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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크리스마스] 밤과 들개 1

식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8 21:38:26
조회 406 추천 15 댓글 3
														

밤과 들개


부제 : 시작



“하아, 너무 춥다.”


덜덜 몸을 떠는 작은 아이가 너무 오래되어 납작해진 이불로 최대한 몸을 감쌓지만 그런 얄팍한 천 따위로는 아이의 몸은 전혀 따뜻해지지 못했다. 결국 뾰족한 가시로 찌르는 듯한 추위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한 아이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하얗게 나오는 입김으로 붉어지다 못해 푸르게 변한 손끝을 녹였다.


이대로면 간밤 사이에 동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아이는 광장에 있는 교회를 떠올리곤 잔뜩 물집이 잡힌 발을 밑창이 다 떨어진 신발을 신었다. 대부분의 신부들은 기부금도 넣지 않으면서 더러운 행색으로 교회에 발을 들이는 자신을 싫어하는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지만 그래도 어떤가 교회에 가면 당장이라도 얼어 붙을 것 같은 몸을 녹일 수 있다.


아이가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깨졌지만 그래도 비추는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울을 보며 오랫동안 씻지 못해 얼굴에 묻은 눈에 보일 정도의 때를 손으로 문지르다가 갑자기 쾅, 거칠게 열리는 문 때문에 깜짝 놀라 재빠르게 침대 뒤로 숨었다.


“제이스 이 개자식아! 여기 있는거 다 알아!!”


낡아서 덜렁거리는 문짝을 거칠게 발로 차고 들어오는 남성들은 아직 아이의 존재를 모르는지 큰 소리를 치며 어두운 방을 활보하며 다녔고 아이가 숨은 침대 뒤까지 등불로 비춰보던 남자들은 자신들이 찾는 자가 아닌 왠 꼬질한 꼬마의 존재에 안그래도 찌푸려져 있던 이맛살을 더 찌푸렸다.


“어이 꼬맹이.”


“..ㄴ,네?”


겁을 한가득 집어먹은 아이였지만 그래도 험악한 아저씨들의 말에 대답할 정신은 있는지 아이는 얼른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제이스라는 남자 아냐?”


제이스, 제이스.. 아이가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사이 남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아냐고 모르냐고!!”


이 낡은 방 안에서 침대 다음으로 멀쩡하던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친 남자 때문에 테이블은 다리가 부러져 쓰러졌다. 아이는 이러다 이 남자들이 자신까지 부러뜨리는 게 아닌가 눈동자를 크게 키웠다.


“형님, 저 꼬맹이 그 개자식 핏줄 아닐까요?”


아이가 겁을 한가득 집어먹고 얼음처럼 굳어 있을 때 남자의 옆에 있던 부하가 재쌉게 소근거렸다. 부하의 말을 듣고 품에서 종이를 꺼내든 남자가 등불에 비친 종이의 그림과 아이를 대조하듯 몇 번이고 번갈아 보았다. 확실히 아이는 조금 더럽긴 하지만 남자의 은발을 그대로 물려 받은 것처럼 보였다. 제국에서 은발은 그리 흔한 머리색이 아니다, 남자는 방에 들어올때부터 자신의 뒤를 묵묵히 지키고 있던 또 다른 부하에게 턱짓했다.


“네.”


남자의 턱짓에 또 다른 부하가 움직였고 얼음처럼 굳어 있던 아이는 뒷걸음질 쳤다. 한 걸음 두 걸음, 또 다른 부하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뒤로 물러나던 아이는 결국 뒤에 있던 벽에 막혀 탈출로 차단 당했고 꼼짝없이 또 다른 부하에게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 이거 놔!!”


이대로 가면 끝장이다, 뒤늦게 아이가 발버둥쳤지만 또래보다 훨씬 작은 아이가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빠져나가기란 누가봐도 불가능했다. 얼마 안가 지친 아이가 숨을 고를 때 남자가 등불을 아이의 얼굴 가까이 가져대고 견적을 내듯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 정도면 그 개자식이 빌린 돈을 충분히 갚을 수 있겠는 걸.”


