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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 토모다치 씨와 마리아 씨가 만나는 글. 下 (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21 22: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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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가와 토모에가 채팅어플을 쓰는 글. 上


우에하라 히마리가 채팅어플을 쓰는 글. 中


토모다치 씨와 마리아 씨가 만나는 글 下 (1)


-

  

 그 소리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쏴아아, 라고 해야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졸졸졸? 어쩌면 그 소리는 사람들의 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토모에는 침대에 앉아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아니, 가만히 라고 표현하기엔 그녀의 다리에 살짝 무리가 있다. 다리를 떨면 복이 달아난다던데, 토모에는 여복도안 남게끔 다리를 심히 떨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주변을 요리조리 돌아다녔다. 빙빙 도는 토모에의 얼굴이, 새빨간 다홍치마처럼 붉다.


 “히마리.”


 그녀의 발걸음은 이윽고 물소리가 들리는 화장실 겸 욕실을 향했다. 똑똑, 하고 들리는 노크 소리가 마음 안 수면을 뒤흔드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에 분홍색 돌이 퐁당퐁당하고.


 “응, 토모에~”


 “아무래도 안되겠어.”


 안 되겠다는 토모에의 말에, 히마리는 대답이 없다. 그 와중에도 물소리는 쉼 없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침대에서 들었던 소리마저 마치 환상처럼 느껴졌다.

 

 “그냥, 옷 가져올게.”


 그래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진짜였기에, 토모에는 그게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오래 되어 이제는 서서히 흔들흔들 거리는 문고리를 꼼짝 않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 문은 열렸다.


 “뭐야, 가지 마.”



 불난 집을 빠져나오는 것 마냥, 뽀얀 수증기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토모에의 눈은 그보다 더 하얗게 느껴지는, 히마리를 향해 가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정말 새삼스럽지만, 히마리는 진짜 새하얗구나.


 “아, 알았으니까... 빨리 문 좀 닫아.”


 갑작스레 시야 안으로 들이닥친 살덩이에, 토모에는 어쩔 줄 몰랐다. 보기와는 다르게 꽤나 감성이 남다른 토모에여서, 이러한 시각적인 자극은 그녀에게 좀 더 농후하게 다가왔다. 반면 그러한 감정을 알 수 없었던 히마리는 뾰루퉁한 표정만 슬그머니 보여준 채, 다시 화장실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토모에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물소리는 여전히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뒤로 살며시 히마리의 콧노래마저 들려왔다. 그게 그녀를 더욱 구석으로 몰고 들어갔다. 그러나 토모에는 구석에도 갈 수 없었다. 방의 가장 구석에는 옷걸이가 있었는데, 그 옷걸이엔 그녀의 옷가지들이 모두 걸려 있었다.


 브래지어와 팬티같은 속옷들도, 전부.

 

 “하, 진짜...”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게다가 손뿐이랴, 등에도 이마에도 땀줄기가 줄줄 흘렀다. 진정거리라는 머릿속 소리는 무시해버리고, 제 멋대로 액셀을 밟은 심장 소리는 사람 마음을 계속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 소리를 견디지 못해, 이내 토모에는 두 귀를 막아버렸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물소리는 조금이나마 사라졌지만, 쿵쾅쿵쾅 마음 소리는 여전히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울려왔다.


 누렇게 변한 천장 얼룩을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이 토모에의 머릿속을 두들겼다.


 좋아하는 사람의 씻는 소리는 이다지도 자극적이구나.



 히마리가 도저히 못 걷겠다고 해서, 그리고 그 꼴로 다시 전차 역으로 들어갈 수도 없어서, 두 사람은 결국 근처 모텔 안으로 들어왔다. 요금은 대실로 잡아두었고, 특별히 신분증을 검사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 대신 히마리가 입어야 할 목욕 가운을 받았다.


 허름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모텔이었다. 이불 시트 중간중간에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보였지만, 싼값에 잡은 거니 토모에도 뭐 그러려니 했다. 오늘 쓸 돈을 모텔 값으로 나간 게 조금 그렇긴 했지만 말이다.


 냉장고엔 조그마한 과일 캔 음료와 생수 한 병이 있었다. 그 중 생수를 히마리는 들고 작은 원목색상의 작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저 옆에 있는 토모에를 바라보았다.


 TV엔 재미없는 코미디언이 재미없는 개그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토모에는 무의식적으로 TV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목욕가운을 입긴 했지만, 여전히 마냥 바라보기엔 폭력적인 몸이었다.


 “시원하다.”


