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창작] 겨울의 안에서 2

니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10 09:55:40
조회 206 추천 15 댓글 1
														


라디오를 듣다 말고 장난을 쳤다는 것 때문인지 소녀는 조금 토라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 표정도 금방 웃음으로 물들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은근히 단순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랬다. 언제 볼을 붉혔냐는 듯 가만히 라디오를 들으며 집중하고 있는 소녀의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이게 원래 우리의 일상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라디오가 끝났을 때 소녀가 힘껏 기지개를 폈다. 몸을 이리저리 틀어 뻐근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참 얄샹했다. 밥도 거르지 않고 간식도 꼬박꼬박 먹는데도 여리고 마른 몸이 가끔은 신경쓰일 때가 많았다. 조금은 살이 쪄야 더 건강해보이는데. 가뜩이나 마른 몸에 창백한 얼굴이 되면 아파보이기까지 한다. 너는 알까, 너의 기침 한 번 한 번이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언니, 슬슬 출출하지 않아요?"


"아, 이제 점심이 금방이구나."


우리 둘은 원래 아침을 가볍게 먹는다. 나는 이 곳으로 출근을 하느라 그러했고, 소녀는 원래 아침을 적게 먹었다. 조금 이르면 12시가 되기도 전에 배고픈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12시가 되기 전이다. 요리를 준비하다 보면 금방 12시가 지나니까 조금 먼저 준비해버리지 뭐.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음...그러고보니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놨다고 그러셨어요."


소녀의 부모님은 자주 해외에 가시기 때문에 식재료나 청소를 담당하시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래도 그런 재료는 잘 안 사두실 텐데, 왠일일까. 간만에 고기 좀 먹이라는 뜻일까. 스테이크를 할 줄 아니까 다행이지. 아니면 요리법을 찾아보면서 해야했을거야. 소매를 걷으며 부엌으로 향하니, 소녀가 뒤에서 슬쩍 따라왔다. 요리를 직접적으로 시키지는 않고 나르는 정도만 도와준다.


*


그럭저럭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을 샐러드를 완성하고 났더니 제법 잘 한 결과가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해본 스테이크 중에서는 제일 잘 된 것 같은데. 냄새가 향긋해서 그런지 출출한게 더 크게 다가왔다. 그건 소녀도 마찬가지인지 의자에 잽싸게 앉아있는게 우스웠다. 마주보고 앉아서 서로 인사를 건네며 식사를 시작했다. 미리 잘라준 고기를 한 조각 먹은 소녀와 내 표정이 동시에 풀어졌다.



"이건 내가 했지만 진짜 잘 됐다."


"정말 맛있어요."


"남기지 말고 다 먹어."


"언니도 많이 드세요. 이거 다 먹고 푸딩 먹어요."



밥도 다 안 먹었는데 후식 이야기 벌써 꺼내는 거 봐라. 어젯밤 티비에서 푸딩 이야기가 나왔나 보다. 내가 가고 한 시간 정도 홀로 있을 때 티비를 보니까...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왔나 보다. 그래그래, 대답해주며 고기를 입에 넣었다. 역시 삶의 희망은 고기야. 밥 먹을 때는 조용하고 주로 후식을 먹을 때 이야기를 하는 편인지라 잠시 정적이 일었다.


꼭꼭 씹어먹은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자 배부른 표정으로 등 뒤의 의자에 기대었다. 샐러드도 스테이크도 매우 만족스러웠고 양도 딱 좋았다. 슬쩍 귀를 쫑긋이는듯 은근히 나를 향한 고개가 빨리 후식을 재촉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볼이 붉어지는게 자기도 조금 부끄러웠던 듯 싶다. 의자에 일어나서 원하는대로 푸딩을 담아 숟가락과 함께 내밀었다. 오목한 접시라 숟가락이 접시 밖을 헤맬 일은 없었다.


"맛있다."


"많이 먹어."


"언니는 안드세요?"


"나는 배불러서."