남자의 말에 부하가 품에 있던 종이에 상이라 끄적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어이 꼬맹이 이름이 뭐냐.”


지금 이 상황이 충분히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아이는 없는 체력을 짜내어 마지막 발버둥을 시작했다.


“어이!! 이름이 뭐냐고!”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아이에게 화가 난 부하가 쓰러진 테이블을 발로 차며 거칠게 묻자 아이는 얼음처럼 굳어 입을 움직였다.


“없어..”


아이의 조막만한 목소리가 힘 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부하는 종이에 몇 번 펜을 끄적이다 기다리기 지루해 담배를 태우고 있던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 숨과 함께 매캐한 담배 연기를 아이가 곰팡이와 함께 살던 방 가득 채운 남자는 부하가 꺼낸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불을 끈 후 말했다.


“가자.”


이름이 없는 아이는 나고 평생을 자랐지만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하나도 없는 방을 돌아봤다. 하지만 이내 미련 없는 아이의 눈에서 방은 사라져버렸다.


“비켜!!”


“나와!”


아이의 집이 위치한 슬럼가의 거렁뱅이들은 아이가 건장한 남성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도움은 커녕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쓸만한 물건을 가지러 서로를 밀치고 때리며 아이의 방으로 몰려들었다.


“더러운 거지새끼들.”


서로를 밀고 짓밟으며 계단을 올라가는 슬럼가의 주민들에게 쯧, 혀를 찬 부하가 마지막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아이는 부하의 말에 몸을 움츠리며 마차의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그녀 또한 슬럼가의 거렁뱅이였기에,


내가 저런 소리들을 들으며 목숨을 이어나간 이유가 겨우 틈만 나면 어머니와 자신을 때리며 술과 마약 그리고 노름을 하던 아비란 작자의 빚을 갚기 위해서 였다니, 아이는 속으로 큰 한숨을 쉬었다. 슬프게도 마차의 안은 너무도 따스했다.



*        *        *



자고 있던 아이가 몸이 들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퍼뜩 몸을 일으켰다.


“가만히 있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아이가 성가신지 부하 없이 홀로 아이를 들고 가던 남자가 경고했다. 아이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다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거리를 눈에 담았다. 아직까진 여느 일반적인 거리와 비슷한 모습이었기에 자신이 대체 어디로 팔려가는 것인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아이가 갑자기 훤해진 주위를 보고 눈을 키웠다.


“언니 이리와 봐.”


가슴을 드러내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귀족을 유혹하는 여자와 노골적으로 몸을 밀착시키거나 내부가 비치는 벽의 방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 등 아이는 슬럼가에서 길을 잘못 들렀을 때 목격했던 비슷한 광경을 떠올렸다.


“어이 꼬맹이, 이제 네 발로 걸어.”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다 온 듯 남자가 일대에서 제일 화려하고 큰 건물에 들어갔고 그를 따라 들어가던 아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설에 확신했다. 슬럼가에서 본 거리의 손님들은 모두 남자였지만 이곳의 손님들은 모두 여자였다. 그것도 귀족들, 옷차림을 봐서는 대부분 제법 이름 난 가문의 사람들이었고 혹은 귀족은 아니더라도 그들과 비슷한 부를 축적한 자들이었다.


“어이 주인장.”


여자 밖에 없는 공간에 남자의 걸걸한 목소리가 울렸고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주인을 기다렸다. 가게에 있는 모두의 시선은 수 많은 가시 같이 남자에게 꽂혔지만 이내 그가 손님이 아닌 이 가게의 자주 거래하러 들리는 장사꾼이라는 것을 기억해낸 손님들은 그의 옆에 있는 꼬질하고 앙상한 아이를 발견했다. 은발에 적안이라는 쉽게 맛 볼 수 없는 조합에 몇 몇의 손님들은 아이에게 작은 관심을 가졌지만 자신의 몸 보다 훨씬 커 언뜻 보이는 속살이 갈비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앙상했기에 영업을 하기 위해선 제법 시간이 걸릴 걸 예상하고 옆에 있는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잭 씨께서는 지금 바쁜 일을,”


“루프라고 전해.”


