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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라플라스의 마녀 01모바일에서 작성

지나가던인간(1.176) 2019.09.02 00:26:54
조회 463 추천 14 댓글 4
														

저번에 시험작으로 올렸던 00화 다음편이야. 1화는 무료지만 2화는 유료로 블로그에 올릴게. 맛보기로 즐겨줘!

포스타입에도 많이 와주면 좋고 ㅎㅎㅎ








“이스.”



높지만 차분한 목소리가 내 애칭을 불렀다. 의자에 앉아 쉰다고 한 게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고 눈을 깜빡이니 내 오랜 친구의 얼굴이 비교적 엄청 가깝게 느껴졌다. 느껴지는 게 아니고 진짜 숨결이 닿을 만큼의 거리였다. 늘 있던 일이라 당황하지 않고 살갑게 웃어주면서 등받이에 기대었던 허리를 일으켰다.



아, 어제 연구한다고 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리네. 기지개를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기다리는 친구의 곁으로 향했다. 잠이 덜 깨서 나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흙으로 대충 만든 집은 몇 백 년 동안 튼튼하게 자기 역할을 완수했고, 완수할 것이다. 스승님에게서 독립해서 둘이 같이 살고 있었는데 학원장이 뒤늦게 우리의 전쟁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우리는 마법학원으로 초청했다.



교수 겸 학생으로서 학원에 가게 되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학원에 가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연구에 집중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저기 눈을 반짝이면서 마차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내 친구가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영 마음에는 안 드는데. 그 전쟁에 참여도 하지 않은 녀석들이 꼴에 교수라고 으스대는 꼴을 보기가 싫단 말이야.



“너무 들떴어. 라라.”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재미는 있겠지만, 비도 오고.”


“비는 이스가 일부러 내리게 한 거잖아.”



들켰다. 이런 눈치는 워낙 빨라서. 남모르게 혀를 찼다. 조금씩 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집안의 등불을 들고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 마법으로 공간을 바꿔서 마차가 지나는 길은 환한 햇빛이 내리 쬐었다. 이질적인 풍경이 한 공간에 일어나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오다가 마차라도 미끄러지라고 비를 내리게 했는데 괜한 고생만 한 것이었다. 말은 희한하게도 신마가 아니었다. 고삐를 정리하고 내린 마부가 격식을 차리며 우리 둘의 짐을 짐칸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마차의 문을 열고서 기다리는데 집이 마음에 걸렸다.



“집을 가져갈 수는 없나.”


“이스, 괜한 생각 하지 말고 빨리 와.”



입맛만 다시고 마차에 올라탔다. 공간치환을 사용하면 되는데 둘 장소가 없단 말이지. 마차에 올라타자 부드럽게 턴한 마차는 부유감을 만들어내며 움직였다. 문을 살짝 열어 바닥을 보니 빠르게 지나치는 숲속, 말은 신수가 아니었는데 훈련받았는지 가상 도로를 걷고 있었다. 달리는 속도 때문에 생긴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신나는 느낌에 거의 눕다시피 문에 매달려 바람을 느끼고 있는데 내 허리춤을 잡고 잡아당기는 라라 덕분에 결국에 문을 닫아야 했다. 다시 자리에 앉은 나를 보더니 눈을 접어 웃으면서 바람에 뻗친 내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옛날부터 라라는 감정에 무딘 편이라 표정변화가 그다지 없었다. 곁에 있는 나야 잘 알고 있지만 평소에 사람들에게 오해를 잘 사서 라라는 타인들에게는 의사표현을 잘 하지 않으려 했다.



“학원에는 왜 가고 싶었어?”


“지루하지 않을 거 같아서.”


“그래? 하긴. 같은 장소에 100년만 살아도 지루하긴 하니까.”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장수하는 삶을 살아도 이런 게 애로사항이라니까. 오래 사는 만큼 즐길 유흥거리가 별로 없다. 1년 정도만 가지고 놀아도 금방 질려버리고, 책을 읽어도 한두 번을 보면 전부 외워버려서 우리에게 책은 일회용이었다. 푹신한 쿠션을 품에 안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마차 안의 소파는 1쌍이라서 마주보며 앉아 있었는데 고개가 앞으로 조금씩 쓸리는 라라를 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내 움직임에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멍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라라에게 내 다리를 두 번 정도를 두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살짝 옆으로 비켜 자리를 내주니 내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서 누웠다. 마녀다운 검은 머리를 손으로 정리해주면서 창문에 기대어 바깥을 내다보았다. 허리까지 올 듯한 곡식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간간이 그 곡식들 사이로 일하는 농부들도.



