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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츠구미] 민트초코는 원래 까맣다. -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5 14:36:24
조회 421 추천 19 댓글 4
														

 히카와 사요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회색빛 구름 조각을 쫓았다. 도쿄의 겨울은 그렇게 춥진 않지만, 그만큼 빨리 어두워진다. 지금의 구름이 그러한 어둠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사요는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집어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맑은 날이었다면, 이미 해가 뉘엿뉘엿 중턱으로 넘어갈 때였다. 그럼에도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서, 사요는 살며시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혹은 당연하게도 피곤을 간절히 호소했다. 


 근래 들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요는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지만, 그 원인의 끝에 누가 있는지는 본인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에 의의를 두지 않을 뿐이다. 


 제 아무리 피곤해도 눈이 번쩍 떠지는 날이 있다. 사요에겐 오늘이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선도위원으로서 평소 잘 쓰지 않는 (같은 밴드의 이마이 리사가 꾸며보라며 챙겨준) 화장품에 살짝 눈이 갔지만, 그것보다 씻는 게 우선이란 생각에 그녀는 조용히 욕실로 향했다.


 “일어났어?”


 욕실 안으로 막 들어가려는데, 닮은 듯 닮지 않은 목소리가 사요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사요가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자신과 똑 닮은 동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TV에서도 동생의 얼굴이 튀어 나왔다. 더 정확히는 아이돌 밴드 파스텔 팔렛트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다시 보기로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밥은?”


 파스텔 팔렛트의 기타리스트이자 히카와 사요의 동생, 히카와 히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요는 물었다. 이를테면 습관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밥 먹었냐는 사요의 말은 히나에게 거의 인사와 마찬가지였다.  


 “안 먹었어, 언니는?”


 목이 살짝 늘어난 하얀 티셔츠와 되는 대로 입은 파자마 바지가 언밸런스했다. 그 사이로 브래지어 끈이 살짝 보여서, 사요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제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또 저런 칠칠맞은 꼴이라니. 


 “생각 없어.”


 조금 냉랭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칼답이었다. 솔직히 사요는 밥 생각은 그렇게 나지 않고, 오히려 물 한 잔이 더 마시고 싶었다. 최근 목에선 자꾸 갈증이 일었다. 초콜릿을 쑤셔 넣고, 아무 것도 마시지 않은 것 마냥 계속.


 “또 그 소리야?” 


 요즘 안색도 안 좋고 부쩍 어두워진 언니였기에, 히나도 사요가 걱정이 되었다. 츠구미의 일로 자신을 다시 몰아넣는 듯... 아니, 궁지에 몰려버린 느낌이 들었다. 보는 사람마저 그러한데, 막상 상황이 닥친 사람은 어떠할까.


 “곧 있으면 점심때야, 언니.”


 히나가 제 등 뒤에 있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분침은 어느새 10을 넘어 11로 향해 가고 있었다. 밥을 안 먹은 것도 안 먹은 거지만, 솔직히 표현하자면 어떻게든 뭘 먹여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싶었다. 이대로 가다간 언니가 진짜로 망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 있으니까, 알아서 챙겨 먹을게.”


 그러나 사요는 히나의 그러한 마음을 한사코 거부했다. 동생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고, 그로인해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히카와 사요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센 사람이었고, 더불어 본인에게 생긴 빈틈을 다른 사람에게 결코 허락지 않는 사람이었다. 


 “약속은...”


 “신경 꺼, 히나.”


 유독 동생에게만큼은 더욱 그랬다.


 “...내 일이야.”


 “미안.”


 욕실 문은 닫혀버렸다. 히나가 작게 중얼거린 사과의 말이 사요에게 들렸는지, 안 들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사요에게 미안한 것은, 가감 없는 진심이란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게 히나의 생각이었다. 


 TV에선 활짝 웃고 있는 제 얼굴이 보였다. 소파에 누워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이윽고 히나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요 며칠 굉장히 익숙해진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아아, 츠구 쨩 오늘 가기로 했던 거... 응, 그게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됐어. 응. 응. 다음에 꼭 갈 테니까. 응, 이해해줘서 고마워. 다음에 봐.”


 히나의 전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뚝, 하고 끊어진 스마트폰을 다시 소파 한 구석에 던졌다. 그리고 그녀는 한곳에 몰아두었던 담요를 다시 집어 제 몸을 감쌌다. 그러자 노곤노곤해지면서 다시 졸음기가 찾아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 조금 다른가.”


 히나의 중얼거림 사이로 욕실의 물소리가 살짝 겹쳤다. 아니, 사실 겹쳤다기 보다는 귀를 쫑긋 세웠다는 게 더 옳은 말일지도 모를 일이다. 욕실방향을 뚱하게 바라보던 히나는 이내 담요를 제 머리까지 잡아 올렸다. 그러자 헤칠 수 없는 어둠이 그녀에게도 찾아왔다. 


 “이건, 룽하지 않은 걸.”


 히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TV에서 들려온 자신의 목소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어두운 목소리로. 아주 조용히, 그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소리를. 

 


 -



 비가 올 듯, 그러나 오지 않는 먹구름이 하늘엔 가득했다. 하늘을 바라보던 사요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과자교실이 끝날 때 즈음이면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겨울이니까, 눈이 왔으면 좋겠다. 기분도 울적한데, 젖어서 가면 최악이지 않은가. 


 상점가로 들어가는 코너를 꺾기 전에, 사요는 도로 한 편에 세워진 볼록거울을 바라보았다. 시각이 왜곡되어 있는데도, 입술에 바른 립글로스는 왜 선명해 보이는지 모를 노릇이다. 그냥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사요의 마음에 편했다. 


