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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19.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9 00:06:30
조회 417 추천 33 댓글 4
														

이 전 편 들 모 음


19. 마음 솎아내기 (1)



 창문 밖에선, 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같았다면 이 소리가 들려왔을 때쯤 깼을 테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기에 준비를 모두 끝마친 상태였다. 부지런한 새보다 더 일찍 일어난 셈이다. 부디 새들처럼, 벌레를 잘 잡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침대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던 토모에. 그녀는 이윽고 새어 나오는 하품을 참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잤는지, 안 잤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꿈을 꾸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잘 잔 느낌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 그 말이 딱 어울렸다.


 “잘 하자!”


 마치 주문을 걸 듯 토모에는 거울속의 본인을 바라보며 소리 내어 말했다. 그런다고 뭐 하나 달라지는 것도 없지만, 말엔 힘이 있다는 격언도 있듯이, 그 목소리가 힘이 돼주었으면 했다.


 의자에 걸린 크로스백을 메고, 토모에는 방을 나섰다. 동시라고 말하기엔 좀 애매한 타이밍에, 옆의 방문도 함께 열렸다.


 “언니, 벌써 가?”


 토모에의 교복차림을 본 아코가 제 방에 있던 시계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고등학생이라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다. 잠옷차림에다가, 졸음기운을 채 떨쳐내지 못한 동생의 얼굴이 퍽 귀엽다.


 “좀 있다 학교에서 봐.”


 그래서 토모에는 질문엔 대답도 않고, 그저 아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흐트러트리기만 했다. 여동생의 얼굴을 보니, 그래도 좀 힘이 더 나는 것 같았다.


 “응.”


 졸음기가 듬뿍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아코는 말했다. 하품을 한번 하고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토모에는 신발을 신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오늘이 문화제라는 걸 하늘도 아는지, 밖에도 날씨가 제법 쾌청하다.


 바야흐로 천고히비의 계절이구나, 하늘은 높고 히마리는 살찌는 계절.


 집과 학교가 그리 멀진 않아서, 이내 토모에는 통학로에 들어설 수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준비했는지, 어젠 인도서 전혀 보이지 않았던 홍보 화살표도 오늘은 제법 눈에 띄었다. 간혹 보이는 필체가 토모에의 눈에도 익었다. 일 년에 한 번, 일 년에 하루만 하는 만큼, 문화제에 힘을 쏟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네오카 여학교와 이어진 담벼락이 인도와 이어졌다. 이번엔 갖가지 포스터들이 다시 토모에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것, 저것 둘러보다가 마침내는 발걸음조차 멈추게 한 포스터가 두 개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서로 딱 붙어있을까, 마치 신님이 운명의 장난이라도 벌인 것 같이.


 애프터글로우 문화제 라이브라고 쓰인 포스터와 제10회 하네오카 연극이라고 쓰인 포스터. 석양 배경에 공연 시간만 적혀 있는 퍽 단출한 문구와 연극부 10주년 기념 상연이라며 화려히 쓰여 있는 포스터.


 우다가와 토모에란 이름 옆에 적힌 ‘파리스’라는 배역 명이 제법 무게감 있게 느껴졌다. 그걸 잠시 검지로 가려보다가, 이내 토모에는 재빨리 발을 놀렸다. 하네오카 교문을 통과하고, 토모에는 숨을 한번 골랐다. 학교 옆에 보이는 체육관이 오늘따라 유독 크게만 보인다. 토모에는 괜히 크로스백을 한번 고쳐 매고는, 아직 이른 시간의 잔디밭에 살며시 흔적을 남겼다.


 마음이 허락한 망설임은 방금 것을 끝으로 하자. 


 그렇게 하자며, 그녀는 조용히 다짐했다.


 -


 체육관 문을 조심히 열자, 무대 위로 쉴 틈도 없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토모에는 그 중 한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등을 손으로 짚자, 이내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소녀. 그러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아, 여전히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양이다.


 “아, 우다가와 씨!”


 그렇게 웃어 보인 마야의 두 손엔 자신의 몸보다 커 보이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


 “제가 들게요.”


 후들후들 떨리는 팔이 불안해 보여서, 토모에는 마야의 손에서 상자를 빼왔다. 갖가지 소품들이 보이는 게, 이번 연극에 쓸 물건들인 것 같았다.


 “괘, 괜찮슴다! 우다가와 씨는 게스트신데, 이렇게 힘을 쓰실 이유가...”