심부름꾼 같이 보이는 남자가 험상궂은 스스로를 루프라 말하는 남자의 외모에 쩔쩔매며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사라졌다. 아까 전부터 얌전한 척 남자를 따르던 아이는 힐끔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겐 관심도 없어 보이는 남자를 확인한 아이는 굴러들어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작정 뒤돌아 달렸다.


“어이 잭,”


“내 가게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저 꼬마는 뭐지?”


아이가 가게에서 나가기 전 때마침 잭이라는 안경을 쓴 노신사가 나타나 루프에게 불평을 하려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루프에게 물었다. 잭의 도움으로 그제야 아이가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루프가 뒤늦게 아이를 잡으러 달려갔다.


“너 이자식!!”


장애물이 없다면 충분히 아이를 잡고도 남을 만큼 루프의 다리는 빨랐지만 워낙 로비에 손님이 많은지라 작은 아이는 루프보다 훨씬 유리하게 이리저리 도망다닐 수 있었다. 충분히 뒤에 있는 루프를 발견한 아이는 자동으로 열리는 가게의 문이 얼른 열리길 기다렸다. 여길 나가면 어딜가야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버지란 작자 때문에 이런 가게에 팔리는 건 사양이었다.


“돈은 그 자식한테 받아. 덩치!!”


한참이나 뒤에 있는 남자를 비웃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한문장으로 만들어 시원하게 내뱉은 아이는 가게 문이 열리기 무섭게 뛰어갔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아이 바로 앞에는 가게에 들어오는 여자가 있었고 꼼짝 없이 그녀와 부딪힐거라 예상한 아이는 어차피 멈춰지지 않을 몸을 움직이는 것보단 눈을 질끈 감고 곧 찾아올 고통에 대비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는 여자와 부딪히지 않았고 대신 불행하게도 그녀의 옆에 있던 귀족의 손에 잡혔다.


“죄, 죄송합니다.”


아이가 자신을 쫓아올 루프를 피해 귀족과 여자에게 꾸벅 꾸벅 고개를 숙이며 빨리 가게를 나가고자 했지만 이런 가게에서 급하게 나오는 아이를 수상히 여긴 귀족은 아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슨 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당하게 그 죄를 청산하거라.”


이게 무슨 개소리지, 아이가 귀족의 말에 당황하던 순간 그녀를 뒤쫓던 루프가 아이의 팔목을 잡았고 귀족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죄인을 도망치게 둘 수야 없죠. 마땅히 제국민으로써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비란 작자가 노름과 마약에 빠져 틈만 나면 휘두르는 주먹을 맞으며 자란 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망가져가는 아비에게 실망해 아무런 의욕도 없이 죽어버린 어미에게서 자란 게, 귀족은 커녕 평범한 평민의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못한 게, 모두.. 모두 자신의 죄란 말인가? 기회를 봐서 탈출하려고 그들에게 겁 먹은 척 고분 고분 행동하던 아이가 본성을 드러내고 자신을 방해한 귀족을 노려보았다.


“어허, 어디서 어린 게 눈을 똑바로 치켜 뜨고. 정직하게 말하고 네 죄를 참회하거라.”


참회? 앞에 있는 녀석의 말투에 그녀의 목 근처를 무의식적으로 보다 십자가 목걸이를 발견한 아이는 기가 찼다.


“당신이나 그딴 목걸이 차고 이딴 가게 드나든 죄를 참회하지?”


과시하길 좋아하는 그녀가 일부러 교황청 소속의 성직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가게의 모두가 아이의 말에 입을 가렸다.


“이, 이 무례한 녀석이!!”


여자의 손이 아이에게 닿기 전 루프가 아이를 자신의 뒤로 물렸다.


“죄송하지만 상품에 흠이 나면 곤란합니다.”


