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
토요일에 학교에서 기다리는 게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사아야라면 내 말 때문에라도 와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밤에는 옷짱이랑 애들을 돌봐주다가 잠들어서 배터리가 없어서 폰이 꺼진 줄도 몰랐고, 아침에 보니 평소에 쓰던 충전기도 고장나있었기 때문에 사아야와 연락을 하지도 못했지.
"어쩌면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애들을 돌봐줬던 걸지도 몰라."
응... 아마도, 그게 맞는 것 같아.
"아직도 폰은 꺼져있고..."
폰이 꺼져있어서 차고 온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얼마 안 남았네... 조회시간까지만 있어볼까."
그게 내가 처음에, 그러니까 40분 전에 내린 결론이었다.
'보통 사아야가 학교에 오면 그 시간이니까, 사아야가 와준다면 그 시간대에 와주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기다렸다.
조회를 할 시간까지 안 온다면 와주지 않는 거겠지. 아니면 아예 여유가 있을 시간에 와주겠지.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 가는 게 맞을 텐데..."
아까 내렸던 결론대로라면 괜히 있어봤자 헛된 일일 뿐인데, 차라리 집에 가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연락을 기다리는데 나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계속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사아야에 대해 잘못 생각한 걸까. 분명 와줄 거라고, 마음 속으로 어리광을 부린 건 아니었을까.
내 잘못에 대한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1교시... 1교시가 끝나는 시간까지만 기다리자. 지각일 수도 있는 거니까."
사아야가 지각을 할 아이가 아님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타협하듯 중얼거렸다.
당장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월요일까지 기다릴 수도 없으니 자신의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둘과 타협하는 말을 하며 벤치에 다시 앉았다.
"언제 올까......"
사실 대답을 듣고 싶지는 않아. 어제는 내가 말을 잘못했던 건지 사아야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답을 듣는 게 무섭기까지 해.
그래도, 거절을 당하기 위해 만나는 거라도... 사아야가 보고 싶어.
"와, 그거 되게 불쌍해."
거절을 당할지라도 보고 싶다니, 엄청 순수하네. 그렇지?
"역시, 나는 진짜로 사아야를 좋아하는구나."
새삼스레 다시 느끼며, 사아야네 교실쪽을 올려다보았다.
2학년 B반... A반이 아마 저 위치니까, B반은 저기겠지?
"문, 잠겨있을까."
들어가보고 싶어.
"가보자."
사아야의 자리에 앉으면, 좀 더 사아야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말도 안 되지만,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아까까지는 떨어지지 않던 발이 잘만 떨어진다. 아니, 중력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도착했다."
생각보다 순식간에 사아야의 자리에 도착해버려서, 아무런 주저없이 사아야의 자리에 앉았다.
그냥 흔한 책상이고 의자인데, 사아야의 자리라는 이유만으로도 왠지 들뜨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
창밖을 바라보니 푸르게 빛나는 듯한 하늘이 보였다.
사아야가 교실에서 보는 하늘도 이런 풍경일까.
아니, 나보다 키가 좀 작으니까 사아야가 보는 하늘은 좀 더 높게 보일까?
응, 그럴 것 같아.
"사아야도, 지금 저 하늘을 보고 있을까?"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 것라고 생각하면, 사아야와 이어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 그거... 뭔가 좋아.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어져있어'. 응, 나중에는 그런 느낌의 곡도 써보기로 할까.
.
.
.
그것보다...
"오늘 오지 않는다면... 내일 연습 때 만나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대답은 빨라도 내일 오후에나 들을 수 있겠지. 사아야는 연습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고 싶지 않을 텐데, 착해서 내 마음도 제대로 신경써줄 테니까.
"대답만 듣자면 전화로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아. 대답이 내가 바라는 대답이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그것보다도...
"어떤 대답이라도 직접 듣고 싶어."
응, 내가 말한 '좋아함'과는 다르다는 대답이라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대답이라도, 내가 싫다는 대답이라도, 아무것도 거치지 않은 사아야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
"아... 혹시, 사아야가 이 일로 나를 싫어하게 되면......"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사아야와 포피파에 같이 있을 수 없게 되는 걸까?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역시 사아야보다는 내가 빠지는 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안 돼... 그런 건 싫어..."
