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병원의 정기검진이 있던 날이였다.
원래라면 부모님과 같이 갔어야했지만 굥교롭게도 두분다 갑작스럽게 일이 생기시는데다가, 하필이면 여동생마저도 여름방학의 보충을 위해서 집을 나선 상태였다. 여러가지 일이 겹치는 바람에 결국 혼자서 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혼자서 갈 수 있을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날짜를 바꾸는것도 무리였다.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겨 그대로 병원으로 향했다. 길을 전부 외우고 있던것이 그나마 다행이였다.
다행히도 정기검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진단서가 나올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간호사 언니가 날 의자에 앉혀주었다.
어차피 병원의 구조는 대충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마음을 써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호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한시간정도 걸린다고 했던가, 그 동안 뭘 할까...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 저 안쪽에서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노래소리?"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귀를 기울였다. 굉장히 신비로운 음색이였다. 노래와 더불어서 여러가지 악기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가에 끌리듯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불안한 걸음걸이로 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급적이면 이 노래를 조금 더 듣고싶으니까, 끝나기 전에 도착해야 할텐데...그런 생각을 하며 지팡이로 바닥을 짚어가며 노래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제대로 향하고 있는지, 갈수록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코너를 돌자 하이라이트 부분을 연주하고 있는 듯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있는게 느껴졌다. 음악이 점점 더 고조되고, 박수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보컬의 목소리가 한껏 끌어올라 정점을 찍고, 다시 가라앉았다.
소리가 가라앉았다가 이윽고 폭팔적으로 터져나왔다. 브라보, 앵콜, 박수소리와 함께 여러가지 음색이 뒤섞인 가운데에서, 아까 노래를 불렀던 아이의 소리가 활기차게 울렸다.
거의 끝부분밖에 듣지 못했지만 정말 멋진 연주였다. 주변 사람들과 맞춰서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일까 궁금하던 찰나, 옆에 누군가가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기, 죄송한데 지금 뭘 하고있는거에요?"
"응? 응, 자선공연이야. 최근에 결성된 걸즈 밴드라고 하는데?"
감사합니다, 친절하게 설명해준 여성분에게 감사를 표했다. 자선공연, 자선공연인가.
감탄을 하며 저도모르게 몇번 더 박수를 치면서도 망설임없이 몸을 돌렸다. 돌아가는길은 조금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을것이다.
"-미사키!!"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때자마자 등 뒤에서 아까 노래를 부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아는사람이었나? 그렇지만 기억에 없는 목소리였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을 하지 못했다. 등 뒤에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미사키! 미사키 맞지?10년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저도 모르게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쨍그랑 소리를 내며 지팡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팡이, 없으면 안되는데. 손을 뻗어서 더듬거리면서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떠올리다가, 순간적으로 이름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코코로? 설마 코코로야?"
"기뻐! 미사키도 날 기억해줬구나!...어머, 미안!"
그제서야 자신이 내 위에 올라타있다는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등에서 무게감이 사라졌다.
살았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바로 앞에서 코코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팡이를 주워준걸까? 손을 위로 올려 더듬거리자 딱딱한 물체가 만져졌다. 고마워, 인사를 표하며 지팡이를 받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코코로, 덕분에 살았어."
내 말에도 불구하고 잠시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못할말이라도 했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해봤지만 딱히 뭘 실수한 것 같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을 부드럽게 매만지는것이 느껴졌다. 방금 전 까지 그녀와 전혀 다른 낮은 목소리로 그녀가 걱정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미사키, 그 눈은..."
"응? 응..."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나, 조심스럽게 기억을 더듬어보니 자신이 사고를 당한 직후 곧바로 코코로랑 헤어졌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이후로 10년만에 처음 만나는거니 아마 코코로는 자신의 눈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처음부터 말하자면 이야기가 조금 긴데, 혹시 시간좀 내줄 수 있어?"
잠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미사키의 귓가에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 미사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아무거나 뽑아왔어."