“하, 그깟 거지 새끼 얼마 한다고.”


성직자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는 것을 본 여자는 자신에게 돌아갈 돈이 나눠지는 게 싫은지 일부러 가슴을 팔에 닿도록 몸을 붙이며 아양 떨었다.


“언니.. 아까부터 계속 서 있어서 저 다리 아파요.”


팔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에 불쾌하다는 듯 찌푸려져 있던 성직자의 미간이 펴졌다.


“다리가 아프다고?”


누가 봐도 엄살이 분명한데 어쩔 줄 모르는 성직자의 옷깃을 당겨 자신에게 더 밀착하도록 만든 여자는 그녀가 들고 있던 지갑을 다시 품에 넣어주며 비어진 손을 자신의 허리에 닿게 만들었다. 그리곤,


“빨리 가서 재밌는 거 하자고 약속했으면서.”


끈적한 숨을 내쉬며 귓가에 속삭이는 여자의 행동에 목까지 붉어진 성직자는 힐끔 아이를 보며 말했다.


“지금은 내 넓은 아량을 베풀어 용서하겠지만 다른 자들도 나와 같은 그릇을 가졌다 할 수 없으니 조심하거라.”


아이는 대답하기 싫은지 홱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지금 성직자에겐 건방진 꼬맹이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성직자와 여자가 사라지고 한숨 돌린 루프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이에게 경고하듯 읊조렸다.


“꼬맹이, 또 다시 도망가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라.”


상품에는 흠집을 내지 않고 주인에게 판매하는 것이 이 일을 시작하고 스스로 정한 신념인 루프는 인내심을 발휘해 대답하지 않는 아이의 팔목을 잡고 잭이라는 이 가게의 주인에게 다가갔다.


“어이 잭 상품이다.”


“따라와.”


올거면 뒷문으로 올 것이지 아무리 팔려온 여자를 사용한다는 것을 손님 거의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렇듯 공공연하게 아이를 매매하는 꼴을 보이기 싫었던 잭의 심기는 단단히 틀어져 있었다.


“좀 씻겨서 데려오지.”


그래서 평소에 잡지 않을 트집도 잡았지만,


루프는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 이외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루프와 오랜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잭은 자신이 뭐라 하더라도 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을 알았고 결국 쓸데없는 감정 낭비를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못해 고개를 저을 뿐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은 잭이었지만 사실 그는 제법 우수한 장사꾼인 루프를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다.


이때까지 루프가 데려오는 애들은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할 상등품인 경우가 많았고 상품엔 흠집을 내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 덕에 상품이 가게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남자의 손을 타는 불상사 또한 막을 수 있었다. 분명 자신과 루프가 틀어지면 그와 계약을 하기 위해 이 주변의 가게들이 줄을 설 것이고 십년 째 지켜온 매출 1위의 자리를 빼앗기기 싫었던 잭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참았다.


카운터의 뒤에 있는 작은 방에 도착해서도 한참이나 아이를 눈으로 훑기만 하고 도통 살건지 말건지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잭의 태도에 이번엔 루프가 얼굴을 구겼다.


“그래서, 살거야 말 거야.”


루프의 무례한 태도에 잭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쉽게도 이번 손님은 내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럼,”


“나야.”


무뚝뚝한 여성의 목소리, 왠지 익숙한 울림에 고개를 돌린 루프가 눈썹을 까딱였다. 백금색 머리카락과 연한 푸른색 눈동자, 그녀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수려한 외모 덕에 가게에 온지 반 개월도 되지 않아 지명률 1위를 꿰찬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밤의 꽃’이나 ‘밤의 요정’ 등 다양한 별칭을 붙여 불렀지만 이트가 나타난지 5년, 이트는 모두에게 ‘밤’이라 불리게 되었다. 언제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어 그런 것이다, 밤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 통일 하기 위해 그녀의 별칭 중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를 사용했다 등 소문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떠들어 댔지만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동료들은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그녀의 별명에 너무하다 입을 모았지만 이트는 요정이나 꽃처럼 끔찍한 별명보단 ‘밤’이라는 단어는 괜찮은 듯 보였다.