사아야와의 관계도 부서지고, 포피파에 있을 수도 없게되는 건, 절대 싫어...... 그런 거, 절대 버틸 수 없어.
그렇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사아야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와 사아야의 관계는 어색해질 것 같아......
어제 사아야가 한 말을 생각해보면, 사아야가 날 좋아해주는 거랑 내가 사아야를 좋아하는 건 다른 것 같아. 그렇다면 내가 괜히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계속 친한 친구로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럼... 얘기하면 안되는 거였을까...?"
급격히 우울해졌다. 내 마음은, 솔직하게 전하면 안되는 거였을까. 그저 묻어둬야만 하는 거였을까. 더 큰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섣부르게 꺼낸 결과로, 지금까지 누리던 큰 행복을 놓쳐버리게 되는 걸까. 하나씩 떠오르는 의문이,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자책과 자괴감이, 마치 커다란 칼날과 같은 형태가 되어 조금씩 조금씩 내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그래, 내가 잘못한 거야."
너무 많은 걸 꿈꿔버렸어. 지금까지의 행복만 해도 내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거였는데, 거기서 더 바란 게 죄가... 그 대가가 분명히 돌아오겠지.
"나...... 포피파에...... 있을 수 있을까...?"
물론 사아야는... 무척 상냥하니까 자신의 감정은 신경쓰지 않고 나를 위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해주겠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포피파에 계속 있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포피파에 돌아가며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는데, 내 마음은 그렇게나 강하지 않았던 걸까.
"미안해, 사아야... 내가 잘못 생각했어... 짧은 생각으로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렸나봐."
마음이 부서질 것처럼 떨려온다. 기쁜 떨림이 아닌, 꽤나 서글픈 떨림이 마음 속부터 점차 퍼져나가, 이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부서져가는 것만 같았다.
"카스미, 리미, 아리사, 그리고 사아야... 모두들... 내가, 내가 미안해......"
더 이상 만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직접 말해줄 수가 없어서, 그게 너무 괴로워서, 그리고 들리지 않더라도 사과하고 싶어 미쳐버릴 것 같아서, 쏟아져나오는 자책과 사죄가 복도로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고작 나 한 명의 감정으로는 조금의 소란도 만들어낼 수 없었는지, 복도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아......"
1교시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토요일이었는데, 무언가 오류라도 있었나보다.
"이제... 가야......"
또 다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사아야의 자리에서 일어나면, 완전히 사아야와 떨어져버리는 것 같아서.
...엄청 한심해.
여기까지 오는 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왔던 주제에, 돌아가는 건 이렇게나 망설이고 겁내고 있다니.
"아니야... 아무렇지 않았던 건, 절대 아니야......"
여기까지, 지금의 이 순간의 내가 있기까지, 분명 나는 겁이 나거나 망설여져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고, 어떻게든 모두와 함께 왔어. 그러니까, 그래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무서운 거야. 여태까지의 일들을 전부 없었던 거로 하고 싶지 않으니까, 한 순간 한 순간의 내 마음은 전부 진심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내가 한 것보다도 더 많은 걸 받기만 했던 걸지도 몰라."
아니, 모르지 않아. 그게 맞아.
나는, 내가 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걸 모두에게서 계속 받아왔어.
최악이네, 나는... 생각하던 것보다 쓸모가 없던 걸까...
"...나, 포피파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를 못하는 건 아닐까."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아까까지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부풀어올랐다.
"도움이... 되고 싶은데......"
혐오감이 아무리 부풀어도, 미안함보다 커질 수는 없었나보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에 조금씩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똑, 똑, 사아야의 책상 위로 떨어졌다.
아, 안 돼... 눈물 자국 남거나 하면......
"아...... 말랐네."
손으로 슥슥 닦았더니, 생각보다 금방 말라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게서 떨어진 눈물은 이렇게 쉽게 마르는데, 어째서 내 눈물은 마르지 않는 걸까.
그 때였다.
"---!"
똑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사아야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혹시, 와준 거야...?
"사아...야......"