내 손을 끌고 코코로가 어딘가에 앉힌 뒤 그대로 사라졌다. 주변 소리를 들어보니 병원 로비인걸까? 여기라면 얘기하기는 좀 편하겠지만... 그렇게 사라진 코코로는 잠시 뒤 나타나 내 손에 차가운 것을 쥐어줬다. 말하는걸보면 음료수라도 사다준걸까. 손을 더듬어서 플립부분을 찾아 그대로 뒤로 꺾자, 귓가에 푸슉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사준 코코로에게 감사를 표하며 목 안으로 흘러넘겼다.
"미사키,이제 얘기해줄 수 있어? 그 눈은 도대체..."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까.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며 다른 한손으로는 음료수를 흘러넘겻다. 이야기를 하는 재주는 없으니까, 처음부터 하는게 제일 좋겠지.
"저기, 코코로. 혹시 10년 전 화재 기억해?"
"화재?...미안, 기억나지 않아."
그녀가 모르겠다는 듯 내게 되물었다. 확실히 어렸을 적 일이니 기억안날법도 했다.
"응, 그렇게나 옛날일인걸. 기억하지 못하는것도 당연하지. 그러니까 10년전..."
기억을 더듬어가며 코코로에게 얘기를 하나씩 꺼냈다.
10년 전, 마을구석의 폐허에서 자그만한 화재가 있었다는 것.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미사키는 그 폐허 안에 있다가 화재에 휘말렸다는 것.
당장 생명이 위험했기에 구급차에 실려서 도쿄로 가 치료를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대신 양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
재활훈련과 더불어서 어느정도 몸이 회복되고 난 뒤, 원래 있던 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미사키의 고집에 반 년 정도 전에 이곳으로 다시 이사왔다는 것.
대신 그 조건으로 내건 것이 이 병원에서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기로 했다는 것, 그것때문에 왔다가 코코로를 만나게 됬다는 것.
이야기가 대충 끝나고 난 뒤, 목이 탄 미사키는 코코로가 사준 음료수를 들이마셨다. 그때까지도 코코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나 자신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던걸까.
"...미사키는."
한참 뒤에 코코로가 간신히 입을 열려다가 그대로 닫았다.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안된다고 생각한걸까?
어색한 침묵이 계속 맴돌았다. 얼마나 지났으려나, 간신히 코코로가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자그만한 목소리였지만 미사키의 귀에 뚜렷하게 들렸다.
"미사키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원망한 적 있어?"
"사람...? 내가 시력을 잃은건 어디까지나 사고였는데?"
그게 아니라, 그녀가 덧붙였다.
"예를들어서 화재를 낸 사람, 예를들어서 미사키를 그곳에 가둔 사람...혹시 미사키의 양 눈이 그렇게된게 사고가 아니라고 한다면?"
...확실히 그런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다. 화재 전 후의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았으니까. 의사의 말로는 사고 당시 산소 결핍으로 의식이 희미해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던가.
"만약 미사키가 복수하고 싶다고 한다면, 아버님한테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찾아낼께."
"...찾아내서?"
"뻔하잖아? 복수할꺼야."
어딘가 오싹하게 들리는, 낮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쓴웃음을 지었다. 무심결에 자신도 모르게 코코로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부드럽고 푹신한 무엇인가가 손 끝에 닿았다. 살짝 힘을 줘서 그것을 쓰다듬어주었다.
"진정해, 10년동안 못 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응, 코코로답지 않아."
"...응! 그렇네! 그러면 미사키, 가르쳐줘! 미사키를 다시 웃게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해?"
다시금 귀에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스럽게도 평소의 그녀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그보다 웃게만들려면인가, 아무래도 방금 전 그것도 원수를 잡으면 내가 웃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말한 것 같았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보면, 자신이 아무 걱정 없이 웃은게 얼마만이던가. 어렸을때도 그랬다. 코코로 옆에 있으면 모두가 미소짓곤 했다.
그러면, 코코로의 말처럼 내가 다시 미소를 지으려면-
"그러면 코코로, 다시 옛날처럼 나랑 친구가 되어줄래?"
