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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러고보니까 옛날에 이런거 쓴 적 있음앱에서 작성

Autumfiel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5 00:31:12
조회 1140 추천 2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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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후지와라공. 안녕하세요. "


입을 가리며 빙긋, 그녀가 나를 보며 웃는다. 마치 잘 다듬은 흑단과도 같은 두 눈은 살포시 감겨 반달과도 같았다. 비단같이 빛을 머금은 검은 머리는 잘 정돈되어 가볍게 흘러내리고 있다. 백옥과도 같은 피부는 그와 대비를 이뤄 자신의 존재를 더욱 빛내고 있었고 볼에는 따스한 홍조가 돌고 있다. 폭력과도 같은 아름다움은 세상 누구라도 사로잡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한껏 웃어주며 읊조린다.


" 흥. 창부같기는. 모두가 그런 외향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


이렇게 얘기하는 나조차도 그녀를 사랑하였다.
달에서 왔다는 천상의 미녀. 카구야히메를.




東方悲劇談. 줄리엣의 사랑.





옛날 옛적. 한 노부부가 죽림에 살았다. 대나무를 베어 팔던 그들은 어느날, 죽림의 깊은 곳에서 금색 대나무를 발견하였다. 너무나 신기한 나머지 그들은 나무를 베어 집에 가져왔고, 그곳에서는 한 아이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무럭무럭 자란 그 아이는 절세의 미모를 자랑했으며, 온 천하에 그 모습이 소문났다. 각지의 유명한 무사와 서생, 무역을 많은 재보를 쌓은 부자부터 좋은 집안의 귀족까지. 모두가 그녀를 보고자 했다.

그녀가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 카구야히메다.



=



" 아버지, 또 어디를 그렇게 가시는 겁니까. "


대문을 나서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 너는 알 것 없구나. "


아버지. 과연 당신의 자식이 그것을 몰라서 묻는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아니면 그저 한곳에만 정신이 팔려 다른 곳에는 시선은 커녕 신경 한줌 조차 주시지 않을 뿐입니까. 그리도 그녀가 그렇게 사랑스러우십니까.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소리를 꿀꺽 삼켜낸다. 목에서 쓴맛이 올라온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아버지를 배웅하는 것 뿐이다.


" 다녀오십시오, 아버지. "



=



수많은 남성들은 그녀에게 청혼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단 한마디 뿐이었다.

' 싫습니다. '

그녀는 그들 중 누구와도 그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렇게 수년이 지날 뿐이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남성들은 모두가 질려 떨어져나갔다. 그녀는 말 그대로 닿지 않는 하늘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남아있던 다섯 사람이 있었다.


태정관 중납언 이소노카미노 마로.

그의 상관인 대납언 오오토모노 미유키.

태정관의 제 2인자인 우대신 아베노 미우시.

이시즈쿠리 황자, 타지히노 시마.

그리고 쿠라모치 황자이자, 나의 아버지. 후지와라노 후히토.


국가 최고의 권력자들인 그들만은 그 시간 속에서도 그녀에게 한결같이 구애해 왔다. 왜인지는 몰라도 카구야히메가 유일하게 말을 조금씩이라도 섞어주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일까. 그들은 스스로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으며, 외향뿐이 아닌 지적이고 품격 넘치는 그녀에게 더더욱 매료되어 갔다. 특히나 두 황자의 집착은 너무나도 강하여 몇번은 전쟁까지도 갈 뻔 한적이 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그저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홀린 듯이 홀몸으로 집밖을 나서는 아버지를. 집안의 재보를 산같이 쌓고 수많은 행렬을 이끌고 가는 아버지를.

그리고, 항상 뭔가를 잃은듯한 눈을 하고 오는 아버지를.

나는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기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오셨다. 나 또한 조금은 기뻤다. 이제야 아버지의 정성이 빛을 보는구나 싶었다. 하여 아버지께 여쭈었다.


" 드디어 그녀가 마음을 굳힌 것 입니까? "


굳이 아버지에게, 라는 수식어는 필요치 않았다. 아버지의 표정은 세상을 얻은 듯 하였으니. 하지만 아버지가 웃으며 말하는 말은 뜻밖이었다.