창가로 다가가 밖을 보니, 사아야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사아야를 보러오는 거라서인지 발걸음이 전혀 무겁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도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서, 당장 사아야를 보기 위해서라면 창문으로 뛰어내려갈 수도 있...
"...뼈, 부러지겠다."
응, 역시 그건 좀 무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어느샌가 그 생각을 밀어내고 사아야가 자리잡는다.
사아야의 목소리를 듣고서 사아야를 보자마자 오직 사아야의 생각밖에 나지를 않아서, 아까까지의 죄책감은 분명히 남아있지만 순식간에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압도해버려서, 생각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사아야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사아야... 사아야......!"
만나고 싶어. 보고 싶어. 좋아해. 사랑해.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너와 함께, 서로 사랑하고 싶어. 너와 사귀고 싶어. 너와 결혼하고 싶어. 너와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어. 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했을 마음이 가득해서, 이미 입 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 차있어서, 숨조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하아... 하아......"
"오타에......!"
찾았다, 사아야.
"좋아해."
"오, 오타에... 그, 그거...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말해주면 부끄러운데......"
얼굴 빨개졌어... 부끄럽구나.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그리고 사아야도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진심을 계속 말했다.
"보고 싶었어."
"저, 저기... 부끄러운데..."
"사랑해."
"으, 으응......"
얼굴은 빨개졌지만, 표정 파악을 잘하지는 못하는 내가 보기에도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어서, 그게 너무 기뻐서 무작정 말해버렸다.
"나, 엄청 사아야를 사랑해. 사아야와 결혼하고 싶어.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사아야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오, 오타에......"
"어제의 대답, 사실 안 해줘도 괜찮아. 어떤 대답을 해줘도, 안 해줘도, 나... 지금은 내 마음을 확실히 알고 있고, 확신하고 있어.
사아야를 사랑해. 내게 너무 과분한 사람인 건 알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알지만, 내가 너무 받기만 했다는 것도 알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난 정말로 사아야를 사랑해. 사아야가 나를 거절해도, 난 계속 사랑할 거야."
말하고 나니, 너무 솔직하게 달려들기도 했고, 예의가 아닌 말도 들어간 것 같아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사아야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말했다.
"...나, 대답할 거야."
"......"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가 계속 사아야를 좋아할 거라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지만, 사아야의 대답에 따라 그 미래의 형태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오타에, 나를 사랑한다고 해줘."
"응...?"
"부탁이야."
"...응. 사랑해, 사아야."
사아야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표정이 행복으로 물들어갔다.
"아까의 부탁이... 내 대답이야."
"어...?"
"사랑한다는 말이 엄청 듣고 싶었어. 나도... 오타에를 사랑...하니까......"
사아야.........!
"사아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타에."
"응... 사랑해."
"나도, 오타에를 엄청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
"처음에는 오타에랑 친구니까, 모든 감정이 우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어."
사아야...
"난 말이지, 포피파의 드러머로서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려. 그 두근거림은 분명 우정이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오타에와 있으면... 조금 다르게, 그리고 좀 더 빠르게 두근거려서......
그, 조금 더... 더 많이 같이 있고 싶고, 더 많은 걸 같이 하고 싶고... 그런 기분이 되지만, 사실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여태까지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고 생각해."
사아야는 내게 눈을 감으라는 듯한 손동작을 했다.
"...?"
무슨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눈을 감았다.
-♡-
갓 구운 빵과 같은 따스함이, 초코소라빵의 크림과 같은 달콤함이, 식빵같은 부드러움이, 그 외에도 온갖 말로 서술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감촉이 입술에 느껴졌다.
분명 눈을 감게 하고 그 사이에 키스...라거나... 그런 걸 하는 장면은 클리셰에 가까울 정도로 흔히 나온다.
그렇지만, 그게 현실로 다가오면 이렇게나 두근거리고, 행복해지는 거구나.
그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양팔로 사아야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랬더니, 사아야의 입술이 어쩐지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 같아서, 그 입술과 맞닿은 내 입술까지도 같이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더 강하게 안아버렸다.
사아야, 미안해. 사아야를 더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그리고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나타나도 사아야를 놓지 못할 것 같아.
