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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8.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25 23:15:39
조회 694 추천 3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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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4. 5. 6. 7.


 8. 마음 고백하기.


 “허리는 펴, 손은 좀 더 허공으로. 아니, 그게 아니라.”


 세타 선배의 통보로부터 6일이 지났다.


 “토모에, 관객들한텐 네 표정, 네 몸짓 전부 안 보여 줄 거야? 무슨 말을 뜻하는 지 잘 모르겠어? 난 지금 관객들한테 네 옆태만 보여줄 거냐고 물었어.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이것도 이해 못해?”


 연기 테스트는 어느새 내일이었다.


 “대본을 읽지만 말고, 조금만 더 뭔가 느낀 걸 담아봐. 로봇처럼 그러지 말고. 응? 손짓도 좀 더 자연스럽게. 토모에, 너 말하면서 그딴 식으로 제스처를 취해?”

그 사이,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토모에는 그럴 수도 없었다.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너 진짜 큰 일 났다, 테스트가 당장 내일인데.”


 종이뭉치를 손에 든 치사토가 답이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얼굴엔 먹구름이 끼다 못해, 이미 땀이라는 이름의 폭우가 한창 내리는 중이었다. 토모에를 향해 목소리를 한껏 높였더니 더욱 몸이 뜨거워졌다.


 “본방에선, 할 수 있어요.”


 치사토의 한숨에 토모에의 다시 승부욕도 자극되었다. 그러나 요 몇 일간 저 한숨소리와 싸워서 이긴 적이 없었다. 정말, 단 한번도. 시라사기 치사토란 사람은 그만큼 강한 사람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될 것도 안 돼.


 토모에의 말에 치사토가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눈을 감아 보이는 검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치사토의 얼굴을 바라보던 토모에의 속이 다시 한 번 끓었다.


 “그러는 치사토 선배는 연기 준비 다 되신 거예요? 최근에 바빴잖아요.”


 “내일 확인해봐. 네가 보기엔 내 연기가 어떤지.”


 치사토가 말한 ‘내일’이란 단어에 토모에도 한숨이 튀어 나왔다. 내일은 토모에의 테스트 날이기도 했지만, 연극부 전체가 연기의 합을 한번 맞춰보는 날이기도 했다. 치사토 선배도, 그리고 세타 선배의 연기하는 모습도 눈에 보이겠지. 그 생각만으로도 토모에에겐 충분히 부담이 되었다.


 연기는 생각 이상으로 토모에를 괴롭혔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넘긴 게 크나큰 자만이었다. 일전에 읽어뒀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새로 쓰인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파리스’의 내용과는 궤를 달리해 느꼈던 감정을 쉬이 써먹을 수 없었다.


 잘 해야 되는데, 잘 되지 않는 것만큼 초조한 게 또 없었다. 그런데도 치사토는 만날 때마다 계속해서 토모에를 몰아붙였다. 워낙 바쁜 터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아역 배우로 일선을 뛰어왔던 치사토에겐 토모에의 연기가 영 눈에 차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눈에 차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눈에 보였던 것은 있었다. 토모에는 안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다는 게 치사토의 눈엔 보였다. 무언가 계기만 된다면, 좀 더 나은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치사토 본인은 배우였지, 감독이 아니라서 토모에의 그러한 감정을 쉬이 끌어낼 수 없었다. 치사토 또한, 그게 굉장히 답답히 느껴졌다.


 “비주얼은 진짜 둘도 없이 딱 인데, 토모에는 얼굴값을 정말 못하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은 치사토를 내뱉었다. 치사토의 그 말엔 토모에도 살짝 욱했다. 치사토 나름대로는 욕 섞인 칭찬이었지만, 요 며칠 계속 이어진 갈굼에 삐딱해진 토모에가 그 말을 순도 백퍼센트 욕으로 받아 들였다.


 “선배는 직업이 배우니까 그렇죠. 전 살면서 연기 같은 거, 어렸을 때 한 학예회가 끝이라구요.”


 그것도 고작 나무 역할이 끝이었어요, 하며 토모에는 볼멘소리가 섞인 중얼거림으로 툴툴거렸다. 차마 가르쳐주는 사람한테는 세게 나갈 수 없었던, 토모에 나름대로의 귀여운 항의였다.


 “난 천재가 아니야.”


 갑자기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토모에는 대본에 박았던 얼굴을 다시 들어올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너머에, 시라사기 치사토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서있었다. 토모에가 옆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치사토는 말을 이어갔다.


 “세타 카오루... 같은 진짜배기 천재들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노력이 전제야.”


 세타 카오루란 이름에서, 그녀는 잠시 멈칫거렸다. 아역배우로 만났을 때부터, 세타 카오루란 이름은 그녀에겐 태양이자 그늘이었다. 따라잡겠다며 아등바등 할 때도 있었고, 그것을 포기한 채 바라보기만 한 적도 있었고, 옆에 서고 싶어서 있는 대로 연기에 몰두한 적도 있었다.


