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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리사유키 1앱에서 작성

ㅇㅇ(39.7) 2019.04.27 22:00:35
조회 1167 추천 27 댓글 7
														

- 리사 시점





긴 꿈을 꾸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냈던 너와 균열이 생겼던 일들, 밴드를 결성하던 날, 멤버들과 마찰을 겪었던 날들, 그 모든 걸 극복하고 돈독해진 멤버들과 함께 정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던 날. 어느 날 분위기에 휩쓸려 여태껏 잘 숨겨왔던 감정이 흘러넘쳐 무심결에 너에게 고백했던 일.

그래,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너와 나는 함께했고, 오랫동안 둘이서 행복을 만끽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느 순간 꿈을 헤매는 내내 너는 울고 있었고,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바라만 봐야 했다. 네가 흐느끼며 스치듯이 말한 그 혼잣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를 염두에 두고 했던 말임에는 틀림 없었다. 그 말에 마음이 아파 나도 너처럼 울었던 것 같았다.

눈을 떴다. 창문을 가리고 있는 커튼 사이에서는 이미 햇살이 비죽 고개를 내비치고 있었다. 꿈의 여운에 잠긴 채 커튼을 걷고 창밖을 확인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과 아직 닫혀있는 맞은편 방의 커튼을 보고 실소가 흘러나왔다. 전화를 하면 무리하게 깰까 싶어 문자를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문득 무의식적으로 날짜에 시선이 갔다.

2019년 4월 11일

순간적으로 이질감이 들었다. 내가 19살이었던가? 꿈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나머지 나이를 헷갈린 것일까.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감상에 한없이 빠져있기에는 당장 등교할 때까지의 시간이 촉박했다. 나는 열흘 후 있을 공연을 위해 방과 후에 다 같이 모여 연습할 곡들을 흥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지런히 등교 준비를 했다.


“나 다녀올게. 오늘 밴드 연습도 있고 유키나한테 들렀다 올 거라 늦을 거예요.”


기억하기로 오늘은 유키나 집이 비는 날이었다. 그녀의 집에 들러 만들 저녁 메뉴 후보들을 떠올렸다.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게 모처럼이라 들뜬 나머지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 때였다.


“유키나?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니?”


케이스를 매던 손이 멈칫했다.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씩 웃으며 돌아봤다.

 
“아이, 엄마도 참~ 농담도 하고 웬일이래. 유키나 말야, 내 이웃집 소꿉친구잖아. 같이 지낸 게 벌써 몇 년인데~”


집을 나서며 방금 생겨난 작은 불안감을 애써 무시했다. 분명 스치듯 봤던 엄마의 표정엔 당혹감과 의문이 서려 있었다.

설마. 설마.


불길함에 대한 사람의 촉은 대체로 잘 들어맞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굣길을 함께 하기 위해 언제나 그녀를 기다리던 대문 앞에 서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내가 먼저 나오고 15분 쯤 뒤에 유키나가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둘이 함께 있어야 할 자리엔 1시간이 지나도 나밖에 없었다. 당황스러움보다 초조함이 앞섰다. 아니지, 아니야. 괜한 걱정이다. 분명 아프거나 늦잠을 자고 있을 테다. 떨리는 손으로 그 아이의 번호를 눌렀다.

이상했다. 분명 저장되어 있어야 할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주소록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니다. 이마이 리사, 너는 걱정이 너무 많아. 유키나에게도 늘 들어왔던 말이잖아.

날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 아이의 번호를 입력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울렸다. 봐. 짧은 순간에 이상한 일을 몇 가지 겪긴 했지만, 평소와 다름 없잖아. 신호음이 중단되고 통화가 연결됐다. 초조한 와중 반가운 마음에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기대와 달리 맞은편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아닌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무슨 정신으로 학교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다. 유키나가 있어야 했을 그 집의 초인종을 누르며 그녀의 부모님이었을 사람들을 마주했지만 본인들은 그녀를 모른다 했다. 아이가 없다고.

