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문한 릴리에 소유의 별장에 아무도 없기에 올 때까지 기다릴 겸 릴리에의 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작은 상자

심상찮은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그 상자를 보며 분명 그 미월이란 아이와 사용하는 장난감이겠지 싶어 못 본 척 숨겨두려다 호기심을 못 이기고 딸아이가 어디까지 자랐나 어디까지 알고 있나 한 번 본다는 핑계로 뚜껑을 열어보는데 예상과 다르게 온갖 하드한 모녀백합책이 잔뜩이고 심지어 그 옆에는 릴리에와 루자미네를 쏙 빼닮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연필 스케치까지 있는거지 역시나 하드한 내용으로

딸아이가 직접 그린듯한 스케치 속에서 자신을 닮은 캐릭터가 릴리에를 닮은 캐릭터에게 속절없이 무자비하게 겁탈당하는 것을 보며 손을 덜덜덜 떨다가 황급히 상자를 정리하고선 곧장 운전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서는 침실에 틀어박혀 아무 일도 없었던 거고 아무 것도 못 본 것이라며 합리화를 하던 그 날 깊은 밤 노크 소리에 문을 여니 한 손에 종이 뭉치를 든 릴리에가 오싹하게 웃으며 방 안으로 쑤욱 들어오겠지

보셨네요?

릴리에가 가리킨 스케치 더미 한 쪽 구석에는 뭔가에 눌려 구겨진 자국이, 그러니까 스케치를 들고 충격에 손을 덜덜 떨다가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엄지에 종이가 구겨진 자국이 있는 거고 루자미네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림을 잘못 보관한 게 아니냐고 발뺌을 하는데 릴리에가 스케치에 코를 대고 스읍 들이마시더니만 마약이라도 빤 듯 황홀한 표정으로 하아 숨을 내뱉으면서

백단향, 우리 집에 이 향수 쓰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어요. 집에 돌아와서 백단향을 맡았는데 엄마가 안 계셔서 얼마나 실망한 줄 아세요?

라고 하니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는 루자미네에게 릴리에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팽팽한 긴장과 공포가 계속되는 그 순간 릴리에가 엄마아! 하며 덤벼들어 루자미네를 넘어뜨리고선 마구 발버둥치는 엄마를 그 작은 몸 어디서 솟아났는지도 모를 힘으로 제압한 채 로프로 결박하고 옷을 쫙 찢어 너덜너덜한 사이로 보이는 루자미네의 까만 레이스 브래지어에 황홀하게 볼을 비비다가 이빨로 끌어올려 드러난 젖꼭지를 마구 핥다 말고 이를 세워 꽉 깨물면 좋겠다 루자미네가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르면 그 입을 틀어막은 릴리에가 입술 앞에 검지손가락을 세워 쉿- 하고선 시익 웃겠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안 와요. 엄마만 쓰는 라인으로 다들 휴가 보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에겐 시간이 아주 많아요 엄마…너무나 행복하게 중얼거리며 서서히 다가오는 딸의 얼굴에 점점 호흡이 가빠지며 이건 꿈일 거라고 꿈일 거라고 계속 고개를 젓는 루자미네의 시야가 어느새인가 까맣게 변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피부는 온갖 체액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되어 손발이 묶인 채 암만 어린아이의 얇은 손가락이라 해도 세 개 씩이나 뿌리 끝까지 푹푹 박히면서 릴리에 제발 그만하렴 난 네 엄마야 제발 하고 애원하다시피 우는 루자미네였지만 이미 욕정에 지배당해버린 릴리에는 듣지 않고 루자미네가 벌써 네 번째로 기절할 때까지 계속해대겠지

결국 너무 울어 짓무른 두 눈을 꾹 감고선 이건 하룻밤의 악몽일 뿐이고 깨어나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반쯤 포기한 채 릴리에의 거친 숨소리와 난폭한 손동작과 함께 힘 빠진 몸뚱이가 이리저리 흔들리도록 내버려 두고서 제발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루자미네…그렇게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 새인가 창문에 비쳐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셔 눈을 뜨니 마치 아기 시절처럼 가슴에 달라붙어 젖을 빨며 새근새근 잠든 릴리에를 보고 입을 막은 채 숨죽여 오열하는 루자미네가 보고싶다

그 날 이후로 릴리에가 사람들 앞에서 남들 모르게 엉덩이를 슬슬 만져대면 아랫입술을 꾹 깨물면서 딸의 욕구를 해소할만한 곳으로 사라지는 루자미네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