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백일장 때 올린 거 실수로 삭제해서 재업
Prologue.
나는 지금 무척이나 섹스가 하고 싶다.
민달팽이처럼 농후한 레즈섹스.
서로의 체액을 교환하고 신체를 최대한 접촉시켜서 서로의 피부를 느끼고 싶다. 부드러운 감촉,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허벅지. 장난스럽게 쿡쿡 찌르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혓바닥, 신음을 내고 싶어도 키스로 입을 막아 그럴 수 없는 끈적한 교미.
땀이 뒤엉켜 누구의 땀이지 알 수가 없으며 심지어 이것이 땀이 아니라 다른 액체인지도 모를 정도의 짜릿한 섹스. 머릿속이 멍해지고, 절정이 달해도 멈추지 않는 손가락. 그만! 이라고 외치고 밀어내려고 하지만 계속되는 움직임에 한 단계 더 높은 쾌감을 맛보게 되는 그런 바디 투 바디의 토크!!!!
나는 지금 섹스가 하고 싶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린다.
01 침대
동거한 지 6개월, 섹스를 안 한 지 1개월.
내 여자친구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웹툰을 보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소외감에 그녀가 보고 있는 화면을 몰래 훔쳐본다. 레즈인 주제에 보고 있는 웹툰은 BL 웹툰. 그게 뭐가 그리 재밌다고 헤벌레 웃으면서 열중하는지. 웹툰 속 남캐들에게 질투가 느껴진다.
"재밌어?"
"으응~ 엄청 재밌어~"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대답을 하고 다시 웹툰의 페이지를 넘기는 여자친구. 굉장히 야한 몸으로 흰색 민소매에 형광색 트레이닝 숏팬츠를 입어 허벅지를 다 드러내는 주제에, 그러면서 발을 동동 구를 때마다 흔들리는 엉덩이로 나를 유혹하면서. 왜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지?
그러던 그때, 내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갑자기 옆 침대에 앉아있던 나를 쳐다보는 그녀. 언제나처럼 귀여운 얼굴로 베시시 웃으면서 나에게 손짓한다.
"여기서 같이 볼래? 재밌어!"
…………
뭐지? 자기 침대 위에서 레즈섹스를 하자는 건가?
그래. 이건 시그널이야.
19세 BL 웹툰을 보면서, 일부러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어. 그리곤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빨리 내 침대 위로 들어와, 만화 속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더 굉장한 걸 하자? 라고 외치고 있는 거야. 마지막으로 확인 사살로 웹툰을 같이 보자는 핑계로 날 침대에 오도록 유도하고 있어!
역시, 내 여자친구야. 하마터면 속을 뻔 했어~
그렇게 나는 그녀의 침대 옆에 누워 보고 싶지도 않았던 BL웹툰을 같이 보았다.
나는 지금 무척 섹스가 하고 싶다.
그녀의 가슴을 보지 못한지 34일.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좌우로 한 번씩 왕복하며 누웠을 때 그녀의 가장 높은 곳을 유린하고 싶다. 하지만 가슴은커녕 스킨쉽을 한 지도 오래. 키스는 가끔씩 하고 키스 도중에 옷 위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지만 나는 그 안쪽을 보고 싶어.
02 목욕
멍하니 머릿속으로 야한 생각들을 하면서 혼자서 애무를 할까 생각을 했지만 좀처럼 기분이 나지 않는다. 여자친구는 지금 씻고 있고…… 씻으러 들어가거나 나올 때 알몸이나 적어도 속옷 차림으로 나오면 묘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쓸데없이 티와 파자마까지 완전무장을 하면서 나오는 그녀의 정조관념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아쉽다.
머어어엉하니 침대에 누워 화장실에서 들리는 샤워기의 물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씻는 상상을 한다. 굉장히 야한 몸. 상처나 흉터 없이 완전히 깨끗하고 하얀 그녀의 속살. 주름진 곳 없이 매끈하고 손으로 쥐었을 때 적당한 것보다 아주 약간 더 큰 가슴. 그리고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 하얀 엉덩이까지. 하지만 상상을 해봐도 갈수록 흐릿해지는 그녀의 신체에 괜히 눈물이 나올 거 같다. 부탁이야. 나에게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아닌 다른 눈물을 흘리게 해줘.
[효정아~]
그러다가 갑자기 샤워기의 물소리 사이로 그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씻는 중에 나를 부른다고? 그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법. 나는 괜히 기다렸다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 못 들은 척 한 번만 조용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효정아~ 잠깐만 여기로 와봐~]
…………
뭐지? 지금 욕실로 들어와서 함께 서로의 몸을 씻겨주면서 레즈섹스를 하자는 것인가?