" 그래. 한가지 과제를 주었단다. 이를 이루는 자와 혼인하겠다고. "


거기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소노카미에게는 제비가 낳은 자안패를. 오오토모에게는 용의 구슬을. 아베에게는 불쥐의 가죽을, 이시즈쿠리 황자는 부처의 바리때를.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


" 나는 이제부터 봉래산에 가려 한다. "


─── 봉래산에서 옥의 가지를.

말릴 틈도 없았다. 아버지는 홀몸을 이끌고 길을 떠났다. 사랑에 맹목적으로 변한 아버지는 이해하지 못한 것 일까. 단호한 거절의 문장을.


" 이 요물이...! "

나는 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채, 그녀가 살고 있다는 죽림으로 떠났다. 



=



" 당신은? "

주변인들의 만류도 뿌리치며 나는 막무가내로 그 집으로 박차고 들어갔다. 그 곳에는 혼자 차를 마시고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씨근덕거리는 나를 바라보지도 않으며 묻는다.

" 네년을 벌하러 온 자다. "

그러자 그녀는 살짝 소리내며 웃는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단언컨데 비웃음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는 그녀의 어깨를 확 움켜쥐며 그녀를 돌려 세운다.

" 웃다니─── "

하지만 나는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멍하니 그녀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 검은 머릿결은 흠잡을 데 없이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검은 눈빛은 마치 내 정신을 빨아들이는 듯 했고, 분홍빛 입술은 내 시선을 훔친다. 그녀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내게 말을 했다.

" 하여, 소녀를 어찌 하실건지? "


이것이 나, 후지와라노 모코우와 호라이산 카구야의 첫 만남이었다.



=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듯한 우리의 만남이 의아할 정도로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편협한 시각을 탓했다.

만나는 족족 끈적이고 더러운 시선으로 위아래를 훑는 남성들의 시선 탓에, 그녀는 남성을 싫어하는 것 뿐이었다. 아버지 등의 다섯 사람도 너무나 고관이기에 거절했다가는 노부부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두려워 조금씩 이야기를 나눠준 것 뿐이었다고 한다. 이번 난제 또한 그저 포기해 달라는 완곡한 표현이었을 뿐, 그들이 실제로 길을 나선 것에는 자신도 당황했다고 한다.

그녀 또한 나를 재밌게 여기는 듯 했다. 본인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는 남성은 처음이라며. 물론 집안 사정상 남장을 하고 있을 뿐이었으나, 구태여 설명하지 아니하였다.

그녀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가끔씩 보이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문득 비치는 슬픈 옆모습은 한없이 가련해 보였다.

동성이었지만. 아버지가 탐한 여성이지만. 내가 그녀에게 빠지는 것은 아마 당연하지 않았을까.

" 당신에게 말할 것이 있습니다. 호라이산. "


이때의 나는 뭔가에 씌인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이제와서는 후회해본다.

" 난 사실, 여자입니다. "

나는 그때, 그녀의 눈빛에 이채가 돌던 것을 보지 못하였다.



=



우리의 이 비밀스런 만남에는 갑작스레 끝이 찾아왔다. 여행을 떠났던 이들이 모두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그녀의 난제를 풀었노라고 외쳤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제비가 낳은 자안패를 찾던 이소노카미 중납언은 이를 찾았지만, 강풍에 몸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고, 시신은 수소문 끝에 수습하여 장례를 치룬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넷은 모두 얼마 후 모두 자살하였다.


오오토모 대납언은 사실 가져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저 그의 연적들이 가져왔노라고 호언장담 하자 치기에 못이기고 거짓을 떠벌인 것이다. 공개하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자 그는 정신에 이상을 보이며 이리저리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끝내 목을 메단 채 본인의 방에서 발견되었다.


아베 우대신은 불쥐의 가죽이라며 한 붉은 가죽을 가지고 그녀에게 갔다.