 목욕을 끝내고 마시는 물이 제법 괜찮다. 헤어 드라이기도 마땅히 없어 그냥 수건으로 말아 둔 머리가 제법 무거웠다. 그러나 돌아올 생각 없는 토모에의 시선이, 히마리의 마음엔 더욱 무겁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냥 옷 가져오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글쎄.” 


 토모에의 날선 말에 히마리는 답을 어설프게 회피했다. 스리슬쩍 눈치를 봐도 토모에의 시선은 여전히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무심한 시선을 TV에게 줄 뿐이다.


 “그냥 먼저 가지 그랬어.”


 세찬 가을비가 창문을 툭, 툭, 때렸다. TV 소리에도 희미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 비는 아직도 계절감도 잊어버린 채 계속 내리는 것 같다.


 “네가 돌아올 줄 알았거든.”


 비처럼 차가운 토모에의 말에, 히마리는 간신히 답을 주었다. 그럼에도 토모에는 좀처럼 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난 너 때문에 비도 다 맞았는데, 잘못은 솔직히 네가 다 했으면서, 난 너랑 이리 만난 게 그리 좋은데... 그렇게 바라보지도 않을 필요는 없잖아.


 그게 뭔가 억울해서, 뭔가 억울해져서.


 “왜 이렇게 꿍해있어.”


 히마리는 그런 말을 꺼냈다. 근데 또 웃긴 건 본인이 직접 꺼냈으면서, 본인이 놀란 표정을 지은 건 또 뭔가.


 “아니, 뭐...”


 토모에도 히마리의 말투가 꽤 당황스러워서, 뭐라 답해야 될지 몰라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살짝 저의 옆에 있을 히마리의 눈치를 보았다. 그제야 서로간의 눈빛이 마주쳤고, 비로소 토모에는 히마리의 눈망울에 물 꼬리가 매달려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한테 미안해서 그래?

 

 “뭐?”


 “그런 거라면, 나 진짜 전~혀 신경 안 쓰니까.”


 히마리의 말은 착한 거짓말이 아닌 순전히 진심이었다. 비를 맞은 것도, 토모에가 자신을 피하려고 했던 것도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단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운명이라 생각했어, 그래서 기다렸지. 그리고 그 기대에 배반하지 않고 네가 나타난 거야. 그 사실만으로도 기쁜데, 네가 나한테 미안할 필요가 전혀 없어. 난 전혀 기분 나쁘지 않으니까.


 “아니, 있잖아.”


 그런데 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나와는 조금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


 “왜, 왜 멋대로 그런 말을 해?”


 토모에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히마리를 똑바로 바라본다. 소리가 없는, 마음속의 아우성이 내보내달라며 달음질쳤다. 억눌러 온 감정은 토악질을 하라는 듯, 계속해서 속내를 다그쳤다.


 “멋대로라고?”


 반면 히마리 또한 그런 그녀의 반응이 섭섭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그리 말하는 것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엔 역시 무리가 있다.


 “네가, 네가 왜 나오는데, 여기를?”


 문장은 채 완성하지 못하고, 감정에 북받친 단어들은 책망하는 의미로 나열되었다. 저를 바라보는 히마리의 시선이 슬픔에서 원망으로, 원망에서 분노로 바뀌는 것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진짜.”


 그럼에도 힐난하는 걸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왜였을까, 평소와는 달리 왜 좋게 넘기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이었다. 제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히마리가, 저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히마리에게 토모에는 화가 났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 번개가 쳤다. 콰광하고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낡아빠진 전등이 살짝 점멸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된 건물이길래 이 모양일까.


 토모에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한번 쓸었다. 그대로 손을 내리면 저 또한 울것만 같아, 그냥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꿀꿀해진 날씨만큼, 마음이 텁텁해졌다.


 “토모에.”


 히마리가 토모에의 이름을 불렀다. 감정을 숨긴 듯 담담하지만,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목소리에 토모에는 겁이 났다.


 “어쩜 너는 채팅에서 만났을 때랑 이렇게 똑같아? 소름 돋게.”


 손을 내리면 성난 얼굴이 보일 것 같아 두려웠다.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건만, 히마리는 토모에의 팔을 잡아 그대로 힘껏 내려버렸다. 어딘가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린 그런 표정.


 “내가 너한테 얼마나 애원해야 되는데?”


 항상 마음 졸였던 것도 나고, 아무 것도 아닌 네 말에 애가 탔던 것도 나고, 별 거 아닌 행동들에 아파했던 것도 난데. 그런데 왜, 왜 하필 토모에가 그런 표정을 짓는지... 히마리는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것을 알고 싶은데도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만 더해져갔다.