 그땐 그게 그녀를 마음에 둔 것인지 몰라서, 그저 연기만 들입다 파는 바보, 멍청이였었다.


 “나도 연기에 관해선 똑같이 공부하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세타 카오루란 동년배의 배우 때문인지, 시라사기 치사토는 연기력으로 크게 높이 평가받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활동 영역이 달라져 그러한 비평이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의 치사토에겐 그게 일종의 콤플렉스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되려, 그러한 감정을 자신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 때문에 지금은 치사토의 평가도 제법 후해졌지만, 이젠 그녀 본인이 저에 대한 평가가 많이 박해졌다.


 “예전에... 아니, 그렇게 예전 일도 아니구나. 그래, 얼마 전에 파스파레의 멤버들에게 화를 낸 적이 있어. 연기가 잘 안 돼서.”


“연기 때문에요?”


 치사토의 솔직한 고백에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비록 안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라사기 치사토란 사람이 언성을 높인다는 것이 토모에는 좀처럼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한 토모에의 반응에 치사토는 조용히, 소리 없이 웃었다. 이미 모든 걸 털어낸 듯 해묵은 감정의 털끝조차 채 보이지 않는, 그러한 웃음이었다.


 “그때, 엄청 초조했거든. 처음으로 계속 지적받고, 자존심도 크게 상해서 모두의 응원도 내 멋대로 곡해해서 들었어.”


 치사토는 눈을 감고, 오래 지나지 않는 시간을 떠올렸다. 유명한 연출가의 제안을 받고 연극에 나선 일부터, 파스텔 팔레트의 모두에게 화를 낸 일. 그리고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걸, 느낀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걸, 계속 내 멋대로 해석하고 그렇게 받아 들여왔던 거야.”


 처음에는 도구로 이용하려 했던 파스텔 팔레트가, 이제는 치사토에겐 없어서는 안 될 밴드가 되어버렸다. 하나, 하나의 인연이 치사토에게 모두 소중한 만큼, 그들도 치사토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백작의 ‘파리스’란 이름을 어디서 따왔는지, 혹시 알고 있어? 토모에?”


 잠시 말을 끊은 치사토는 좀 더 강한 목소리로 토모에를 향해 질문했다. 다시 등을 돌린 치사토의 모습에선, 더 이상의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몰라요, 그런 거.”


 그러나 토모에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번 기회에 처음 읽어본 것이었기에, 파리스에 대한 이야기까진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파리스란 이름은 그저 로미오와 줄리엣에 존재하는 피스 한 조각이었다.


 “파리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흉이야.”


 “아, 트로이의 목마는 알아요.”


 “컴퓨터 좀 적당히 해.”


 토모에가 손을 번쩍 들며 말하자, 치사토가 자연스레 태클을 걸었다.


 “아코랑 온라인 게임을 좀 해서...”


 헤실헤실 웃는 토모에의 모습에 치사토가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그러한 토모에의 모습이 마냥 밉지만은 않다. 뭐라고 해야 할까, 밉상보단 더 좋은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걸 보고 미운 놈 괜히 떡 하나 더 준다. 뭐 그런 건가?


 “파리스란 영웅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높이 평가해주진 않아. 그도 그럴 게 그는 전쟁의 원흉이기 이전에, 불륜도 했고, 헬레네를 꼬신 주제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가 두려워 조국으로 도망가기까지 했으니까.”


 “저, 그런 쓰레기를 연기 하고 있었어요?”


 토모에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뭔가 웃겨, 치사토는 은은한 웃음을 지은 채 다시 한 번 토모에를 올려다보았다. 토모에는 다 좋은데, 마주보고 설 때 키가 너무 큰 게 항상 아쉬웠다. 그래도 선배 티는 좀 나게, 조금만 작아줬으면 더 좋으련만.


 “그럼에도 그는 헬레네를 사랑했어.”


 치사토는 저의 입 꼬리에 웃음을 허락했다. 지난 6일간 항상 호랑이 기운을 유지해왔던 치사토의 웃음에 토모에도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어 어리벙벙했다.


 “신화 속의 사람들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나서, 설령 파리스가 헤라나 아테나를 선택했더라도 그의 인생은 파멸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겠지.”


 파리스는 트로이의 운명을 박살낼 예언을 타고 태어났다. 신화에서 예언은 절대적이어서, 운명은 절대 개척할 수 없는 것으로 나온다. 예전 창작물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한데, 하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 또한 그러한 경향이 강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리스 백작도, ‘그’처럼 자신을 파멸로 이끈 사랑을 한 거야.”


 실제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을 사랑했나, 그저 출세의 도구로 보았나는 해석의 차이가 존재했다. 새로 쓴 시나리오에서는 좀 더 젠틀하게 줄리엣을 사랑한 모습으로 그려냈지만, 어찌 됐건 파리스란 이름을 따온 이상 그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재해석이 나쁘단 게 아니야. 그렇지만, 언제나 과한 건 모자람보다 못하지.”


 비극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고 했었다. 저가 본 우다가와 토모에라는 후배는 안 그렇게 보여도 굉장히 영특한 후배였다.


