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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기다리는 시간 -2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25 02:34:45
조회 410 추천 24 댓글 4
														

학교 축제가 끝난 후, 학생회의 1학년들끼리 물품을 정리하러 가게 되었다. 반 년간 같이 작업을 하며 꽤나 친해진 우리들이었기에, 작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묵직한 짐을 창고에 두는 작업이 끝나고 숨을 돌리는 도중, 같은 부회장인 연지가 묘하게 쭈뼛거리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등 너머에선 다른 친구들이 힘내라는 듯 주먹을 꼭 쥐고 작게 흔들고 있어 의문만 더욱 증폭되었다. 궁금해 하는 내게, 연지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나랑 데이트해주세요!”

“응?”


연지한테 그런 말을 들을거란 생각은 한번도 해보질 않았기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작고 활달하면서, 그런 자신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눈매를 신경 쓰는 귀여운 아이. 항상 기운이 넘치던 아이였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선 소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눈물로 가득 찬 눈동자와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여자끼리 이런 말 하면 좀 이상하지만, 저랑 사귀어주세요!”

“일단 진정해. 그리고 존댓말도 쓰지 말고.”

“어, 응.”


평소 같은 내 태도에 연지도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답은?”

“글쎄…….”

“역시 그렇지…….”


연지가 한눈에 알 정도로 시무룩해지며 말했다.


“지애는 세아 선배랑 사귀고 있으니깐.”

“아니야!”

“어?”


연지가 놀라 동그란 눈을 크게 뜬 게 눈에 들어와 아차싶었지만, 그래도 이 일은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만 했다.


“난 그 사람이랑 그런 관계는 절대 아니니까!”

“그래?”


연지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항상 같이 붙어다니고, 저번에는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잖아.”

“절대로, 아냐.”


나도 놀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눈 앞의 귀여운 아이가 놀라 벙쩌있는 걸 알아채고 헛기침을 했다.


“미안. 아무튼, 난 그 사람과는…….”

“응. 오히려 그런 식으로 단정 짓고 있어서 미안해.”


“아무튼, 그러면 나한테도 찬스는 있다는 거지?”

“뭐, 그렇지.”

“그럼 이번 주말에 영화나 보러 가지 않을래?”


배시시 웃는 그 모습은, 내겐 너무 눈부셨다.



---



늘 그렇듯 지옥 같은 평일을 보내고 맞는 토요일. 오늘은 연지와의 데이트날이었다. 내게 그런 종류의 순수한 호의를 보내준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기에 나 답지 않게 설레어버렸던 건 비밀이다.


점심 즈음에 만나 영화를 봤다. 영화는 멜로 영화. 평소에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지만, 그건 그동안 한번도 누군가와 같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늘 위의 구름처럼 푹신푹신한 미소를 지으며 감상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의견에 대꾸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다. 그저 그랬다.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던 도중,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그년. 내용은 간략했다. 가까운 화장실로 당장 와. 물론 혼자서.


세상이 얼어붙은 기분이었다. 그런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핑크색으로 물들어있는 여자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무어라 말을 걸었다. 나도 무어라 대답하려다, 걸음을 멈추었다. 아아…….


“나 잠깐 화장실 좀.”

“어? 응. 짐 맡아줄까?”

“응, 고마워. 금방 올 테니깐.”

“벤치에 앉아있을게~.”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고자 노력하며 손을 흔들었다. 화장실과 가까워질수록 발이 천근만근 무거워왔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순 없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익숙한 그림자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이것참 우연이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니가 불렀잖아.”


으르렁거리며 말했지만, 그녀는 태연자약히 웃을 뿐이었다.


“주말인데 여기서 뭐하는거야. 스토킹?”

“설마~. 이 언니가 그런 귀찮은 일을 할 리가 없잖니.”


그녀가 또각또각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숨이 닿을 거리에까지 다가온 그녀가, 내 귀에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사실은 연지가 너랑 영화를 보러간다고 노래를 불러서 말이야. 이 공원 근처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 맛있고, 또 공원 반대편의 파스타집이 무척 맛있다는 것도 알려줬어. 그랬더니 그 아이, 나한테 엄청 감사해하는거 있지?”

“…….”

“예전 같았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이를 가지고 놀았겠지만, 지금은 너밖에 흥미가 안생기네.”

“뭐?”

“그러니깐, 이리와.”

“아, 잠깐!”


내 손을 쥔 그녀가 날 안으로 끌고 갔다. 출입구에서 제일 먼 개인칸으로 끌고 가 날 변기에 앉힌 그녀가 문을 걸어 잠그며 히죽 웃었다. 다른 칸들이 텅 비어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단 둘이라는 점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런 내 불안을 감지해서인지, 그녀가 실룩 웃으며 동그란 기기를 쥐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오늘은 왜! 평일도 아닌데.”

“내가 언제 주말에는 안차고 있어도 된다고 말한 적 있었나?”

“이…….”

“자, 벌려.”


변함없이 히죽이는 표정에 거부하려하자 그녀가 핸드폰을 꺼냈다. 안의 내용은 친구들이 발가벗은 채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것들. 진짜, 거지같은 년이었다.

내 표정을 보며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지, 이번엔 직접 넣어봐.”

“내가 왜.”

“왜라니, 지애도 참.”


녀석이 깔깔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 이거 끼고 다니는거 좋아하잖아?”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소리를 지른 순간,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틀어 막는 내게 눈앞의 쌍년은 또다시 히죽거리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소름돋는 그 행동에 볼을 닦아내는 사이, 그녀의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목소리 크게 내면 저 사람한테 들켜버릴지도 몰라?”