한참을 안고 있다가 숨을 쉬기 힘들어져서, 사아야도 그런 것 같아서 서로를 놓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아아...... 키스, 이렇게나 위험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강하게 했나?"
"사아야, 엄청 맛있었어."
"오, 오타에도 참......"
사아야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지만, 사아야의 입술... 정말 달콤하고, 부드럽고... 온갖 좋은 느낌이 있어서, 행복했어.
"......사아야를 보기 전까지는, 엄청 고민했는데."
"응...?"
"사아야와 어색해지면... 계속 포피파에 있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난 여태까지 받은 건 많은데 아무것도 주지 못해서... 포피파에 쓸모없는 존재인 건 아뉴으읍......!"
사아야...?
갑자기 사아야가 입을 막아서, 말은 당연히 끊겼고, 조금씩 강해지던 자기혐오도 조금 진정되었다.
"오타에는, 혹시 포피파의 누군가가 도움이 안된다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입을 잡혀 대답을 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나도, 내가 쓸모가 없다면 모를까, 다른 누가 쓸모가 없다는 생각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
사아야...
"아마, 다른 애들도 나나 오타에와 비슷할 거야. 카스미는 당연히 모두가 소중하다고 해줄 거고, 리미링도 그렇게 말해줄 거야. 아리사도, 말을 솔직하게 못하더라도 표정에서 드러나잖아? 아, 물론 어제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던 걸 생각하면 말도 솔직하게 해줄지도 모르지."
......그건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건 절대 거짓말이 아니야. 그 정도는 알지?"
입을 아직도 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모두가 소중하다고 생각할 거고, 그에 비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거야. 그렇지만, 그런 자신도 다른 멤버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줘."
"알아... 알고 있어서,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어..."
"이기적인 얘기를 해도 괜찮을까?"
사아야니까 분명 남을 위한 얘기를 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난 카스미나 아리사, 리미링이 오타에에게 바라는 게 어떤 걸지 모르겠어. 소중한 친구로서 계속 있어주기를 바란다는 건 당연하지만, 그 외의 뭔가를 바랄 것 같지는 않고, 있다고 해도 모르겠거든. 그래서 오타에는, 세 사람이 바라는 건 다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나는 그것 말고도 바라는 게 있어."
사아야가 바라는 거......?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 매일 지칠 정도로 해주면... 좋겠어..."
"!"
그, 그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버려서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사아야를 다시 안아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
입술을 가볍게 사아야의 볼에 맞춘다.
사아야의 볼도... 부드럽고 따뜻해.
그리고 입술을 떼는 것과 동시에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흐앗!?"
......사아야, 귀 약하구나.
무척이나 건드리고 싶어졌다. 그래도 참자. 좀 더 많은 일은 다음 기회에.
♡-
그리고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려, 반대쪽에도 입술을 맞춘다.
입술을 맞추자 이번에도 느껴지는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이런 나라도 좋다는 듯 사랑해주는 사아야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 것 같아서, 그 감각들이 그대로 행복이 되었다.
"사랑해."
이번에는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 붉어진 사아야의 얼굴을 보면 무척이나 매혹적이어서, 당장이라도 이성을 놓쳐버릴 것만 같았다.
"으음......"
응, 이젠 무리. 더 이상 했다가는 나도 나를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아.
"중독되지 않게 그만할 거야."
사아야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어쩔 수 없는걸.
"......저, 저기, 고마워, 오타에."
"으응, 나야말로 와줘서 고마워."
토요일이니까 안 와도 괜찮은데, 나를 위해 와준 거니까.
"그렇지만... 오타에는 자기가 학교에서 보자고 했으면 분명 아침부터 와서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도, 사아야가 그런 말을 하며 와줄 거라고 생각해서 왔어."
"그, 그러면...... 몇 시에 왔어...?"
"오래 지나지는 않았고, 조회시간보다 30분 정도 전에 왔어."
내 말에 사아야의 표정에 당혹감이 드러났다.
"헉! 엄청 오래 지났잖아! 느, 늦어서 미안!"
"사아야를 볼 수 있었으니까, 별 거 아니었어."
"그, 그렇지만..."