 “토모다치? 20대 대학생? 너야말로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


 그 감정을 해소하고 싶어서 그런지 히마리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높아져만 갔다. 투정이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트집이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히마리의 말을 듣다못해 토모에는 결국 눈을 감았다.


 “있냐고 묻잖아!”


 그게 제 말을 무시하는 것만 같아, 히마리는 결국 크게 외쳤다. 넓지도 않은 방안에 히마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말랑말랑하지 않은, 카랑카랑한 목소리. 마음에 남는 게 아닌, 큰 말뚝을 박아 넣는 것처럼 강렬하게.


 “누구 때문인데....”


 “뭐?”


 토모에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히마리는 순간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표정은 찌푸리고, 눈은 가늘게 뜬 채로 토모에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동공은 다시 활짝 열렸다.


 그녀는 다가갔다, 모란꽃에게 다가가는 나비처럼. 아니,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그 모습은 나비보단 벌에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비나 벌같은 곤충이 아닌, 야수에 가까운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엔 부드러웠던 그녀의 움직임이 무언가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 강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꽃술 전체를 덮어 빠져나갈 수 없는 각인을 새기려는 듯,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마저 죄악으로 느껴졌다. 눈동자가 스치면 저가 가진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날까 겁이 났다. 그래도 그것을 멈출 순 없었다. 제 앞에 서있는 여자의 볼을 잡고 제 것을 계속해서 들이밀었다. 불을 삼킨 것처럼 속이 뜨거워져갔지만,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여자가 침대 시트를 꽉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여자의 달아오른 육체가 저에게 닿아있다는 그 알량한 육감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를 더 제어할 수 없었다. 댐이 터진 것처럼 그녀는 여자에게 제 살덩이를 더 강하게 들이밀었다.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이 그대로 여자의 볼로 옮겨져 간다. 울지 마, 라며 말하고 싶어도 그녀에게 잡혀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여자는 그게 마음에 쓰리게 남아왔다. 키스를 하는 내내, 그녀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누구 때문인데, 그게...!”


 타액이 히마리의 입가에서 슬쩍 흘러내릴 때, 토모에는 원망하는 투로 말을 남기고, 히마리에게서 살며시 떨어졌다. 그리고는 등을 돌리고, 다시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끝났다.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끝장내버렸다. 고작 그 정도 도발에 휩쓸려, 괜한 짓을 해버렸다. 이젠 친구로도 있을 수 없다. 친구 자리에 만족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해바라기처럼 바라만 볼 수 있어도 감사해야 할 것을, 이젠 음지에 피는 버섯처럼 바라보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내가.

 

 토모에가 끝없는 자기혐오감에 먹혀 들어갈 때, 히마리는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깝고도 먼 토모에가 먼저 자신에게 다가와 주었다. 그것도 친구가 아닌, 조금 다른 모습으로. 기쁘면서도, 오묘하고, 아린 감정들이 가슴에 벅차올랐다. 다시 새어 나오려는 것을 참아낸 채, 히마리는 저를 등지고 앉은 토모에에게 다가갔다.

 

 “우다가와.”


 이름이 아니라 성을 부르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다가와라고 부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소꿉친구여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토모에라고, 또 히마리라고 불렀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서로에게 낯선 느낌이 들어, 히마리는 순간 토모에의 이름이 아닌, 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나, 좋아해?”


 검지로 그녀의 등을 쿡 찌르면서, 히마리는 조금 밝은 목소리를 가장하여 물었다. 고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사실확인에 가까운 말이지만. 그럼에도 히마리는 살짝 떨려왔다. 그러나 토모에는 좀처럼 답이 없었다. 당연한 감상이지만, 은근히 이런 겁쟁이 같은 부분도 토모다치 씨와 꽤 닮았다. 그래서 히마리는 제 입에서, 다시 한 번 말을 꺼냈다.

 

 “좋아해?”


 직접 만나자고 했던 그 때 그 채팅처럼, 확신을 받고 싶어 다시 한 번 물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밝은 목소리였다. 평소의 마리아 씨처럼, 우에하라 히마리처럼. 그것에 용기를 받았는지, 토모에도 조금 작게, 귀를 기울이면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작게 제 마음을 표현했다.


 “응.”


 TV 소리에 겹쳐, 그것도 아니라면 빗소리에 겹쳐 안 들릴 법도 하건만, 그녀의 목소리는 어찌나도 그렇게 잘 들리는지. 토모에의 말을 듣고, 히마리는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린 채 너무 기뻐 저도 모르게 오두방정을 떨었다. 물론 토모에는 조금 떨어져 있어,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고개를 뒤로 돌린다면 저의 말에 너무나 기뻐하고 있을 히마리가 보일 텐데도, 볼 수 없으니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우다가와.”