 “저도 연극부잖아요. 오늘은.”


 이유는 그걸로 됐어요, 하고 토모에는 상자를 번쩍 들어 올려 보였다. 그 과장된 행동에 그래도 마야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저었다. 그 움직임을 일체 무시하고, 토모에는 계속해서 상자를 옮겼다. 정말 성실한 사람이구나, 마야 선배도.


 소품상자를 무대 뒤편 한 구석으로 몰아두고, 토모에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무대 위를 바라보는 마야 선배의 표정이 오묘하다. 우수에 찬 것 같으면서도, 설렘이 공존한 것 같다고 해야 될까.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토모에는 마야의 옆으로 다가갔다. 토모에가 다가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마야의 눈빛은 여전히 조명 테스트를 하고 있는 무대로 박혀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긴장되세요?”


 토모에의 목소리에 마야가 화들짝 놀랐다.


 “아, 아, 아님다! 저는 무대에 나가지도 않는데, 제가 긴장을 무, 무슨!”


 정곡을 찔렸는지, 너무 강한 부정을 해버렸다. 본인도 그걸 알았는지, 이내 머쓱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애먼 볼만 긁적였다.


 “이번 연극... 너무 많은 분들한테, 협력을 받았으니까요.”


 시나리오를 제공한 건 치사토 선배였지만, 연극의 연출을 담당한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연극부. 그 과정에서 세타 선배의 욕심이 한 스푼. 부장의 귀찮음이 한 스푼. 그리고 마야 선배의 노력이 여덟 스푼 정도 들어갔으니, 요상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꼭 성공 시키고 싶슴다.”


 스케일이 많이 커진 만큼, 욕심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야마토 마야는 좀 더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마음에 담긴 저의 말을 숨김없이 그대로.


 “저도 최선을 다 해볼게요,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음에 응답하듯, 토모에도 진심을 담아 답을 주었다. 토모에의 진솔한 말에, 마야도 환히 웃어보였다. 그 웃음이 어찌나 환한지, 토모에도 웃어 보이려는 찰나였다.


 “그러면 갈아입어 주시겠슴까?”


 그리고 마야는 그 전에, 그렇게 말했다.


 “네?”


 “옷 말임다.”


 낭랑한 목소리와 찬란한 표정. 그리고 검지를 살짝 들어 올려 토모에를 가리키면서.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문화제 땐 별 다른 수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없어야 할 시간에도, 복도엔 사람들이 많다. 그 사이를 토모에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빠져 나가고 있었다. 토모에가 지나갈 때마다,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이 한 마디씩 꼬리를 붙이곤 했다. 쟤, 분명 세타 선배의 상대역이었지? 와, 토모에 쨩! 엄청 잘 어울려. 연극 꼭 보러 갈 게, 우다가와!


 “고개를 못 들고 다니네, 토모에.”


 알았다며 고맙단 말만을 연발하던 토모에를, 어느 삐딱한 목소리가 잡아 세웠다. 그 툴툴거림이 익숙해,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친구의 옷차림에, 토모에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웃지 마.”


 고개를 떨어트린 란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토모에도 일단 고개는 끄덕여보았지만...


 “아, 미안, 크흡! 미안. 란도 고생이 참 많네.”


 웃지 말라고는 하는데, 웃긴 걸 어쩌라는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미타케 란이! ‘1-A 메이드 카페!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런 팻말을 들고, 그것도 모자라 메이드 복을 입고, 게다가 메이드와 전혀 안 어울리는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 복도에 서있었다. 지금 란의 모습이 어떤 사람 머릿속에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진짜 걸작이다. 걸작.


 “그래도 꽤 귀엽네, 란.”


 “...딱히 평소대로야.”


 “평소에는 그런 하늘하늘한 옷 잘 안 입잖아?”


 토모에의 지적에 란도 결국 표정을 확 일그러트렸다. 입술을 앙 다물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도 제법 귀엽다. 역시 란은 놀려먹는 맛이 있어 즐겁다니까.


 “...토모에도 연극 홍보하려고 갈아입은 거야?”


 “뭐, 그렇지. 마야 선배 말론 연극 홍보를 위한 가장 행렬이라나, 뭐라나.”


