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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쓰던 미완성 글 올려두고 자러감앱에서 작성

무명(nona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12 01:35:05
조회 187 추천 11 댓글 0
														

.....



"..."


......


.

.

.

.

.


'야.'


......?


모든 글자를 잃은, 모든 게 지워져있던 마음에 한 마디가 들어왔다.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 글자가 돌아와서, 언어의 형태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드는 생각도, 나오는 말도, 하나밖에 없었다.


"보고 싶었어... 아리사......"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는 아리사를 보며, 하루 동안 쌓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그리움이 흘러넘쳐 울어버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지만 온몸에 기운이 사라져버려서 그럴 수도 없었다.


'고, 고작 하루 지났는데 이러면...... 내가 어떻게 위로해줄 수도 없잖냐...'

"으응... 아리사, 위로해주지 않아도 좋아... 계속... 계속 여기 있어줘......"


그렇게 말하며 아리사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에 느껴지는 건 초겨울다운 차가운 공기뿐이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차갑고 매정한 현실에 몸이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너무 놀라지 마. 너도... 대충은 알고 있었잖냐...... 이게 네 꿈이 아닌 이상, 지금 나는 당연히 귀신이라는 거...'

"아리사......"


그래, 아리사는 유령이다. 아리사는 죽었으니까.


그 사실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어째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을까, 하다못해 내가 대신 죽어줄 수라도 있었다면...


'......자책하지 마. 네 표정만 봐도 다 보이니까.'

"그치만..."

'네가 자책해봤자 내가 대신 죽을 수 있었다면이라거나 아무것도 못했는데 죽어버릴까 같은 것들이잖아. 확실하게 말해두겠는데, 네가 대신 죽었으면 난 너 따라서 바로 죽었을 거거든. 그딴 생각은 하지도 마. 그리고, 괜히 힘들다고 죽으려고 하지도 마. 죽을 때 가장 바라던 걸 이룰 때까지는 100년간 승천도 못하고 지금 나처럼 뭔가에 짓눌리는 고통을 느끼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아리사, 지금도 아픈 거야...?"

'아... 괜히 말했다. 못 들은 걸로 해. 어차피 아픈 것도 곧 익숙해질 거니까.'


......그래, 아리사를 위해서는 승천을 시켜주는 게 맞아.


죽은 사람이 계속 이승에 있으면 안되기도 하지만, 더 이상 아리사가 아프지 않으면 좋겠어.


조금씩 흘러나오는 눈물을 어떻게든 감추며 물었다.


"아리사는... 죽을 때 가장 바라던 게 뭐야?"

'그, 글쎄...... 이것저것 많기는 한데... 뭘 가장 바랬는지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게."

'하아!? 넌 네 인생이나 똑바로 살지?'

"나... 죽으려고 생각했는데 아리사의 말을 듣고 살기로 했으니까 남은 시간은 아리사를 위해서 살 거야."

'뭐!? 야, 카스미! 너 진짜 죽으려고 했다는 거야!?'

"응..."


당연하지...


"아리사가 화내도... 난 그런 아리사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눈물에 아리사의 표정도 조금씩 떨렸다.


'카스미... 너......'

"......미안해, 내가 괜한 얘기를 했나봐. 여기 아리사의 방이었지? 나, 집에 갈게."


기운을 잃어 똑바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문을 향해 걸었다.


"......가지 말라고 붙잡아줘."


용기일지 이기심일지 모르는 마음을 다듬어 겨우 내보낸 말이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잔혹한 현실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못 해......'


왜?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아리사는 이미 그 이유를 말하고 있었다.


'널 붙잡으러 달려갈 다리도, 널 붙잡을 손도 없는데... 내가 널 어떻게 잡아......'


내 마음만큼이나 격하게 떨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큰 충격이 가슴 속으로 전해져왔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정도의 충격을 받아버렸더니, 진심이 똑바로 나와버렸다.


"...마음. 아직 아리사한테는 마음이 있잖아... 그 마음만 있으면, 아니, 그 마음을 단 한 번만, 아주 잠깐만이라도 내게 준다면...... 난 절대 아리사 곁을 떠나지 않을게... 그러니까......"


영혼밖에, 마음밖에 남지 않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 마음을 구걸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이 너무 한심했지만, 그렇게나 한심한 게 바로 나라서... 자신을 비웃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미안해... 나, 무척 한심하네."