 히마리가 다시 토모에의 성을 불렀다. 그 목소리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배어있었지만, 토모에는 아직도 겁이나, 너무 겁이나 뒤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 대신 듣고 있다는 듯, 아직 여기에 있다는 듯, 그녀의 부름에 답을 주었다.


 “응?”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불안감이 담겼을지, 우에하라 히마리란 사람은 아마도 모를 것이다. 그 한 마디를 하는데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후회와 번뇌가 담겼을지, 히마리는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그 불안감을 덮어줄 수 있는 사람도 우에하라 히마리였기에,


 “나도, 너 좋아해.”


 히마리의 그 말을 들었을 때, 토모에는 순간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억만장자나 명망 높은 명예를 가진 사람들도 부럽지 않을 만큼,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우에하라.”


 토모에도 히마리의 이름이 아닌 성을 불렀다. 평소와는 다른,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떤 느낌인가 가늠을 해보았는데, 채팅 닉네임을 부르면 이런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마리아 씨, 하고 부르면 이런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응.”


 히마리는 답을 주었고, 토모에는 히마리의 답에, 또 다시 답을 주었다. 조금 더 힘을 내어, 토모에는 다시 히마리를 바라보았다. 저의 눈물자국이 히마리의 볼에 살며시 남아있었다.

 

 그걸 닦아주고 싶었다.


 “너 그거, 실수하는 거야.”

 

 토모에는 히마리에게 다가가서, 그대로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 빗소리와 TV 소리가 섞여 들어가면서, 히마리와 토모에도 서로의 품안으로 섞여 들어갔다.


 “벗길게.”


 조금은 떨림이 담긴 목소리, 그리고 그만큼 떨리는 손가락. 마라톤이라도 뛴 것마냥, 제어가 안 되는 심장 소리는 이내 TV소리와 빗소리마저 지워버렸다.


 “응.”

 

 히마리는 차마 바라볼 수 없었는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래도 붉어진 안색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본인도 그것을 느꼈는지 토모에가 목욕가운 끈을 풀기 시작하자, 히마리는 고개를 슬며시 틀어 그녀를 외면했다.


 흰색 가운이 모두 풀리고, 자극적이다 못해 외설적인 그녀의 가슴 봉우리를, 그리고 그녀의 삼각지를, 그리고 너무나도 잘빠진 히마리의 나체를 토모에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냥 가만히 있으면, 몇 분 내에 코피가 터질 것만 같은 폭력적인.


 “토모에... 색골.”


 생각 고리를 히마리의 볼멘 목소리가 끊어버렸다. 그게 뭔가 멋쩍어, 토모에는 괜시리 히마리를 품에 꼭 안았다.


 “그런 못 된 말은 어디서 배웠어.”


 “글쎄...”

  

 토모에의 물음에, 히마리는 살짝 얼버무렸다. 채팅에서 배웠다고는 죽어도 말 못하겠다.


 “부끄러우니까, 토모에도 좀 벗어.”


 “알았어.”

 

 “내가 벗길래.”


 화끈히 달아오른 부끄러움을 타파하고 싶었는지, 우당탕탕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히마리는 요란스러웠다. 한사코 자기가 벗겠다는 토모에의 옷을, 히마리는 끝까지 억지를 부려 저가 벗기고야 말았다.

 

 “안아줘.”


 그리고는 이번엔 제 멋대로 그렇게 말했다. 볼을 잔뜩 부풀린 채, 토모에는 바라보지도 않는다. 눈빛은 불퉁하게 변해있지만, 입술은 안아달라고 말한다. 행동과 말이 모순되어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토모에에겐 그저 귀여울 뿐이다.


 히마리의 요청에 답도 주지 않은 채, 토모에는 그대로 히마리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하면서도 어쩔 땐 뜨겁게 느껴지는 감각에, 서로의 마음엔 애달픔이 더해져갔다. 그 감정을 풀고 싶어, 그녀들은 서로의 품 속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그녀의 심장 속으로, 붉은 태양이 뛰어들었다.



- 여보세요?


- 아, 네. 여기 302호인데요.


- 예.


- 그... 연장하고 싶어서.


- 연장이요?


- 네.


- 예, 그럼 연장으로 알고 있을게요.


- 가, 감사합니다.

- 별 말씀을.



-


일이 조금 많아서 늦어졌음.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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