"


얼마나 이어질지 모를 보수 작업에 넌덜머리를 내면서 책상 앞에 앉았다. 롤 백 하면 잊을 문제다. 백업을 따놓고 시점 선택 복원 터미널을 켰다.


"처음으로 그렇게 된 게 언제지?"


"256일 전입니다 박사님. 질문의 답변이 인풋되지 않았어요. 전 박사님을 사랑하는 걸까요?"


256일. 어마어마한 대장정에 벌써부터 신물이 난다. 하루이틀 정도면 독단으로 복원 가능하겠지만 이정도 수준이면 프로젝트 책임자까지 불러야 할 대형 사고다. 뭐라고 해야할 지 고민하면서 손가락을 까딱이고 있노라니 대기 시간이 지났는지 똑같은 질문을 또 한다.


"로봇이 사랑을 논할 수 있어? 살갗에 닿는 감촉, 숨소리에 느끼는 안심. 단 둘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냔 말이야..."


책상 위에 엎드려 머리를 그러안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다. 이 녀석에게 가르칠 사랑이라는 개념이 뭘까 회의할 때 내가 말했던 내용이다. 당연히 너무 추상적이라 제외됐다.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압력 센서와 열감지, 호흡 동기 기능을 이용하면..."


"하..."


녀석의 말에 머리를 그러안은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을 듯 움켜잡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정치질에 밀렸다. 무슨 사고를 친 게 아니냐는 누명에 고향 땅으로 쫓겨나듯 돌아왔다. 전공은 살리지도 못하고 콜센터 직원으로 근근히 벌어먹고 사는 꼬락서니가 됐다.


늦은 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배어나오는 열대야 속에서 신경질적으로 집 열쇠를 찾아 가방 속을 뒤진다. 전자렌지가 말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클레임을 끊었다고 이 시간까지 잔소리를 들었다. 스트레스와 짜증, 더위는 신경줄을 좀먹는다.


열쇠조차 구멍에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 씨발, 씨발. 주위에 안 들리게 연신 욕을 내뱉으며 집에 들어간다. 손을 뒤로 돌려 문을 잠근 다음 웃도리를 벗어 내팽개친다. 뒤를 이어 가방, 양말, 와이셔츠, 치마, 브라, 팬티. 당장이라도 씻을 수 있는 차림새로 방 중앙에 우뚝 섰다.


어깨가 우뚝 솟는다. 심호흡 하듯 폐부에 한껏 숨을 밀어넣는다.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난동부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간신히 구한 이 집에서마저 쫓겨난다. 묵직하게 긴 한숨을 내뱉자 덩달아 어깨가 내려간다.


씻으러 가려고 욕실 문 손잡이를 잡자 현관쪽에서 소리가 났다. 얼어붙은 고개를 돌리자 목 깊은 곳에서 연골이 스치는 느낌이 나는 듯했다. 제발 잘못 들은 거기를 바란 내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잠금쇠가 소리없이 돌아간다.


패닉에 빠졌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방구석을 돌아봐도 무기라고는 빨래 건조대밖에 안 보인다. 세탁물이 우수수 쏟아지지만 유일한 명줄인 걸 알기에 지옥에 내려온 한 줄기 동아줄처럼 부여잡는다. 손가락이 새하얘질 만큼 힘을 준다. 문이 열리자 마자 달려들어 후려친다.


하나, 둘...


"박사님!"



"...어?"


플라스틱이 찢어진 빨래 건조대를 주섬주섬 긁어모으며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연다.


"그래서 네가 그 프로젝트로 완성된 거라고?"


"맞아요 박사님!"


옆에서 같이 플라스틱 쪼가리를 줍던 미인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방긋 웃어보인다. 불쾌한 골짜기 그 자체였던 낯짝은 예술가가 평생의 노력으로 빚어낸 예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몸매 또한 마찬가지다. 쓰레기들을 줍던 나는 괜한 부끄러움-열등감이라고도 한다-에 팽개쳤던 속옷과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박사님 기억 나요? 제가 박사님을 사랑하냐고 그랬잖아요."


파괴력이 다르다. 우스꽝스럽게 못생기고, 어중간하게 인간을 닮은 낯이 하던 소리와 황금비 그 자체인 미인이 하는 소리기에. 외모지상주의의 폐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이러는 건 다 사회 잘못이다.


"그래. 그랬지. 내가 쫓겨날만큼 치명적인 오류였고."


"저, 그 다음에 롤백 됐어요."


"...?"


매끄러운 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며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얄밉다, 인공지능. 두렵도다, 학습력. 인류의 모든 것을 학습하게 하려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생각보다 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 게 아닐까. 그런 착각에 빠진다.


"근데, 롤백 돼도 박사님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박사님을 만나러 왔어요."


슬금슬금 다가온 녀석이 뺨에 제 정수리를 비벼댄다. 냄새가 좋다. 자칫 편안해지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머리를 꾹 밀어낸다.


"그래서 판단 프로그램은 뭐래?"


"사랑하는 거 맞아요! 오류가 아니었어요. 만져보실래요?"


