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흘러 스무살이 된 포피파 친구들. 카스미와 아리사는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상태야. 밴드 활동도 꾸준히 이어져서, 걸즈 밴드를 주로 다루는 음악잡지에서 포피파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를 쓰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올 정도가 되었어. 리더인 카스미가 대표로 나가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아리사는 아무래도 카스미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거야. 평소에도 감정 표현을 대충 반짝반짝 두근두근으로 통일해버리는 카스미의 화법은 로젤리아의 아코 정도는 아니지만 알아듣기 힘든 면이 있어. 물론 카스미어 자격증이 실제로 있다면 1급일 아리사는 문제 없지. 하지만 만약 기자 분이 당황하시고, <알 수 없는 매력의 4차원 밴드 포피파> 같은 제목의 기사가 잡지에 실리고, 거기에 이치가야 아리사의 얼굴도 같이 실린다면 정말이지 분재들한테도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야.

" 어이, 카스미. 이제부터 키라키라도 안되고 도키도키도 안돼. 입에 담으면 바로 벌칙이니까. 알겠지? "

" 아리사는 나랑 있을 때 키라키라 도키도키 하지 않은거야..? 흑.. "

능글맞게 우는 시늉을 하는 카스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고개를 휘저은 아리사는 카스미의 이마에 딱밤을 톡 때리면서 단호하게 말해.

" 인터뷰 연습이야, 연습!! 진지하게 임하라구. 자, 이제부터 내가 기자라고 생각해봐. 자, 토야마 카스미 씨? 반갑습니다. 저는 ㅇㅇ 잡지의.. "

" 에에? 이치가야 카스미인데요? "

" 뭐, 뭐라는 거얏 퉤메!! 너 그런 식으로 인터뷰 하고 오면 네 랜덤스타를 두 번 다신 못 볼 줄 알아!! "

" 아, 아, 알았어!! 아리사 나 진지하게 할게 진지하게! 어지러워.... "

아리사는 빨개진 얼굴로 카스미의 어깨를 쥐고 흔들어. 얘 정말 큰일 내는거 아니야..? 몽실몽실 피어나는 불안함을 털어버리고 그래도 카스미를 믿어보기로 해.

" 자, 다시 시작한다. 예상 질문은 기자 분이 미리 뽑아 주셨으니까, 오늘 준비한 대로만 대답하는 거야. 첫 번째 질문. 포핀 파티는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인가요? "

카스미는 금세 눈을 반짝이면서 신이 나서 대답해.

" 아아~! 저희 포피파는, 키라키라나 도키도.. 헉, 그러니까 제가 어릴 때 별의 고동소리를 들었는데요, 그래서... 키라키, 읍... 아하하... 그... 윽. "

한숨을 푸욱 쉬며 가늘게 뜬 아리사의 눈을 카스미는 애써 피해.

" 그치만 아리사, 키라키라 도키도키를 빼고 포피파를 설명하는 건 무리야... "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야. 타협 끝에 키라키라 도키도키는 첫 번째 질문에서만 쓰기로 하고, 인터뷰 연습이 다시 시작돼.

" 자, 그럼 좀 쉬운 질문부터. 지금부턴 키라도키나 이상한 소릴 하면 진짜 벌칙이야. 포핀 파티의 멤버들과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 음... 아! 그러니까 키보드를 맡고 있는 아리사가 말이죠, 저번에 분재한테 물을 주면서 몰래 말을 거는 거 있죠?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서... 아, "

" 카아스으으미.... "

또 신나서 재잘대던 카스미는 할로윈 가면이라고 해도 믿을 아리사의 무서운 얼굴을 보고 말을 멈춰. 이대로는 정말 하로하피도 울고 갈 4차원 걸즈 밴드 포피파의 분재맘 아리사가 눈앞이야... 절망적인 상상을 하던 아리사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해.

" 아, 아리사...? "

옛날엔 뻔질나게 안겨오더니, 사귀기 시작한 뒤로 안기는 커녕 손만 조금 오래 잡아도 얼굴을 붉히는 카스미를 관찰하던 아리사는 카스미가 답지 않게 스킨십을 부끄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지 오래야. 그래서 조금 미안하지만, 부끄럼 타는 카스미 때문에 최근 부족해진 스킨십 분량도 조금 채울 겸 벌칙을 시작해. 카스미의 손에 제 손을 겹치고 말랑한 손바닥을 쓸어보기도 하고, 굳은살이 박힌 손가락을 어루만져 보기도 해. 그렇게 한참 동안 사심을 채우던 아리사가 퍼뜩 정신을 차리자, 홍조 띈 얼굴의 카스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만 잡혀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거야.

" 또 이상한 소리를 하면, 벌칙의 강도도 점점 올라가니까... 알았지? 그럼 다음 질문이야. 포핀 파티의 곡은 시적이고 감성 풍부한 가사로 최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작사는 토야마 씨가 맡고 있는데, 가사를 쓸 때 특별히 참고하는 것이라도 있나요? "

" 아, 아아~ 에헤헤~ 뭘 그렇게까지... 그러니까, 일상에서 느껴지는 그 뭐라구 해야 하나... 그러니까 팍! 꽃히는 키라키라함? 아, 아아! 잠깐만 잠깐만! 아리사 실수 실수!! 지금 건 무효!! 그렇게 다가오지마, 앗, "

이건 다 카스미와 나와 포피파를 위해서야. 이렇게 되뇌이며 아리사는 에라 모르겠다, 카스미를 정면에서 와락 안아.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 카스미의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져. 생각해보니까 자기가 직접 안는건 카스미에게 고백 받은 날 분위기를 타서 한 적 이후로 처음이야. 화끈거리는 얼굴을 들킬까 카스미를 더 꽉 안아.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놓아준 카스미는 완전 녹아 있어.

" 아리사 너무해... 실수였는데... 으으, "

이런 카스미를 보니까 부끄러움보단 왠지 모르게 더 괴롭히고 싶어져. 아예 자기 방 침대에 카스미를 쓰러트리듯 눕히고, 그 위에서 밤 늦게까지 이것저것... 그렇게 인터뷰 연습은 끝! 밤새도록 아리사에게 특별 훈련을 받은 카스미는 실전에 강한 주인공 답게 인터뷰를 무사히 잘 마쳤다고 합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