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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내 룸메가 크싸레인 것 같다. (01)

글쓰기용유동닉(121.144) 2019.09.22 22:31:35
조회 2671 추천 130 댓글 22
														
00.



나는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 쳐다보면 그 사람의 현재 속마음을 볼 수 있다. 딱히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집중해서 속을 보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몇 개월 전, 집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그때의 충격으로 기절을 했고 병원에서 눈을 뜨니 사람들의 생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은 어머니의 표정에서 걱정의 마음이, 의사로부터는 다 큰 어른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냐는 비웃음이, 옆 간호사에게선 나의 굴곡진 몸매에 대해 부러움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온갖 사람들의 생각들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았지만 이놈의 낙천적인 성격 탓인지 금방 이 일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편리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람의 생각을 읽고 행동하는 건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그게 내 착오였다는 걸 깨닫기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에게 있어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는 나를 시기하고 있었고 평범하게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아이들은 나에게 이상한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특히 과나 동아리 술자리에서 나에게 살갑게 대하던 남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은 최악, 게다가 그런 모습을 눈치챈 여자들의 질투는 더더욱 최악이었다.

그 밖에도 내가 정말로 아끼던 후배 중엔 나를 그저 편리한 도구로 생각하는 아이도 있었으며 또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던 사람들은 내숭 혹은 가식덩어리였다. 그걸 모르고 있었을 때는 평범하게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건만, 이제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아버렸기에 나는 점점 인간관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기숙사에 새로운 룸메이트가 오는 날. 명단에 나온 학번을 보니 이번 연도에 신입생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처음엔 가면을 쓰고 최대한 착한 사람을 연기했을 테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이후론 사람에 따라 대하는 방법을 빠르게 정할 수 있었다. 첫인상에서 그녀가 나에게 갖는 생각을 보고, 밝은 아이면 나도 밝게, 낯을 가리면 조심스럽게, 상대방에게 무관심하면 나도 그렇게. 이런 식으로 나를 만들어 가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었다. 물론 깊은 관계를 만들 수는 없어졌지만……


저녁을 먹을 시간 때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큰 캐리어를 끄는 소리와 함께, 높으면서 곱고 맑은 음색으로 끙끙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방 한편에 캐리어를 두고 침대에 앉아있던 나를 보는 그녀. 처음 보는 사이인지 모를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나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언니가 제 룸메이트 맞죠?"
[와~ 이 언니 존나 섹스하고 싶게 생겼네.]


아무래도 조만간 쉬벌 옘병 미친 레즈비언에게 따먹힐 거 같다.








01.




유전적인 요소가 강했다. 어머니가 나를 낳으실 때 모든 힘을 내 외모에 쏟아부었는지 딱히 운동이나 식단을 조절하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고 예쁜 형태로 몸의 라인이 형성되었다. 키도 늘씬하게 컸으며 적당히 큰 가슴과는 다르게 엉덩이와 골반은 압도적이어서 내 몸만을 보고 대시를 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모델 제의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받았으며 아주 가끔은 좋지 않은 제안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그 정도로 내 몸매는 발군. 대부분의 남자는 나를 보며 음흉한 생각으로 수렴하며 여자들은 부러움과 질투로 나를 생각했다. 그런데……


"16학번이니 언니 맞죠? 저 20살 19학번이에요~"
[와~ 나중에 이 언니 씻고 나서 속옷 차림 볼 수 있는 거겠지? 같이 씻자고 하면 안 되겠지? 여름에는 대박 개쩔겠다!]


뭔가 제대로 잘못 걸린 거 같다. 이년은 논외다. 이 녀석의 생각을 읽었을 때 남자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머릿속에 마구니가 잔뜩 끼었다. 아니, 애초에 아무리 남자아이라도 첫인상이 이렇게 극단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다른 건 없다. 이년은 그냥 나를 따먹을 생각밖에 없는 거 같다. 진짜 위험하다. 이대로는 분명 강제로 덮쳐질 거 같다. 이거 진짜 장난 아닌데!?

수없이 계속되는 저 음탕한 녀석의 속마음에 그녀가 말하는 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당황해서 굳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뭔가 이번에도 그녀에게서 생각이 보인다.


[와, 이 언니 낯가리는 거 봐~ 귀여워~ 겉모습이랑 다르게 엄청 부끄럼쟁이네~ 섹스할 땐 내가 공이겠다~ 제발 레즈였으면 좋겠다~ 적어도 남자는 없었으면~]


와. 엄마아빠 살려줘요. 아니 이거 경찰서에 전화하는 게 좋을까? 기숙사 탈출하고 자취방이나 알아볼까? 아무튼 누가 저 미친 크레이지 싸이코 레즈비언을 퇴치해줘!