' 불쥐는 화산의 불길 속에서 산다지요. 허면 이 가죽은 그 어떠한 불 속에서도 타지 않을 터. '

라며 카구야는 그 가죽을 마침 집에서 대나무 숯을 굽던 불에 던져넣었고, 그 것은 재만을 남긴채 타닥 타닥 타들어 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불쥐의 가죽은 흰색인데, 명색이 우대신이라는 분께서 이를 몰랐냐며 비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럴리 없다며 울부짖더니 그대로 불속으로 뛰어 들었다고 전해진다. 그 가죽을 구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빚을 졌다는 후문이 있다. 아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다음은 이시즈쿠리 황자였다. 그는 당당하게 한 바리때를 내밀며 말하였다.

' 이 것은 제가 서역까지 가서 구해온 진짜 부처의 바리때입니다. 공주, 부디 저와 혼인을 해 주기시 바랍니다. '

그는 무릎을 꿇으며 비장하게 말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한다.

' 이미 그대가 뒷산의 절의 주지에게 낡은 바리때를 하나 받아온 것은 그 스님에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근래 강한 파도때문에 서역으로 향하는 배가 한척도 출발하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그런 간단한 것도 조사하지 아니하셨나요? '

그러자 황자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채 빠른 달음으로 그곳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후일 그는 할복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은 나의 아버지, 쿠라모치 황자였다. 아버지는 당당히 옥가지를 내밀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만든 장인이 나서서 양심선언을 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모욕감을 감당하지 못한채 근처 절벽으로 투신하셨다.

시신이 짓이겨진 탓에 나는 아버지의 얼굴은 커녕 시신의 한조각도 보지 못하였다. 그저 아버지의 시신이 타들어가는 화로 앞에서, 그 화마를 눈에 새기고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까. 사람이 뒤틀린 것은.



=



" 어째서, 그렇게까지 했던거야? "


나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못한 채로, 담담히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녀의 집 마당에 무릎을 꿇
고 있었고, 그녀는 툇마루에 가만히 서서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갑자기 
푸훗,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 일어나세요, 후지와라. "


그녀는 맨발로 마당에 나와 나를 일으킨다. 내가 그 손길을 거부하지 못한채 이끌려 일어나자, 그녀는 
손으로 내 턱을 당겨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 제가 말했잖아요? 추악한 남자들이 너무나도 싫었다고. "


그녀는 온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말을 잇는다.

" 그래서 죽인거에요. "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즐거워 보여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그런 내 표정을 보
며 그녀는 의문을 가득 담아 내게 말한다. 기쁘지 않느냐고.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물었다.

" 왜...? "


그러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내게 말한다.


" 그야, 내가 널 택해준거니까. "

그대로 그녀는 내 턱을 당겨 내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내가 살짝 입을 벌리자 그녀는 탐욕스럽게 내 입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사랑을 갈구한다는 듯이.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찰나도 지난 것 같지 않지만 또한 그 시간은 마치 영원과도 같았다. 그녀는 마침내 내 입술에서 떨여졌다. 그리고는 말한다.

" 시간이 왔어. 그들은 마침내 나를 찾아냈지. 나는 깨끗함을 버린 달의 죄인. 아마 세상이 사라져버릴때 까지 쫒기겠지. 너는 나를 따라올 수 있을까? "


그렇게 그녀는 사라졌고, 이 것이 내가 일본에서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이다.



=



그녀가 떠난 집에서 그녀의 흔적은 단 하나였다. 마치 내게 쓴듯한 편지였다. 그곳에는 단 한 문장만이 적혀져 있었다.

' 하늘과 가장 가까운 불의 땅으로 가면 해답을 찾을지니. '

그 글을 읽고 눈을 들어 본 곳은 하나. 너무나도 높아 정상 부근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산 안에 화염이 넘실거리는, 일본 최대의 무명산이었다. 그녀는 무슨 답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일어나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답 이전의 의문이 나의 발길을 이끄는, 무언가 이상한 여행길에 나는 오르게 된 것이다.