너 먹는 거만 봐도 배부르겠다. 그런가보다 하고 행복하게 먹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볼이 붉어지고 잠깐 멈칫했던 소녀가 수줍은 듯 웃으며 내 손을 잡아 볼을 부볐다. 이 아인 천산가, 왜 하는 짓이 다 예쁠까. 이런 생각만 지금 몇 년째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한 손으론 푸딩을 먹고 다른 손은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잔망스럽다.


후식까지 다 먹고 난 다음엔 설거지를 한다. 그릇이 깨질 수 있으니까 설거지보다는 뒷 정리를 맡기는 편이었다. 식탁 위를 닦는다던가 하는 것들. 조심조심하면 소녀 혼자서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할거라면 금방 끝내고 쉬는게 좋으니까.


"근데 언니, 밖에 아직도 눈 오는거 같아요."


"정말?"


문득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걸 듣기라도 한건지, 바람이 거센건지... 먼저 알아차리고 말을 해주는 덕분에 설거지를 마치고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헉, 아침보다 더 많이 오잖아? 지금까지 이런 적은 거의 없었는데. 올해가 폭설 가능성이 많다더니 왜 이럴 땐 안 틀리고 적중하는거야. 이 상태가 저녁까지 지속된다면 나는 꼼짝없이 발이 묶이고 말판이었다. 어느 정도 눈이 쌓였는지 모르는 소녀가 내게 물었다.


"눈이 많이 왔나요?"


"으응, 대충 발이 푹푹 들어갈 정도로? 아까보다 더 많이 와서... 이따가 집에 못 갈수도 있겠다."


"정말요?"


저런, 어떡하죠? 하고 말하는 소녀의 표정이 어째 걱정보다는 기쁨을 꾹 참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너 지금 내가 자고 가야할 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 게슴츠레 눈을 뜨고 물어보니 화들짝 놀라 손까지 내저으며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혀 신빙성이 없는 거 알지? 내가 그냥 넘어가주는거야. 알겠다고 하고 뒤돌아서니 휴, 안도하는 듯 숨소리가 들렸다.



부엌을 나와서 오후의 첫 일정은 피아노였다. 정확히는 전자 피아노지만 아무렴 어떨까. 소녀의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셨기 때문에 해외로 많은 연주를 하러 다녔다. 그것의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앞도 안보이는데 곧잘 치는 것이 참 소리가 좋았다. 절대 음감까지는 아니어도 잘 듣는 편이어서 조금 느린 음악을 틀으면 금방 따라칠 줄도 알았다. 엄마의 재능을 가진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 곡에 푹 빠졌어요."


"으음? 이건... 게임 OST 아니야?"


"우연히 들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연습했어요."


꿈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일생을 바꿔놓는 어느 게임의 OST를 듣고 있자니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한 것이 게임이다보니 소녀가 게임은 전혀 접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접하기도 하는구나. 혹시 이 게임의 내용이 궁금하냐고 물어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히 재생된 거라서 처음으로 돌려 계속 다시 듣기만 했지, 곡 이름도 모른다고 했다.


곡 이름과 게임 이름을 알려주고 재생목록을 추가시켰다. 어디를 눌러야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외워서 알고 있을테니까 누르기만 하면 바로 볼 수 있으니 말만 해주었다. 대사를 잘 읽어주는 스트리머의 영상이니까 이해하는데에 무리는 없겠지. 내가 그러는 동안 같은 곡을 자기 마음대로 쳐보는 소녀의 뒷모습이 한없이 즐거워보였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게 분명했다. 슬그머니 옆에 앉아서 피아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슬쩍 바깥을 보았다. 아니, 하늘이 미쳤나....눈은 거의 무릎을 넘을 것 같이 쌓였다. 그런데도 계속 내리는 걸 보니 오늘 제 시간에 집에 가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 바로 출발한다면 모를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자고 가야할 듯 싶다. 그 말을 했더니 휙 돌아서서 얼굴을 쏙 감춘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다는데 왜 의구심이 생기는지 모를 일이었다. 옆쪽에 걸린 거울로 살짝 붉어진 얼굴이 보여서 그런가.



1. 자고 가면...ㅎ 무슨 일이 생길까...?

