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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 x 사요 #4

암낫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21 02: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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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사와씨?"


흠칫, 뒤에서 미사키가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사키는 몸이 움찔해버렸지만, 못들은 척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사요는 운동실력을 십분 발휘해 자신의 목소리를 못들은 척하는 미사키를 앞질렀다.


"얘기 좀 해요."


미사키의 앞을 가로막은 사요는 미사키가 도망가지 못하게 팔을 잡고 구석으로 이끌었다. 아파. 꽤나 사요의 손에 힘이 들어가있어서 잡힌 부분이 아팠다. 사요는 아파하는 미사키를 보고 황급히 손을 때고 사과했다.


"미안해요. 순간 힘이 들어간 모양이에요…."

"괜찮아요."


사요가 미사키의 팔을 자세히 보려고 손을 뻗었지만 미사키는 잡혔던 팔을 뒤로 물렸다. 사요의 눈썹이 움찔했다. 사요는 뻗었던 팔을 거두고 팔짱을 꼈다.


"… 왜 문자를 보내지 않은거죠?"


히카와 선배는 화를 잔뜩 누른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나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누구라도 화가 나면 무섭지만 히카와 선배가 화나면 더더욱 무섭다. 날카로운 눈매가 더 매섭게 뻗어있고, 평소보다 더 앙다문 입술에서 어떤 모진 말이 튀어나올까 두렵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장난아니다. 도깨비도 히카와 선배 앞에서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항복의사를 보일 것이다.


다행이도 나에게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나는 지난 일을 회상한다. 마지막 삼일은 코코로가 갑자기 잡은 스케쥴로 인해 밴드일이 바빠서,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문자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세트리스트를 선별해야하고 라이브 전에 모여서 연습도 해야하고 라이브 장소의 장비를 확인해야하고….


"…밴드 일이 바빠서 그만 깜박했어요."

"그렇군요."


나는 의외로 순순히 나의 말을 받아들이는 히카와 선배의 모습에 놀랐다. 히카와 선배라면 분명 사사건건 따져물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문자가 한 세월 걸리는 일인가요? 아니면 휴대폰을 만들어서 보내시나요? 파발이라도 쓰시나보죠?


"밴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개인연습은 기본이고, 다른 멤버들과 맞춰봐야하고 라이브 스케쥴도 고려해야하고요. 저도 밴드를 하고 있으니 이해해요."


히카와 선배는 전보다는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과의 대화에서 공감을 얻는 것 만큼 반가운 일이 또 어디있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진짜 히카와선배에게 완전 박살날까봐 걱정했는데, 넘어가서 다행이다.


화가 누그러진 사요의 모습과 아까전보다 느슨해진 분위기에 미사키는 완전히 긴장을 풀어버린다.


"오쿠사와씨는 점심시간에 주로 무얼 하시나요?"


껄끄러운 일에서 일상적인 대화로 주제가 바뀌었다. 긴장의 끈을 놓은 미사키는 편안하게 평소 점심시간을 상상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가장 먼저 코코로가 미사키에게 말을 걸었다. 미사키! 밥 먹자!


그 말과 동시에 미사키는 밖에서 먹을래 교실에서 먹을래? 라고 코코로에게 물어보고, 그날 기분에 따라 코코로가 장소를 정한다. 교실에서 먹는다면 둘은 책상을 딱 붙이고 도시락을 먹는다. 코코로가 밖에 나가길 원한다면 주로 앞뜰이나 운동장벤치에 앉아서 먹는다.


밥을 먹고나면 미사키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끝내지 못한 숙제를 하거나 양모펠트를 하거나 잠에 든다. 딱히 불량한 편이 아닌 미사키는 대체로 숙제를 집에서 해오고 양모펠트를 하면 애들이 그거 뭐야? 하면서 말을 걸기 때문에 점심시간은 거의 미사키의 수면시간이었다.


가끔 하구미가 찾아와 코코로와 시끄럽게 굴때도 있었지만 미사키가 잠에 들면 둘은 검지손가락을 코에 붙인채로 서로에게 조용히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미사키가 자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밖으로 나가 재밌는 일을 찾아헤매곤 했다.


"보통 코코로랑 밥을 먹고나서 자는 편이네요."

