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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하나]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ㅇㅇ(14.43) 2019.06.08 14:07:32
조회 880 추천 23 댓글 5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 문장이 마음에 박혀든다. 하나는 문득 고개를 든다. 이제는 세상의 반만 보이는 시선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꽃을 본다. 사각형의 프레임 속 유리창에는 제가 비치고, 손에 든 편지가, 또 그 너머 봄꽃이 비친다. 각기 다른 곳에 있는 것들이 그 안에 모두 담기는 것이 새삼 신기해 한참을 그러고 본다.


하늘이 맑다. 봄비가 조금씩 부슬이던 것도 잠시, 하늘이 맑다. 기다리는 이가 있다. 깨어난 이후로 하나는 기다리는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 다시금 손에 든 문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참으로 그러하다. 하나는 정말이지 그만치 사랑스러운 이를 본 일이 없다. 10대의 풋사랑도, 20대의 첫사랑도 이렇게 사랑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는 그때의 사람들에게 미안한 동시에 고마웠다. 나는 그 사랑에 자랐고, 그래서 그만치 사랑스러운 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었으므로.


손끝으로 지면을 더듬는다. 만져질리 없는 문장에 손가락이 베일 듯 하다. 아릿한 감각이 든다. 하나는 편지을 접는다. 동시에 약간 어두워진 귀 대신 예민해진 감각이 문 너머에 누군가를 알아챈다.


문이 열린다.
아나 아마리다.


"사령관님."
"되었다. 이제 은퇴했는데, 사령관 소리는."


아마리가 손에 들린 봉투를 하나에게 안긴다. 하나가 빙긋 웃는다. 봉투 속에는 그렇지 않아도 까만 세상의 반을 가려줄 물건이 있다. 얼핏 보면 아마리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 있다.


"시커멓네요."
"내가 볼땐 니 속이 더 검고."


하나가 열없이 웃는다. 딱히 반박은 하지 않는다. 등에 힘을 푼다. 아나 아마리는 속으로 혀를 찬다. 그렇잖아도 가벼워 날아갈 것 같던 애가, 저 부질없는 표정이라니.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났는데 어째 꼴도 보기 싫었던 것들이 더 자주 보이누. 그녀는 근처에 있던 1인용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하나가 입가를 어색한 듯 문지른다.


"소식은 없나요?"
"...수색 중이야."
"......"


수색이 벌써 5일째 접어들었는데. 하나가 가만히 날을 센다. 오늘로 5일째가 맞았다. 아마리는 이어 몇몇의 소식을 전했다. 하나는 맞장구를 친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날을 센다.


부상 당한 사람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지?


아니, 부상을 입긴 한 걸까. 어쩌면 무사한 모습으로, 단지 지하 깊숙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직 발견을 못한 걸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사실 하나는 알 수가 없다. 그 사람의 마지막을 확인한 것이 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습 경보가 울렸을 때 하나는 의무실에 있었다. 다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손에는 편지를 들고서. 언제 건네줄지,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울지 고민하면서. 그 사람은 하나를 보며 늘 그렇듯이 팔을 벌렸고 하나는 그 품에 안겼다. 둘만 있는 의무실에서 때때로 웃고, 장난도 쳤고, 애정어린 키스도 했다.


하나는 몇 번을 망설였다. 지금? 아니면 다음 외출 때? 레스토랑을 빌리는 정석 같은 프러포즈가 좋을까? 하지만 저번에 같이 본 영화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프러포즈를 한 주인공이 좋다고 했는데. 그래서 이렇게 편지도 썼다.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당신이 내게 해 준 것처럼, 솔직하게.


그 사이 그 사람은 어쩐지 어색한 하나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눈치챘던 모양이었다. 하나를 다시 품에 안은 그녀가 순식간에 편지를 가져갔다. 어어,하다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하나가 바둥바둥 편지를 되찾으려 했지만, 그 사람이 짓궂게 웃어 버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편지를 내주었다. 차라리 일찍 내 손으로 줄걸. 멋없다 진짜, 하고 속으로 제 탓도 했다.