마법을 쓸 줄 모르는 농업인들이 직접 손으로 추수하고 일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창문을 살짝 여니 바람에 풀냄새가 마차의 안으로 들어왔다. 농민들이 일하며 부르는 노동요가 자그마하게 들리기도 하고. 창문에 팔에 얼굴을 묻고서 풍경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시원하고 세찬 바람이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지역이 바뀌어 밭들과 논들은 사라지고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무성한 나무 사이에 스며든 햇빛이 바람을 따뜻하게 덥히고 있었다. 숲 속을 지나서 오직 길 하나만 남았을 때 저 멀리 거대한 학원이 보였다. 주변은 거대한 강으로 둘러싸인 새하얀 얼음으로 만든 왕궁 같은 마법학원.



“라라, 낮잠시간은 이미 끝났어.”



끝을 늘리며 토닥이면서 라라에게 말을 걸었다. 제대로 깨지 못한 채 해롱거리는 라라는 결국 균형을 잡지 못하고 멈춰버린 마차에 따라 바닥으로 몸이 휘청거렸다. 다급하게 허리를 껴안아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정작 본인은 위험한 것도 모른 채 잠이 덜 깨서 그냥 힘없이 내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라라-. 일어나.”



내가 귓가에서 크게 소리치자 그제야 눈을 번뜩이는 라라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무딘 쇳소리가 들리며 두꺼운 마차의 문이 열렸다. 내가 먼저 내리고 뒤늦게 내리는 라라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마차의 위로 보이는 거대한 성벽에 감탄을 했다.



“여기가 마법학원이구나. 잘 만들었네.”


“마음에 들어?”


“응. 재밌는 게 많을 거 같아.”



제대로 얼굴을 마주치지도 않고 학원의 풍경에 푹 빠진 채 답하니 작게 수긍하는 말을 내뱉는 라라였다. 짐은 마부가 직접 기숙사로 옮겨준다 해서 빈손으로 학원의 정원을 돌아다녔다. 깔끔하게 정돈된 화원과 나무들을 손으로 만지면서 연구재료가 있을까 구경하는데 갑작스럽게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세찬 바람이 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무언가에 턱하니 막힌 듯 검은 것이 있었는데. 드래곤을 사역마로 부리는 학생들이 있었나. 기웃거리면서 드래곤을 쳐다보고 있다가 너무 가까워 뒷걸음을 치는데 미처 못 보고 내 뒤에 있는 라라와 부딪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 차려.”


“미안해. 드래곤은 흔히 볼 수 없으니까 조금 홀린 거 같아.”



미안한 표정을 지으니 괜찮다며 삐뚤어진 내 안경을 라라가 직접 고쳐주었다. 드래곤이 날아온 방향에서 나타난 한 남자가 우리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얼굴은 흙투성이에 옷은 잔뜩 헤져있었다. 한손에는 날카로운 대검을 들고서. 사람 좋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다가온 그는 우리에게 손님이냐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 키에 상당히 다부진 몸매를 보아하니 검사인 것 같은데, 손님인 우리들을 교수실에 데려다 준다며 인심을 발휘하는데 우리는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어 수긍했다. 우리가 마차에서 내렸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간 다음 바로 직진을 하니 거대한 검은 문이 드러났다. 남자가 툭하고 자기 품에서 카드 같은 것을 꺼내 문에 갖다 대니 우리의 발밑에 마법진이 그려지며 어딘가로 워프가 되었다.



새하얀 공간에서 눈이 적응을 하고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바깥에서 본 것보다 광활한 광장에 서 있었다. 고전적인 바깥의 풍경과는 달리 내부는, 첨단 과학 기술과 마법이 공동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과학 기술을 전혀 쓰지 않는 나나 라라에게는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생소한 것이었다.



“굉장하네. 근데 왜 전쟁에서는 약골이었을까.”


“이스, 거기가 아니라 이쪽.”



마법이 아닌 오로지 과학의 기술로 움직이는 기계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고 있으니 잘못된 길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내 로브의 끝자락을 잡고서 잡아당기는 라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후엔 워프를 타고서 바로 학원장실로 향했다. 우리를 안내한 남자는 학원장실 앞에 안내만 해주고는 자기가 들어가긴 겁이 난다며 장난치듯 말하고서 유유히 어딘가로 워프를 타고서 사라졌다.



“재밌는 사람이었네.”


“그래? 나는 대화를 안 해서 잘 모르겠네.”


“이스는 구경하느라 바빴으니까.”