'나를 위해서든, 너를 위해서든... 난 널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는 안 돼. 난 결국 네게서 사라져야 하잖아... 알았냐... 후우......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왜 아리사가 하는 거야...? 아리사는 죽고 싶어서 죽은 게 아니잖아......"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니까... 이럴 줄 알았다면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좋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쿵-


무언가가 내려앉은 듯 가슴 속이 무거워졌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미안해...... 차라리 내가 아리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반해버려서 계속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아리사가 포피파로서 밖을 다닐 일도 없었을 거고,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건데... 나 때문에..."


내 말에 아리사는 진심으로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뺨을 치듯 팔을 휘둘렀지만 느껴지는 건 차가운 공기가 꿈틀거리는 것뿐이었다.


"아리사......?"

'웃기지 마!! 너와 만난 게, 나한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나를 위해서 나와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면 넌 진짜 멍청이냐고! 너가 없었으면 나는 뭔데!! 포피파의 키보디스트 이치가야 아리사도, 학생회 서기 이치가야 아리사도, 그리고 널 좋아하는 지금의 나, 이치가야 아리사도 전부 네가 만들어준 거잖아!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도 좋아하지 못하던 나를, 지금까지 바꿔준 건 너잖아!!'


힘겹게 아리사의 얼굴을 바라보니, 이미 눈물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볼을 적시고 있어서 그 슬픔이 전해져오는 것만 같았다.


'네가 아니었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네가 없었다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폐인이었을 거야. 너와 만나지 않았다면, 난 그냥 방에 틀어박힌 채 살다가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죽었겠지. 너와 만난 계절이... 그 계절이 오지 않았다면, 난 누군가와 함께하는 행복같은 건 전혀 몰랐을 거야.'


또 다시 차가운 공기가 꿈틀거려서, 이번에는 나를 감싸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마.'

"아리사...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 네가 왜 미안해. 네가 왜 그렇게 죄책감을 가져.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넌 아무 잘못도 없으면서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아무 죄도 없는 주제에 사과하면...


내가 얼마나 미안해지는데......'

"아리사... 미안해하지 마... 아리사도, 잘못한 건 없잖아... 잘못한 건 공사하던 사람들이잖아..."


공사장의 철골이 아리사에게 떨어져버려서, 그래서 원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죽어버려서, 시체의 신원을 알아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의 잔인한 사고였다고 했다. 그 시체가 아리사라는 걸 알 수 있던 증거는, 그 자리에 있던 아리사의 폰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리사는 아무 잘못 없어... 나쁜 건 공사하던 사람들... 아니, 그걸 지시한 사람들... 아니, 그렇게 되게 한 사람들......"


원망이, 원한이 자신을 뒤덮어버린다. 그렇지만 이젠 저항할 기운도 없어서, 그리고 그 원망이 내 솔직한 감정이라서, 그 감정에 자신을 맡겨버리면,


"아니, 나쁜 건...... 이 세상이야..."


어느샌가 세상을 원망하는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아리사는 아무 잘못없어... 더 멋진 미래를 꿈꾸며 계속 노력한 아리사한테 이런 결말을 정해버린 이 세상이 나쁜 거야...... 그래, 전부... 이 세상의 전부... 모든 게 다 나쁜 거야......"


원망 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증오가, 순식간에 자라나 꽃이 되고, 씨앗을 퍼트리고, 내 마음 속을 증오의 싹으로 채워나갔다.


이 세상의 모든 게, 아리사를 제외한 모든 게 원망스럽고 증오스러웠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를 포함해서.


"차라리 전부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이 세상에 아리사만 있었다면...... 그랬다면......!!"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나면 묻어날수록 내 마음이 검게 물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어둡고 검은, 아리사와는 정반대의 색으로... 반짝거림 따위는 모두 잃고, 깊은 어둠만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뭐야, 이 세상이라는 거... 엄청 끔찍하잖아...?"


하... 하하하...... 그래, 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살아왔을 뿐이지... 그저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길래, 이 세상이 그런 거라고 생각해버렸지...


"아리사, 네가 없는 세상은... 살 가치가 있는 걸까...?"


그런 거, 있을 리가 없ㅇ


'웃기지 마!! 내가 말했잖아! 죽을 생각같은 거 하지 말......'


날 안아주던 아리사가, 조금 물러나 나를 바라봤다.


아리사의 말이 멈춘 건, 그 시점이었다.


"......"

'왜......?'

"......"