그 순간 울린 쨍한 경보음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굴이 굳었다. 조심해요. 박사님도요. 열어보지도 못한 편지는 그 사람의 품 속으로 들어갔다. 비전투인원들과 의무병들이 먼저 퇴각하고, 하나는 전선 구축에 앞장섰다.


모두가 방심하고 있었다. 전쟁의 종결이 선언된지 1달이 지난 지금, 예전보다 급박한 호출이 줄었고, 마음도 느슨해져 있었다. 고작 카메라 앞에서 글자 몇개 읽는다고 진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닌데도.


지부 몇 군데가 동시에 공격받았다. 서로 연락망이 얽힌 곳이어서 지원 요청에도 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건 습격이 시작된지 10분이나 흐른 뒤였다. 이미 피해가 나기 시작한 때였다.


후방에서 터진 폭음에 하나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거기서부터는 기억이 없다. 눈을 떴을 때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본부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는 동안 들리는 소식에, 하나는 제가 살아있는게 용하다 싶었다. 기지의 반파. 다수의 희생자와 부상자. 책임자의 사퇴. 그리고 실종...


의무관들이 퇴각하며 부상자들을 옮기는 사이 그 근방으로 포탄이 터졌다. 몇은 폭발에 휩쓸리고 몇은 간신히 퇴각로에 올랐다. 그리고 나머지, 부상자 1명과 그 사람을 포함한 의무관 2명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앙겔라. 앙겔라 치글러. 사랑스러운 사람. 당신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으면 어떻해. 편지를 가져갔으니 대답을 해주어야지. 이제 하나에게 남은 것은, 몇 번이고 고쳤던 흔적이 있는 실패한 편지들뿐이었다. 눈의 반이 실명된 것도, 다리 한 쪽을 아직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것도 별로 상관이 없었다.


앙겔라가 여기에 없다.

지독하게 현실감이 떨어지는 문장이었다.


아마리는 하나의 기계적인 대답을 눈치챘다. 한숨을 가볍게 삼킨 아마리가 그걸 지적하는 대신 좀 더 희망적인 말을 했다.


"내일이면 지하로 작업이 들어간다더군. 설계상 지금까지 작업한 곳들 중에 공간이 가장 넓은 곳이니까, 아직 발견 못한 이들도 대부분 거기 있을 거야."
"......"
"하나."


타이르듯이 어르는 말에 하나는 아마리의 얼굴을 꼼꼼히 살핀다. 친한 사이였을 텐데, 어쩌면 나보다도 속이 상할텐데.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저 얼굴은 사령관이라는 자리가 만든 것일까. 아니면 군인이라 그런 것일까. 그게 아마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른다. 저번에는 감정을 못 이기고 화를 내버렸다. 결국 병문안을 온 맥크리를 쫓아버렸다. 그는 애써 위로하는 말과는 달리 눈에서 이미 포기한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하나가 괴로운 것은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들이었다면 이 실종에 희망이 거의 없다는 걸,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앙겔라 치글러였다. 다른 이도 아닌 앙겔라였다.


하나는 군인이 될 수 없었다. 


"......"


하나는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아마리가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느껴졌다. 못났다. 정말로 못난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발."


부탁이니 내 곁으로 다시 와 줘요, 앙겔라.
점점 더 내가 아니게 되는 거 같아.



**



정말, 누가 더 사랑스러운지.


앙겔라는 속으로 불완전한 편지의 내용을 곱씹었다. 깜깜하고 폐쇄된 이 공간에서 앙겔라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손에서 바스락거리는 이 종이 한 장 덕분이었다. 건너편에서 들리는 숨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다가 어느 순간 한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린다는 걸 알아버린 그 때. 앙겔라는 간절하게 빌었다.


그와 내가 미치지 않기를.