2.'소녀'는 진도를 더 나가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3. 한편 더 쓰면 끝난다 야호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 AD 함께하는 즐거움! 명품 BJ와 함께~ 운영자 25/10/24 - -
- AD 겨울 스포츠&레저로 활력 충전 운영자 25/12/22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63428 101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3276 121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2]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941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8699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337 40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20]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5568 72
1331450 공지 공지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0424 54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6752 13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3890 10
1873899 일반 어제 중계도 그저께 중계도 못 본 사람을 뭐라함... [5] 제대로보는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3 33 0
1873898 일반 하스동) 104기 5화 보는중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9 21 0
1873897 일반 ㄱㅇㅂ) 새해 두 번째 아침이 밝았대 [3] 아르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9 17 0
1873896 일반 아니 ㅅㅂ 19위 뭐냐? [3]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7 66 0
1873895 일반 한국에는 아마오리 대지코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을까요? [3] 군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6 66 0
1873894 일반 레즈특) [1] 백악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2 51 0
1873893 일반 멜론북스 랭킹 ㅇㅇ(211.216) 07:18 44 0
1873892 일반 스포) 셰리한나 어흐어흐 푼제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38 2
1873890 일반 19위 대흥갤이라니 물먹는관엽식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 23 0
1873889 일반 일어났는데 백갤 대흥갤 19위 뭐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57 37 0
1873888 일반 마재 짤이 부족하니 이제 ss봐야하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9 20 0
1873887 일반 대흥갤 안녕~~좋은 아침이야 [1] 아삭AS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7 31 0
1873886 일반 어제 일본가서 산것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6 46 0
1873885 일반 레뷰 게임 그건 언제나와ㅏ [4] Emame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4 56 0
1873884 일반 수마코믹스 배송한참걸리네 백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45 0
1873883 일반 ㄱㅇㅂ) 공앱 삭제하면 검색목록 날아가나?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 69 0
1873882 일반 이거 혹시 아는 사람 있니 [4] liliacea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0 65 0
1873881 일반 아니 19위 뭐야 liliacea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54 39 0
1873880 일반 PC갤질 기준 첫페이지 마지막글 1시간 40분 전...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44 91 0
1873879 일반 장발 에마<<그냥 마녀임 [7] 계속한밤중이면좋을텐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7 104 1
1873878 일반 백하백하 [6] 베어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3 43 0
1873877 일반 ㄱㅇㅂ)아니 뭐여 왜 대흥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83 0
1873876 일반 진심 와타나레 재탕할때마다 [1] persic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78 0
1873875 일반 이름도기억안나는 시퍼런머리가 대문을 차지했을 때 [14] ㅇㅇ(180.64) 05:24 455 12
1873874 일반 확실히 백갤 대흥갤 되고 인생이 달라졌다 [2] 착한말만쓰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120 8
1873873 일반 히키코마리 원작 재밌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45 0
1873872 일반 아니 순간 셰리한나인줄 알았네 ㅋㅋ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100 0
1873871 일반 사사코이 봤는데 음해가 심했네 [4] ㅇㅇ(210.100) 05:11 76 0
1873870 일반 시이나타키인성논란 [13] 연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113 1
1873869 일반 나여 대흥갤 [11] 끵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109 1
1873868 일반 로프터보면 딱하나 불편한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34 0
1873867 일반 와타나레 만세 [1] ㅇㅇ(222.108) 05:08 46 0
1873866 일반 1화부터 다시 보니까 마이가 덮친게 정상인거같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69 0
1873865 일반 대흥갤에 듣고있는 노래글 [2] Emame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54 0
1873864 일반 이갤 대흥갤 든거 처음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45 0
1873863 일반 마여 최최종에 달린 설레발들 [9] Chi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81 0
1873862 일반 아니 와타나레 라프텔 방영분 14화 엔딩 크레딧 뭐냐 [2] Roxi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4 64 0
1873861 일반 19위 기록은 2기가 나오면 깨질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70 0
1873860 일반 와 시발 순위 뭐야? 대흥갤 뭐냐고 [1] ㅇㅇ(222.108) 05:00 40 0
1873859 일반 뭋냠떳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9 29 0
1873858 일반 테렌이 대백갤의 중심을 지키고 있어요 [2] BrainDamag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7 6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