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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스아리] 카스미, 너 뜻은 알고... 上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7 00:03:33
조회 718 추천 20 댓글 6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만해도 벌써 몇 번째 한숨일까, 처음에는 그렇게 대수롭게 생각한게 아니였지만 일단 한 번 자각하고 나니까 신경이 쓰여서 어쩔줄 몰랐다.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아서 수업시간에도 전혀 집중하지 못했을뿐더러, 학생회 업무에 이르러서는 계속해서 실수만 연발했을 지경이였다.


"몸상태가 조금 안좋으신 것 같네요 이치가야 씨."


결국 보다못한 사요 선배가 자신의 이마에 손까지 올려가면서 열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까지 해준 뒤 열은 없는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몸상태가 좋지 않아보인다, 라는 결론을 내리더니 내 앞에 있던 업무를 그대로 자신의 앞으로 끌고갔다.


"이 상태로 해봤자 집중이 되지 않을테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먼저 들어가볼께요."


할 수 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사요 선배의 말대로 이 상태로 해봤자 집중해서 끝내기는 커녕 오히려 실수만 연발해서 선배들의 발목을 잡을게 뻔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선배가 배려해준것처럼 집에 일찍 돌아가서 쉬고, 정신을 차려서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하는편이 더 효율적이겠지.


고개를 꾸벅 숙인뒤 가방을 챙기고 곧장 학생회실 바깥으로, 업무를 다 처리하지 못한 채 일찍 나왔다고는 해도 하교시간은 진작에 지난지 오래였기에 학교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조용한 복도 안을 천천히 걸어가니 잡념이 조금쯤은 사라지는듯 했다. 고요함 속에서 눈을 천천히 감고 어제 있었던 일을 천천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주말, 평소처럼 창고에서 모여서 다같이 연습하고 있던 때였다. 평화로운 연습...그러니까 평소랑 별다를게 없던 연습이였다고 생각한다. 평소처럼 다섯이서 음을 맞추고, 쉬는 시간에 사아야가 가져온 빵을 먹고, 오타에가 연인인 사아야한테 찰싹 달라붙어있고, 그걸 보고 카스미가 자극받아서 나한테 달라붙고, 난 부끄러워서 카스미를 필사적으로 밀어내려고 하고...


하지만 그 날은 마지막이 조금 달랐다. 나한테 달라붙으려다가 실패한 카스미가 조금 울려는 표정을 지었다. 연기라는걸 알았지만 카스미가 저런 표정을 짓는걸 보기 싫었기에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어서 달라붙으라고 내가 손으로 무릎을 가볍게 치자 카스미가 아리사 정말좋아! 를 연발하면서 내 품에 껴안기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카스미를 보니 나도 절로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뭐, 여기까지는 평범한 일상이였다. 평범한 일상이였는데...


다음순간 그 평온한 일상이 붕괴될줄은 누가 알았을까.


심지어 그 붕괴의 원인도 거창한 이유가 아니였다.


새로운 곡을 커버하고 싶다는 카스미의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품 안에서 갸르릉 거리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띈 채 내 품안에서 얼굴을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와서 그 상태 그대로 카스미를 보고있자니 나머지 세 명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날 꿰뚫는 것 같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리사는 카스미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이 정도면 사랑한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응응! 두 사람다 사이가 무척 좋아보여!"

그러더니 한마디씩, 순식간에 세 명의 타겟이 되어서 놀림받은 내가 부끄러워진 나머지 그런게 아니라고 고개를 뱅뱅 저었지만 귀까지 빨개진 얼굴때문에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세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기에 한층 더 부끄러워진 내가 이제 만족했냐고 카스미의 등을 두드리면서 슬슬 떨어지라고 입을 연 순간이였다.


"새로운 곡을 부르고 싶어!"


눈을 빛내면서 카스미가 그런 말을 외치더니 곧장 내 품에서 떨어졌다. 아쉬워라...아니, 그렇게 아쉬운건 아니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카스미가 진짜로 떨어졌으니 잘된일이긴 한데 어째서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걸까...이런 내 마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듯 카스미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왜, 우리 최근에 우리가 만든 곡만 불렀잖아? 슬슬 새로운 곡들을 커버해보고 싶어!"


"좋네, 확실히 최근에 커버한 기억이 없기도 하고."


"응, 카스미는 무슨 곡을 부르고 싶어?"