진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엄청난 공세다. 그저 침대의 끝쪽에서 벽에 내 몸을 붙인 채로 어버버 거릴 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선배로서의 위엄, 게다가 3살이나 많은 언니로서의 자애로운 모습은 이미 물 건너 갔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순수하고 귀엽고 착한 동생이었다면 이뻐해 줄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돈과 악몽의 섹마년이 들어와서는 나의 순결을 탐하고 있을 뿐이다.


"언니?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을까……]

"응……?"


뭔가 갑자기 순한 맛이 되어버린 그녀. 갑자기 겉모습과 속이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같아진 그녀에 나도 조금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기야 초면부터 벽에 붙어서 벌벌 떨고 있는 이상한 여자를 봤으면 걱정되겠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심으로 속마음으로 걱정하는 아이라니, 어쩌면 생각만큼 나쁜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괘…괜찮아! 그냥 조금……으음……"

"아, 네. 뭔가 저를 보고 무서워하는 거 같았어요. 괜찮으시죠?"

"어, 어어~"


이제서야 몸이 좀 안정이 되었다. 아직은 속마음이 걱정하는 마음이어서 그녀의 첫인상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제야 보게 된 그녀의 모습. 약간 소동물 같은 느낌으로 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20살의 풋풋함이 물씬 묻어나오는 화장과 더불어 여러므로 작은 체구. 머리는 어쩜 저렇게 귀엽게 잘랐는지, 어깨 살짝 밑까지 내려오는 단발과 함께 작고 검은 머리핀으로 옆머리를 잡아 귀여움을 어필하고 있다. 얼굴은 작지만, 볼살이 있어 왠지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이 들며 살짝 웃으면 보조개가 보여서 참으로 애교가 넘치게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여운 패션, 하늘하늘하고 약간은 큰듯한 패션이 여러므로 소유욕을 자극한다. 넋 놓고 저 귀여운 강아지를 감상해버리자 내 시선을 신경 쓴 그녀는 동그랗고 큰 두 눈을 껌뻑이다가 이내 생긋 웃는다.


[아~ 이 언니랑 빨리 섹스하고 싶다~]


…………하아 제발 저런 귀여운 얼굴로 미친 생각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02.





대충 짐 정리를 하면서 그녀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 어째선지 그녀의 뉴런 성희롱이 익숙해져서는 '농후한 레섹! 따먹고 싶다!' 정도의 생각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또한 가벼운 얘기를 할 때는 그저 온전히 내 얘기에 대해 가볍고 귀여운 감상만 마음속으로 내비칠 뿐이지 그때조차도 음탕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기에 생각보다 괜찮았다.


"언니는 부산이 고향이군요~ 그런데 사투리는 전혀 안 쓰는 게 신기해요!"
[사투리 쓰는 모습, 보고 싶다~]

"응? 아하하~ 마, 내도 가끔 사투리 쓴다~"


내 새로운 후배 룸메이트, 윤지의 속마음을 읽고 서비스처럼 약간은 오버해서 사투리를 써주었다. 그러자 마음속으로 마냥 기뻐하며 그저 '사투리 쓰는 언니 귀엽다~'라는 생각을 하는 그녀를 보니 참 순수한 후배랑 같이 살게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신음도 사투리로 할까?]


저런 미친 의문만 갖지 않으면 말이다. 이 나이에도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내가 어떻게 신음소리를 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왠지 사투리는 쓰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에 도달하자 내 뇌가 저 미친 크싸레에게 감염되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두려움 또한 느껴진다.


"저는 서울 토박이에 부산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부산 사람들이 사투리 쓰는 거 보면 약간 신기해요."

"뭐, 나도 서울 사람들 표준어가 어색했었으니까. 그런데 저녁은 먹었어?"

"아뇨, 그냥 기숙사 밥 먹으려고요. 아니면 학교 밖에서 같이 뭐라도 드실래요?"
[그러다가 분위기 봐서 술을 같이 마시고~ 만약 언니가 술이 약해 취하면 분위기랑 말빨로 가벼운 스킨쉽을 하자. 물론 같은 여자니깐 손잡거나 가슴 정도는 살짝 만지게 해주겠지?]

"그냥 기숙사 밥 먹자."


술에 약한 것도 아니고 이런 능력을 얻게 된 이후로 술자리에서 음흉한 생각을 하는 남자들 덕에 가드가 약해진 적이 없어서 걱정은 안 되지만 이 크싸레는 격이 다른 느낌에다가 동성이라서 논외니까 일단은 피하자.


"아, 그래요. 언니는 혹시 술 좋아해요?"
[좋아하지만 못한다고 말해주세요. 네? 덤으로 여자한테 앵기는 주사가 있다고 말해줘요!]

"싫어하지만 존나 쌔. 그리고 주사는 없어."

"아~ 그렇군요~"
[힝……]


뭔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아서 속으로 토라진 모습이 약간 귀엽게 느껴졌다. 표정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그 속에서 아쉬움이 묻어나는 게 왠지 재밌었다. 참 귀여운 후밴데…… 유감스러운 여자다.


