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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 x 코코로 [무제]

ㅇㅇ(175.210) 2019.06.24 02:25:04
조회 3313 추천 61 댓글 9
														

소재가 쪼곰 불편할 수 있습니다.

뻔하디 뻔한 내용입니다.


2화


#


 "어째서 매일 돈을 세는거야?"

 "액수가 다를 수도 있잖아요."

 

 나는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진 봉투 안에서 돈을 꺼내 센다. 하나, 둘, 셋… 이십. 만엔권이 삼십장. 어느 순간 처음보다 세 배 더 많아진 액수. 나는 속물이니까 굳이 더 얹어 준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존댓말 하지 말라니까. 그리고 한 번도 그런 적 없는 걸. 많이 준 적은 있어도, 아 많이 달라는거였어?" 

 "아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그냥 확인차."

 

 굳이 당사자 앞에서 돈을 세는 이유야, 일을 하고도 돈을 떼일수가 있고, 반대로 내가 액수가 적다고 사기를 칠 수 있는거니까 괜한 분쟁을 막기위한 것이다. 언제나 돈에 관련된 일은 철저해야한다. 

 

 "흐응, 그래. 아, 오늘은 프랑스 요리야."

 "집에 빨리 가봐야 돼."

 

 그녀의 손이 나의 몸을 타고올라왔다. 

 

 "도쿄에 유명한 프랑스 요리점의 메인 쉐프라나봐."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에둘러 말해도 전혀 그녀의 귀에 닿지 않는다. 나의 어깨에 이를 세우며 절정을 요구한다. 이 사람은 언제나 막무가내다. 

 

 나는 포기하고 얌전히 그녀에게 몸을 기댄다. 몇 번의 지분거림과 추삽질 끝에 몸이 잘게 떨리고, 그녀는 나의 흐느끼는 소리에 만족한 듯 얇게 웃고는 내 입술에 입맞춘 후 가운을 입는다. 

 

 "저녁 먹으러 가자."

 

 #

 

 언제나 누구에게나 계기가 있다. 나의 계기는 학자금이었다. 무난한 가정집이던 우리집에 채권추심이 들어왔다. 아버지가 무리한 사업욕심으로 돈을 여기저기서 끌어서 돌려막다가 결국 한 곳에서 자금이 막혀 터져버린 것이다.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아버지의 재산을 포기하고 빚을 변제했다. 아버지와 만나면 우리에게 빚을 갚아야할 의무가 생긴다나 뭐라나 하는 이유로 아버지와 만나지 못한 것도 꽤 됐다. 

 

 고등학교는 그럭저럭 끝나가고 있었으나, 나는 내 미래에 캠퍼스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의 눈은 고등학교를 막 마친 학생이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는 일자리로 향해있었다. 

 

 고등학교때에는 틈틈히 인형탈 알바를 했으나, 인형탈 알바는 고정적 수입으로는 적당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받아주려나…. 운동은 자신 있는데."

 

 학생인 나의 고민은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대학에 가길 바랬다. 대학을 나온 것과 나오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라고. 

 

 나의 성적이 엄청 나쁜 것도 아니지만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라서, 나는 우리 집 그리고 여동생을 위해 내가 생활전선에 나가는게 낫지 않냐 했지만,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정말 내 인생 통틀어 가장 크게 화를 내셨다. 

 

 나는 예정대로 나의 성적에 맞는 대학에 원서를 냈고, 시험에 합격했다. 등록금이 싸고 커트라인이 낮은 국립대를 노릴까 했지만, 어머니는 꼭 내 성적에 맞는 대학에 갈 것을 요구했다. 

 

 학자금은 당신이 만들겠다고.

 

 #

 

 고3 겨울방학. 알바를 마치고 물을 마시며 인터넷에서 또 다른 좋은 알바자리를 찾던 내게 일당 10만엔의 고수익 알바 모집글이 보였다. 

 

 모집 대상 여성, 손쉬운 알바, 고수익. 최대 3시간. 딱 봐도 그렇고 그런 종류의 사람을 모집하는 글이었다. 

 

 내가 인형탈을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의 무시를 3시간동안 받으면 5천엔.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과 뒹굴면 3시간에 10만엔. 

 

 같은 3시간의 밀도가 20배 차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는 알바 구인사이트를 닫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알바에서 짤렸다. 

 

 인형탈 알바는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다. 푹신푹신하고 동글동글한 캐릭터 인형이니까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은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은 난폭했다. 순수하고 거짓말을 못하고 천사같다는 그런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어린이들도 영악하다. 내 여동생은 난폭하지만 영악하지는 않다. 

 

 오늘의 그 어린이는 난폭하고 영악했다. 어른들이 보지 않을 때만 노려 나를 발로 차고 밀고 괴롭혔다. 알바의 숙명상 친절한 목소리로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들은체도 안했다.

 

 오히려 알바주제에 네 까짓게 뭘 할 수 있겠냐며 아주 기분 나쁜 비웃음을 흘렸다. 거기까지야 참을 수 있었다. 

 

 "거지새끼"

 

 어떻게 어린애가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순간 머릿 속 퓨즈가 나가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린애는 울고 있었고, 부모님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애를 밀칠 수가 있어? 너 미쳤어? 내가 누군지 알아? 깜방가고 싶어?"

 "죄송합니다."

 "원래 이런 학생이 아닌데 정말 죄송합니다."

