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치사토 선배, 빨간 토끼 이야기 알아요?”

치사토는 후배인 타에의 질문에 싱긋 웃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마주치고는 동행한지도 벌써 10여분이나 흘렀는데 치사토는
아직 타에의 대화법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의
이야기 주제는 기타와 베이스의 차이였는데 그 얘기는 어디로
간걸까?


“무서운 이야기니?”

“옷짱은 안무서워했어요.”

역시 모르겠어. 치사토는 아이돌답게 남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타에의 얼굴이 너무나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표정이었기에 그녀는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한 번 해 봐.”

그런 치사토의 답답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타에는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옛날옛적에 빨간 토끼 부부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남편 토끼가 집을 나간 거에요. 남편을 찾아 나선 아내 토끼는
길을 가다가 파란 토끼를 만났어요.

<파란 토끼님, 파란 토끼님. 제 남편을 못 보셨나요?>
<나랑 하룻밤 자면 가르쳐주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건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잠시 당황한 치사토였지만, 건강한(?) 여고생이 어느정도 야한 이야기를
하는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타에의 이야기를 계속 경청했다.

“하룻밤을 잔 아내 토끼는 다시 길을 가다가 이번엔 노란 토끼를
만났어요.

<노란 토끼님, 노란 토끼님. 제 남편을 못 보셨나요?>
<나랑 하룻밤 자면 가르쳐주지>

남편을 찾아 돌아온 빨간 토끼는 이윽고 아기 토끼를  낳았어요.
이 아기 토끼는 무슨 색이었을까요?”

난센스 퀴즈구나. 치사토는 모처럼 퀴즈를 꺼낸 후배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적당한 답을 골랐다.

“글쎄, 무지개색 아니니?”

“땡! 틀렸어요.”

“그럼 무슨 색인데?”

치사토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질문에, 좋은 향기를 날리는
긴머리의 미소녀 후배는 치사토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랑 하룻밤 자면 알려드릴게요.”

여기서 문제. 다음 중 치사토가 타에의 말에 넘어가 그녀의 집에
따라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은?

1. 귀여운 토끼 잠옷을 가지고 와 같이 입자고 하는 순진한 후배
2. 발정기를 맞이한 토끼마냥 달려들어 선배를 덮치는 후배
3.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공포스런 색깔의 토끼가 낳은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