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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5.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18 21:01:56
조회 680 추천 24 댓글 9
														

1. 2. 3. 4.


 5. 다시 한 번 마음 부딪히기.


 감자튀김을 먹는 것은 좋아했지만, 그걸 달달한 케첩에 찍어먹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니었다. 토모에는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여러모로 염분이 많이 빠져나간 날이니까, 제대로 보충을 해줘야 했다.


 스트레스는 먹는 것으로 푼다. 그것마저 좋아하는 사람과 닮았다니, 토모에는 자신이 조금 끔찍하게 느껴졌다. 오늘 모카의 말대로, 나는 히마리가 없으면 정말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감자튀김은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또 햄버거가 들어갈 정도는 아니어서, 토모에는 트레이도 반납하지 않고 그냥 멀뚱멀뚱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간은 이미 밤을 넘어 심야를 달려가고 있었지만, 토모에는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밤의 맥도날드에서 긴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늦는 것에 대해 토모에는 별 다른 불만이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질 자격이 없었다. 이미 밤이 다 된 시각에 충동적으로 그녀를 부른 자신의 잘못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전화를 했을 때에 이미 9시가 막 넘어간 시간이었다. 자신보다 한 학년도 더 높고, 연예인이라는 직업 덕에 해결해야 될 것도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흔쾌히 나와 주겠다고 말했다. 토모에는 선뜻 건넨 부탁이 그리 쉽게 들어질지는 꿈에도 몰랐다.


 단 그녀도 내건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스케줄이 다 끝날 때까지 좀 기다려달라는 게 그녀의 조건이었다. 처음엔 토모에도 별 생각없이 그러겠다며 답을 주었지만, 그 간략한 조건은 토모에를 열한시 넘어서까지 이곳에 붙들리게 했다. 기억을 더듬어 잘 생각해보니, 분명 오겠다고는 했지만 ‘일찍’ 온다는 말을 그녀는 하지 않았다.


 토모에는 대놓고 성격이 불같아서,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그러나 먼저 만나자며 말을 꺼낸 사람도 그녀였기에, 꼼짝없이 와야 할 그 사람을 기다려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제가 멋대로 한 부탁이니, 쉬이 불만을 가질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토모에는 참고, 참고, 참고 또 기다렸다. 그러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토모에가 기다리던 ‘그녀’도 열린 자동문을 넘어 패스트푸드 점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늦은 심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울리지도 않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리를 구석에 잡아둔 터라, 토모에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보였다. 그녀도 토모에의 팔을 봤는지, 이윽고 빠른 발걸음으로 토모에를 향해 다가왔다.


 “집에는 갔다 오지.”


 그녀... 아니, 시라사기 치사토는 의자를 끌어 앉으며 말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도 여전히 하네오카 여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토모에의 모습이 영 그런 듯 했다.


 “많이 기다렸어?”


 “좀.”


 치사토의 말에 토모에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조금 불퉁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토모에치고는 꽤 순순한 답변이었다. 일단 자기보다 상급생이고, 명목상으로는 부탁이지만, 이쪽이 숙이고 들어가는 입장이니 토모에는 최대한 제 마음을 자제하려 했다.


 “좀 더 많이 기다려야 되는데, 난 토모에를 몇 주 동안 기다려줬으니까.”


 그러나 치사토는 아쉬운 목소리로 토모에의 속을 더 긁어내렸다. 그러나 자신이 대답을 질질 끈 것도 명백한 사실이라, 토모에는 좀처럼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분명 선배고, 분명 저보다 사회적 위치도 뛰어난데, 왜 이렇게 개기고 싶은지 모르겠다.


 “뭐라도 먹을래? 내가 살게.”


 “이런 시간엔 뭐 안 먹어. 그리고 후배한테 얻어먹을 정도로 궁하지도 않고.”


 토모에가 카운터를 가리키며 말했지만, 치사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점은 역시 여배우구나 싶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는?”


 알면서도 대답을 재촉하는 것이, 치사토 선배답다면 치사토 선배다웠다. 싱긋, 웃는 그 모습은 천사처럼 느껴지지만, 그 웃음 뒤에 뭔가를 숨긴 모습이라 생각하니 악마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치사토 선배한테는, 직접 말해주고 싶어서.”


 토모에는 짐짓 헛기침을 한번 하고 조금 더 진지한 목소리로 답을 주었다. 말을 꺼낸 그녀의 표정에는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그러나 미지의 영역에 다가서는 일은 항상 설렘만큼 두려움도 컸다.


 “치사토 선배가 말한 연극, 한번 해볼게!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호기롭게 말한 것 치고는 끝이 흐렸지만, 그래도 토모에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뜻을 더욱 확고히 하는, 이제는 정말 낙장불입인 그러한 말을 토모에는 하고야 말았다.


 막상 어렵게 꺼낸 말이었는데도, 제 앞에 있던 치사토는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너에겐 선택사항이 없다는 것처럼, 으레 들어야 할 것을 들었다는 것처럼 너무나도 평온한 반응이다. 괜히 토모에만 뻘쭘해져 무언가 더 말을 덧붙이려던 찰나, 치사토는 들고 온 에코 백에서 눈에 익숙한 종이뭉치 하나를 꺼냈다.