저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말이 흘러나왔다. 자기가 말하고도 쑥쓰러워서 지팡이로 몇번 땅을 두드리자, 코코로가 순식간에 미사키를 와락 끌어앉았다.
"응! 응!"
대답과 동시에 볼에 무엇인가 부드러운게 닿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혹시나 했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미사키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2)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병원을 다녀온 것을 빼면 난 집 바깥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물론 산책이라도 하려고 몇 번 나가기위해 시도는 했지만 세 발자국 정도 걸어나갔다가 그대로 포기. 뉴스에서 흘러나오는걸 대충 듣기로는 올해가 역대 최고의 폭염이라고 했던가...
심심하다, 하품을 쩍쩍하면서 소파에 대충 누워서 휴대폰을 만졌다. 예의없는 행동이란건 알고있지만 뭐 어때, 딱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손의 감각으로 적당히 휴대폰을 만져서 음악을 틀기위해 폴더에 들어가자 손 안에서 휴대폰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떨어뜨리려다가 간신히 그게 전화라는 걸 꺠닫고는, 손을 움직였다.
[여보세요? 미사키? 잘 지냈어?]
가족이나 여동생일줄 알았것만,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러니까 코코로? 어떻게 내 번호를-생각하다가 어제 일이 떠올랐다. 분명 코코로가 방학중에 전화를 걸겠다고 내게서 휴대폰을 가져갔었다. 그 때 번호교환을 했던건가?
"아, 응...하루밖에 안지났는데 잘 지냈냐고 물어보기도 좀 그렇긴 한데."
자리에서 일어나서 휴대폰을 조금 더 얼굴에 가져다대자, 건너편에서 코코로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 그 말에 웃을 이유가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생각하는걸 그만두었다. 이윽고 웃는 걸 멈췄는지 코코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사키,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지금?]
"지금?"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내가 어딜 제대로 갈 수 없는 몸이라는건 코코로도 어제 봐서 이해했을 것 이다. 물론 이 마을의 지리정도는 전부 외워놨지만 코코로가 그것을 알리는 없었다.
내가 대답을 안하고 생각하고 있자 코코로가 바쁘게 대답했다.
[아, 놀리거나 그런건 아냐! 미사키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서 그래! 차로 데리러갈테니까!]
눈이 안보이는 날 자신이 놀렸다고 생각한걸까, 그런 변명까지 덧붙여가며 그녀가 말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고, 상관없어-그렇게 대답하자 문 바깥에서 크게 빵,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줄 알고 데리러왔어! 집 위치가 그대로라 다행이네!]
너무 막무가내인데요, 저도모르게 쓴웃음을 짓다가, 금방 나간다고 얘기하며 옆에 놓아둔 지팡이를 붙잡았다.
*
차가 멈춰서는걸 느끼며, 손의 감각으로 차 문을 급하게 열고 그대로 양 무릎을 짚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뭔가가 올라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자 코코로가 옆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 등을 두드려줬다.
"미사키...차멀미 있었어?"
저도 처음알았습니다, 대답하려했지만 목소리가 입 안에서 맴돌았다. 대신 뭔가가 다시한번 더 올라오려 하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심호흡, 심호흡...숨을 두 세번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아아, 바깥 공기는 달구나...
그렇게 5분정도 서있었을까, 간신히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자 코코로가 살며시 내 왼손을 붙잡았다.
"미사키, 조금 진정했어?"
"아, 응."
"그럼 안으로 들어가자! 재밌는걸 들려줄께! 아마 미사키도 입가에 미소가 피어날꺼야!"
어서, 어서! 재촉하듯이 그녀가 소리치며 내 왼손을 끌어당겼다. 그렇게 급하게 당기면 넘어질법한데도 코코로가 날 상당히 배려해줬는지 그런 속도로 달림에도 불구하고 넘어지거나 버벅거리는 일 없이 그녀의 뒤를 쫒아갈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려가고, 내가 숨이 차서 헉헉거려서 입 안에서 단내가 돌때쯤 그제서야 코코로가 뛰는 것을 멈췄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귓가까지 들려왔다.