'카스미...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

'그렇게나 아픈... 아니... 이미 계속 아파하다못해 마음이 텅 비어버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아리사의 뺨에 눈물이 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아리사는 유령이기에, 뺨을 만질 수도, 그 눈물을 닦아줄 수도 없었다.


"아리사..."

'미안해, 내가 원한다는 이유로 네게 살아달라고 하는 건...... 이기적인 말이겠지. 나도 네가 죽었다면 무작정 죽어버렸을 거고... 미안해... 내 욕심으로 네 선택을 말리지 않을게... 나도, 네 마음을 위해 욕심을 접는 걸...... 배워...볼게......'


하지 마...


"아니야... 미안하다고 하지 마... 이기적이니 뭐니 하지 마...... 아리사가 정말로 원한다면...... 죽지 말라고 화를 내거나 소리쳐도 좋으니까, 제발 원하는 걸 말해줘..."

'......미안. 아무래도 그건 역시 말하기 어려울 것 같... 자, 자, 자자잠깐!! 또 그 표정 짓지 마! 말해줄게! 말하겠다고!!'


......내 표정, 그렇게나 심각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해봐도, 거울에 비춰지는 건 텅 빈 눈동자와 살 의지를 잃은 듯한 얼굴이었...


그렇구나, 아리사가 없으면... 이제 나는 이런 표정이 되는 거구나.


"아리...사......"


슬픔이 다시 넘친다. 원망과 증오가 몰아냈던 슬픔이, 어느샌가 돌아와 내 가슴 속을 채웠다.


'부탁이니까 울지 마! 네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내가 바라는 건... 네가 웃는 모습을 계속 보는 거였으니까, 네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거였으니까...!'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차가운 공기가 스쳐지나가 눈물을 말렸다.


"흐으...... 흑......"

'울지 말아줘. 울고있을 때의 너도... 귀엽고 예쁘지만, 역시 너는 웃는 얼굴이 제일 귀여워. 그러니까...... 이런 부, 부끄러운 얘기하게 하지 말고, 귀신이면 귀신답게 조용히 널 지켜보고 있게 해줘... 나는 네가 웃는 걸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아리사...... 그치만 아리사가 없으면......"

'내가 없어도 오타에도, 리미도, 사아야도 네 곁에 있을 거야. 아니, 그 세 사람도 아파할 테니까 넷이서 잘 극복해줘. 지금 내가...... 바라는 건 그거야.'

"그치만... 그 아리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걸... 빈 자리를 어떻게 해도 채울 수가 없는데..."

'카스미, 넌 나와 안 어울려.'


뭐......?


'아니... 그러니까, 나 같은 녀석에게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야.'


아리사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넌 분명,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정도로 매력적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사람과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내가 바라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시야와 의식도 점점 흐릿해져서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바라는 건...... 내가 바라던 미래는, 네 옆에 내가 있는 미래였어...'


아리사......?


아리사의 말에 의식이 돌아와서, 시야에 아리사의 모습이 뚜렷하게 들어왔다.


"나...도... 나도, 나도...... 내가 바라는 것도......"


사람은 참 단순하다.


"나도 아리사와 계속 함께 사는 걸 바라고 있었어..."


바라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어둡고 검게 물들었던 세상에 한 순간이나마 무지개빛이 스쳐지나간다.


그렇지만, 그것도 역시나 한 순간에 불과해서, 또 다시 세상에는 맑을 정도로 진한 흑색과, 아리사라는 단 한 점의 백색만이 남는다.


흑과 백.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증오하는 대상과 사랑하는 대상.


꿈을 부숴버린 현실과 현실을 빛내주던 꿈.


반대되는 개념들이, 머릿속을 계속 스쳐지나간다.


"아리사......"


내게 보이는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곱고 아름다운 백색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크읏...... 나도... 나도 짜증난다고! 왜 내가 죽은 건데! 왜 하필 나야!? 왜 그 철골들은 정확히 나한테 떨어진 거냐고!! 나도 분하단 말이야!! 모두와, 특히 너와 만나서, 행복이라는 게 조금씩 손에 잡히는 것 같았는데!! 조금만 옆으로 떨어졌다면, 하다못해 머리 말고 어깨같은 곳에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병원에 있든 뭐든... 내 몸으로 네 옆에 있을 수 있었을 텐데...!!'

"......"

'나도... 죽고 싶지 않았어!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유령같은 게, 되고 싶었을 리가 없잖아!! 나도... 나도...!'