 “무르기 없기야, 토모에.”


 치사토는 탁자에 올려둔 종이뭉치를 토모에에게 밀어보였다. 종이뭉치 가운데 상단에 선명하게 박힌 제목.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파리스.’


 “너의 그 말을 기다렸어.”


 그제야 치사토는 환히 웃어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시라사기 치사토의 얼굴이 티끌 하나 없는 맑은 모습으로 보였다. 괜히 연예인은 아니구나 싶은, 그러한 미소.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재빨리 종이뭉치를 들었다.


 “그나저나 역시 평범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니구나.”


 대본을 든 토모에는 화제를 돌렸다. 어레인지를 가했다는 시점에서, 평범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모에의 역할인 ‘파리스’의 이름이 이리 대놓고 박혀 있을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시연할 연극은 조금 더 특별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야. 아무래도 2인 주인공 체제에서, 3인 주인공 체제로 바뀌었으니까.”


 대본에 적힌 등장인물의 순서도 딱 세 번째였다. 로미오, 세타 카오루. 줄리엣, 시라사기 치사토. 파리스, 우다가와 토모에. 토모에는 가지고 있던 볼펜으로 제 이름에 밑줄을 그어놓았다. 연기해야할 대사나, 중요한 장면들은 모두 밑줄을 그어놓을 생각이었다.


 “토모에, 로미오와 줄리엣 원본은 읽어봤지?”


 “최근에 읽었어. 근데 파리스가 이렇게 큰 비중을 가질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치사토의 질문에 읽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한 토모에였다.


 “그러니까 어레인지지. 셰익스피어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재구성되고 있어.”


 괜히 대문호가 아니야, 하고 치사토는 덧붙였다. 그러나 토모에는 솔직히 셰익스피어고 나발이고, 그냥 모르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여배우 치사토와 여고생 토모에의 평범한 입장 차이였다.


 “연극부의 반발이 있을지도 몰라. 파리스 백작은 주연이니까.”


 치사토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네오카 여학교 문화제의 연극은 지명도가 꽤 있다. 규모가 학생 연급답지 않게 워낙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올해는 세타 카오루의 첫 주연작이라 업계인들의 발걸음이 더 몰릴 예정이었다. 게다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터라, 연극은 더 성대하게 벌어질 연극일 터였다. 게스트로 타학교의 학생인 시라사기 치사토 또한 부르지 않았는가.


 그럼 당연히 파리스란 배역에도 사람이 몰릴 터였다. 원칙대로라면 연극부의 부원이 차출되어야 하겠지만, 치사토의 입김으로 그 배역을 토모에가 떡하니 차지해버렸다.


 누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뺏어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막상 하겠다고는 했지만 토모에도 부담감이 더욱 막중해졌다.


 “노력할게.”


 그러나 지금 토모에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노력, 노력, 또 노력뿐이었다. 항상 해왔을 뿐이었던, 그러한 노력.


 “노력만 해선 안 돼, 잘해야지.”


 그러나 치사토는 토모에를 향해 냉정히 말했다.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게 세상이라면, 그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시라사기 치사토란 사람은 타인의 노력을 비하하진 않았지만, 그보단 타고난 재능을 더욱 쳐주었다. 부디 우디가와 토모에에게도 그러한 재능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어설프게는 안 해.”


 토모에. 네 안에 있는 게 무엇이든, 난 그걸 철저히 짜내어 너를 무대에 올려 보이겠어. 치사토는 자신의 마음을 다듬으면서, 웃는 낯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녀의 속 안에선 이미 불이 화륵, 하고 달아올랐다.


 “오히려 바라던 바야.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된다는 게 내 모토거든.”


 그것을 꿈에도 모를 토모에는 감자튀김을 입에 집어넣으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토모에의 상쾌한 태도에 치사토도 입가에 미소를 더욱 진하게 걸었다. 학교는 다르지만, 치사토는 이 싹싹한 후배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토모에 연기도 봐줘야 되겠고... 이번 일 배로 늘려버렸네, 이건 좀 후회된다.”


 치사토가 들고온 대본 하나를 탁, 탁, 가지런히 정리해 가져온 에코 백에 넣었다. 어찌 보면 일을 저가 만든 셈이니, 자업자득이긴 했다.


 “요즘 좀 바쁜데...”


 “그렇게 피곤하면 제안이 들어왔을 때부터 거절했으면 됐잖아?”


 토모에도 크로스백을 어깨에 메고, 트레이를 들었다. 아까부터 집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고, 치사토와도 만났으니 슬슬 집에 들어가야 했다.


 “카오루의 부탁이니까.”


 치사토의 입에서 세타 선배의 이름이 나왔다.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을 들으려니, 토모에는 다시 한 번 속이 비틀렸다. 하여간 이 여자고, 저 여자고, 세타, 카오루, 세타 선배, 카오루 선배, 왕자님 등등.... 제 속을 얼마나 뒤집어야, 저 이름이 안 들릴 날이 올까?