 마야 선배의 말에 의하면, 이것 또한 연극부의 짧은 전통 중 하나라고 했다. 극의 의상을 입고, 연극이 시작되기 전까지 문화제를 구경하기. 홍보 작업과 더불어 배우들에게만 은근히 주어진 특권이었다. 물론 그 속엔 의상을 미리 입어보면서 긴장을 미리 좀 풀어두라는 뜻이 숨어있었다.


 “진짜~ 너도 나도 고생이다, 고생.”


 토모에가 활짝 웃어 보이면서 능청스레 말했다. 그에 반해 란은 웃을 듯, 말 듯, 묘한 표정으로 토모에의 말에 대답했다.


 “라이브는 우리가 잘 준비할 테니까, 연극 잘 해.”


 좀 생뚱맞은 답이었지만, 그래도 란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게 좀 의외여서, 토모에의 눈도 동그래졌다.


 “어.... 고마워.”


 “토모에, 란!”


 얘기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 뒤로 누군가가 또 다시 다가왔다. 물론 뒤늦게 들려온 목소리 또한 그들에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히마리... 아침부터 먹는 거야?”


 “그러다 살 쪄.”


 “둘 다 너무해! 아침을 안 먹고 나와서 배가 고픈 걸 어떻게 해! 게다가 개시 와플이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단 말이야!”


 꿀과 생크림을 한껏 발라 칼로리 폭탄이 되어버린 와플. 그게 히마리가 보기엔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던 것 같았다. 달달한 음식은 다이어트의 적인데, 하고 훈수를 두려던 토모에가 뒷말을 삼켰다. 아침을 안 먹었다면, 그나마 정상참작으로 봐주는 게 좋을까.


 “그것보다 란하고 토모에, 아침부터 기합이 바짝 들어간 복장들이네.”


 메이드 복이나 연극 의상. 솔직히 두 복장 모두 어딜 가도 눈에 띌 몰골들이다. 특히 연극 의상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도 보이게끔 하기 위해 반짝이는 장식들을 많이 매달기도 했다.


 “정말 입었구나, 그거.”


 란의 복장을 위 아래로 보던 히마리가 결국 한 마디를 했다. 란은 고개만 살짝 돌려 할 말 없다는 뜻을 대신 보였다. 그러자 히마리는 볼을 살짝 부풀렸고,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토모에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있지, 토모에. 토모에! 우리 란의 시중을 한번 받아볼까?”


 “응?”


 살짝 당황한 눈빛을 띈 토모에와는 다르게, 히마리의 눈빛은 여전히 장난스러웠다. 이건 란도 예상치 못했는지,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토모에의 눈빛도 장난기를 한껏 띄웠다. 여기선 히마리의 편을 들어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 여기 있었군요.”


 불청객이라고 표현하는 건, 그저 마음의 못된 부분일까? 우수에 찬 혹은 조금 과장스러운 목소리가 토모에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의 주인은 세타 선배였다.


 적색 의상을 입어 파리스 백작의 이미지와 전혀 상반되게끔 만든 청색 의상. 의상에 촘촘히 배열되어 있는 스트라이프 무늬가 세타 선배와 제법 잘 어울렸다.


 세타 선배가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키가 큰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지니고 있는 기품이나 아우라 같은 것 때문일까? 사실 둘 다 일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아, 에로스 신도 참 매정하시지! 저와의 선약보다는, 파리스 백작과의 만남이 당신은 먼저인 모양이군요. 참 애석하고도, 덧없는 일이구려...”


 “아...”


 세타 선배는 세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갑자기 그런 목소리를 내었다. 주변의 시선이 순식간에 집중되었다. 그 점잖지 못한 투정에 히마리의 눈동자도 살짝 떨려왔다. 세타 선배와 선약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황하는 걸 보아, 이렇게 이른 시간에 직접 찾아 올 줄은 히마리도 몰랐던 듯하다.


 “낯이 익은데, 혹여... 당신은 몬태규 사람이 아니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말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카오루의 눈빛도 한층 가늘어졌다.


 “백작의 눈썰미는 둔갑한 신까지 알아채겠소! 백작의 말이 맞으오. 내가 바로 몬터규 家의 사고뭉치 장남 로미오요.”


 바로 받아치는 목소리가 매섭다. 그 심상찮은 모습에, 토모에도 한껏 달아올랐다. 기왕 맞춰주는 거, 세타 선배에게 밀리고 싶은 마음은 정말 요만큼도 없었다.