=



얼마나 걸었을까. 마치 그날의 밤과도 같이 시간의 흐름이 불투명하였다. 아주 잠깐의 시간을 걸은 것 같다가도, 십년, 백년은 걸은 듯 했다. 시간이란 강물의 위를 느긋이 걷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나는 한 병사 무리를 만났다. 걸친 복장과 내세운 기를 보아서는, 천황의 군사들 이다. 그들 중 선두에 선 자가 나를 보더니, 외친다.


" 정지해라! 너는 누구냐! 우리는 천황폐하의 명을 받들어 수행하는 자들이다! 이름을 밝혀라! "


나는 그 기백에 잠시 멈칫했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외친다.


" 나는 후지와라의 아들, 후지와라노 모코우다! 계시를 받아 이 산의 정상을 향하는 중이다! "


후지와라는 전 일본에서 이름이 통하는 권세가이다. 천황의 이름 아래로는 단언컨데 으뜸가는 가문일 것이다. 그 이름에 군사들은 서로 수근대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게 고하길, 이 산에 사는 여신이 지난 밤에 나타나서, 정상으로의 여정에 한 소년이 찾아올 것이고, 그 소년이 없으면 정상에 다다르지 못할 것 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들은 내게 동행을 해도 되는지 물어봐 왔고, 마침 나 또한 홀로 굶주리고 지쳐가던 찰나에 괜찮은 동행들을 만나 흔쾌히 수락했다. 나는 개들중 지휘자로 보이는 이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는 살짝 웃으며 답해주었다.

" 제 이름은 츠키노 이와카사 입니다. "



=



그렇게 수일에 걸쳐 우리는 산의 정상에 올라왔다. 산의 정상에는 깊은 구덩이가 파여있었고, 그 안에는 화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츠키는 품에 소중히 품고 가져온 병을 꺼내고는 선언한다.

" 그간 폐하의 밀명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내가 폐하께 받은 밀명은 바로 이것이다. 이 병을 내용물과 함께 이 불길에 태워버리는 것이다. 자, 이제 이 임무를 마무리 하고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혹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주변에서 강한 바람이 몰려온다. 그 바람에는 분홍빛 벚꽃잎이 섞여있었다.

" 이런 곳에...벚꽃잎? "

바람은 한군데로 집중되더니, 실어온 꽃잎을 한덩이로 뭉치기 시작하였다. 꽃잎들은 서로 뒤섞이며 한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츠키를 포함한 모두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때, 그 인형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당장 멈추거라, 인간들이여. 나는 이 산을 다스리는 꽃의 여신. 코노하나사쿠야히메이다. "


그 소리에 우리는 당장 머리를 조아리며 여신을 영접하였다. 여신은 우리의 자태를 바라보는 듯,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 그 약은 먹은 이를 불로불사로 만들어 주는 봉래의 약이다. 그 것을 이 불길에 태우면 영원히 꺼지지 않는 화마가 이 열도를 불태울 터, 너희는 이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

" 그렇다면 저희는 어찌해야하나이까, 여신이시어. "


츠키가 여신에게 감히 묻는다. 그러자 여신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답해주었다.


" 야츠가타케로 가거라. 그곳에는 나의 언니이지 바위의 여신, 영원을 관장하는 이와나가히메가 거처하고 있다. 그녀라면 그 약을 받아줄 것이다. "

그렇게 그 여신은 다시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우리는 그럼에도 한참을 엎드려 감히 일어나지를 못하였다. 여신의 위엄? 그런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기 싫은 욕망이 있다. 아마 여신도 이 상황을 예상하고 모두 말해준 것이겠지. 병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더니 칼을 뽑아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의 팔목을 낚아채고는 뛴다. 츠키였다.

" 도망치는 겁니다, 후지와라공! "




=



얼마나 그들을 피해 도망다녔을까. 우리는 절벽 위의 한 동굴에 숨죽이고 있었다.

" 당신은 이 약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나요? "


내가 먼저 묻는다.