"코코로...너무...빨라..."
"거의 다 도착했어! 자, 어서!"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다시 왼손을 잡아당겼다. 또 달릴생각인가...체념하고 그녀의 뒤를 얌전히 쫒자 예상외로 달리기는 커녕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다 왔다는 소리가 거짓말이 아닌듯 몇 발자국 안가서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그대로 꽂혔다.
"코코롱! 늦어!"
"기다림 또한 덧없는 즐거움이지...아아, 덧없구나."
"후에에...근데 그 사람은 누구야?"
목소리로 듣건데 셋 다 여자아이 같았다. 누구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코코로가 날 어딘가에 앉혔다.
"인사해! 이쪽은 내 친구 오쿠사와 미사키! 미사키! 이쪽은 내가 하고있는 밴드의 멤버들이야!"
밴드...밴드...그러고보니 병원에서 하던 자선공연이 떠올랐다. 분명 거기서 코코로를 만났었지.
지팡이로 땅을 짚은 뒤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고개를 숙여서 가볍게 이름만 말한 뒤 그대로 앉자마자, 세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명씩 들려왔다.
"베이스 담당, 키타자와 하구미야! 하구라고 불러! 코코로한테 얘기 들었어!"
"기타 담당, 세타 카오루다. 잘부탁하지."
"드...드럼 담당, 마츠바라 카논이야...잘부탁해..."
"그리고 내가 보컬을 담당하고 있어! 어때, 미사키? 놀랐어?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우후후, 우리 밴드는 세상을 미소로 가득 채우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
세상을 미소로인가, 코코로 다운 발상이였다. 양 손을 들어올려서 열렬하게 박수를 쳐주었다.
"우후후, 놀라긴 아직 일러! 미사키, 어제 자선공연 제대로 못봤지?"
코코로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도착했을 때 쯤 공연이 거의 끝나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멋진 공연이라고는 생각했다. 가능하면 처음부터 듣고싶다는 생각도 했을 정도니까.
"그러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들어봐! 이 공연은 미사키를 위해 준비했으니까! 그럼 시작할께!"
코코로의 말이 신호였던걸까. 탁, 하고 네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해보면 방학중에 밴드 멤버가 모두 모이기는 힘들텐데 방금 말을 들어보니 코코로가 나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일부러 사정을 하고 모은 것 같았다.
코코로의 배려가 너무나도 기뻤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줘야지, 생각하며 양 손으로 리듬에 맞춰서 박수를 쳤다. 입가에는 어느새인가 한 껏 미소를 띈 채였다.
"해피니스 해피 매지컬!"
통, 하고 뭔가가 튀는 소리와 함께 코코로의 밝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
음악 시간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있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코로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어느새인가 내 옆에 온 그녀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미사키! 다음은 미사키도 함께야!"
미처 대답할틈도 없이 코코로에게 끌려갔다. 어쨰 오늘은 하루종일 코코로한테 끌려다니는 느낌인데-그렇게 생각하며 코코로가 날 어딘가에 앉혔다.
코코로의 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무 말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양 손을 들어롤렸다. 만지자마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거라면 칠 수 있었다.
"미사키, 어렸을 때 피아노 쳤잖아! 지금도 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기억해줬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감동이였다.
그렇지만.
살짝 겁이 났다. 물론 어렸을 적에 배우기는 했지만 눈을 다친뒤로는 그만두었다. 아직 코드나 그런건 어느정도 기억하지만 그걸로 방금 들은 수준높은 곡에 따라맞춰서 칠 수 있을까?
"너무 겁먹지마 미사키! 못쳐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마음껏 치고, 마음껏 즐기면 되는거야! 그렇게 해서 미사키 웃으면 나도 기쁜걸! 그러면 한번 더 시작할께!"
그렇게 얘기하며 그녀가 내게 종이를 몇 장 쥐어주었다. 뭐지? 의문을 표하며 종이를 만지자 점자가 손 끝에 들어왔다. 한글자씩 읽자 해피니스 해피 매지컬이라는 글씨가 손 끝에 들어왔다.