발밑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 유키나와의 기억이 이렇게나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부정했다.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원래라면 같은 반이었을 그녀는 역시나 반에서 보이지 않았다. 급우들도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듣는다 했다. 되려 답지 않게 지각을 했다며 온갖 걱정을 받은 나는 무슨 정신이었는지 웃으며 늦잠을 자서 그렇다 둘러댔다.

수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너는 어딨니, 유키나? 모든 건 그대론데 이 자리에 너만 없어. 네 자리만 깔끔하게 오려낸 것처럼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아. 아니지. 아니야. 아직 로젤리아 멤버들이 남아있다. 그녀들이라면 분명 유키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좌절하기엔 이르다. 그렇게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이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기대마저도 방과 후 스튜디오에 모인 멤버들과 마주하자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다 온 것 같네요. 빨리 연습을 시작하죠.”

“어? 잠깐, 잠깐만 사요. 한 명 안 왔잖아.”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한 사요의 표정에 가라앉는 심장을 부여잡는 심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이마이 씨, 시로카네 씨, 우다가와 씨, 그리고 저. 넷 맞는데 뭐가 잘못 됐나요?”

“어?”


네 명, 로젤리아는 네 명이라 했다. 유키나는? 보컬은?


“보컬은… 이마이 씨가… 베이스와 병행한다고… 하셨어요….”

“맞아맞아! 로젤리아 만든 이후로 리사 언니가 심연에 물든 어둠의 마왕같이 완전! 엄청! 멋진 목소리로 슈웅 콰광!! 하게 불렀었잖아!”

“오늘따라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네요, 이마이 씨. 안색도 좋지 않고요.”


잠깐 앉아서 쉬고 있어요. 저희끼리 먼저 맞춰보고 있을 테니 하는 사요의 말을 뒤로하고, 잠시 바람좀 쐬고 오겠다며 빠르게 스튜디오 밖으로 빠져나왔다. 혼란스러웠다. 정말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유키나가 누군지 조차 알지 못했다. 심지어 로젤리아 마저도.

그렇다면 내가 갖고 있는 이 기억은 무엇인가? 단순히 꿈으로 치부하기엔 이렇게나 선명한데. 너의 얼굴이 어제 보고 헤어진 사람 마냥 이렇게나 뚜렷한데. 고백을 했던 그 순간이, 사랑을 속삭이던 그 순간이, 정사를 나눈 뒤 체온을 공유하던 날들이, 그 많은 추억들이. 순식간에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애초에 내가 있는 이곳이, 이 시간이 옳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기억이 거짓된 것일까? 모르겠어, 유키나. 당장 네가 필요한데 넌 여기에 없어.

정말 넌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난 허상을 좇으며 추억을 곱씹고 있었던 걸까?

무너질 것 같았다. 네가 없는 이곳이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눈을 감으며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근의 유키나의 얼굴을 그렸다. 어째서인지 지금 내 나잇대의 앳된 모습이 아닌 성숙한 여성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매끈한 몸에 얇은 시트만 살짝 걸치며 그녀는 지금보다 핏줄이 도드라진 나의 손을 살며시 붙잡고 조곤조곤 말하고는 했었다.


‘리사, 난 항상 네 편이야.’

‘네가 날 못 보더라도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네가 그랬듯이’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의 빈자리를 실감했다. 이를 꽉 물었다. 당장 내 주변에 네가 없더라도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다. 언제가 됐든 너는 내 옆으로 와줄 것이다. 내 기억 속의 너는 항상 그래왔으니까. 고작 여기서 무너질 수 없었다.

일어섰다. 유키나가 쉽게 찾아올 수 있게 그녀의 노래를 연주하자. 네가 정말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나의 연주를 듣고 와줄 테니. 어디에 있든, 그녀가 날 찾을 수 있도록 정점에 서자.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머뭇거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동안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이 있었다. 네가 언제든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너에게 맞는 노래를 쓰기 위해 작사와 작곡을 배웠다. 페스티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받아 선전을 하고, 로젤리아를 알려 입지를 다질 발판도 마련했다. 메이저에 데뷔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이럴 때 유키나는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리며 거절했다. 그녀라면 분명 ‘로젤리아만의 음악으로 정점에 서겠어’라고 하겠지. 동감이다. 나 역시 로젤리아의 음색으로 널 끌어당기고 싶다. 언젠가 널 만났을 때 우리만의 음악으로 널 찾아냈노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튼튼하진 않았나 보다. 너를 떠올리며 수없이 노래를 작곡하며 연습하고, 손에 물집이 생겨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베이스를 쳐도 정말 널 만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런 약한 생각이 들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연습에 몰입한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지쳐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억에만 의존해왔던 너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단 마음 하나만으로. 그 정도로 나는 이 세상에 있는지도 모를 네가 그리웠다.