"그럼 이것만 정리하고 같이 갈까?"

"네, 언니"
[오예~ 예쁜 언니랑 둘이서 식사다~]


또다시 들려오는 순수함의 목소리. 윤지를 보면 왠지 요즘 학생에게서 보기 힘든 우유 같은 순수한 영혼에 미친 레즈 악마가 씐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우유 같은 순수한 농도 100프로 레즈일 뿐이거나.









03.




둘이서 마주 보고 먹게 된 기숙사 식사. 돼지 불고기와 된장국이 나와서 그럭저럭 먹을 만 했지만, 그녀는 왠지 썩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 앞에서는 '맛있네요', '기숙사 밥도 괜찮네요' 등 여러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맛이 이상해……' '간이 너무 약해' 등 여러 푸념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햄스터처럼 입안이 음식을 넣고 오구오구 먹는 모습이 역시 소동물같이 귀엽다.


"으음……"
[와, 이 언니. 손 엄청 예쁘네]

"응?"


식사를 하던 도중에 힐끗 젓가락을 든 내 손을 보는 그녀. 길고 하얀 손 때문인지 이런 식으로 마주 보고 무언가를 할 때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감상을 내비추었다. 피아노를 치면 좋을 거 같다든지, 왠지 악기를 연주하거나 공예를 잘할 것 같다든지 여러 감상들.


"잠깐 손 좀 줘볼래요?"
[이런 게 스킬, 자연스러운 스킨쉽이지.]

"손?"


이상한 흑심이 나오는 거 같지만 손 정도야 문제가 없다. 오른손에 든 젓가락을 잠깐 내려놓고 그녀 앞으로 손을 뻗어본다. 그녀 앞에 손을 내밀자 뭔가 흥미롭다는 듯 양손으로 손을 만지며 감상을 하는 윤지,


"언니 손 길고 가늘어서 엄청 예뻐요!"
[몇 개나 들어갈까?]

"켁!"


섬뜩한 느낌이 들어 순간적으로 손을 뒤로 빼었다. 손이 안 보이게 그녀에게서 숨기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약간은 당혹스러움과 미안함이 느껴진다.

그보다 몇 개가 들어간다니, 물론 이 녀석의 뇌 내는 분명 그거겠지. 음, 물론 나도 아주 가끔은 혼자서 하지만…… 이런 감상에 대한 대답은 생각으로도 무리였다.


"언니 괜찮아요?"
[너무 만졌나? 이런 스킨쉽에 익숙한 언니가 아니구나.]

"아냐~ 손가락…… 그래…… 하하하……"


그러니까 이렇다. 이런 식이라 인간관계는 어렵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거겠지. 아니, 내가 떠나는 거겠지……

혼자서 느꼈던 수많은 배신감에 대한 씁쓸함이 급격히 몰려온다.


"그나저나 언니는 남자친구 있어요? 있을 거 같은데……"
[제발 없다고! 없었다고 해줘요!]

"아, 뭐어…… 과거는 화려하지."


23년의 세월 동안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은 있어도 그렇다 할 관계까지 이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없다고 대답하면 덮쳐질 확률이 수직으로 상승할 거 같았기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미 그전에 그 확률은 100%에 가깝지만.


"헤에~ 역시 인기 많죠? 하지만 지금은 없는 거네요?"
[으음……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현재가 중요한 법이지.]

"응? 뭐어…… 지금은? 그런데 너는? 너는 있어?"


대충 걸즈 토크라는 느낌, 물론 이 녀석한테 남자친구라던지 남자 경험이 있을 거라곤 생각이 들지는 않을 정도로 순도 100%의 레즈력을 자랑하지만 어쩌면 양성애자일지도 모르기에 은근슬쩍 떠보았다. 그녀는 내 말에 뭔가 뜸을 들이다가 내 시선을 피하면서 아래를 보며 대답을 한다.


"저 남자친구 사귀어본 적은 없어요."

[고등학생 때 사귀던 여자는 있었지만. 남자친구가 없다는 말은 사실이니까. 괜찮아.]



와! 레즈다! 진짜 레즈다! 순도 100% 레즈다! 반박 불가 그저 뇌를 레섹이 지배한 진성 크싸레다! 겉모습은 멀쩡하게 귀여운데 속은 미친 싸이코 레즈다! 나는 알 수 있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겉으로는 레즈력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난 보인다고! 이년은 진짜야!



"그것도 의외네, 너 같이 귀여운 느낌은 분명 인기 많을 거 같은데~"


"아, 뭐. 그저 작을 뿐이지만요."

[귀엽다고 해줬어! 귀엽다고 말했어! 레섹하죠! 언니!! 제 육체를 탐해주세요!!]



그냥 젠장 칭찬해주면 평범하게 기뻐했으면 좋겠는데 왜 레섹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이 녀석의 회로의 종착점은 언제나 레즈섹스밖에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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