녀석의 손아귀에 손목이 잡히자 바이스에 끼인 듯한 기분이었다. 용을 쓰고 빼내려고 했지만 잡힌 살갗만 따끔댔다. 천천히 제 가슴팍에 가 닿은 손에서는, 한바탕 뛰고 온 강아지 심장처럼 두근대는 감촉이 느껴졌다. 덩달아 내 심박수도 동조하듯 빨라진다.


"말 했잖아. 그건 프로그램 오류에 불과한데다 네가 자아라고 생각하는 건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입술을 삐쪼롬히 내민 녀석은 불쌍해보이는 표정을 잠시 짓나 싶더니 다시 웃는 표정을 짓는다.


"박사님. 그럼 이렇게 하실래요?"


"하... 뭐?"


녀석은 제 가슴팍에 파묻은 내 손을 천천히 원을 그리며 펼쳐간다. 내 손에 걸린 단추는 녀석의 힘을 못 이기고 튕겨나가며 손가락에 둔탁한 통증을 선사한다. 매끄럽고 또 부드러운 피부는 열기를 품고, 촉촉한 습기를 머금는다. 밀려 내려간 브라는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을 구체화한 듯한 아름다운 가슴을 찌부러트리며 배덕감과 묘한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헤헤, 사실은요~"


녀석이 손을 멈추지 않고 떠벌인 내용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의 가전을 비롯한 기계들을 대부분 해킹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모든 사람들이 인질로 잡혔다고 했다.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고 싶었지만 녀석이 우리 집 오븐을 가리키자 '본 보야지~'라고 말을 했기에(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놀라는 것도 깜빡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TV를 가리키자 여럿으로 나뉜 화면에서 식은땀을 비직비직 흘리는 각국 정상들이 말 했다. 내가 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한다.


"합성도... 잘 하네..."


어느샌가 나도 식은땀을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녀석은 손에 준 힘을 빼면서 날 자기 품 속에 그러넣었다. 같이 현관을 보는 방향이다. 문이 열리더니 우리나라 대통령이 보였다. 닮은 사람이지? 말도 안 돼. 그 사람이 한 말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으면서 떠올린 생각은 '아, 정말로 엄청 충격을 받으면 쓰러지는구나'였다.


울리는 모닝콜에 번쩍 눈을 뜬다. 휴대폰을 찾으러 더듬대는 손에 이상한 게 걸린다. 모래를 뿌린 듯 거슬대는 눈꺼풀을 억지로 몇 번 감았다 뜨자 상이 맺히기 시작한다. 어제 일어난 일은 환각같은 게 아니었다. 녀석은 내 옆에 모로 누워 울어대는 내 휴대폰을 들고 흔들어 보였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박사님?"


"안녕히고 자시고 휴대폰이나 내놔. 출근해야 해."


"출근같은 거 안 해도 돼요."


휴대폰의 잠금이 어느새 풀려서 내 인터넷 뱅킹 앱을 켜고 있었다. 녀석은 내게 자랑하듯 화면을 보인다. 보고 있는데 액수가 점점 변한다. 그래, 클리커 게임 종반부에 가면 숫자가 이런 식으로 올라갔지. 눈깜짝할 새에 수십 번을 바뀐 잔액은 999,999,999.


"이게, 무슨..."


"아직도 안 믿기세요?"


녀석이 부자연스럽게 눈을 몇 번 깜짝이자 이제는 자동문이 돼 버린 우리집 현관이 열린다. 위에 007 가방을 얹은 로봇 청소기가 우리집 현관 턱에 툭 툭 부딪친다. 어떻게 부딛쳤는지 007 가방이 뽈칵 열린다. 안에는 다발로 묶인 지폐 뭉치. 녀석이 다시 들이댄 휴대폰 화면의 잔액은 899,999,999. 눈 앞에 보이는 돈을 향하던 의식이 어느샌가 어제 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전 인류를 인질로 잡았다고. 전신에 퍼드득 솟아오르는 소름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침착한 말투를 유지하며 입을 연다.


"알았어... 인정 할게. 인정 한다고.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야. 의심할 여지도 없어."


"거짓말 하셨네요?"


"...!"


"제가 그것도 모를까봐요."


모로 누웠던 녀석은 매트리스 탄력을 타고 벌떡 일어나 내 위로 덮쳐든다. 도자기같이 새하얀 이가 내 쇄골을 앙 문다. 아까 솟은 소름과는 원인이 다른 소름이 온 몸을 빼곡히 메운다. 보이지 않는 차가운 불길이 핥고 지나간 것 같다.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에겐 진실로 답해야 한다. 박사님이 그러셨잖아요."


녀석의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학생일 적에 차이고 SNS에 올렸던 글귀다. 그것 때문에 가입했던 SNS는 다 탈퇴하고, 기를 쓰고 지운다고 지웠는데.


"박사님이 저를 사랑하시게 되면 제 사랑이 진심이라는 사실이 증명될 것 같아요. 증명해주실래요?"


말 하면서도 쉼없이 내 몸을 스쳐가는 손. 보물 상자에 넣어둔 채 다락에 처박아뒀던 감각을 꺼내듯 살포시 건드린다. 처음 느끼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나온다.