“들키면 너도 당황스러울텐데.”

“그러게. 당황해서 핸드폰 안의 사진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해버릴지도 모르겠네~.”


전혀 곤란해하지 않는 태평한 말투로 녀석이 말했다.


“친구들꺼 만이 아니라 우리 지애 사진도 학생회장님한테 보내버릴지도 모르겠어.”

“너……!”

“쉿 하래도~.”


그런 건 또 언제찍었냐는 말은 내 입안을 맴돌다 사라져버렸다.


“우리 지애가 말만 잘 들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야~. 자.”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녀석은 내 손에 달걀형의 진동기구와 콘돔을 쥐어주었다. 이걸 진짜 내 손으로……?

좆같은 년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빙글 웃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 오래 걸리면 연지가 이곳으로 올지도 몰라~?”

“칫.”


포장안에 든 콘돔을 꺼내고 그 안에 기구를 집어넣었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그 질감에 머뭇거리는 내 손을 쌍년이 하복부로 잡아끌었고, 그와 동시에 전원이 들어온 기구가 돌기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조용히 하지 않으면, 들킨다구?”


그 말과 동시에, 손을 누르던 힘이 떨어졌다.


“이제 스스로 넣어봐.”

“……윽.”


다소 차가운 그것을, 천천히 입구에 가져다 대었다. 스스로 넣는 그 행위가 어색해 몇 번 헤매긴 했지만, 가까스로 안으로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년은 그것에 만족을 못한 듯 좆같은 웃는 얼굴로 내 그곳에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차가웠던 기구와는 달리 따뜻한 손가락이 들어오는 감각에 몸이 살짝 뛰었고, 그런 내 모습이 재밌는 듯 그년이 작게 키득거리며 내 귀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좀 더 안으로 집어넣어야지. 이렇게~.”

“읏…….”

“정말~ 감도 하나는 발군이라니깐. 넣자마자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행복하네.”

“닥치ㄹㅏ……그으읏.”


손가락을 깨물며 참아내는 동안, 아까 들어왔던 사람 쪽에서 변기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그녀는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가버렸다.


이제 나도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앞의 쌍년은 날 보내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더 달라붙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내 다리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든 그년은, 입맛을 다시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 그만해!”

“싫어~. 니가 그렇게 꼴리는 표정으로 날 유혹하니 어쩔 수 없잖아.”

“니가 시킨거잖아!”

“그랬나아~?”


새하얀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둘 푸는 손을 가로막았다. 녀석은 의외로 순순히 행동을 멈췄다. 어라?


“이렇게 계속 반항하는 걸 억지로 따먹는 플레이도 그거대로의 맛이 있어 난 좋긴 한데, 밖에서 기다리는 연지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

“잠깐 화장실에 간다던 애가 늦게까지 안오면 무척 걱정하겠지. 가방도 안들고 온 거 보니 잠깐 갔다 온다고 말했겠고.”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 빨리 가버리면 되잖아.”

“닥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녀석이 마치 못 말리겠다는 듯 거나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 뭐야. 니 친구처럼 목이라도 깨물어주는 게 더 좋겠어?”

“시발 작작 ㅎ-. 하아으…….”

“정말, 손으로 살짝 문댄 것만으로도 이렇게 느껴주다니, 너무 밝히는 동생을 둬서 이 언니는 무척 슬프단다.”

“시……발년.”

“응응, 우리 지금 씹하고 있어요~.”


왼손으로 민감한 곳을 문지르는 손을 밀어내려 했지만, 녀석은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쪽으로 신경이 쏠린 사이 솜씨 좋게 한 손으로 단추를 얼추 풀어낸 녀석이 가슴까지 희롱하기 시작했고, 욕설을 내뱉으려던 입은 입술로 막혀버렸다.


애초에 반항할 수 있었으면 맨 처음 협박 받았을 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걸 금새 깨달았기에,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다. 난 항상 그랬다. 우수하고 완벽한 언니였다면 현명하게 해결했겠지만, 나는 언니와는 달리 멍청하고 아둔한 아이니까.

이렇게, 또다시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녀석의 욕망대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어느새 익숙해지기 시작한 장난감 취급에 몸을 벌벌 떨면서.


내가 몸에 힘을 뺀 것을 알아챈 녀석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완견에게 할법한 그런 행동에 약간 울컥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녀석의 옷깃을 잡으며 버티는 것 뿐.

언제 입술이 떨어졌는지, 브라가 언제 벗겨졌는지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허덕이던 난, 이윽고 또다시 절정을 맞이했다. 힘이 빠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내 몸을 녀석이 한 손으로 지탱하며 잘근잘근 귀를 깨물고 있었다.


“역시, 니가 제일 재밌다니깐.”


벌벌 떨리는 손으로 더러운 흔적을 닦는 사이, 녀석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



그 후로는 기억에 안개가 낀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개 사이로 보이는 건 울고 있는 연지의 모습과, 늘 그 녀석의 손에 이끌려 끌려갔던 아파트의 천장 뿐. 그저 멍하니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무언가를 잡고자 뻗은 손은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몇 시간이나 흐른 걸까? 문득 정신을 차렸다. 낮의 풍경이 우습게도, 난 허름한 잠옷 차림으로 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시간은 새벽 4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초침 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생각났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조차 옆방의 언니가 깰까 두려워 제대로 소리조차 내질 못했다.


나는 실패작이다. 언제나 그럴 것이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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