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주운 짤)

"미사키, 나 모텔에 가고싶어."
"???"

미사키는 뜬금없이 치명타를 날리는 코코로의 입을 잽싸게 막고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이곳은 코코로의 천문부 활동 주무대로 알려져 학생출입이 없는 학교옥상이어서 아무도 코코로의 파격적인 말을 듣지 못했다.

"코코로, 뜬금없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우우웅"

코코로는 자신의 입을 막은 미사키의 손에 대고 웅얼웅얼 입을 연다. 미사키는 아차 싶어 황급히 손을 땐다.

"아침방송에서 연인들에게 추천하는 모텔랭킹이라는 걸 봤어. 막, 출렁출렁거리는 침대도 있고, 거울방도 있고 조명이 빨간 곳도 있고 되게 신기한게 많았어!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 그리고 미사키, 우리들도 연인이니까 연인끼리 가는 곳에 가보고 싶어!"

"아니, 아침방송이란데서 아침부터 무슨 해괴망측한 랭킹을 매기는거야..."

미사키는 미사키의 팔을 붙잡고 반짝반짝한 눈빛을 날리는 코코로를 애써 외면한다.

아니, 연인끼리 모텔을 간다는건 그렇고 그런 목적을 갖고 간다는거 아니야? 기껏해야 코코로랑 눈이 마주쳤을때 뽀뽀하거나 손잡거나 포옹하거나 그게 전부인데 모텔에서 분위기 잡아봐야 소용도 없고 재밌어보여서 모텔에 가고 싶다는 애한테 엄한 짓을 할 수도 없고...

"미사키, 그럼 내일모레 모텔에 같이 가는거다?"
"예? 제가 간다고 얘기했었나요 코코로씨?"
"흐흐흠"

미사키는 당황해서 코코로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코코로는 미사키와 모텔에 간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기분이 좋을때 부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코코로씨, 똑똑 제 말 들리나요?"

"미사키, 모텔에서는 맛있는 음식도 팔고있데!"

"나도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일반적인 곳에서는 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먹으려면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들어가야하지 않을까? 아니 코코로 아무리 그래도 모텔에 가는 건 좀..."

"안 돼?"

"..."

미사키는 코코로를 이길 수 없다.

***

"편의점에서는 미사키가 샀으니까 여기는 내가 낼게!"

모텔 앞 편의점에서 코코로가 먹고 싶은 것을 한보따리 가득 구입한 미사키는 슬쩍 카운터 직원의 눈치를 본다.

죄송해요 다 치우고 갈게요.

코코로는 지갑에서 반짝반짝이는 자신의 머리색과 같은 골드카드를 꺼내들어 직원에게 건넨다.

잠깐만? 코코로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분명 부모님의 돈일텐데 카드를 긁으면 결제내역이 뜨는거 아니야?

17살의 금쪽같은 딸에게 맘껏쓰라고 건네준 고올든 카드로 모텔비용이 청구된다면 부모님이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을 조지지않을까?

게다가 코코로는 아무 생각없이 미사키와 모텔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 둥 이상한 말을 할거야.

그럼 나는 코코로가 가고 싶다고 해서 모텔에 갔고 밥만 먹고 나왔을 뿐인데 다시는 세상의 빛을 못보겠지?

생각을 마친 미사키는 황급히 코코로의 손을 제지한다.

이미 편의점에서 크나큰 지출을 한데다 모텔비용까지 지불한다면 땀을 뻘뻘 흘리며 벌었던 알바비가 미사키 대신 하늘로 날아가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미사키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지불한다. 지갑이 홀쭉해졌어... 한동안은 군것질도 못하겠구나...

"미사키, 괜찮아?"
"으응.. 코코로 안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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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출렁한 침대가 아니네..."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침대로 돌진한 코코로는 침대를 꾹꾹 눌러보더니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뭐 마실래?"
"괜찮아"

미사키는 모텔에 구비된 냉장고에 사온 음식들을 넣고 아까전 홀에서 코코로가 재밌어보인다며 가져왔던 부루마불을 꺼넸다.

"코코로, 부루마불 할 줄 알아?"
"부루마블?"
"응, 주사위를 던져서 하는 게임인데..."

미사키는 눈을 반짝이는 코코로에게 열심히 게임을 설명했다. 코코로는 재밌겠다면서 빨리 하자고 미사키를 졸랐다.

가위바위보로 정해진 선공은 코코로였다. 코코로는 위로 주사위를 힘껏 던졌다.

"그렇게 힘차게 던지지 않아도 되는데"

아아앙~

미사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귀신인가.

토모에 너무 좋아~!

"..."
"토모에?"

미사키는 토모에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코코로의 시선을 부루마불에 고정시켰다.

"주사위 5가 나왔으니 5칸, 싱가포르 살래?
"응, 호텔도 지을거야"

미사키는 노란색 호텔모양 모형을 싱가포르에 세웠다.

아, 히마리이이..

"이제 내 차례야."

미사키는 방음벽을 뚫고 들어오는 두 사람의 신음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주사위를 굴렸다.

"미사키도 5가 나왔네!"
"... 여기 코코로 20만원"
"응? 미사키 우리는 사귀는 사이잖니? 그러니까 무료야!"
"마음은 고맙지만 게임 룰이 그런 걸. 너 아까 내 말 안들었지?"

앙앙 토모에...!

미사키는 자꾸만 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코코로를 무릎위에 앉히고 껴안았다.

"자 코코로, 이제 네 차례야."
"이번에는 6이네. 스톡홀름? 아! 미사키 스웨덴에 내 별장이 있는데 이번 여름방학에 놀러가지 않을래?"

아아아앙...

"딱히 예정이 없긴 한데...뭐 괜찮을 것 같아"
"캐나다나 뉴질랜드는 어때?"

앙...

그렇게 미사키는 토모히마의 신음소리을 애써 무시하고 부루마블을 보며 세계 곳곳에 있는 코코로의 별장에 대해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토모히마에게는 보컬을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코코로는 미사키와 모텔에 갔다고 자랑했다고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