몇일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번갈아가며 잠을 청했고, 그 사이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는 것만 알 뿐.

포탄이 터질 당시 앙겔라는 마지막 헬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 발 앞서 공격을 눈치챈 동료가 아니었다면 앙겔라도 폭발에 휩쓸렸을지도 몰랐다.  지하 창고로 급하게 피신하자마자 곧 굉음과 함께 입구가 함몰되었다. 엄폐물 삼은 책상 밑에는 앙겔라까지 있을 자리가 없어 급하게 다른 쪽 벽 모서리로 달린 순간, 지하의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정신을 차린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축축함 때문이었다. 배관이 터졌는지 수돗물이 벽면을 타고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동료와 부상자도 무사했다. 아니, 무사했었다...

그 둘과 앙겔라 사이에는 콘크리트 잔해로 막힌 것 같았다.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아 온통 시커먼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알아낸 사실이었다. 곧 구조대가 도착할 거란 희망 속에 그들은 어둠을 버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는 괜찮았다. 부상자의 숨소리가 멎기 전까지는. 앙겔라는 차라리 자신이 불침번을 서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료는 앞으로 몇시간 정도는 더, 평온한 시간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체감상 교대하기로 한 시간은 한참 지났지만 앙겔라는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거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좀 더 순식간에 끝날 줄 알았지. 앙겔라는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혔다. 머리 뒤로 단단한 벽이 느껴졌다. 몸에 힘이 없다.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수돗물로 수분은 조금씩 보충했다지만 음식이 들어가지 못했으니.


유언장에 무슨 말을 했더라. 종전 직전에 고쳐쓴 유언장이었다. 하나를 만난 후 처음으로 고쳐 쓴 것이기도 했다.


......하나. 아, 하나.


몇번이고 만졌던 품 속의 편지를 매만졌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색하게나마 입매가 휘었다.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한껏 붉어진 얼굴이나, 그녀가 좋아하던 것들, 그리고 어느 주말의 아침도. 앙겔라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든 하나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조용히 자리에서 빠져나와 유언장을 고쳤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군인이었다. 최전방에 서는 그들에게 있어 유언장을 쓰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늘 뒤를 생각해야 했으니까. 앙겔라는 거기에 하나를 적었다. 조금이나마 자신을 기억해주었으면 했으므로. 그리고 언젠가 깨끗이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그 애는 미래를 약속하려 했다. 유언장 대신 편지, 어설픈 독일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이가 앙겔라의 눈 앞에 있었다. 의무실에서 둘만 남으면 으레 그렇듯이 하나를 품에 안으려 할 때 앙겔라는 이미 알고 있었다. 라인하르트의 주위를 뱅뱅 맴도는 그 애를 봤었다. 그 애의 방에서 쓰다 만 독일어 편지들이 침대 밑에 굴러다니는 것도 봤었다. 이제는 다 자란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꼭 그렇게 어설픈 구석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저처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비록 품 속의 편지는 보지 못했지만, 침대 밑에서 구겨진, 미완성의 그 구절들로도 앙겔라는 충분했다. 실은 편지를 받고, 열고, 그래서 전부 읽고나면, 곧장 반지를 건네줄 생각이었다. 아마 지금쯤 앙겔라의 사무실 책상 서랍 가장 아래쪽에 있을테지. 각자의 탄생석이 작게 박힌 솔리테어링이었다.


그걸 당신에게 건네주고 싶었다. 한번쯤은 앞을 보고 살아 보겠다고, 거기에 함께 해 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치글러, 깨어 있어?"
"…네."
"내가 좀 오래 잔 것 같은데, 슬슬 교대하지. 그리고 미안한데 당분간은 너랑 나랑 교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이 친구가 지금 상태가 좀 별…"


텁텁한 말소리가 거기서 끊겼다. 앙겔라는 눈을 감았다. 어차피 어두운 밤. 차라리 눈을 감으면 그리운 이라도 볼 수 있다. 