그래, 이건 시그널이야.
평소에도 숫기도 별로 없으니 분명 부끄러워서 저렇게 돌려 말하는 거야. 계속해서 나랑 섹스가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다가 은근슬쩍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을 하며 등을 밀어주다가 목을 밀어주다가 그렇게 점점 아래로 내려가 가슴을 밀어주다가 배꼽을 한번 훑은 뒤에 그 아래로 타월없이 손가락을 밀어 넣어달라는 뜻이야.
역시 문과생이야. 잠깐 이곳으로 와달라는 단어로 이 뜻깊은 의미까지 나에게 전달하다니.
그녀와의 교미를 위해 옷을 벗으려던 찰나에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린다. 그리곤 고개만 빼꼼 내밀은 여자친구는 나를 본다.
"화장실에 수건이 없어. 빨랫대에서 하나만 가져다줄래?"
나는 아무 말 없이 빨랫대의 수건을 집어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나는 지금 무척 섹스가 하고 싶다.
그녀와의 레섹은 참으로 황홀하다. 뭐랄까, 그 어떤 근심걱정이 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쾌감만으로 가득 찬다고 해야 하나. 그 시간 동안은 이 세계가 오직 나와 그녀만이 존재하는 듯한 공간으로 변한다. 나의 몸을 그녀에게 완전히 맡기고, 그녀도 그녀의 몸을 나에게 완전히 맡긴다. 서로를 100% 신뢰하고, 서로의 몸에 무슨 짓을 하더라도 허용하는 암묵적 동의. 평소에 장난으로 살짝 때리면 아프다고 싫어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신음으로 변하는 마법의 순간.
하지만 마법은 38일하고 4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03 술
오늘은 오랜만의 외식 날.
여자친구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 함께 술을 마신 기억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왠지 오늘따라 삼겹살에 소주가 땡긴다며 나에게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조르는 여친. 물론 좋지. 고기도 좋고 술도 좋고 술에 취한 뒤에 즐기는 섹스도 좋지.
그녀와의 첫날밤이 생각난다. 아직 사귀기 전, 술자리에서 만난 우리는 생각보다 마음이 잘 맞아서 자신의 주량을 잊은 채 술을 들이켰다. 한잔, 두잔, 세잔…… 그렇게 술잔은 채워지고, 한잔 두잔 세잔이 이내 한 병 두 병 세 병으로 바뀌었다. 술에 취해 풀어진 그녀의 얼굴. 항상 순수한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약간 홍조를 띤 채 말투가 애교 섞인 말투로 바뀌었을 때, 나는 그녀를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은근히 대담했던 그녀는 나에게 모텔로 가자고 졸랐고, 우리는 그곳에서 소중한 첫 경험을 서로에게 주었다. 자신이 사실 레즈라는 사실과 섹스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할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수줍은 고백. 손톱을 깎지 않아 서로의 안쪽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투르지만 소중한 하룻밤을 엮어낼 수 있었다.
"아~ 옛날 생각나네~ 우리 처음 만난 곳이 이 고깃집이었지?"
"기억나!? 동아리 회식 때 만나서 술 마시다가 우리 둘이서 다른 길로 빠졌던 거~"
"당연히 기억하지~ 내 이상형이랑 술 마신 최고의 날이었는걸~"
역시 순수한 이미지 때문인지 저렇게 꾸밈없는 한마디로 나를 심쿵하게 만든다. 나만 기억할 줄 알았던 우리의 첫 만남, 3년이나 지났지만 그녀는 하나하나씩 다 기억이 난다는 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나의 어깨에 기댄다.
"옛날 생각난다~ 나 취하면 조금 들이대는 스타일이어서 고생 좀 했지?"
아뇨, 아뇨아뇨아뇨. 덕분에 나도 섹스도 하고 지금 이렇게 연인이 되고 동거도 하는 사이가 됐으니 저로서는 업계의 포상이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우리 처음 만났던 장소에 왔으니, 그때처럼 취하도록 마셔볼까?"
…………
뭐지? 지금 취기가 오른 상태로 자취방으로 가지 않고 모텔로 가서 첫날밤과 같은 끈적한 레즈섹스를 하자는 것인가?
그래, 이건 시그널이야.
모처럼 취하도록 마시자고 한 뒤에 취하든 안 취하든 일부러 취한 척을 하면서 나에게 들이대려고 그러는 거야. 물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그녀니까 나에게 모텔에 가자고 했던 날, 나에게 고백했던 날, 나에게 함께 살자고 했던 날처럼 약간의 술기운을 빌려 나에게 섹스를 하러 가자고 말하려는 거야. 그래, 저 표정을 봐봐. 벌써부터 나에게 '오랜만에 분위기 내서 섹스하자?'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아이씨, 주인장님 현기증 나니까 빨리 술 가지고 와요. 여기 고량주나 보드카 없어요? 젠장 한입에 들이켜서 취한 뒤에 무뎌진 감각 속에서 조금씩 인식하게 되는 흥분과 점점 돌아오는 의식 속과 더불어 커지는 쾌감, 비로소 술기운에서 벗어나 절정을 맞이하는 그런 기승전결을 레즈섹스 속에 담고 싶으니까요!