카스미가 의견을 내자마자 사아야와 오타에가 동시에 긍정의 의견을 내새웠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생각해라 야...그렇게 말해도 커버곡을 부르자는것 자체는 나도 찬성이었기에 별 의견 없이 소파에 앉은 채 그대로 카스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후후후, 사실 이미 부를 곡은 커버해왔어! 바로 이거야!"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찾은 곡인데 묘하게 멜로디가 귀에 감기지 뭐야? 그렇게 말하며 카스미가 능숙하게 폰을 조작하더니 노래를 찾은듯 나한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무슨 곡일까, 호기심이 동한 총총걸음으로 카스미한테 다가가자 네 사람이 카스미 주변을 뱅 둘러싼 모양새가 되었다. 우리들을 한 번 쭉 둘러본 카스미가 그대로 재생버튼을 눌렀는지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 아는 노래였다. 히키코모리 시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몇 번인가 들어본적 있는 노래였는데 뭐더라...하도 오래전에 들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러니까 제목이, 제목이...


"로미오와 신데렐라! 맞지?"


"맞아! 역시 리미링~"


로미오와 신데렐라! 분명 그런 제목의 곡이였다. 뭐, 확실히 정신없이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가 카스미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것도 아니였기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카스미가 왜 웃냐고 귀엽게 항의하길래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을 저은 그 순간이였다.


이 노래 가사, 어쩐지 모르게 야하지 않아?


묵묵히 듣고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가사 자체는 잔혹동화, 그러니까 동화 내용을 조금 바꿔놓은 내용이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사가, 가사가...


"스탑!"


결국 노래가 다 끝나가기 전에 양 손으로 X표시를 만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리사, 왜? 노래를 끄면서 카스미가 묻는 말에 가사가 너무 야하지 않냐고 말하려던 순간에 무엇인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노래를 가져온건 카스미다. 아마 가사도 봤을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커버하자고 했다는건...어쩌면 카스미는 이 가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건 아닐까? 비단 카스미만 그런게 아니였다. 고개를 슬쩍 들어서 보니 순수함의 대명사인 리미나 살짝 4차원 기운이 있는 오타에조차도 가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듯 노래가 빠르고 경쾌해서 좋다느니 하는 말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심지어는 사아야 조차도 드럼 치는 맛이 있겠다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의욕에 가득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이 노래가 야하다고 생각하는건 나 혼자 뿐이야? 잠시만, 나만 이상한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설사 말한다고 해도 순진한 카스미한테 노래가 야하니까 부르지 말자고는 대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아리사, 왜? 어느새인가 내 앞까지 다가와서 상냥하게 묻는 카스미한테 결국 방금 하려던 말을 꾹 삼키고 고개를 살며시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냐, 아무것도 아냐..."


*


결국 커버곡은 그대로 부르기로 결정이 났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비단 로미오와 신데렐라뿐만이 아니였다. 그 날밤, 조금 신경이 쓰여서 과거에 부른 커버곡들을 찾아보니까 몇 개인가 가사의 내용이 수위를 넘은게 좀 있었던 것이다. 왜 이걸 이제와서 눈치챈게 이상할 정도로 노골적인 노래도 있었던 것이다.


몰랐을때는 몰라도 안 이상 이런 노래를 무대 위에서 카스미한테 부르게 해도 괜찮은걸까? 막아야 하는게 아닐까?


카스미가 그렇게나 부르고 싶어하는데 막는게 맞는걸까?


밤새 그 생각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렸건만, 뾰족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고민이 결국 오늘에까지 지장을 미쳐서 학생회 일은 엉망진창, 수업은 개판 오분전...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이번주 내내 이럴지도 모른다는 것이였다.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라도 해봐야하나...어쩐다..."


카스미한테는 죽어도 이야기 못할것 같으니 리미나 사아야한테 한 번 상담해볼까, 세 사람이서 넌지시 그 곡은 안된다고 하면 카스미도 아마 귀담아 들을지도 모를거야, 생각난 김에 단숨에 처리하자는 생각으로 곧장 사아야랑 리미한테 내일 방과후 시간을 내줄 수 있냐고 문자를 넣었다. 답장이 오는걸 기다리지 않고 곧장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교 길, 살짝 노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공에 대고 중얼거렸다.


"...카스미, 너 노래 뜻은 알고 부르는거 맞지?"


대답 대신에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


카스미는 노래 뜻을 알고 부르는걸까? -> 사실 아리사를 유혹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가사만 있는 곡을 부르는게 아닐까!


하는 회로에서 출발한 글


상하편인 이유는 아리사 / 카스미 시점이라. 이것도 길게 갈 생각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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