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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백합 고등학교 01.txt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1.144) 2019.03.31 05:20:41
조회 1005 추천 37 댓글 6
														

※의식의 흐름으로 쓴 글 주의



00.



이런 이상한 고등학교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엄마가 적당한 곳에 입학을 지원했을 뿐이었다.

일단 여고답게 학생들은 전원 여성. 하지만 어째서인지 선생님들도 전원 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밖에 이사장부터 경비원까지, 그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원 여성. 심지어 학교 관계자라고 할지라도 남성들은 주변 일대에 접근 금지.

처음에는 남녀관계에 대해 엄격한 여고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연애는 장려, 하지만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연애만이 허용되었다.

그런데 이상하잖아? 학교 내부엔 여성밖에 없는데, 어떻게 연애가 가능하고 오히려 장려한다는 걸까?

그렇게 나는 깨달아버린 것이다.

이 학교의 이름, 백합여자고등학교. 학생, 선생할 것 없이 전원 백합속성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동급생 백합. 선후배 백합. 선생님 백합. 그리고 사제 백합까지. 온갖 백합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이를 허용하며 장려하는 말도안되게 이상한 고등학교.

그리고 오늘 난.

이 이상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말았다.











01.





"최악이야…… 정말…… 최악……"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식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말았다. 일단 오늘 첫 등교, 이 학교의 속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였지만 반신반의하며 설마 정말로 그러겠냐는 마음으로 등교를 했다. 하지만 등교를 하던 도중에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걷는 같은 교복의 여학생들을 보니 점점 내 의심은 사라지게 되었고 교문 밖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서로 포옹을 하며 키스를 하는 여학생들을 발견함으로써 내 고등학교 3년은 망했구나……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백합 고등학교라니. 물론 동성애를 반대하며 혐오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 누가 물어봐도 당당하게 이성애자라고 밝힐 수 있었으며 단 한번도 같은 여자아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적이 없었다. 엄마가 멋대로 지원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고등학교 따위는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등교하면서, 그리고 반에 도착할때까지 목격한 여러 백합적인 일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계속 나왔다. 이마에 책상을 박으면서 남들이 들리지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푸념들을 늘여놓아 본다. 내 옆을 지나가던 여자아이들은 전부 이상한 사람 보듯이 힐끗 쳐다보는데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백합이 가득한 학교에서 지낸다면 차라리 외톨이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것이 낫다고 판단되었다. 물론 그런 생각도 얼마가지 않았지만.


통- 통-


이마를 책상에 박은채로 멍하니 있던 그때, 누군가가 내 책상 앞에서 자세를 낮춘 상태로 책상에 노크를 두번 하였다. 누굴까, 이 학교에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텐데.

솔직히 그 누구도 관심을 안가져줬으면 하고 바랬지만 그래도 이런식으로 먼저 다가온다면 무시할수도 없는 노릇. 쓸데없이 성실했던 난 고개를 살짝 들어 눈앞에 있는 여학생을 보았다.

평범히 귀엽다라고 생각될 정도의 여자아이.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작고 아담한 그녀는 나를 보며 생긋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는 뭘까. 지금 당장 나랑 레섹을 하고싶으니 밖으로 튀어나와요 하는 미소일까. 괜히 경계하여 애매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뭐하고 있어?"

"으응……?"


생각해보니 참 나도 멍청했다. 입학 첫날부터 딱따구리도 아니고 이마를 책상에 메트로놈 뺨치는 정교한 패턴으로 박고 있으면 관심이 끌릴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못했다. 뭔가 반짝이는 두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에 나는 부담스러워 살짝 시선을 피해본다.


"나는 오윤지야. 옆자리!"


통성명인가.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혼자 타지에서 새롭게 학교생활을 하게된 외톨이에게 먼저 다가온 착한 아이일 뿐이지만 학교가 학교인지라 이상하게 그녀의 인사가 '나는 OO입니다 같은반 옆자리니까 이것도 우연인데 저랑 농후한 레즈섹스 하실래요?' 라고 들렸다. 물론 그게 아닌걸 알지만 고정관념이라는게 참 무섭게 느껴진다……


"난 강유리……."