**



"반장님, 안쪽은 완전히 막혔는뎁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들어내야 할 것 같슴다."
"거 진짜..."


작업 반장은 잘근거리던 담배를 퉤, 뱉었다. 비가 아까부터 추적추적 내려서 가뜩이나 약한 지반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는 통에 신경이 날카로웠다. 이 근방은 포탄으로 인해 한번 땅이 뒤집어진 상태라, 비가 오면 물이 쉽게 스며들어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씨발, 그러니까 여기부터 작업하겠다고 한 거라고!'


D구역에서는 최대한 작업율을 올리라는강압적인 지시에, 주변 정리만 하다 이 사태가 벌어졌다. 수습 범위만 넓힌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었다. 이러다 땅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반장은 땅에 침을 뱉었다.


대책본부 구석, 누군가 켜놓은 TV에서 다시 정각 뉴스가 흐른다. 뉴스에서는 같은 보도자료를 몇번이나 우려먹는 건지. 또 오버워치 사건의 영상이었다. 이어 부상자, 실종자, 그리고 사상자 수가 집계되어 화면에 크게 적혔다.


몇 장의 사진도 띄워졌다.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진 요원들의 사진이었다. 그 중 한 명과 엉겁결에 눈이 마주친 그가 착잡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 씨이발. 진짜. 저놈의 미디어 때문에 우선 구조 지역이 밀렸다. 달가울 리가 없었다.


"전부 입구 쪽으로 모이라 그래! 저 밑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작업해라. 근방에서 포탄 피해가 있었다니까 그거 피하겠다고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어. 장비팀한테는 철근 더 공수해오라고 요청하고. 그리고 장비 위치 파악 다시해! 장비 무게 때문에 더 무너지면 너희도 죽는거다!"
"예!"


뉴스는 아까 사진이 띄워진 화면 그대로다. 반장은 잠시 그 사진들을 살피다 TV를 꺼버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 듯 했다. 그는 잠시 입술을 짓씹다가 결국 본인의 작업복을 가지러 뛰어들어갔다.



 [...다음 소식입니다. 습격으로 인해 부상당한 요원들이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고 합니다. 사건 직후 일주일째인 오늘 오후 3시 경, 첫 퇴원자가 병원을 나섰고....]



**



"더 누워있어라, 꼬맹이."
"다 나았어요."


하나가 어설프게 상의에 팔을 끼우는 것을 보며 맥크리가 미간을 좁혔다.  병원이라 잠시 손에서 놓은 시가가 그립다. 더럽게 말 안는 꼬맹이 같으니라고. 맥크리가 허전한 손을 쥐고 삐딱하게 섰다. 말을 고를까 싶다가도, 꾸역꾸역 옷을 갈아입은 저 녀석은 순한 말로는 듣지도 않을 것이 뻔했다.


"너 안가도 작업은 진행해."
"압니다."
"너 가 봤자 오히려 거기서 방해라고, 꼬맹이. 거기 지금 기자가 얼마나 득실득실한지 알아? 그거 막는다고 성한 애들 가 있는 것도 아냐고. "
"그래서 막긴 했고요?"


순간 말문이 막힐 뻔 했으나 맥크리는 유연하게 입을 열었다. 변명이라 하더라도 우선은 이 녀석을 막는게 우선이었다. 지금 기자들 앞에서 하는 말이 어떤 식으로 변해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병원에 있는게 더 나을 것이다.


-앙겔라가 죽어서 발견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냉정하다 못해 속이 시린 생각이었다. 그러나 눈 앞의 이 녀석이 그걸 발견하는 건, 현장에서 채 수습이 되지 못한 전우를 날 것 그대로 보게 되는 건 더 끔찍한 일이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맥크리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막았으니까 작업 들어간거 아니냐."
"제시."


하나는 제복의 마지막 단추를 잠궜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가만히 앉아있을 이유가 되진 못했다.