 “치사토 선배, 세타 선배를 엄청 좋아하네.”


 그게 왠지 심술이 나, 토모에는 그걸 한번 비꼬았다. 고의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악의가 한층 느껴지는 비꼼이었다. 솔직히 토모에도 말을 하고 좀 놀랐다. 본인이 이렇게 좀스런 구석이 있었을 줄은.


 “뭐해, 안 가고.”


 분명 함께 나온 것 같았는데, 치사토는 여전히 점내 안에 있었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표정은 어디가고, 한껏 굳은 표정이다. 치사토는 저보다 한 뼘은 더 큰 토모에를 향해 다가갔다. 교복 어깨자락에 닿을락말락한 치사토의 얼굴. 토모에는 왜 그러냐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였지만, 치사토가 그대로 검지로 토모에의 명치를 쿡, 쳤다.


 “너, 그 말 내 앞에서 금지야.”


 세타 선배도 없건만,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게 웃겨서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픽, 지었다. 그러나 치사토는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여전히 인상을 굳히고 토모에를 노려보았다.


 “너야말로 조금 갑작스러운 거 아냐?”


 치사토의 공격적인 어투에 토모에는 당황스러웠다. 저가 좀 짓궂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카오루 선배의 이야기가, 이리 마음을 건드릴 정도로 그렇게 민감한 주제였나.


 “갑자기 이렇게 연기를 하겠다고 한 건, 좀 이상한데.”


 그러고 보면 왜 하겠다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애프터글로우의 이야기까지 해주려고 했었는데, 그러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야기의 타이밍이란 건 참 신기하다. 한번 놓쳐버렸을 뿐인데, 그 순간이 아닌 이 순간엔 이리 말을 하기 껄끄러울 수가.


 “그냥, 요새 시간이 좀 남아서.”


 그래서 토모에는 그냥 그렇게 얼버무렸다. 평소의 큰 목소리가 아닌, 개미가 구멍에 기어가듯 작은 목소리였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쓸데없는 뒤꽁무니까지 모두 보여주었다.


 “뭐야.”


 토모에의 말을 들은 치사토의 표정에도 얼이 빠졌다. 그러나 이윽고 무언가를 생각해냈는지, 치사토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토모에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잽에 방어하려 했지만.


 “있을 곳이 없어졌다, 그거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내지른, 노출시킨 약점을 그대로 노린 스트레이트였다. 있을 곳이 사라졌다는 그 말이, 토모에를 정통으로 멕여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있을 곳을 걷어 차버린 게 토모에 자신이었으니까. 그게 너무나도 찔려오고, 후회돼서, 그녀는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한 방 먹인 것에 만족했는지, 치사토는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우다가와 토모에는 잘 몰랐지만 시라사기 치사토란 사람은, 원래 가만히 당하고만은 절대 못 사는 사람 이었다.


 “치사토 선배.”


 토모에의 목소리도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래도 화가 좀 많이 난 모양이다. 좀 더 만화적으로 표현하자면, 토모에의 이마에 핏줄이 빡 서버렸다.


 “선배야말로, 애프터 글로우 이야기 금지예요.”


 그렇게 말하고, 토모에는 재빨리 귀갓길을 향했다. 밤길이라 그런지, 걸어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치사토 선배에겐 조금 무례를 범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타학교 선배고, 뭐고 그대로 하극상 각이었다.


 “토모에!”


 괜스레 짜증이 나, 누군가 버린 캔을 발로 한 번 차려 했을 때였다. 치사토의 목소리가 급작스레 토모에의 뒤에서 들려왔다. 토모에가 뒤를 돌아보자, 치사토는 여전히 맥도날드 앞에 서있을 뿐이다.


 혹시 아까의 일을 사과하려는 건가 싶어서, 토모에는 그냥 치사토를 바라만 보았다. 만약 치사토가 먼저 사과를 한다면, 그녀도 순순히 사과를 하고 죄송하다며 싹싹 빌 의향도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먼저 건든 건 저였기 때문이다.


 “우리! 더 친해지긴 아무래도 그른 것 같다!”


 그러나 치사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좀 더 다른 것이었다. 어이는 없긴 했지만, 순순히 사과하는 것보단 이러는 게 치사토 선배다워서 토모에도 조금 웃음기를 띄우고 손을 흔들어보였다. 저 멀리 치사토 선배에게도 보일 만큼 힘차게, 아주 힘차게.


 “이하동감입니다!”


 그리고는 토모에도 동감한다는 듯, 그렇게 외쳤다. 토모에의 외침을 들은 치사토도 조용히 웃어보였다. 그러나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우다가와 토모에, 시라사기 치사토. 그녀들은 끝까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


비가 오다 말다, 날씨 참...


드디어 토모에한테 연극시킨다. 난 진짜, 이걸 쓰고 싶었어.


별 생각없이 한도리 무료 가챠 질렀는데. 한번에 토모에 4성 뜸.


가챠의 신이 팬픽 열심히 쓴다고 힘 좀 써줬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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