목소리는 점차 격해졌지만, 아리사의 표정에는 점점 연약함이 드러나고 있었다.


'네가 가르쳐준 행복을... 계속 느끼고 싶었어... 너와 함께 살면서, 그 행복을 손에 넣고 싶었다고......'


눈에는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아리사의 손이 내 볼에 닿은 듯, 차가운 공기가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는듯이 아리사의 손이 나를 통과하여 지나간다.


'아...아아...... 아아아아......!! 흐아아아!!'


아리사는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움켜쥐며 고통을 쏟아냈다.


그런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내 가슴도 찢어질 것처럼 아파서, 결국 같이 울어버렸다.


"흐으... 흐아앙...!!"


껴안으려 해도 팔이 허공을 가를 뿐이지만, 어떻게든 아리사의 모습에 맞추어 팔로 감싸고 품에 안기듯이 고개를 숙인다. 더 이상 아리사의 체온은 느껴지지 않지만, 아리사의 기분은 분명하게 느껴지니까......


"아리사... 아리사아...... 제발...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

'못 떠나...! 내가 널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못해! 널 사랑한단 말이야! 너 없이는 이제 뭘 해도 기쁘지 않단 말이야! 네가 없으면, 이미 세상 모든 게 다 검게 물들어버린단 말이야!! 그러니까... 계속 곁에서 너만 바라볼 테니까...... 네 웃는 얼굴을 보여줘...'

"아리사...... 나, 웃을 수 있을까...? 아리사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웃을 수 있을까...?"


여태까지 힘들어도 웃을 수 있던 건...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으니까...... 모두가 있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정도였기에 그런 건데... 지금도 웃을 수 있을까...?


'아니야! 날 위해서라면, 남을 위해서라면 억지로 웃지 마!! 억지로 웃으면 네가 더 힘들어질 뿐이잖아...!! 괜히 더 힘들어할 거라면 차라리 실컷 울어... 내가 그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네 마음은 얼마든지 받아줄 테니까......'

"......사랑해."


진심을 쏟아내는 것에도 지쳤다는 듯, 목소리가 조금씩 흐트러졌다. 그러나 목이 조금씩 아파졌는데도 그 이상으로 계속 가슴이 아파와서, 마음은 계속 말이 되어 나왔다.


"사랑해, 아리사... 아리사를 사랑하고 있어... 아리사, 널 사랑해. 죽었어도 계속, 내가 죽는 날까지도, 죽어서도 계속 사랑할 거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마음이 고장나버린 건지 계속해서 진심이 흘러넘쳤다.


'나도... 사랑해.'


이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말을 듣고나서야 다른 말을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줘..."

'나도...... 너를, 사랑하니까...'

"나도... 나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바보......!! 사랑한다는 말을 그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널...! 사랑하는데!! 가슴이 터질 것처럼 사랑하는데!!


......그래서, 너와 계속 같이 살고 싶었는데.'

"흐윽......!"


눈물샘이 배출하는 건 수분이 아니라 감정인 걸까.


어제... 아리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물조차 못 마셨는데 어떻게 이렇게나 눈물이 흐르는 걸까.


"아리사...... 아리사아...... 흐으으......"


아리사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지 않았을 거라고, 눈물이 되어 나올 수분도 이젠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리사를 보고 나서는 눈물이 멈추질 않은 것 같아.


'물 한 번 안 마시고 그렇게 울기나 하고...... 그러다가 수분 부족으로 죽어버리거나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러니까 네 몸 좀 챙겨. 괜히 너까지 죽으면......'

"그치만......"

'......너 설마 네가 죽으면 나와 같이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절대 아니거든! 그랬다간 우리 둘 다 승천할 때까지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된다고...!'


아...... 죽어버리면 오히려 만날 수 없게 되는 거야...?


"안 돼... 그런 건 절대 싫어...... 유령이라도 아리사와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죽어서 만날 수 없다면 어떻게든 오래 살 거야... 아리사가 바라던 걸 이뤄서 승천을 하든, 100년이 지나든,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서, 계속 아리사를 볼 거야..."



------------



사고로 죽은 아리사가 하루만에 카스미 앞에 유령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으로 쓰고 있음......

근데 어두운 분위기는 넘나 어려워어어

졸리다... 이제 자고 추석 연휴 동안 쓰든지 아니면 쉬든지 해야징...

과거의 추억을 품고 현재의 인연과 함께 미래의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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