오뚝이 마냥 고개만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라라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드문데. 착한 것 같으니 내버려둘까. 똑똑, 로브의 소매의 끝자락을 다른 손으로 잡고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굵직한 저음이 답하며 문이 스스로 열렸다. 문 한가운데 박힌 가공된 마법석 때문에 마법에 반응해 문이 열린 원리라고 생각되었는데, 식을 정리하면서 자연적으로 옮겨지게 만들려 하면 꽤나 복잡하게 해야 하는...



“이스.”


“응?”


“대마녀 아이리스. 제 말 들으셨나요.”



생각에 빠져서 학원장이 하는 말을 그냥 넘기고 말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으니 학원장은 포근한 미소로 인자하게 웃으며 내가 듣지 못한 말을 다시 해주었다.



“500년 전, 일어났던 레타비아 전쟁과 이소베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주신 대마녀 라플라스 라플렌에게 훈장을 내리고자 불렀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계속 거부하셔서 이렇게 뒤늦게 이 훈장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마녀 라플라스 라플렌께서도 들으셨죠.”



“...나만, 받아?”



“불행히도 대마녀 아이리스께서는, 황제폐하께서 대상에서 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라라가 싫어하는 것이 이런 것. 우리 둘 중, 누군가만 받는 것. 딱 봐도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라고 시위하는 듯 라라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진다. 저 예쁜 입에서 ‘나는 안 받을래.’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라라의 입을 막고서 알겠으니 가 봐도 되냐고 물었다.



내 눈치를 알아차린 학원장은 자세한 사항은 기숙사에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니 나중에 수여식에서 보자고 인사를 건넸다. 나보다 작은 덩치의 라라의 입을 손으로 꾹 막고 그대로 들어 학원장실을 나오니 날카로운 눈매가 나를 잡아먹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라라, 이 좋은 걸 안 받을 건 아니지?”


“안 받을 거야. 나보다 이스가 전쟁에서 고생했잖아. 이스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이스가 받아야하긴 커녕 내가 받는 건 이상하잖아.”


“나보다는, 라라가 더 소중하잖아.”



마력이 한정되어 있는 나와는 다르게 라라는 태생 자체가 귀한 마녀였다.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태어나는 자신의 몸에서 마력이 만들어지는 마녀. 즉, 마력이 고갈되는 일을 겪을 수 없는 존재. 마력을 주요하게 여기는 마녀들의 사회에서 라라의 존재는 인간들이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와 같았다. 라라의 마력을 받을 수만 있다면, 최강의 존재가 되니까. 스승님이 귀에 피가 나도록 말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마녀들은 라라를 자신의 것들로 만들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술수를 부린다. 스승님께 받은, 내 임무는 그런 자들의 손에서 라라를 지키는 것.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지켜주지 않아도 라라는 강하다. 그냥 나는 곁에서 라라가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게 다다. 무척이나, 가벼운 존재였다. 나는.



품에 안기는 라라를 토닥이고 곧바로 기숙사로 가기로 했다. 라라의 기분이 조금 다운된 것 같아서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라라는 피곤한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아직 옷도 안 갈아입은 내 품에 안겼다.



“나 옷 안 갈아입었는데, 먼지 묻잖아-”


“빨리 옷 갈아입고 안아 줘. 아니다. 내가 갈아입혀 줄게. 팔 올려.”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읽고 있던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웃으며 팔을 올리더니 익숙하게 로브를 벗겨냈다. 살짝 안경이 걸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부드러운 거지. 각을 맞춰 로브를 개어놓고서 나머지도 익숙하게 벗겨냈다. 내 속살이 드러나니 살짝 싸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바로 준비된 사복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옷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라라는 옷 안에서 내 긴 머리를 꺼내고 정리해주더니 그냥 그대로 기대왔다.



“바지는?”


“바지는 깨끗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내 침대 위에 널브러져서는 라라는 학원장이 적어준 주의사항을 읽을 생각도 안하고 벌써부터 잘 생각이 가득했다.



“밥은 안 먹을 거야?”


“이스가 배고프면 먹을게.”


“조금 고픈 거 같은데. 라라가 좋아하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 학생식당 가볼래?”


“사복으로?”


“아, 귀찮아졌어.”



내 말에 낮게 웃더니 그대로 돌아 내 위로 올라왔다, 모래처럼 사락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으면 손가락 사이로 들어와 흘러내렸다. 라라는 기분 좋은지 고양이처럼 눈을 감은 채 쌕쌕 얌전한 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대로 낮잠이라도 잘까 싶어 울렁이는 촛불을 바람으로 꺼버리고 라라의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와 덮었다. 내 이불은, 이번만 시트로 사용하기로 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하품을 내뱉고 작은 라라의 몸을 껴안은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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