"기자들 제대로 못 막고 있는거 알아요. 무작정 정보 통제하는 것도 슬슬 한계잖아. 다른 먹잇감을 던져 줄 때도 됐죠. 그래서 간다는 거고."
"...네가 할 필요는 없어."

"아저씨 말대로 구조작업에 난 방해가 될 뿐인거 압니다. 근데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내가 미칠 거 같고."


게다가 앙겔라는 살아 있을테니까. 그 사람 맞으러 가는 거에요, 저는.


"야."
"경력이 아저씨나 사령관님의 반토막도 안되는 애새끼라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난 포기 못하겠는데, 어떻하라고."


살아있을 거라며 하나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어버린다. 불안정하게 기운 몸을 목발로 지탱하며 맥크리를 지나쳤다. 그는 결국 손가락 사이에 시가를 찾아 끼웠다. 병원이라서, 뭐. 어쩌라고. 엿같은 세상이었다.



**



"1차 통로까지 진입 다 됐습니다!"
"위에 천막 다 씌웠냐. 모자라면 본부 천막이라도 뜯어가서 써! 빗물 내리는거 최대한 막아!"
"반장, 밖에 기자회견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는뎁쇼.."
"아, 씨발! 뭔 미친소리야! 꺼지라 그래!"


눈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거칠게 훔쳐낸 반장이 소리를 질렀다. 방금까지 밖에서 지휘를 한 탓에 흠뻑 젖은 그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수화기를 든 인부가 난감한 듯이 눈을 굴렸다. 그가 이리저리 말을 돌리더니 전화를 끊는다. 그러기가 무섭게 전화 소리가 다시 울리자 인부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험악한 소리가 잇새로 흐르는 이도 몇몇 있었다.


"...반장 바꿔 달랍니다, 본부 소속이라는데."


총대를 매고 전화를 받은 그가 묘한 표정으로 예,예 거리더니 반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한창 지시를 내리던 반장이 수화기를 부술듯이 집어들었다.


"바쁘니까 전화하지 마십쇼. 기자회견이고 나발이고 그건 내 알바가 아니-"
[바쁘신거 압니다. 신경쓰지말고 하시던 일 계속하라고 전화드렸고요.]
"...예?"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말을 잇댄다. 아마 상황을 묻는 전화는 계속 올겁니다. 사람 하나 보내드릴테니 괜한 인력 전화 받는데 쓰지 마시고요, 밖에서 기자회견하는거 참석 안 하셔도 됩니다. 누가 뭐라 하면 제가 지시한 거라고 하세요.


"아니, 뭔... 뉘신데 그러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시간마다 상황을 전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도 아까운 참이었다. 가시적인 결과를 내라는 무언의 압박에 점점 짜증나는 참이었는데, 그걸 다 막아주겠다니 고맙긴 하지만.


[저 송하납니다.]

"......"


반장은 입을 턱 막았다. 헉 소리가 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화이트 보드에 걸린 여러 장의 사진에 눈이 갔다. 이미 구출된 대원, 죽은 채 수습한 대원,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


아무리 쉬쉬 한다 해도 암암리에 도는, 본부 소속의 대원들의 소문까지는 막지 못헸다. 반장도, 구출팀도 오버워치 소속이었다.

하물며 의무관과 돌격대장의 그 유명한 스캔들을 모를리가.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 좀 찾아주세요.]
 
반장의 침묵에서 무엇을 읽은 것인지, 그렇게 말하는 돌격대장의 말이 쓰게 들렸다.


[밖의 일은 제가 책임질테니까, 제발.]


반장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장담할 수 는 없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해 줄 수 있었다.


"뭐해, 새끼들아! 빠져있지 말고 당장 튀어나가서 마무리해!"
"예!"
[......]


전화를 끊기전에 반장은 바람빠지는 듯한 한숨을 들은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비는 뭣같이 쏟아지는 현장에 다시금 환한 라이트가 켜졌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거의 몇달만에 글쓰는데 아직도 미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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