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미, 나야. 사아야.

잘 지내지? 손으로 직접 적어 보내는 편지라서 그런 걸까나, 뭔가 가까이 있는데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응. 물론이지. 전부 잘 지내고 있어. 

나는 굳이 쓸 필요도 없고, 아스카, 쥰쥰, 록, 리미링, 오타에, 아리사 아리사...

그리고, 우리가 포핀 파티를 하면서 마주쳐 왔던, 밤하늘에 뜬 별처럼 결코 셀 수 없는 인연 그 모두들.

모두가 잘 지내고 있어. 그럼. 정말로.

그런데 말이지, 저마다 사정이 있다고 해야 할지, 바쁘다고 해야 할지... 그러다 보니 내가 대표로 편지를 전해주게 되었네. 하하. 미안해.

유키나 선배나 아야 선배처럼 결국엔 솔로 활동을 하게 된 사람도 있고, 애프터글로우처럼, 아직도 꿈 그 너머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타에처럼 새끼를 밴 토끼 생각만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다양하지? 막상 쓰고 나서도 정말 여전하다니깐. 오타에는.

그래도 우리는 시간이 나면 하자와 카페에 만나서 수다를 떨어. 신입 바리스타 사요 씨가 내려주는 아직은 떨떠름한 커피를 마시면서.

반짝거리고 두근거리는 옛날 이야기라던지, 그럼에도 계속되는 꿈 얘기라던지...

토야마 카스미, 너에 대한 얘기라던지. 

...

정말,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우리들은.

뭐라고 써야 될 지 하나도 모를 정도로. 편지에 뭐라도 써야 하는데, 이럴 때 카스미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반짝거리는 별의 고동을 들었을까? 혹시 지금도 듣고 있을까? 우리에게 들려줄 날을 기대하고 있을까?

모르겠어. 가끔은 나도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지만... 쓸쓸한 바람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노력만으로도 되지 않는 게, 어쩌면 이런 걸지도 몰라.

네가 없으니까...

...

미안해. 

어쩌다 보니 울적해져 버렸네. 

간만에 연락하는 거니까, 최대한 좋은 이야기만 쓰고 싶어서 그랬어. 근데 감정이 북받쳐서... 이해해주길 바랄게.

다시 기운 나는 이야기를 하자. 우리 엄마, 엄청 많이 좋아지셨어! 같이 가족여행도 다녀왔다니까?

그렇다고 내가 죽을 만큼 일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야...응. 헤헤.

이젠 혼자였던, 아니, '혼자라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다르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 모두의 진심을 솔직하게 받을 수 있게 되었어.

우리가 여행을 간 그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왔을거야 아마. STAR BEAT. 

네가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잠근 채, 홀로 모든 걸 떠안으려다 그 속에서 뭉개지고,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을 때,

카스미, 너의 그 가사, 그 멜로디, 네가 내밀어준 그 손.

기억하고 있어.

포피파 모두, 기억하고 있어.

네가 우리 곁을 떠나고 얼마나 지나든지 상관없어. 우린 기억하고 있어.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그 따스한 온기를.

유키나 선배는 트럭 사고로 떠난 너에 대한 추모곡을 작곡하고 단 한 번도 라이브로 부른 적 없어.

애프터글로우의 란은 네가 떠난 날마다 라이브를 할 때면 꼭 대기실 한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어.

헬로해피의 모두는 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소짓지만 그건 내가 본 어떤 미소와도 다른 무언가였어.

아야 선배는 너의 진솔한 마음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울지 않아.

리미링은 기타로 포지션을 바꿨어. 너의 랜덤 스타, 잠시 빌리기로 했거든. 

록한테 배우고 있는데, 서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두 기타는 너무나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어.

오타에는 옷짱이 죽어도 울지 않았어. 필히 네가 있는 그곳으로 갔을 테니까. 

아리사는

아리사는...



...네가 다시 웃으며 돌아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어.



...만약에.

진짜, '기적'이라는게 존재해서, 네가 돌아오면서 우리를 다시 그 따스한 품으로 안아주며, 무슨 일이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다면.

우리는 무어라 대답해주어야 할까. 다시 그 시절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난 그럴 것 같지 않아. 

왜냐면 넌 한 번도 우리를 떠난 적 없으니까.

카스미.

그렇지?

이제 이 편지도 거의 다 끝나가고, 이걸 네 유골함에 넣을 시간도 다 된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네 유골함을 민간용 로켓에 실어서 우주 그 어딘가로 보내버릴 거야. 

네 가족, 친구, 너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어본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앞으로 나아갈 거야. 언제까지고. 

너는 그저, 네가 원래 있어야 하는 곳으로 가는 거라고 말하면서.

외치면서

별의 고동을

절대로

잊지

않을게

사아야가

+p.s.

오늘은 미국 시간 기준 David Bowie의 기일입니다.

붉은 머리의 Ziggy는 분명 별의 고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겠죠.

그리고 그는 오늘도 화성에서 기타를 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