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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타에치사] 타에치사 비긴즈 : 옷짱 라이징모바일에서 작성

타에치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0 22:46:53
조회 564 추천 28 댓글 11
														



역시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어린 치사토는 생각했다. 부모님께 떼를 써서 동네 축제에 가족끼리 온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아역배우인 치사토가 사람 많은 곳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 부모님이 그녀를 위해 가면을 준비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모님이 급하게 사 온 여우 가면은 치사토 기준에선 전혀 예쁘지 않았고, 썼을 때 시야가 좁아져 움직이기도 불편했다.

그래도 연예인 활동을 시작한 뒤로는 처음으로 허락받은 축제였기에 치사토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조건이라도 받아들였다. 그 결과, 그녀가 축제를 즐기는 인파 속에서 잠시 한눈판 사이에 부모님은 가면 구멍으로 보이는 좁은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치사토는 미아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치사토는 오랜 연예계 생활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쌓은 경험의 양이 달랐다. 그녀는 주저앉아 우는 대신 침착하게 자기 발로 이전에 봐 두었던 미아 센터에 찾아갔다.

입구의 담당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말한 치사토는 센터의 구석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어린아이들이 부모님을 기다리는 동안 읽으라고 둔 책들이 여럿 있었고 치사토는 그중 한 권을 집어 들고는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따분한 책 내용에 치사토가 슬슬 지루함을 느낄 때 즈음, 작은 손이 치사토의 소매를 잡고 끌어당겼다. 치사토가 책에서 시선을 떼고 보니 그녀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검은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치사토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여우 언니, 토끼 좋아해?”

얘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의아해하던 치사토는 소매를 잡고 있는 여자아이의 다른 쪽 손에 스케치북과 유성 매직펜이 들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충 여자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 것 같은 치사토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그림 실력에 자신이 없었던 지라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마침 책도 질리던 참이었고, 어린 애보단 내가 낫겠지.’

결심한 치사토는 읽던 책을 덮어 옆자리에 놓고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내가 토끼 그림 그려줄까?”

“응!”

여자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스케치북과 펜을 치사토에게 건넸다. 치사토의 첫 번째 토끼 그림은 그린 사람 기준에서는 꽤 만족스러웠지만, 여자아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거 토끼 아냐.”

“그, 그래?”

“토끼는 다리가 네 개야. 여우 언니는 그것도 몰라?”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걸 그리는 건 다른 얘기거든. 치사토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자기보다 어린 애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닌 것 같아서 두 번째 토끼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토끼는 너무 못생겼어.”

그래도 이번엔 토끼로 인정은 해줬다는 사실에 치사토가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여자아이가 까다로운 심미안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이대로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치사토가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서는 이런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치사토는 세 번째 그림을 그렸다. 예상했던 대로, 여자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야?”

“이건 상자야. 이 안에 네가 원하는 토끼가 있어.”

고전적인 방법이 먹혀들어 갔는지, 아이는 실망하는 대신 눈을 빛내면서 기뻐했다.

“저기, 이 안의 토끼는 무슨 색이야?”

“음-, 너는 무슨 색 털을 가진 토끼를 좋아하니?”

“난 갈색 토끼가 제일 좋아!”

“그럼 결정. 이 토끼는 갈색 털을 가졌어.”

“와!”

순진하게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본 치사토는 이건 좀 비겁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여자아이 본인이 만족하면 되는 거라고 곧 정당화했다.

“그리고 토끼 눈은 무슨 색깔이야? 난 빨간색이랑 파란색 눈이 좋아!”

“그럼 그 두 가지 색 다인 거로. 오드아이네.”

치사토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낯설었는지 여자아이는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

“오드아이? 그게 뭐야?”

“두 눈 색깔이 다르다는 거야. 이 토끼처럼.”

“그럼 이 토끼 이름은 옷짱으로 할래!”

“옷짱?”

“오드아이니까 옷짱!”

흰색이면 시로고 검은색이면 쿠로인 거랑 비슷한 걸까. 참으로 아이다운 이름 짓기 방법이라고 치사토는 생각했다.

“좋은 이름이네. 옷짱을 소중히 대해주렴.”

“응!”

만족스러운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스케치북을 챙기던 여자아이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치사토에게 다가왔다.

“여우 언니! 혹시 토끼 고개 이야기 알아?“

“응? 모르는데....”

“그럼 내가 알려줄게!”

치사토의 대답은 듣지 않은 채 여자아이는 스케치북을 펼치고는 그 위에 치사토의 손을 잡아 올렸다. 아이 손 특유의 따뜻하고 끈적한 감촉이 느껴지자 치사토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조금 귀찮긴 해도 귀엽네.’

