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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용사파티에서 도망친 모험가 미사키와 에필로그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4.32) 2019.06.30 23:21:00
조회 886 추천 30 댓글 4
														

에필로그까지도 캐붕에 주의하세요!

———————————————————————————-

1. 미사키와 코코로의 경우

미사키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아침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요 며칠간 모든 일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돌아갔기 때문에, 미사키는 지금같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천이 스치는 소리에 미사키는 고개를 돌려 침대 위를
보았다. 침대에는 코코로가 아름다운 금발을 사방으로 흩트린채
자고 있었다. 무심코 손을 뻗어 부드러운 금발을 만지작 거리던
미사키는 순간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얼굴을 붉혔다.

미사키가 서쪽의 마왕을 물리친 뒤,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왕을 물리친 용사 미사키입니다. 동시에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의 연인인 미사키라고도 합니다. 평민출신이라고는
해도 이렇게나 공을 쌓았으면 충분하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뭐가 빠를수록 좋은데요? 미사키, 우리 하자! 아니
그러니까 대체 뭘? 방금 한 서약으로 인해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었습니다. 잠깐, 누구 마음대로요? 미사키, 오늘은
같이 자자! 코코로, 너 알긴 아는거야?

어둠 속의 침대에서, 미사키의 귓가에 입을 갖다댄 코코로는
작게 속삭였다.

“알아, 미사키.”

코코로는 알고 있었다. 미사키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다른건
몰라도 침대 위에서만은 리드하겠다던 미사키의 다짐은 그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이 났다.

“나는 너한테 한번이라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미사키는 언제나 멋있는걸?”

중얼거린 혼자말에 대답이 들려오자 미사키는 화들짝 놀랐다.

“코, 코코로?! 일어나 있었어?”

“응! 일찍 일어났지만 눈을 감은 채로 미사키를 느끼고 있었어!”

“진짜냐...”

코코로는 침대 위에서 누운 채로 몸을 뒤집고는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던 미사키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 몇번의 손가락놀림
끝에 미사키의 손과 깍지끼는데 성공한 코코로는 밝게 웃고는
연인, 아니 부인의 이름을 불렀다.

“미사키.”

“왜, 코코로?”

“쌍둥이일 거야.”

“응.”

“둘 다 녹색 머리의 귀여운 아이들이야.”

“녹색 머리?”

“응, 둘 다 때론 심한 장난을 치기도 할테지만, 그래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이 될거야.”

“음...”

미사키는 천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녹색
머리는 한 명 밖에 없었다. 코코로는 무언가를 본걸까?

생각에 잠긴 미사키를 보던 코코로는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줘서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미사키가 다시 눈을 마주치자 코코로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미사키. 분명 행복할거야.”

코코로의 자신만만한 금색 눈을 보던 미사키는 결국 작게 한숨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녀의 말대로일 것이다.

미사키는 불안을 머리 속에서 날려버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반려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래, 코코로. 우리, 행복해지자.

———————————————————————————-

2. 치사토와 카오루의 경우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까페의 야외석에서 치사토는 홍차의 향을
음미하면서 한모금 마셨다. 좋은 날씨에 좋은 향기의 차, 분명
치사토의 현재 기분은 행복함이었다.

하지만 같은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카오루의 얼굴에선
행복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조급함,
내지는 다급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저기, 치사토. 이제 슬슬 괜찮지 않나.”

“뭐가?”

“그러니까, 나도 이제 어느정도 공이 쌓인 몸 아닌가? 그러니까
어머님에게 우리 관계를...”

딱! 소리와 함께 치사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결코 예의바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의도대로 카오루는 입을 다물었다.
시무룩해 하는 그 모습이 마치 집에서 키우는 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치사토는 속으로만 살짝 웃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걸까.’

치사토가 생각하는 카오루의 본질은 다정함이었다.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카오루와 관계를 쌓아온 그녀는 확신하였다.

문제는 카오루의 집안이 부드러운 것은 배척하는 전통의
무가라는 점이었다. 강한 것만이 존중받는 그 곳에서 다정한
카오루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단 한가지 이유였다.


카오루가 검술의 천재였다는 점.