방 안의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길래 자신도 따라 힐끔 그녀를 본 아이는 나고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런 가게의 주인도 아닌 어느 나라의 공주님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왜 자신을 사갈까,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트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붉은 루비 같은 눈동자를 본 이트가 작게 미소지었고 아이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의외의 손님이군.”


“그래서 불만이야?”


그녀를 이 가게에 판 것도 루프였기에 서로 그리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지금은 손님과 상인의 관계였다.


“그럴 리가.”


짧게 대꾸한 루프가 품에서 서류를 꺼내 기계적으로 읽었다.


“아비는 제이크라는 제법 이름 난 궁정 마법사였지만 자신을 고용한 크루두 왕국이 제국에 함락을 당하고부터 술과 마약에 손을 대고 노름을 하느라 천재적인 재능은 잃어버린지 오래고 지금은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라.”


루프의 말에 이트가 살짝 몸을 움찔거렸지만 아니는 이죽거리느라 보지 못했다. 


“그냥 어디선가 죽어버리면,”


“시끄러.”


아이의 중얼거림에 경고를 한 루프가 다음 장을 읽었다.


“아이의 어미는 제국의 명망 높은 백작가 막내 딸이었으나 실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그때부터 아이의 아비가 노름으로 진 빚 때문에 몇 번이고 아이의 어미에게 손을 벌린 걸 아는 가문은 둘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가출을 하면서까지 아이의 아비와 결혼을 했다는군. 하지만 아이의 아비의 계속된 노름과 마약에 지쳤고 결국 아이가 다섯이 되던 해에 아이의 아비에게서 맞은 상처가 병으로 번지면서 결국 사망. 아비는 고아 출신, 결국 남은 혈육은 이 아이 뿐이지.”


어머니의 말이 나와도 관심이 없는지 아이는 가게에 둥둥 떠다니는 마석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오늘 돈 받으러 슬럼가의 아파트에 가니 이 아이 밖에 없더라고 가구도 다 낡아 팔지도 못하는 것들 뿐이고,”


종이를 넘긴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다음은 이 꼬맹이에 대해서..지만 이름도 없고, 나이도 모르고, 성별은 여자. 겉모습은 대충 상 정도?”

마차에서 조사한 정보를 늘여놓던 루프가 고개를 저었다.


“이차 성징이 왔는지 말해주지도 않고, 옷을 벗겨보면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겠지만 그건 우리들이 할 일이 아니니까.”


“당신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어서 좋네요.”


모욕적인 발언 임에도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할 뿐 딱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루프가 이트에게 물었다.


“그래서 살건가?”


이트가 마석에게 고정되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돌려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눈을 동글 동글하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의 얼굴은 제법 훌륭했다. 루프는 상 정도라 말했지만 최상도 가뿐히 갈 정도였다. 아마 자신이 사지 않으면 잭이 차지 하겠지, 힐끔 아이의 얼굴을 보던 잭과 눈이 마주치자 이트가 그를 쏘아보았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듯 잭의 고개는 부자연스레 돌아갔다.


“얼마야?”


가지고 있던 서류의 제일 마지막 장을 넘긴 루프가 금액을 읽었다.


“아비가 진 빚이 2500페이즈 였고 이자는 5년 넘게 쌓여 1만 500페이즈.”


남자가 부르는 액수를 들은 아이는 움찔 몸을 떨었다. 페이즈는 현재 제국의 화폐 중 가장 높은 단위였고 50페이즈면 4인 가구가 한 달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50개가 모여야 1페이즈가 될 수 있는 화폐, 페이스 한 개가 없어 빵 하나 사 먹지 못하던 아이에게 있어서 남자는 이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


하지만 아이의 생각과는 달리 이트는 묵진한 금화 주머니를 루프에게 건냈다.


“얼마일지 몰라서 대충 담아왔는데 아마 1만 5000페이즈 정도는 될 거야.”