그렇게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로젤리아가 정점에 서기엔 충분하고, 널 만난다면 내가 가진 가장 최근의 기억 속 너의 모습과 다를 게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었다. 마음은 이미 닳아 없어져, 기계적으로 널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네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란 믿음도 습관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마이 씨… 괜찮으세요…?”


요즘따라 내 모습이 많이 피폐했나 보다. 린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아, 응. 이번에 있을 공연 때문에 긴장했나 봐~ 걱정 끼쳐서 미안.”

“그 마음…저도 이해해요….”


그녀는 머뭇거리다 이내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마이 씨… 그것 뿐이 아닌 것…같아요….”


곤란하다. 사요의 눈치를 피하는 데 급급해 린코의 눈썰미를 과소평가 하고 말았다. 오래 알고 지내며 충분히 겪어왔는데도, 깜빡해버릴 만큼 나는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지금 로젤리아의 상황이 어떻든 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밴드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아무리 그녀라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다른 두 사람도. 필사적으로 둘러댈 말을 생각했다. 그러나 린코의 말이 더 빨랐다.


“어떤 사정이…있는 건지…묻진 않을게요…. 그냥…이마이 씨, 무슨 일이 있든…당신 편이라는 걸…알아주셨으면…좋겠어요….”

“…….”


울컥하는 마음에 그녀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언젠가 들었었던 기억 속 유키나의 그 말들이 떠올랐다.


“다른 멤버들도…같은 마음이에요…. 여태껏…옆에서…봐왔으니까요.”

“…응, 고마워. 힘낼게.”

“네…. 먼저 일어날게요… 차례 올 때까지…아직 남았으니까…쉬세요….”

“응, 이따 봐~ 늦지 않게 갈게.”


손을 흔들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나갔다. 아마 배려하는 차원에서 혼자 있을 시간을 준 거겠지. 사요와 아코도 분명 그럴 것이다. 멤버들의 상냥함에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 미소가 지어졌다. 유키나, 어서 너와 만나 이 모든 걸 나누고 싶어.

잠시동안 누워 있다 시계를 보고 공연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베이스를 챙겨 휴게실을 나섰다. 늘 해왔던 공연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무대에 서서 언제나처럼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관객석을 쭉 둘러봤다. 공연할 때마다 너를 찾기 위해 생긴 습관이었다.

연주가 시작됐다. 네가 어디선가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그랬듯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너의 노래였다.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과 스치듯 눈을 맞췄다.

그 순간, 문득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여태껏 내가 찾아왔던, 기억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네가 객석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집중이 흐트러질 것 같았다. 안 돼. 아직 안 돼. 내 노래를 들어줘. 너를 위한 연주를 들어줘. 오랫동안 널 찾았어.

가슴이 울렁거렸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어찌어찌 마지막 곡까지 마쳤다. 연주가 끝나고도 잠시 멍하니 있던 너는 곧 몸을 돌려 공연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잠시만, 기다려 줘. 유키나, 널 계속 찾아다녔어. 이대로 널 보낼 수 없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내가 널…!


“다들 좋은 연주였어요. 수고했… 이마이 씨?”


마음이 급해져 사요의 말을 지나쳐 무대를 뛰어 내려갔다. 널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당황하는 관객들에게 짧게 사과하고 너에게로 향했다. 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서였는지 다행스럽게도 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손을 뻗어 너의 팔을 붙잡았다.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향해 뒤도는 네가 보였다.