"우웨에에에엑…… 으으윽……속이…… 우웁……!"
"아하하…… 취하자고는 했는데 그렇게 과음하면 어떡해?"
"섹스…… 모텔…… 가……"
"섹스?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상태로 어떻게 해~ 얼른 집에 가자, 내일 해장국 해줄 테니까"
우웁…… 우웨에에엑…… 해장국…… 맛있겠 우웁!
나는 그렇게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의 변기와 함께 잠을 잤다.
나는 지금 무척 섹스가 하고 싶다.
예전에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아직 섹스가 서툴렀던 우리는 야한 동영상을 찾아보며 어떤 플레이가 있는 함께 살펴보았다. 구속 플레이, 코스프레 플레이, 상황극 플레이…… 도구를 이용해보자는 물음에 여자친구는 '싫어~ 무섭게 생겼단 말이야~' 라고 거절하며 앙탈을 부렸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런 반응이 귀여워서 오히려 더 이상한 도구를 보여주며 놀렸던 기억…… 아 섹스하고 싶어. 이제 제발 나의 마음을 눈치채 주세요!
04 영상
"효정아! 효정아! 이거 봐봐~"
갑자기 뭔 재미난 걸 찾아냈는지, 책상에 앉아 과제를 하던 나에게 휴대전화를 들고와서는 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영상은 새끼 고양이 둘이서 주인과 장난을 치는 영상, 간식을 주려다가 뺏기를 반복하자 새끼고양이들은 삐져서 방구석에 토라져 있는 모습이 귀엽게 보인다. 물론 내 눈에는 너가 가장 귀엽지만~
"귀엽네"
"그치~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어~"
"우리 자취방은 애완동물 안 되잖아. 게다가 우리 수업 들으러 가면 봐줄 사람도 없고."
"치이~ 알고는 있지만……"
라며 입을 삐죽 내미는 여친. 마치 아까 영상에서 본 고양이처럼 삐진 듯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마냥 귀엽자 나는 의자를 돌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음에 애완동물 키워도 되는 곳에 함께 살면 같이 키우자?"
"정말!? 나 귀 접힌 스코티시 폴드!"
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나의 허리에 안기는 그녀. 이런 애교,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연애 초기와 다름없는 애교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물론 그보다 좋아하는 게 섹스지만. 섹스. 섹스하고 싶네……
갑자기 한숨이 나오자 그녀는 무슨 일 있냐는듯 고개만 들어 나를 쳐다본다. 마치 새끼고양이처럼, 나에게 안겨 고개를 든 채로 갸웃거리는 그녀…… 난 전생에 우주를 구한 것이 틀림없다.
"아아~ 집에서는 엄마가 반대하고, 여기서는 환경이 반대하고~ 나도 애완동물 키우고 싶다~"
…………
뭐지? 지금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말과 함께 나를 힐끗 쳐다본 것 같은데 이건 분명 나를 애완동물처럼 다루듯 한 완벽히 정의된 공수관계의 SM 플레이, 아니면 애완동물 하면 동물. 동물 하면 짐승. 나랑 같이 짐승 같은 와일드한 격정의 레즈섹스를 하자는 것인가?
그래, 이건 전과 다른 조금은 어려운 시그널이야.
나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르라고 강요하고 있어. 아니, 어쩌면 세 가지…… 참 어려운 문제지만 나는 알 수 있어. 일단 첫 번째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자. 애완동물이 암시하는 건 니년은 나의 암캐가 되어라 하는 의사 표현과 제가 주인님의 암캐라 되어드릴게요 라는 두 가지의 의사 표현이 내재되어 있어. 하지만 평소의 모습이라면 분명 애완동물이 되는 것은 여자친구 쪽이겠지. 하지만 그곳에 레즈섹스라는 아주 성스러운 단어가 가미된다면? 의미는 180도 틀려지지. 또한 애완동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조금은 색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해. 그건 짐승, 짐승 하면 와일드. 와일드한 격정적인 레즈섹스를 하자는 건가? 그래, 섹스를 할 때 꼭 누가 한가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것이 레즈섹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고. 먹힐 것인가 먹을 것인가, 약육강식의 세계. 레즈섹스는 그런 것과도 같아. 격정적인 몸과의 대화를 통해, 마지막에는 결국 한 사람이 깔리게 되는 그런 와일드한 침대의 세계……
어려워…… 이건 모르겠어…… 그래, 나의 패배구나…… 좋아 받아들일게. 내가 애완동물이 되어줄게. 스코티쉬 폴드처럼 귀는 접혀있지 않지만, 너의 명령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충실한 애완동물이 되어줄게. 뭐, 사실 가끔은 이런 것도 경험하고 싶었어.