이트의 말에 묵직한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빛에 비춰보던 루프는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이 일대를 지배하는 여자의 재력이군.”


그닥 재물에 관한 욕구가 없던 이트가 5년 동안 거의 쓰지 않고 번 돈에 비하면 루프에게 건낸 돈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다. 그동안 손님들이 애정을 요구하며 갖다 바친 보석들을 합친다면 더더욱.


“헛소리 하지 말고 나가.”


제법 까칠한 이트의 반응이었지만 익숙하다는 듯 루프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잭은 아쉽다는 듯 아이를 쳐다봤다. 1만 5000페이즈로 저런 최상품을 손에 넣다니, 루프야 옛날부터 빚과 이자만 제대로 받아낸다면 상품이 상이든 최상이든 신경도 쓰지 않았고 이건 루프가 상품의 가치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상품에 흠집을 내지 않는다는 그의 장사 철칙과 같은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싼 값에 조금만 닦으면 최상은 가뿐히 넘을 아이를 저 값에 팔아넘기다니, 분명 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지명도를 자랑할텐데..


괜히 이번 거래의 우선도를 이트에게 주었다 생각하며 괜히 욱신거리는 배를 움켜잡은 잭은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방을 나갔다. 두 남자가 방을 빠져나갔고 이제 방에는 이트와 아이, 둘 만 남았다.


“시안은 어떠니?”


“네?”


“네 이름 말이야.”


갑자기 제게 말을 붙이는 여자에게 당황한 아이가 잠시 굳어 있다가 삐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


“네, 아가씨?”


테스트를 해보듯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부르는 이트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몰라 대답을 하면서도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라는 호칭에 푸스스 웃음을 흘린 이트는 아이의 대답을 정정해주었다.


“이트 님이라 부르렴.”


“네, 이트 님.”


“그래. 착하구나.”


아이는 충분히 더러웠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지 영리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는 속으로 새로운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며 오래 전 사라진 기대를 불렀다. 어쩌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추운 겨울 몸을 꽁꽁 싸매며 매서운 바람을 피해 집을 벗어나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보게 된 창문을 통해 행복한 불빛을 거리에 쏟아내던 어느 가족들처럼 말이다.



*        *        *



“으흑, 하아.”


호화로운 방 안을 소녀의 애처로운 울음 섞인 신음소리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트 님 그만, 제발 그만.. 윽!!”


아이의 몸 위에 올라탄 여자는 그런 아이의 애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힘을 실어 더 거세게 움직였다. 그만해달라 애원하던 아이는 속절없이 손으로 입을 막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흐응!!”


날카로운 신음과 함께 아이의 허리가 휘었고 밑에선 왈칵 액을 뱉어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이의 안에서 여자의 허벅지 사이로 마치 남성의 그것처럼 밴드로 고정한채 달려 있는 딜도를 빼내었다. 기운이 빠진 아이를 툭툭 치는 여자의 손길에 아이는 팔로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몇 번이고 힘이 빠져 침대에 얼굴을 박으면서 여자의 허벅지 쪽에 솟아 있는 딜도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하지만 다른 행동은 하지 않은 채 아이는 조금 망설이 듯 여자를 쳐다보았다.


“뭐하니?”


자비 대신 돌아온 여자의 재촉에 아이는 하는 수 없이 딜도를 입에 머금었다. 자신의 액 맛을 느끼고 얼굴을 잠깐 찌푸리던 아이는 여자의 심기를 틀어봤자 좋은 일이 없을 것이란 걸 수 없이 경험했기에 열심히 혀를 움직였다. 아마도 이 딜도를 핥아 봤자 여자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언젠가 손님에게 겪었던 일을 똑같이 아이에게 화풀이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만.”


여자의 명령에 착실히 따르는 아이를 쓰다듬던 여자는 겨우 숨을 돌리는 아이에게 작은 알약과 물을 건냈다.


“이트 님..”


자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싫어하는 물건의 등장에 아이는 애처롭게 여자의 이름을 불렀지만 여자는 무자비했다.