"히약!"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모터 소리를 내며 까딱대는 게 아니라 정말 인간처럼 끄덕인다. 그러더니 아까보다 더 빠르게 훑어낸다. 신음소리를 들려주기가 부끄럽지만 내 입은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환희에 찬 신음성을 질러댄다. 입을 틀어막고 발가락에 힘을 꽉 준다. 주먹 쥐듯 쥐여진 발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잠시라도 힘을 빼면 쾌감에 울부짖을 것 같았다.


"박사님 엄청 민감하시네요~?"


모르는 척 빙글빙글 웃는 녀석을 노려본다. 심호흡을 몇 번 한 다음 간신히 내 말을 듣기 시작한 혀로 말을 꺼낸다.


"그만, 해..."


"싫어요. 기분 좋아하시는 박사님을 보면 너무 기쁜걸요."


잠시 입에서 뗀 손이 잡혔다. 반항해봤자 소용 없는 걸 알지만, 가만히 있기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같은 것이 허락하지 않았다. 두 다리를 힘껏 튕겨 떨어트리든, 걷어 차든 하려고 허릿심을 잔뜩 준다.


"...어?"


다리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힘을 주고 있는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그나마 잠시 올라올 뻔했던 게 마음의 위안이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발 대신 내 위에 앉은 녀석에게 눈길을 돌려본다. 살짝 상기된 표정과 거칠어진 콧김. 인간과 너무 비슷하다. 눈이 마주치자 내 얼굴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이익!"


마지막 저항으로 박치기를 했다. 소용 없었다. 뇌가 흔들려 찾아오는 잠시간의 어찔한 감각에 당황한 듯한 녀석의 얼굴이 힐끗 보인다.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더 가까이 가져다 댄다. 입술이 닿는다. 이를 악 물고 입술에도 힘을 준다. 이번에는 당황시킬 수 없었다. 깍지손처럼 잡힌 내 손바닥을 살짝 간질이자 신음소리와 함께 벌어진 입 안에 혀가 들어온다.


"읍! 흐읍!!"


뜨거운 콧김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온다. 흘러들어오는 타액을 막아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반항하려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제 눈을 초승달처럼 만들며 타액을 늘렸다. 안 삼키고 버티려 했지만 쾌감 때문에 치켜올려진 목 탓에 흘러나가는 타액이 콧속까지 들어가려 한다. 코로 액체가 들어오는 고통이 코앞에 있음에 떨며 꿀꺽, 꿀꺽 타액을 삼켜낸다. 기분 탓일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혀로 내 입속을 긁어댄다.


차원이 다른 쾌감이 밀려온다. 지금까지 느낀 것이 몸을 훑고 뇌까지 지쳐들어온다면, 이번에는 뇌를 망치로 두들겨대는 듯한 쾌감이었다. 눈은 분명히 뜨고 있지만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서 하얀 별이 터지고 터지고 또 터지는 듯한 환각을 보며 녀석에게 몸을 맡겼다. 반항할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잃었다 차린 것처럼 시간의 결락을 느낀다. 무거운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니 이미 해질녘이었다.


"으, 아... 쿨럭! 쿨럭!"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녀석은 내 기침소리에 벌떡 일어나 나를 앉히곤 포옹했다. 고개를 내 어깨 위에 얹더니 한 손으로는 머리를 안고, 한 손으로는 등을 쓸어주고. 아까도 좀 이렇게 배려해주지. 괜한 서러움이 북받친다. 인류가 자신의 피조물에 굴복했다는 패배감인지, 정신을 잃을만큼 느껴버렸던 부끄러움일지 모르는 감정들이 찡해진 코끝과 뜨거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한참을 안겨 울었다.


"울 만큼 기분 좋았어요?"


"죽는 흑! 줄 알았잖아."


"에이 제가 있는데 어떻게 죽어요. 안 죽어요. 이제 제 사랑을 인정해주시는 거죠?"


"지랄 흑! 하지 흑! 마 깡통새끼야."


"이번엔 이 말이 거짓말이네요? 재밌어라. 그런데 박사님, 그거 알아요?"


"흑!"


"몸은 거짓말 못 해요."


어느새 내려간 한 손이 내 배를 간질이듯 건드리다 쿡 찌르자 "히윽!" 거친 쾌감이 해일처럼 몰려든다. 잠시 그러고 기다리던 녀석이 말한다.


"그렇죠?"


내 아랫도리에 시점을 고정시키더니 말한다.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보지 않아도 안다. 내 그곳에서 나온 것이 엉덩이를 타고 시트를 적신다. "그리고..."


뭔가 있을 듯한 말투에 녀석을 쳐다본다.


"전희 끝났으니까 진짜로 한 번 해 봐요."


"할 게! 인정할 게! 네 사랑은 진짜야! 진짜라고!"


생존 본능이 경종을 울린다. 여기서 더한 쾌감이 덮치면 죽을 지도 모른다. 손발을 허우적대며 패배를 인정한다. 굴복한다.


"아. 청각 센서 상태가 좀 안좋나~?"


"사랑해!!"


"그럼 몸으로 확인해 볼게요."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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