치사토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아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토끼가 한 마리 살았어요. 토끼는 학교에 가려면 다섯 고개를 넘어야 했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치사토의 새끼손가락부터 손가락 모양을 따라 유성 매직펜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 여자아이가 하나, 두울 하면서 한 손가락마다 숫자를 세는 걸 보고 치사토는 자신의 손가락이 이야기 속의 고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섯. 그런데 이를 어쩌죠? 토끼는 책가방을 두고 왔어요. 하는 수 없이 토끼는 다시 다섯 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치사토의 엄지손가락부터 다시 숫자를 하나씩 세며 움직인 여자아이의 펜은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집에 와서 책가방을 챙긴 토끼가 시계를 봤는데 이를 어쩌죠? 지각이었어요. 그래서 토끼는 어떻게 했게요?”

아이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치사토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모르겠는....”

그 순간, 치사토는 답을 알아차렸다.

“잠깐!”

“토끼는 이렇게 했답니다!”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여자아이가 펜으로 치사토의 손을 가로질렀다. 그러자 유성 매직펜으로 그려진 굵은 검은색 선이 하얀 치사토의 손등 위에 그려졌다. 그 모습에 치사토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야!”

날카로운 목소리에 여자아이의 몸이 움찔했다. 치사토는 촬영을 할 때 더러워 보이면 곤란하기 때문에 손에 무언가가 묻지 않도록 일상에서 주의하고 또 주의하고 있었다. 덕분에 애들과 좋아하는 놀이도 자주 못 하고 고생하는데 이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인데.’

아차 싶어 치사토가 보니 여자아이는 마치 주인한테 혼난 토끼처럼 얼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여자아이는 그림에 대한 대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 했던 것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치사토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 언니가 놀라게 했지? 언니가 손에 뭐 묻는 걸 싫어해서 그래. 소리 질러서 미안.”

“여우 언니 무서워....”

뒤로 한걸음 물러나는 여자아이를 보며 치사토는 가슴 한구석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치사토는 곧 자기 장기를 떠올렸다.

“얘, 혹시 토끼 나오는 연극 좋아하니? 언니가 연극 보여줄게.”

아직 기분이 다 돌아오지 않은 듯 여자아이는 뒷짐 지고는 발을 바닥에 문지르다가 말했다.

“...그럼 토끼와 거북이 할 수 있어?”

“당연히 할 수 있지! 언니를 잘 봐봐.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그 뒤로 이어진 치사토의 연기는 실로 프로의 그것이었다. 단 한 명의 관객만을 위한 어린 여배우의 일인다역 열연에 처음엔 굳어있던 여자아이도 표정이 점점 풀려갔다. 다만 토끼와 거북이의 일반적인 관객과는 다르게 여자아이는 처음에 토끼가 이길 때는 기뻐하다가, 방심하여 자는 토끼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짧고도 긴 연극이 끝난 후, 여자아이는 언제 침울했냐는 듯이 밝은 얼굴로 치사토에게 매달렸다.

“여우 언니 너무 좋아!”

“그렇지? 언니 무서운 사람 아니지?“

“응! 하지만 토끼 연기는 조금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아.“

“그, 그래....”

이 아이는 여전히 토끼에 대해서는 엄격하다고 생각하며 치사토가 한숨을 쉴 때, 여자아이의 엄마가 미아 센터를 찾아왔다.

“타에 짱! 걱정했잖니!”

“아, 엄마!”

여자아이는 반가움에 달려가 엄마의 다리에 매달렸다.

“혼자서 무섭진 않았니?”

엄마의 물음에 타에라고 불린 여자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저기 여우 언니가 같이 놀아줬어.”

타에가 가리키는 작은 손가락을 따라 그녀의 엄마가 시선을 보내자 치사토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여자아이의 부모치고는 젊어 보이는 엄마 쪽도 고마움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애랑 놀아줘서 고마워. 타에 짱, 이제 집에 가자.”

“엄마, 잠시만.”

타에는 엄마와 함께 미아 센터를 나가다 말고는 치사토에게 조르르 다가왔다. 치사토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타에는 조금 부끄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우 언니, 츄 해도 돼?”

“츄? 아, 응. 괜찮아.”

치사토는 타에 쪽을 향해 뺨을 보였다. 그녀도 어릴 때는 고마움의 표시로 종종 뺨에 입을 맞추고는 했기 때문에 딱히 꺼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에는 치사토의 뺨은 내버려 두고, 대신 그녀가 쓰고 있던 가면을 들어 올렸다.

“얘, 잠깐...!”

갑자기 들어 올려진 가면에 치사토가 놀라는 사이, 타에는 그대로 치사토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갖다 붙였다. 놀란 치사토가 어안이 벙벙한 사이 타에는 싱긋 웃고는 다시 엄마 쪽으로 달려갔다.

“고마웠어, 여우 언니! 다음에 또 봐!”

멀리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타에의 모습에 치사토는 뭐라 하지도 못하고 덩달아 손을 흔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오래되지 않아 치사토의 부모 역시 미아센터로 찾아와 그녀도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시간이 지나 타에가 진짜로 옷짱이라는 이름의 오드아이 토끼를 키우고, 치사토가 더는 아역배우가 아니게 될 때까지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결국 두 사람은 음악의 별 아래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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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적당한게 생각이 안 나서 영화 프리퀄 풍으로.

치사토가 어릴 때부터 성실했던 걸 보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로 짧게 써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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