"잔다는건 밥을 먹은 뒤에 시간이 빈다고 봐도 되겠네요?"

"네, 그렇죠 뭐."


히카와 선배는요? 보통 대화는 물음과 질문이 꼬리를 물며 늘어진다. 미사키는 사요는 점심시간에 대체로 공부를 할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사요에게 점심시간에 어떤걸 하는지 물으려고 했다.


"그럼, 소원을 바꿀게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에 선도부실로 찾아오세요. 문자로 못 오는 이유를 보내지 않고 선도부실에 안온다면 당신네 반에 찾아갈거에요."

"네?"


사요가 갑작스레 소원을 바꾼다는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도대체 저 소원을 몇 번이나 우려먹는거야.


리사선배에게 히카와선배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테니스 내기를 건 이후 내기에서 이긴 사요는 미사키가 자신을 피하지 않았으면 했고, 미사키가 이를 지키지 않자, 매일매일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소원은 또 한 번 '수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에 선도부실로 선배를 찾아가기'로 바뀌었다.


"밴드 때문에 바쁘다는 건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문자 대신 점심시간에 저를 찾아오세요."

"갑자기요? 선도부실에 선배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점심시간은 비는 시간이라면서요. 그리고 수요일 금요일은 제가 당번이라 선도부실에 저 밖에 없어요."


아니, 보통 동아리실은 점심시간에 복작복작하지 않아? 선배가 당번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도부실이 비어버린다는 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선배의 횡포? 선배의 꼬장?? 선배의 무서움??? 미사키는 교문 앞에서 융통성없이 완고하게 굴던 사요를 떠올린다. 그리고 혼자 납득했다. 아, 그럴만 해.


아니, 그런데 그 히카와 사요하고 점심시간에 단 둘이 있으라고? 이건 또 무슨 벌칙인데. 절대 네버 둘 만있는 어색한 상황은 피해야만한다.


"다른건 안되나요?"

"안됩니다."

"진짜 오늘부터 문자 꼬박꼬박 보낼게요."

"그럼, 문자도 보내고 선도부실에도 찾아오실래요?"


교문의 완고한 문지기 히카와 사요가 강림했다. 미사키는 문지기 사요에게 아무리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이유를 말하며 따져봤자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사키가와의 대부분의 학생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말싸움으로 사요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소원은 하나잖아요. 그리고 막 자기 맘대로 합의없이 소원을 바꾸는 건 부당해요."


하지만 미사키는 그런 사요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히카와 사요와 점심시간에 같이 있는 미래를 막기 위해서라면 말싸움도 감수 할 수 있다.


"오쿠사와씨가 저를 피해다니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건 합당한가보죠? 처음부터 약속을 잘 지켰으면 됐잖아요. "


그래. 애초에 꼼수를 부리면서 약속을 어긴건 자신이었다. 명분은 히카와 사요에게 있다. 명분 없는 싸움은 총칼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일 뿐이다. 미사키는 포기가 빠르다.


"…그냥 선도부실로찾아갈게요. 수요일 금요일 맞죠?"

"생각해보니 월요일도 제가 당번이네요. 월,수,금 삼일 저에게 꼭 찾아오시길 바래요."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출튀하듯 얼굴도장만 찍고 나오면 만사형통이다. 미사키는 그렇게 당해놓고도 또 피할 궁리를 한다.


"그리고, 피치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한 점심시간 내내 저하고 같이 있으셔야해요. 얼굴만 비추고 갈 생각 하지마세요."


저 선배가 독심술도 배운건가. 마음을 간파당한 미사키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내일 뵈요."


딩동댕동.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사요는 미사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지나쳐 교실로 향한다.


어쩌다가 내가 히카와 선배를 찾아가야하는 지경까지 이른거지? 아무리 되짚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속절없이 휘둘리는 건 츠루마키 코코로 이후 두번째다. 코코로만으로도 학교생활이 벅찬데, 히카와 선배까지 얹어지다니. 아니, 그리고 저 선배는 왜 그렇게 약속에 집착하는건데. 그정도로 원리원칙을 빳빳히 따지는 사람인줄은 진짜 몰랐네. 아아아으으으아아아아 미사키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른다.


#


일단 미사사요 부터 끝내야겠어요.......... 완결까지 화이토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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