설마 싶어서 페이지를 넘겻다. 한 자, 한 자 음표가 손끝에 들어왔다. 설마 그 하루만에 날 위해서 준비해준거야? 감탄하면서 코코로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거면 될꺼야, 그렇게 말하는 코코로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이거라면 가능해, 30분동안 필사적으로 악보를 외웠다. 다행히도 피아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금방 암기할 수 있었다. 내가 악보를 덮자마자 코코로가 그것을 본 것인지, 시작하겠다고 소리쳤다.
필사적으로 외웠지만 연주는 엉망진창이였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두 웃고있었다. 네 사람은 순수하게 음악만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어긋나도 누군가가 받아주고 내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냥 넘어가주었다. 조금씩 엇나간 음은 코코로가 수정해서 모두 커버해주었고, 가끔씩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면 드럼소리가 그것을 커버해주었다.
즐거웠다.
어느순간 실패나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그저 즐겁게 피아노를 두드리고 있는 자신만이 있었다. 4분 남짓,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고 연주가 끝나자,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미사키, 즐거웠어?"
코코로가 내게 말하자 나머지 세 사람도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한 마디씩 내게 건내주었다. 초보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 이대로 계속 해보는건 어떨까?
즐거웠어,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코코로에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다음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다가 이윽고 심호흡을 한번 더 하고 네 사람에게 말했다.
"혹시, 나도 이 밴드에서 같이 연주를 해도 괜찮을까?"
자신으로써는 최대한 용기를 짜낸 발언이였다. 그렇지만 진심이었다. 가능하면 한번이라도 더, 이 사람들과 같이 연주를 해보고 싶었다. 그 연주는, 정말로 즐거웠으니까.
내 대답이 뜻밖이었던듯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말했나? 긴장해서 살짝 몸을 움츠리자, 네 사람이 동시에 날 껴앉았다.
"미사키라면 환영이야!"
"헬로 해피 월드에 온걸 환영해, 미군!"
"앞...앞으로 잘부탁해...미사키짱."
"잘부탁하네, 새끼고양이양."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고마워요...말하려는 것을 그대로 속으로 집어 삼켰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그말은 조금 쑥쓰러워서, 아무래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전부 끝난 뒤 저녁까지 먹고가라는 걸 정중히 거절한 나를 코코로가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저녁식사 준비가 끝났는지 맛있는 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내 말에 보폭이 좁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여동생인 듯 했다.
"언니! 저녁먹어!"
"아, 응."
여동생이 손을 잡고 그대로 거실로 향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었는데 여동생도 정말 과보호지.
지팡이를 집은 채 반대편손으로 의자를 잡아당기고 자리에 앉았다. 잘먹겠습니다, 네 사람이 동시에 말하고 잠시간 묵묵히 밥먹는 소리만 들려왔다.
"미사키, 오늘 어딜 갔었니?"
먹는 사이에 엄마가 내게 물어봤다.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옛날 친구를 만났어. 엄마도 기억하지? 코코로...츠루마키네 따님."
얘기를 꺼내자마자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여동생이 옆에서 걱정스러운 듯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츠루마키가는...츠루마키가는 만나지 마라."
"엄마? 어째서?"
당혹스러웠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낮고, 냉혹했다. 어째서? 어쨰서 만나지 말라는거야 엄마?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대답해주지 않은 채 어머니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거실 바깥으로 나갔다.
남겨진 세 사람 사이에서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은 채 저녁식사가 끝났다.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어머니께서 왜 저러시는걸까, 생각햇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코코로한테 물어볼까 했지만 그런걸 물어보는건 조금 실례일 것 같았다.
모르겠다. 오늘은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으니 내일 물어보자...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그대로 몰려오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
옛날에 쓴것들 끝까지 쓰기 위해서 하나씩 끌어올려보려고요...
해서 오늘 이야기는 눈이 먼 미사키 x 코코로 이야기.
대충 그뿐인 이야기입니다.
음.
오늘도 너무 막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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