몇 세대만에 나온 검술의 천재라는 칭호는 카오루에게 축복이자,
저주였다. 너무나도 다정했던 탓에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그녀는 사실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검술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내는 왕국 검술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정점에 선 이후에도 그녀의 다정함은 없어지지 않아서,
여러모로 손해를 보는 것이 카오루였던 것이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꼭 우리 왕국 기사단을 맡아주시오. 당신은 우리
아이에게 걸맞지 않으니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카오루는 이 모든 부탁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치사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오루, 너도 언젠가는 고개를 젓고, 화를 내야 해.’

지금만 하더라도, 치사토는 카오루가 어머니의 허락을 맡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시라사기 가에 쳐들어와서 딸을 내놓으라고
소란을 피우는 쪽을 선택했으면 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시라사기 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카오루를 치사토의
부인으로 삼을 것이다. 마왕을 물리친 뒤로 시라사기 가의 권력은
이미 치사토에게 넘어왔기 때문이다.

치사토는 입가를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카논이랑 쇼핑을 하기로
약속해서.”

“그, 그렇구나, 치사토. 그런데 그건 혹시...데이트인가?”

치사토의 머리 속 어디선가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카오루에게 다가간 치사토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카오루의 턱을 손으로 잡아 올리고는 못된 말을 한
입에다가 입술을 맞췄다.

“...다음번 만남 때는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기사님.”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 있는 카오루에게 우아하게 인사를 한
치사토는 자리를 떠났다. 카논과 만나 쇼핑을 하면서 둔탱이의
욕이라도 실컷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3. 코코로와 사요, 히나의 경우

코코로는 어두운 물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너무나도 어두워서
주변 풍경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코코로는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정처없이 떠돌던 코코로의 눈에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흰 색이 들어왔다. 코코로가 그
방향으로 헤엄치니 그곳엔 흰 옷을 입은 두 아이가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두 아이 다 녹색의 머리에 작은 뿔이 달려 있었다.

‘이 아이들이었구나.’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코코로는 깨달았다. 아이들 쪽으로
헤엄쳐 다가간 코코로는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 난 코코로야! 너희는 누구니?”

갑작스런 인사에 당황한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코코로가 미소와 함께 계속 눈을 마주치자 결국 둘 다 입을
열었다.

“사요.”

“히나.”

“만나서 반가워, 사요, 히나. 너희들 혹시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니?”

코코로의 질문에 사요와 히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코코로를 보고는 대답했다.

“나가고 싶지만.”

“어두워서 길을 찾을 수 없어.”

대답을 하고 표정이 어두워진 두 아이들을 보던 코코로는
두 손을 뻗어 아이들의 빈 손을 잡았다. 서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잡힌 것이 놀라운 일이었는지 사요와 히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건 걱정마! 미사키가 도와주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을거야!”

“미사키는”

“누구?”

아이들의 질문에 코코로는 생각했다. 미사키가 누구냐고?

“미사키는 말이지,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웃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야.”

코코로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답하자마자 코코로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빛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빛은 손을
통해 이어진 사요와 히나에게도 옮겨갔다.

“우리도”

“나가도 되는거야?”

아이들의 질문에 코코로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세상에 행복해지면 안되는 아이는 없어.”

코코로가 두 아이들에게 웃어주는 가운데, 빛은 점점 밝아져
주변의 어둠을 완전히 삼켜 버렸다.


“...로! 코코로!”

눈을 뜬 코코로는 미사키의 얼굴을 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미사키...해낸거야?”

“응, 내가 해냈어, 코코로.”

“그래...잘 됐네.”

코코로는 힘없이 웃었다. 사요와 히나의 이번 생은 코코로와
미사키가 빼앗아 버렸다. 그렇다면 적어도, 아이들의 다음 생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미사키, 아까 할 말이 있댔지?”

  얼굴이 벌개져서 말을 잇지 못하는 미사키를 보며 코코로는
생각했다.

결혼하자, 미사키. 결혼하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자.

그게 우리의 속죄이자, 우리의 축복이야.


/////////////////////////////////////////////////////////////

설정 보고 좋다고 생각해서 한 편 써본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네

뚜렷하게 설정을 짜서 쓴게 아니다 보니 매 회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 버려서 미안;

허락없이 설정을 가져다 썼는데도 화 안내준 원작자도, 이런 글을
여기까지 함께 읽어준 모두들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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