 

 '저 사람이 이곳 지역 국회의원 사모님이셔.'

 

 점장님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인형탈을 쓰고 고생이 많다며 나에게 잘해주었던 점장님이 허리를 굽히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이유불문 나는 어린애를 시멘트 바닥에 밀었고 아이는 다쳤다. 저 사람은 상위 권력자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외쳐도 약자는 어린애고 나는 선량한 어린애를 괴롭힌 못된 사람이다. 박박 우겨봤자, 손해를 보는건 나다. cctv고 뭐고 모두 소용없다. 당장은 해결 할 수 있어도 그들은 지독한 부류다.

 

 그래서 그 사람의 화가 풀릴 때까지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야했다. 

 

 고개를 들 때마다 마주치는 그 어린아이의 역겨운 눈빛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

 

 대학에 가기 전에 생기는 공백기간을 채우기에 정말 딱 맞는 알바자리였는데, 그 xx 같은 어린애 때문에 날아가버렸다. 

 

 드르륵,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포인터가 움직인다. 

 

 나는 알바자리를 두 개나 더 구해야했다. 알바를 구하는 동안 날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거, 아직까지 있네."

 

 정말로 대놓고 그런 사람을 모집하는 글인데, 아직까지도 남아있는게 신기했다. 아무도 신고를 안한건가? 

 

 나는 그 글을 클릭해 들어간다. 3시간, 10만엔. 1시간에 3만 3천엔. 한 달이면 300만엔. 

 

 [거지새끼]

 

 나는 이력서를 열어 몇 가지를 수정한 후 글에 적힌 메일로 보냈다.

 

 #

 

 그녀는 식탐이 많다. 양이 적게 나오긴 하지만, 영화에서나 보던 길다란 일자모양 테이블에 놓인 수십가지 음식을 모두 맛보고 먹어치운다. 

 

 "왜 그래, 미쉘. 맛이 없니?"


 미쉘은 내 이름이 아니다. 

 

 나는 이력서에 내 이름대신 미쉘이라는 이름을 적어 보냈다. 아무래도 내 신상정보를 모두 넘기기가 불안해서였다. 휴대전화번호도 적지 않았다. 메일주소도 새로 만든 후 그 주소를 적었다. 

 

 참고로 미쉘이란 이름은 별 뜻이 없었다. 지나가다 본 타이어 가게의 이름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그것을 쓴 것 뿐이다.

 

 여하튼 참으로 빈곤한 이력서에도 답장이 돌아왔다. 0월 0일 x시 00분에 면접을 보러 오세요. 약도는 첨부합니다.

 

 내가 가야할 곳은 도쿄 한복판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도착한 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도쿄 한복판에 어떻게 이렇게 큰 저택이 있을 수있지? 

 

 큰 저택의 위용에 압도당한 나는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내 마음을 읽은듯 자동으로 열리는 대문과 함께 나온 검은 옷의 사람 대문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저택에 들어갔다.

 

 "안녕! 난 코코로야 넌 이름이 뭐야?"

 

 저택의 외관 못지 않게 화려한 내부, 커다란 방 안에서 그녀는 내게 이름을 물었다. 나는 이력서에 적힌대로 미쉘이라고 답했다. 

 

 "그래 미쉘, 배고프지 않니?"

 

 그녀는 나를 식탁 앞으로 이끌었다. 목소리가 큰 그녀는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나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아니요 등 성의없이 대꾸했다.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어느새 식탁을 가득 매꾼 음식들을 모두 먹어치우고 나를 침대에 내던졌다. 그리고 나 또한 먹어 치운 후 웃으면서 내게 돈 봉투를 건넸다. 미쉘 다음주 목요일에 또 만나자. 

 

 갑작스레 생긴 큰 돈에 나는 손을 떨었다. 이렇게 쉽게 돈이란게 구해지는 거였나.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현금을 내 방 깊숙히 숨겼다. 

 

 "아니, 그냥 배가 안 고파서."

 "그래도, 한 입은 먹어봐. 먹으면 배가 고파질걸?"

 

 테이블 위에 음식이 하나 둘 사라져간다. 그녀는 의자에 늘어져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헤어질 시간이다.

 

 "데려다 줄까?"

 "아니, 괜찮아."

 "그래, 그럼 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자."

 "저기, 코코로. 나 이제 여기 못 올 것같은데…."

 

 그녀의 눈이 조금 날카롭게 변했다. 나는 왠지 그 눈빛이 무서워서 내 앞에 놓여진 애꿏은 포크만 바라본다. 

 

 "왜?"

 "그게, 필요한 돈은 다 모았고…. 내 생활도 해야해서…."

 "등록금이라고 했나? 비싸다더니 금방이네, 생활비는 필요없어?"

 "어어…. 생활할 만큼도 모였고…. 그래서 이제는…."

 "미사키"

 "응?"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나의 이름을 불렀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안거야, 아니 이렇게 휘황찬란한 곳에서 사는데 내 이름정도야 금방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불리니 더욱이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녀를 모르는데, 그녀는 나를 알고있다. 

 

 "대학 어디 다닌다고 했지?"

 "그게…."

 "미사키."

 

 또 다, 등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소름에 팔을 몰래 비빈다.

 

 "나는 네 입으로 듣고 싶어. 그렇게 해줄 수 있지?"

 


 #

도대체 이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게씅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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