“유…”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정말 유키나 네가 맞을까? 유키나 너는 정말 내 꿈에서만 존재했던 걸까? 혹시 내 앞에 있는 너는 외모만 같고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닐까?

반가움, 기쁨, 혼란스러움, 당혹감.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엉켜갔다. 가슴이 먹먹했다. 막상 붙잡아 놓고 무엇을 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너에게 말을 걸기에 9년 동안 쌓아온 그리움은 나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서러움에 눈물이 넘쳐 흐르고 말았다. 이렇게 찾아다녔는데, 정말 네가 아니면 어떡하지? 놓아주기엔 미련이 허락해주지 않았고, 이름을 불러 확인을 하자니 겁부터 났다. 바보같이 너의 팔만 붙잡고, 서럽게 울었다.

눈물로 얼룩진 시야에도 많이 지쳐 보이는 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봤을 땐 너의 눈에 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말을 걸 자신은 없었다. 나는 이렇게도 너에 대한 일이면 겁이 많았다.

그렇게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너는 손을 뻗어 내 눈가를 쓸었다.


“리사….”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너의 입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잘못 들었을 리 없었다.


“유키나….”


이름을 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야속하게도 감정에 잠겨버린 머리는 아무것도 생각해주지 않았다. 다만 안도감에 눈물을 더 쏟기만 했다.

그녀는 잠기고 지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계속 찾아다녔어.”

나도 그래. 유키나, 나도 계속 널 찾았어.

“너도 날 모를까 봐 무서웠어.”

나도 네가 날 모르는 사람 취급하면 어쩌지 걱정했어.

“멀리서 보려고만 했는데…”

그녀는 먹먹했는지 숨을 들이쉬고는 내뱉듯이 말했다.

“…드디어 널 찾은 것 같네.”


나보다 약간 작고, 여리여리한 그 몸을 살짝 끌어당겨 아프지 않을 만큼 꽉 껴안았다. 너 역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내 등에 두르며 감싸 안았다. 너의 품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마침내 재회한 우리 둘은 그동안 쌓아왔던 그리움을, 9년 동안 서로를 찾기 위해 각자 해왔던 일, 겪어왔던 것들을 이야기하며 미련 없이 나눴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마다 너의 손을 꼭 잡았다. 안 그러면 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살짝 미소지었다. 분명히 내 앞에 존재한다는 걸 확인시켜주듯 나의 손에 깍지를 끼며 힘있게 마주 잡았다. 안도했다. 나는 기억 속에서나, 지금이나 너의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이리도 크게 반응하곤 했다.

다시는 네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널 찾으며 쌓아온 감정은 잔에서 흘러내릴 만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나는 입을 열었다.


“같이 살지 않을래?”


아차 싶었다. 너도 너의 생활이 있을 것인데, 내 욕심에 급급해 널 배려해주지 못했다.


“아, 미안미안. 강요하는 건 아니고… 그냥 너만 괜찮으면… 아냐, 싫으면 거절해도 돼!”

“……좋아.”

“어?”


필사적으로 둘러댈 말을 고민하고 있는데, 너의 대답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좋다고 했다. 자신의 생활에 달라질 것도 없고, 미련도 없다고 했다.


“성도 이마이로 바꾸고 싶어.”


내가 네 곁에 없는 동안 넌 어떤 일을 겪은 것일까. 나의 성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한 너는 망설이지 않았다. 내가 알던 너의 성과 다르다는 것으로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차마 네가 무슨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건지 예상할 수 없었다. 실제로 너는 거기까지 말해 주지 않았고, 나 역시 굳이 상처가 될지도 모를 너의 과거를 후벼 파고 싶지 않았다. 너는 눈에 띌 만큼 지쳐 보였으니까.


“응, 그러자.”


너는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많이도 위태로웠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내 주변엔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관계가 있었지만 너는 그렇지 않았다. 내 옆에 머무르면서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슬렀으면 했다.

나는 너를 통해 내 기억과 이곳에서의 내 존재를 확신했다. 너에게 있어 내가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다만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앞으로 함께할 너와의 시간 동안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앞으로도 나는 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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