 “요즘 몬터규에게서 들리는 소문이 심상치 않으오. 내 미천한 특기를 지니고 있어, 가끔은 정부에게도 직접 정보를 주고 있소. 혹여나 옳은 행동이 아닌, 그른 행동을 한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도록 하시오.”


 “그른 일이라니! 백작은 이치에 맞지 않는, 정말 당치도 않은 말을 하시오? 내 비록 사고뭉치라고 불리고 있소만, 그른 일을 한 적은 신께 맹세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소.”


 세타 선배와 연극 톤으로 얘기하고 있자,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마야 선배가 왜 의상을 입고 나가라고 했는지 좀 알 것 같았다. 연극부의 부원들끼리 학교에서 만나면, 그것조차 홍보 행사가 되는구나.


 “다만 그대 옆에 있는 여인을 취하는 건, 그대에겐 그른 일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구려.”


 세타 선배의 눈빛이 히마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히마리에게로 향했고, 히마리도 검지로 저 자신을 가리켰다. 그걸 바라보던 토모에는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이 여인을 알지 못하오.”


 그리고 그녀를 모른다며 부인했다. 홍보도 좋지만, 일단 타인이 끼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에하라 히마리였으니까.


 “방금까지 즐거이 얘기 하고 있지 않았소?”


 “이보시오,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하지 않소. 여인과는 이 카페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했을 뿐, 이 여인과 나는 생면부지의 타인이오.”


 세타 선배의 조금 끈덕진 물음에, 토모에는 결국 두어 번 더 히마리를 모른다며 부인했다. 


 “한 번도 모자라 세 번씩이나 부인하는 구려, 베드로 성인처럼.”


 누구 때문인데, 라는 말이 목젖을 넘어 입까지 튀어 나올 뻔 했다. 그러다 저의 옆에서 망설이며 서있던 히마리를 보았다. 그 모습이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장난기도 들어 토모에는 히마리를 카오루의 곁으로 밀었다.


 언젠가 이런 적이 예전에도 한번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멀지 않은 과거라는 것만 선명히 기억난다.


 “자, 나만의 여인님? 저와 함께 이 축제를 들여다보지 않겠습니까?”


 저의 곁으로 온 히마리를 보고, 카오루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저의 두 손으로 히마리의 작은 손을 덮어주었다.


 “네... 기꺼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히마리는 간혹 미안하다는 시선으로 토모에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마음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토모에도 빙긋 웃고는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에 안심이 됐는지, 히마리도 카오루의 손을 잡고 나란히 인파 속을 헤쳐 나갔다.


 작은 연극을 보고 뭉게뭉게 몰려들었던 사람들도, 어느새 하나 둘씩 작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 저 멀리로, 키 차이마저 바람직한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속은 조금 쓰렸지만, 예전만큼 그리 많이 아프진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성장했다고, 그렇게 믿어버리고 싶다.


 “아~ 혼자 남아버렸네~”


 복도에서 그런 짓을 해버리다니, 문득 들어버리는 부끄러움에 토모에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손부채를 부쳤다. 분위기를 탔다고 해도 너무 장단을 맞춰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세타 선배는 정말 대단하구나, 그 얼굴로 그런 대사를 이런 곳에서 쉼 없이 쳐대니....


 “....메, 메이드 카페는 이쪽입니다. 주, 주인님....”


 “저기, 부끄러운 거 알면 무리는 하지 말지?”


 얼굴을 잔뜩 붉힌 란이 토모에의 붉은 옷깃을 부여잡고 그렇게 말했다. 토모에의 옷보다 란의 얼굴색이 더욱 붉은 것 같다. 더불어 아까도 생각한 거지만, 란한테 홍보를 시킨 건 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나왔는지 정말 걸작이다. 걸작.


 “실연당했으니까, 란한테 듬뿍 봉사 받아야겠네.”


 그래도 저를 위한 친구의 배려가 눈물겹게 고마워서, 토모에도 한껏 과장된 목소리도 란의 등을 툭, 툭 쳤다. 그러자 미타케 란의 얼굴이 잘 익은 홍당무처럼 더욱 붉어졌다.


 역시 애프터글로우가 괜히 애프터글로우가 아니구나.


 시뻘개서 애프터글로우구나.


-


야구 휴식기니까, 최대한 진도를 빨리 빼놔야....


보는 사람이 많이 줄은 것 같아, 우울.


이제부터 진짜 즐겁다구요~! 돌아와줘! (대충 좌절하는 FGO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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