 “단순히 대본만 보고 읽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해줘.”


 조금 잘난 척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 했던 말은 유명한 연출가에게서 치사토가 직접 들은 말이었다. 그때는 여배우로서의 프라이드가 한창 박살난 터라 많이 삐딱하게 들었지만, 지금은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토모에가 조금 알 것 같은, 그래도 아직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려 했을 때, 치사토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시라사기입니다. 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볼게요. 네, 네. 먼저 준비해주세요.”


 스마트폰을 꺼낸 치사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애당초 오늘은 휴식일로 정해두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오다니. 아무래도 소속사에서 또 몰래 개인 스케줄을 잡은 것 같았다.


 흔한 일이긴 했다. 파스파레에선 아무래도 치사토가 가장 유명했으니까, 그만큼 소속사에서도 개인 스케줄 비중을 치사토 위주로 많이 잡곤 했었다.


 “급한 스케줄이 생겨서, 가봐야 될 것 같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스케줄을 막 추가하는 듣도 보도 못한 경우를 계속 당하는 건, 그녀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더군다나 오늘은 후배의 연기까지 봐주어야 하는 날이었기에, 그런 감이 더했다.


 “전 조금만 더 하고 갈게요.”


 토모에가 얼른 가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표정에도 아쉽다는 감정이 드러나서, 치사토는 조금 더 망설임이 마음 한 가운데에 툭, 떨어졌다. 여전히 듬직하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후배였다.


 “미안해, 오늘 같은 날엔 내가 좀 더 봐줘야 되는데.”


 “얼른 가보시라니까요.”


 훠이훠이, 토모에는 귀신을 쫓는 것처럼 손을 내저었다. 그 모습이 조금 섭섭하게 느껴져 치사토는 옥상을 나가기 전, 다시 토모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뒤돌아보았다.


 “토모에.”


 치사토의 붉은 입술이 토모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녀의 입술만큼, 그녀의 머릿결도 타오르는 것처럼 붉다. 저 멀리 지고 있는 석양 또한, 자신을 불사르면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네.”


 토모에는 치사토의 부름에 답을 주었다. 타고난 발성 탓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여배우 생활로 단련된 탓일까. 저를 부르는 선배의 목소리는 어딘가 귀를 타고 흘러 들어가는 느낌이 강했다.


 “열심히 해, 후회 안 남게.”


 “알았어요.”


 치사토의 말에, 토모에는 대답했다. 끼익, 쾅! 하며, 문이 닫힌 소리는 토모에의 가슴 속에 깊이 내려앉았다. 어느덧 해도 거의 다 떨어지고 있어서, 그걸 알리듯 차가운 바람이 그녀를 한번 비껴 지나갔다. 바람 부는 이 세상, 저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한 느낌은 그녀를 확 덮치려고 했다. 그 기분 나쁜 느낌을 털어보려 토모에는 제 뺨을 손바닥으로 툭, 툭 쳤다.


 “자, 한번만 더 대본 파볼...”


 “에취!”


 힘찬 모습을 억지로 보이려 했던 토모에의 혼잣말을, 때 아닌 재채기 소리가 확 끊어버렸다. 분명 저밖에 없을 터인데, 갑자기 들린 소리에 토모에는 소름이 쫙 돋았다. 분명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어, 인적이 적은 곳인데. 그래서 연기 연습 장소로 고른 것도 있었다.


 소리가 들린 곳은 토모에의 시야를 벗어난 옥상의 사각지대였다. 눈에 닿지 않아 확인을 하려면, 꼭 걸음을 향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일전의 귀신 소동으로 그러한 오컬트적(?)인 영적체험은 토모에는 딱 질색이었다.


 그래도 토모에는 혹시 몰라 대본뭉치를 둘둘 말고, 소리가 들린 곳으로 걸음을 향했다. 일단 귀신인지, 사람인지는 확인을 해야 될 것이 아닌가. 무시한다는 선택지도 분명 있었지만, 찝찝한 것을 싫어하는 토모에의 성미엔 영 맞지 않았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도, 정체불명의 재채기 소리는 계속해서 생각날 것 같았다.


 “누구?”


 토모에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벽에 손을 짚은 채 옥상 구석을 보았다. 혹시 몰라 눈을 살짝 감았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귀신은 아니었고, 오히려 매우 잘 아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너무나 잘 알아서, 그게 문제였다.


 “란.”


 토모에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한창 작사 중이었는지 무제노트를 품에 꼭 안은, 검은 머리칼 속 빨간 브릿지가 인상적인 동급생. 미타케 란이 그곳에 있었다.



-


한 55% 정도 쓴 것 같은데, 남은 45% 잘 끝낼 수 있을까.


다음 달 안으로 완결내는 것이 목표.


치사토의 관련된 이미지는 이벤트 '꽃봉오리 필 때'를 많이 가져와서 썼어요.


그런데도 치사토 성격이 뭔가 너무 변한 것 같아, 치사토 관련으론 전개를 할 때마다 많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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