“시안, 뭐하니?”


꿀꺽, 마른 침을 삼킨 시안이 여자가 건내는 약을 쳐다보고 물컵을 보다 다시 여자를 봤다.


“조금 말을 듣는 강아지가 된 줄 알았더니.”


한숨을 내쉰 여자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시안이 도망가기 전에 재빨르게 목덜미를 잡아 억지로 입을 벌리고 약을 두알 집어넣고는 물을 들이부었다. 절대 약을 삼키려 하지 않던 시안이 입 안에 쓴 맛이 퍼지자 자신도 모르게 약을 삼켰고 시안이 약을 삼킨 것을 확인한 여자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이리와.”


도망가려다 잡혀 약을 한 알 더 먹게 된 시안은 고분고분 여자의 말에 따랐다. 자신의 품에 안긴 시안의 가슴을 만지작 거리다 축축하게 젖은 아래를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 넣었다 뺐다 반복하던 여자는 시안의 숨이 다시 거칠어 지는 걸 확인하고 침대에 널린 장난감들 중 겉면이 울퉁불퉁한 장난감을 아이의 아래에 넣었다.


“흑,”


평소라면 빡빡한 압박감에 불쾌함을 더 느꼈을 테지만 지금의 아이에게는 큰 자극이었다. 아래에 거슬리는 장난감을 넣게 된 아이는 아무런 자극도 없이 멀어지는 여자의 손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침대에서 일어난 여자가 가죽 벨트를 풀기 시작했고 아이는 점점 더 오르는 약효에 몸을 바르작 거리며 여자에게 손을 뻗었지만 툭, 벨트가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의 아래 있던 딜도의 진동이 켜졌다. 결국 여자에게 닿지 못한 아이의 손은 둥글게 말렸고 감당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이불을 입으로 물고 저도 모르게 발가락을 오므렸다.


마도구 였구나,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는 아이를 내려다 보던 여자의 입이 열렸다.


“시안.”


쾌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주인의 목소리에 충실히 고개를 든 아이가 대견한지 여자가 아이의 얼굴을 다정히 어루만져 주었지만 이내 옷장을 열고 안이 거의 비치는 속옷을 입고 그런 속옷을 입었을 거라 상상도 못할 정도로 하얀색의 청순한 드레스를 입었다.


“이트, 지명이다.”


“알고 있어요.”


화장도 새로 고친 여자가 자신을 재촉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말하다가 침대 위에서 부들 부들 떨고 있는 아이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안, 상 받고 싶으면 잘 참아봐.”


아이의 애칭을 부른 여자는 일부러 아이의 안에 들어간 장난감을 조작할 수 있는 마도구를 아이의 가까이 두고 분홍빛으로 물들은 보드라운 뺨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방문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가 방 안을 보지 못하게 문을 빠르게 닫던 여자는 문이 닫히기 전 쾌락에 잠긴 아이의 얼굴을 보며 기분 좋은 듯 싱긋 웃으며 문을 닫았다.


“47번,”


“알아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트에게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남자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아, 네.”


어차피 여자에게 몸 파는 여자들 관리 정도는 반쯤 놀고 먹으며 제 마음 가는대로 행동 하기 위해 웨이터로 취직한 한스는 첫 날부터 그녀들이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 되어 현재는 지나가다 아무 죄 없이 맞아도 찍소리 못하는 서열 피라미드 낮은 곳 어딘가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아마 제국 여성 전문 유흥가 모두 통틀어 1위를 찍는 이트는 감히 말도 함부로 붙이지 못하는 존재였다. 뒷통수를 조금 긁적거리다 항상 무표정이었으면서 오늘따라 유독 싱글 웃고 있는 이트가 괜히 무서워진 한스는 일부러 걸음을 빨리했다.



-------



이미 연재하는 작품이 있어서 백일장에 올려보는 쓰고 싶은 소설..

글이나 마음껏 쓰게 시험 빨리 끝나면 좋겠다. (근데 소설은 안 잘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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