" 그렇습니다. 본디 이 약은 천황께 카구야히메가 이별 선물로 준 것입니다. 허나 천황께서는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은 의미가 없으시다며, 이 약을 태우라는 밀명을 받고 이 산을 오르게 하신 겁니다. 
"


그녀는 천황마저 홀린 것이었나. 나는 속으로 조소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몰라도, 츠키는 말을 계속 이어나간다.


" 실은 그녀는 본디 달의 공주라고 합니다. "

아는 이야기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것은 그녀와 가장 가까웠다고 자부했던 나조차 모르는 이야기었다. 그녀는 불로불사를 탐내 영원의 약을 만들게 되었고, 이를 달에 들킬 것 같자 지상으로 도망쳐 나온 것 이라고 한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묻는다.

" 츠키공은 그 약이 탐나지 않으신지요? "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사랑하는 이가 없는 영원따위는 진정한 영원이 아니라고. 그때, 나는 왜 증오스런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을까. 그리고 나는 그때 왜 그 약이 탐이 났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 피하는 것일까. 나는 그저 회고한다. 무언가에 씌인듯 했다고.

나는 그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렸다. 약을 갖기 위해.



=



수백년이 지났다.

나는 점차 망가지고 있었다.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한 다는 것을. 그녀가 말한 답이라는 것이 이것일까. 영원히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며, 그녀만을 그리고 원망하며 그녀를 찾아 헤메는, 멍청하디 멍청한 인간의 일생을 그녀는 이미 계산하고 있었을까.

죽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몇달 내내 자살만 하다가도, 그 감정이 마모되어 다시 길을 걷는다. 그러다 퇴마사라는 사람들을 만나 요괴소리를 들으며 몇번이고 싸운다. 그러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한 여성이 내게 말을 건다.


" 결국은 당신이란 존재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군요. "


나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 당신은 몰랐겠지만, 나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


나의 아버지의 일부터, 나의 첫사랑과 최악의 절망. 첫 살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절망의 고행길. 그 모두를 보고있었노라 말하는 그녀를, 나는 그제야 바라보았다.

금색의 살짝 곱슬진 장발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보라색 눈은 세상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듯 깊이있었다. 자신만만하게 모든것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이 어려있는 얼굴은 살짝 기분나쁘게 웃고 있었다. 보기 힘든 보라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 그녀는 내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 잊혀진 이들의 마지막 낙원, 환상향. 그곳에 오지 않겠어?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


아름다운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잔뜩 끼쳤다. 하지만 나는, 그 제안 이면에 있는 것을 눈치채고는 되묻는다.


"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고...? "


그녀는 다시금 씨익 웃으며 말한다.

" 자, 기회는 한번뿐이야. 너는 이곳에서 영원히 잊혀진 채 오지 않을 죽음을 기다리는게 좋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걸고 생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달려보겠는가. 그것은 오롯이 네 선택이야, 후지와라노 모코우. "


" 나는─── "



=



눈을 뜨자, 눈앞에는 오랜만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와의 기억이 얽히고 섥혀 다시는 보기도 싫던 그 광경. 하늘 높은지 모르고 솟은 대나무들이 주변 풍경을 어지러히 뒤덮어 방향감을 찾기 힘든 그 곳을.


" 젠장, 그 여자. 굳이 이런 곳에 데려다 놓은 건가. "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물론, 어디로 향하는 지는 나조차도 알바가 아니지만 말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인기척 하나가 잡힌다.


" 잠깐, 거기 인간. 이런 곳에는 무슨 일이지? "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하자 그곳에는 한 소녀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서있었다. 보랏빛이 감도는 머리는 왠지 모르게 신비로웠고, 붉은 눈에서는 묘한 색기가 흘러나왔다. 머리에는 토끼 귀 모양의 머리장식을 하고 있었고, 듣도 보도 못한 양식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금 묻는다.


" 이 앞은 달의 공주님의 영지다. 더 이상 들어온다면 소리소문 없이 죽여주마! "

" 달의. 공주...? "


예기치 못한 한 단어가 내 마음을 어지러히 흩트린다.

나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으르렁거린다.