그래도 예의상 최대한 말을 아끼며 내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빤히 나를 계속 쳐다보기 시작한다.


"왜 그렇게 뚱하게 있어?"

"그냥, 신경쓰지마."

"그래? 그래도 이왕 같은반이 된거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으으……"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친구가 되자고 말을 걸어준건 정말로 고맙지만 그래도 난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가 않았다. 있어봤자 나와 같이 실수로 입학한 사람정도. 하지만 나처럼 멍청한 사람은 여기에 없겠지. 그녀의 열렬한 관심에도 그저 부담스럽고 불편했던 나는 괜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책상에 묻어버렸다.


"아! 선생님!"


교실의 앞문이 열리는 소리에 학생들은 일체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소란스럽던 교실도 어느순간 조용해졌으며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다.

역시 소문대로 젊은 여선생이 교문 앞에 섰다. 세련된 20대 후반 정도의 여선생님,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외투를 입은 그녀는 다소 날카로운 인상에 무언가 굉장히 반듯하게 살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서자마자 학생들을 한번씩 쓰윽 훑어보았고 가볍게 숨을 고른 뒤에 칠판에다가 흰색 분필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1년간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된 '유성아'에요. 수학을 담당하고 있고……"


자신을 소개하던 그녀는 다시한번 앞의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나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주변의 학생들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뭔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선생님을 쳐다보는 눈빛이 확실히 이상했다. 마치 먹이감을 노리는 하이애나…… 아니, 멋진 여자를 노리는 레즈처럼 엄청난 관심들을 쏘아붙혔다. 그런 시선들을 읽었던 것일까.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여자친구 있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에에에에에~"


선생님의 한마디에 여러 학생들이 탄식의 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나도 자동적으로 탄식을 하면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선생님의 말과 학생들의 반응. 미치고 환장하겠네 진짜…… 학생들이 선생님을 노리는 것도 모자라서 같은 동성이라니,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어 이제는 내가 비정상인것 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뭐어 1교시부터 수업하기는 뭐하니까, 전부 자기소개나 해볼까요? 그럼……"


갑자기 시작한 자기소개 시간. 어수선해진 반의 분위기가 다시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출석부로 보이는 파일을 열어보고는 젤 위에 적혀있는 이름을 부른다.


"출석번호 1번, 강유리?"

"네?"


아 젠장. 하필이면 출석번호 1번이라니. 반사적으로 대답을 했던 탓에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쏟아진다. 선생님이 다시한번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분위기 상 일어서서 자기소개를 해야할것 같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가 새하얘진다. 솔직히 남들 앞에서 말하는건 자신있었다. 이런 일에도 떨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 장소에 있는 전원 레즈라는 사실에 머릿속이 텅텅 비어버린다. 게다가 주변에서 작게 수근거리는 소리들.


"쟤 귀엽지 않아?"
"예쁘다~ 처음 보는데, 다른 곳에서 이사왔나?"
"친해지고 싶어~"


벌써부터 몇몇 레즈들에게 표적이 된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외모로써는 상당히 자신이 있었다. 중학생때도 남자아이들에게 예쁘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아서 여러번 고백을 받았을 정도, 물론 눈이 높아서 전부 거절해버렸지만…… 아무튼 외적인 자부심이 있었던 나 강유리는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못생겨지고 싶었다.


'아 젠장…… 이왕 이렇게된거……'


딱 한번이면 된다. 완벽하게 선을 자르면 된다. 그러니 용기내어 이 관심들을 끊어내자!


"제 이름은 강유리…… 사실 남자를 좋아해요!"


이러면 된거다. 이렇게 초를 쳐버리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겠지.

나의 강렬한 한마디에 주변의 아이들이 전부 조용해졌다. 충격에 빠진것일까, 생각해보면 지극히 평범한 한마디를 했을 뿐이지만 어쩐지 다들 반응이 이상하다. 너무 직구로 승부했나……?


"보이쉬한 사람이 타입인가봐~"
"나는 아웃이네…… 히잉~"
"그렇구나! 다가갈려면 숏컷이 좋을려나~"




돌겠네 진짜.





나 강유리는 오늘 당장 자퇴를 신청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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