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서로의 마음만 어렴풋이 확인하고
제대로 교제여부를 결정 못한 관계인 쿄코와 사야카가
같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으슥한 골목쪽을 보게 되었다.

그곳엔 눈부신 햇살만큼이나 짙은 그림자 속에서
녹아붙을 듯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마도카와 호무라가 있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해질 정도로 선정적인 키스는
도저히 여자 중학생끼리의 행위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평소 차갑고 여유로와 보이던 아케미 호무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호무라는 새빨간 열기가 얼굴에 가득 차오른 채
이따금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신음소리를 간신히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는 눈조차 뜨지 못한 아기 고양이처럼
여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마도카의 이름을 흘릴 뿐이다.

그에 반해 그렇게나 토끼처럼 순하고 친절해보이던 마도카의 눈은
먹잇감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는 포식자의 그것과도 같아져 있었다.
호무라는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것인지 축 늘어져 있었고
마도카의 팔다리에 기대어서 겨우 서있을 뿐인 것 같았다.

아니, 거의 마도카의 오른쪽 다리에 반쯤 주저앉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키 차이 탓인지 입술은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서로의 숨과 타액을 나누고 있었다.

덩달아 숨죽이고 몰래 지켜보던 쿄코와 사야카는
자기가 생각하던 마도카와 호무라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부터 저런 관계였는지, 마도카가 원래 저리 적극적인 아이였는지.
아무리 골목 안이라도 대낮에 야외에서 저래도 되는것인지
그런 말들을 소근대는 쿄코와 사야카였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다정한, 하지만 자극적인 두 사람의 입맞춤에
완전히 매료되어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곧 쿄코와 사야카는 자신의 마음도 촉촉하게 젖어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 돌연 눈길을 돌린 마도카와 눈이 마주쳐 버린 두 사람.
소스라치게 놀라 벽 뒤로 얼른 숨었다.
그도 그럴것이, 순간 마도카의 눈은 싱긋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쿄코와 사야카가 자기를 훔쳐보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사야카는 갑자기 화악 달아오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쿄코가 갑자기 손을 끌어잡고 고개는 돌린채 말한다.

"ㄱ...가자...어디든...얼른."

사야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맞잡은 손을 바라보다
이윽고 일어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래도 오늘 미타키하라에는 또 다른 입맞춤이 있을 예정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