 상점가로 가는 길은 오늘따라 더욱 멀게 느껴졌다. 기타 케이스를 멘 것도 아니고, 별 다른 짐을 가져온 것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유독 그랬다. 츠구미에게 받은 상처가 쌓이고 쌓여서, 사요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느낀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에게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새로웠는데, 요즘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 대강 곁눈질을 해도, 하자와 카페 안에 사람이 북적인다는 걸 한 눈으로도 알 수 있었다. 몇 주 만에 열린 과자교실을 참가하기 위해 참 많이도 모인 듯했다. 문고리를 손에 잡고, 심호흡을 한 뒤 조용히 열었다.


 그러나 사요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하자와 카페의 알림 종소리는 힘차게 울렸다. 


 “아, 히카와 선배!”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있던 츠구미가 카페 안으로 들어온 사요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입었던 외투를 손에 들고 있던 사요는 츠구미가 다가오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하자와 씨.”


 “네, 좋은 아침....이 아니라, 좋은 오후예요. 히카와 선배.”


 츠구미는 사요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방긋 웃는 게 왠지 어린 애 같아서, 사요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자그마한 호선을 그렸다. 사요는 츠구미가 건넨 앞치마를 받아 들였다. 그녀와도 잘 어울리는 하늘색 앞치마였다.


 “엄청 잘 어울려요, 히카와 선배!”


 츠구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사요와 앞치마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마치 전에도 몇 번씩이나 입었던 것처럼 말이다. 


 반면 사요는 이런 앞치마가, 저보다는 츠구미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금 입고 있는 연한 브라운 색의 에이프런도 그녀에겐 참 잘 어울렸다.  


 “말씀 고마워요, 하자와 씨.... 슬슬 자리를 잡고 싶은데, 먼저 가 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츠구미의 말에 사요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구석으로 향했다. 사요를 바라보던 츠구미는 다시 인파로 섞여 들어갔다. 츠구미가 사람을 맞이하러 간 대신, 츠구미의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쿠키의 조리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츠구미도 어머니를 도와주려 잠깐 옆에 섰다. 


 꼬마 아이들이 제 멋대로 반죽을 만지는 걸 츠구미가 옆에서 같이 저어주며 상황이 튀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 사이에 어머니도 조리강의를 마쳤는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이들은 어떠니?”


 어느덧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츠구미를 향해 츠구미의 어머니가 물어보았다. 오랜만에 연 과자교실인 탓에, 조금 기진맥진한 모양이다. 


 “응, 여러 모양의 틀을 가져다주니까 좀 조용해졌어. 부모님들과 같이 만져보고, 나중에 한꺼번에 구우면 될 것 같아.”


 “그러니...” 


 츠구미의 어머니는 카페를 쭉 둘러보다가, 기지개를 살짝 켰다. 개별적인 지도가 필요한 새로운 손님들도 많았지만, 친목을 위해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도 참 많았다.  


 “저 아이, 참 오랜만에 보네.”


 “히카와 선배 말이야?”


 어머니의 눈빛을 따라, 츠구미의 눈빛도 옮겨갔다. 보울에 담겨 있는 버터를 사요는 능숙한 모습으로 휘젓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도 저쪽으로는 한 번도 안 갔는데, 히카와 선배는 과자를 만드는데 익숙한 걸까?


 “히카와 선배가 과자교실에 온 거, 오늘이 처음 아니야?”


 “얘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츠구미의 어머니가 황당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반면 츠구미는 알 수 없다는 듯 물음표를 연신 얼굴에 띄워댔다. 지워지지 않은 사람의 기억과 지워진 사람의 기억. 서로의 기억이 순간 엇갈렸다.  


 “작년에도 한번 오지 않았니? 기억 안 나? 그 때 네가 가르쳐줬었는데.”


 “내가?”


 “그럼~ 잘 생각해보렴... 아, 반죽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츠구미의 어머니는 생각에 빠진 츠구미를 두고 냉장고로 걸어갔다. 츠구미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눈에 새기다가, 이내 사요의 곁으로 걸어갔다. 지금 말이 진짜인지, 츠구미는 살짝 확인하고 싶어졌다. 


 “잘 돼가고 계신가요?”


 츠구미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 시기는 버터를 젓는 것을 막 마무리하고, 반죽을 섞는 걸 시작할 때였다. 사요는 저를 찾아온 츠구미에게 살며시 미소를 띠었다. 


 “아, 하자와 씨.”


 츠구미의 성을 부르면서도, 사요는 능숙하게 반죽 섞기를 시작했다. 역시, 엄마의 말이 맞는 걸까. 그러나 츠구미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과자교실에 참여한 기억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떠오르지 않았다.  


 “쿠키 만드시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네, 쿠키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마음에 걸리는 대화였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듯한.... 아득하게, 잡힐 듯 안 잡히는 나비같은 아련함이 츠구미를 덮쳐왔다. 그러나 그 기억은 어딘가 어설프게 감정을 계속해서 끌어내렸다. 구멍이 뚫린 둑마냥, 그렇게.   


 “저, 히카와 선배...”


 그래서였을까.  


 “혹시, 이전에도 과자교실에 참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츠구미는, 그저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한 츠구미는, 사요의 마음을 뒤흔들만한 돌직구를 그대로 박아 넣었다. 


 -


 다음 편이 완결. 


 여행 가기 전에 마무리 하고 싶은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게임도 하고 싶고, 드라마도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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