" 너, 카구야를 아는거냐! "



=



토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길안내를 받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저곳이 영원정입니다...카구야 공주님과 제 스승님이 지내고 계시는 곳입니다. "


토끼가 중얼거린다. 너무 심하게 다룬 걸까. 나는 괜히 미안해져서 말을 건낸다.


" 미안하다. 괜히 감정에 받쳐서 관계도 없는 건데 너는. "


" 하오면 다음부터는 부디 봉래인이라는 말씀부터 먼저 해주시길. "



그녀의 말에 의하면 봉래의 약 이라는 것은 그녀와 그 스승이라는 사람의 협업이 아닌 이상 만들 수가 없는 약이라고 한다. 즉 그 두 사람이 주인으로 있는 이 영원정의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라는, 일종의 신원 보증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그 건물에 다가선다. 그리고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자,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아름답디 아름다운 검은 머리는 그때와 단 한치도 다르지 않게 부드럽게 흘러내려 뒤태를 가리고 있었다. 분홍색을 기본으로 한 기모노는 한눈에 최고급품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 카구야. "


내 중얼거림이 그녀의 귀에 닿았던 것일까.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놀란 것일까. 그 까만 두 눈동자를 크게 뜨며 작은 입술을 살짝 벌리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리고 그녀가 살포시 웃자, 내가 쌓아온 원망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 했다. 나는 그녀에게 한달음에 뛰쳐간다.


" 카구야...! "

" 모코우...! "


그리고, 퍼억. 하는 파열음이 들린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아랫쪽이었다. 그 곳을 바라보자, 방금 뚫린 바람구멍이 내게 보였다.


" 어? "


그리고 나는 의식이 끊기는 것을 느끼며, 풀밭에 털썩, 쓰러진다.



=



눈을 뜨자 그곳에는 카구야의 얼굴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맞는다. 소름끼치는 미소였다. 그녀는 저런 표정을 지을줄도 아는구나 싶은 그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역시 넌 최고야, 모코우. "


그리곤 쉬지 않고 말을 쏘아붙힌다.


" 널 처음 봤을 때 부터 느꼈어. 내 외모에 현혹되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 너는 내게 애정이 아닌 분노를 뱉어줬지. 너만이 내 안을 봐줬고, 나는 네게만 내 심장을 내줬어. "


" 너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지.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아니었어. "


아까까지 뛰던 심장이, 차갑게 식는다.


" 너도 느껴봤지. 누구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해. 필멸의 생을 사는 모든 것들은 우리를 인정하지 않아. 나는 너를 보기 전 까지 죽어갔어. "

" 너는, 나를 살게 해. "

" 카구야... "

" 너는 나를 찾기 위해, 나를 갈구하며 영원을 받아냈어."

그렇다. 나는 그녀라는 이름의 악령에 씌여 사람을 죽였다.

" 너는 나만을 위해 살아왔어. "


그녀에게 묻기 위해. 네가 내게 보여준것이 사랑이었느냐고. 그녀만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 그리고 우린, 앞으로도 서로를 살게 할거야. "

" 카구야아아아아아! "


나는 온 힘을 싣고 그녀의 뺨에 주먹을 갈겼다. 퍼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는 뒤로 쓰러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 사랑은 서로를 죽게만드는 추악한 감정이야, 모코우. "


나는 그녀를 위해 죽을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사랑했다.


" 하지만 우린 달라. "


우리는 서로를 살리기 위해 산다.

서로 모든 감정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퍼붓고, 서로 받아준다. 거기에 사랑이 있을까.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갈구하며, 미워하며 죽이고 싶어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

나는 망가진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또한 그녀 때문에 망가져왔다. 그녀또한 망가지지 않은 나를 사랑했겠지만, 그만큼 그녀의 사랑은 뒤틀리고 망가져 있었겠지. 자신을 위해 나를 망가트리는 본인을 죽도록 미워했을 것이고, 그만큼 망가진 나를 갈구했다. 우리의 관계는 망가지고 얽히고 섥히는 관계다.


내가 바래온 사랑은, 없었다.




=



그냥 그렇다고

벌써 3년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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