"아, 사아야는, 방금 온 거지?"
"그, 그게...... 오타에한테 할 대답을 고민하다가 늦게까지 잠을 못 자서... 늦잠을 자버렸다고나 할까... 아하하..."
그런 거였구나.
"귀여워."
"...준비했던 대답은, 정작 오타에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해주니까 제대로 못했는데."
!!
"들려줘."
"응!?"
"듣고 싶어."
아까는 대답을 듣기보다 사아야만 봐도 충분히 기쁘다고 생각했는데, 사아야를 보며 나를 좋아한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최고일 거야.
"...부끄러운 말이니까 조심해."
"괜찮아!"
사아야가 해주는 말이라면...... 적어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말이 아닌 이상, 무슨 말이라도 좋아할 수 있어.
"듣고 싶어."
"으으...... 그러니까..."
얼굴을 붉히던 사아야가, 어떻게든 마음을 굳혔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여태까지 오타에와 친구였어. 그래서 친구로서 오타에를 진심으로 좋아해."
"응, 나도 친구로서 사아야를 좋아해."
"...그래서 나는 생각 못했어. 오타에를 사랑하거나, 친구로서 좋아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어."
"그랬구나..."
그럼 어제의 반응은...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서, 그리고 좋아한다는 게, 사랑한다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서, 결국 아리사한테 얘기해봤어. 내 마음이 어느 쪽일지..."
"......"
내 말이... 사아야를 그렇게나 힘들게 한 거야?
그렇게 물으려던 순간, 사아야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리사가 그랬어. 난 크게 착각하고 있다고. 맞아, 그게 정확했어. 나는 오타에를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를 고민했지만, 애초에 둘 중 하나만 맞는 게 아니었으니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사아야한테 우정도 사랑도 갖고 있으니까."
"응... 나도, 오타에를 친구로서 좋아해. 그러면서도 오타에를 사랑해. 내가 오타에를 좋아하는 건, 단 하나의 마음이 아니었어."
사아야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다. 그렇지만, 부끄러움이 아니라 솔직하게 감정을 내놓으며 감정이 흘러넘치는 게 아닐까.
"내 마음은 두 가지야.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느 쪽을 받아줘도 좋아. 물론 둘 다 받아주거나 둘 다 거절한다고 해도 좋아. 나는 진심으로 오타에를 좋아해. 대답은 이거면 다 했다고 생각해... 오타에는, 내 말에 다시 대답해줄 수 있어...?"
"당연히 둘 다, 내가 받아도 된다면 받고 싶어."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던 건, 그만큼 마음이 확실했고, 사아야와 마음이 겹쳤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사랑해."
"나도... 좋아해, 그리고 사랑해."
꿈만 같은 달콤한 시간이, 조금씩 흘러간다. 꿈에서만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행복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온다.
여태까지 만들려던 하나조노 랜드의 모습이 바뀐 걸 자각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단순히 친구였던 사아야와 더 깊은 사이가 되고, 결혼까지 하는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 게, 오래 전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또 다시 달라졌다. 이제는 '하나조노 랜드'가 아니어도 좋아.
응, '야마부키 랜드'도 분명 멋질 거야.
"같이 야마부키 랜드를 만들자, 사아야."
"으응!?"
야마부키 랜드는, 나와 사아야가 행복하게 같이 있는 곳, 그 모든 곳이 다 야마부키 랜드인 거야.
"그러니까, 같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
물론,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사아야와 함께 있고, 사아야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지만 말이야.
- BanG! Shorts, Tae X Saya 2. 네가 보고 싶었어
우으으...... 내 머리와 필력으로는 오타에 1인칭 시점은 도저히 무리인가봐...... 안 그래도 평소에도 캐붕이나 오류가 넘치는데, 이번 글은 특히 더 오타에 시점같은 느낌이 잘 안 드는 것 같아...... 흑흑, 좀 더 공부하고 연습을 해서, 언젠가 리메이크나 새로운 이야기들이라도 써봐야겠어...
요즘은 또 다른 창작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글이 잘 안 써져...
시간은 오래 걸렸던 주제에 그리 좋거나 재미있는 글도 아니라 미안...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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