"주…… 주인님!"
"응? 주인님?"
"아!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나중에 이사하면 고양이의 주인님이 되자!"
아, 부끄러워! 안 되겠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아! 미치겠어! 나 왜 그런 거야! 이 미친년아! 진짜 제발 하느님 5초만 시간을 돌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나는 그렇게 혼자만의 흑역사를 창조해냈다.
나는 지금 무척 섹스가 하고 싶다.
사실은 이젠 감각이 무뎌져서 섹스를 어떻게 하는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자친구의 G스팟은 어디였더라…… 그보다 다른 성감대는 어디였더라…… 다시 침대에 알몸으로 함께 누우면 자연스럽게 기억이 날까? 뭔가 맥이 빠져…… 아아…… 섹스가 하고 싶어…… 여자친구는 눈앞에 있고, 함께 동거도 하는데 왜 섹스를 하지 못하느냐…… 흑흑……
틱! 틱! 틱!
무슨 소리지? 뭔가 단단한 걸 자르는 듯한 소리는. 좀비처럼 누워있던 나는 잠시 침대에서 고개를 돌려 옆의 바닥에 등지고 앉아있는 그녀를 보았다.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소리를 들어보니 이건……
05 손톱
여자친구가 손톱을 깎는 소리에 묘하게 시선이 갔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깎는 손톱. 손톱을 한쪽 다 깎으면 손을 펼쳐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한 번 깎은 뒤에 부드럽게 다듬기도 했다.
웬일로 손톱을 자르는 걸까. 어제 네일 한 뒤에 예쁘게 됐다면서 자랑했으면서……
틱!
그녀의 손톱이 깎여져 나가는 소리와 동시에 엄청난 생각이 뇌리에 스친다.
그래! 레즈들이 손톱을 짧게 깎는 데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잖아! 그건 역시 섹스를 하기 위한 신호……
갑자기 맥이 빠진다. 이렇게 또다시 혼자 착각하는 게 싫었다. 언제나 혼자 착각을 하고 들뜨고, 혼자서 실망을 하면서 다음에 또 착각을 한다. 벌써 섹스를 안 한 지 50일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하지 않은 거라면 분위기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 대한 사랑이 식었던 걸까? 아니면 나와의 섹스가 기쁘지 않았던 걸까? 괜히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결국엔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나를 사랑해줫으면 하는 생각까지 도달한다.
역시나, 그녀는 손톱을 다 깎은 뒤에 뒷정리하고 화장실로 갔다. 나 같은 건 관심에 없나 보다. 손톱을 깎는 행위는 그저 손톱이 길어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연애 중에 어느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큼의 의미 없는 짓은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손을 씻고 나온 그녀, 나는 피곤해서 다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그래도 맥이 빠진다. 왜 나는 이토록 혼자 고민하고 신경을 썼던 것일까. 괜히 울적해진 마음에 눈물이 나오는 거 같다.
"읏쌰~"
"어……?"
그러던 갑자기,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그녀가 자연스럽게 내 침대 위로 올라와 누워있던 내 배 위로 체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앉는다. 뭐지, 이건…… 섹스를 하자는…… 아니,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이건 그냥 장난을 치는 것일 뿐이니까.
그러다가 여자친구는 갑자기 내 티 안으로 손을 넣어 능숙하게 브래지어 후크를 한 손으로 풀어낸다. 뭔가 당황스러워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 티를 위로 올리려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 뭐하는 거야?"
"뭐하냐니, 우리 안 한 지 오래됐잖아."
라며 고개를 숙여 드러낸 내 오른 가슴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그녀, 이어서 따뜻하고 촉촉하며 간지러운 느낌이 전해진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돼서 멍하니 가만히 있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살짝 인상을 쓴 채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옷 안 벗겨 줄 거야?"
"어…… 어!? 벗길게요!"
뭐가 어버버 자연스럽게 그녀의 리드에 따라 몸이 움직여지는 나. 아직도 멍하니 있는 나에게 이젠 고개를 숙여 키스를 해준다. 부드러운 입술, 가글도 하고 왔는지 화한 느낌이 혀를 통해 전해진다.
"요즘 쌓여있었지?"
"응? 어떻게 알았어……?"
"애초에 모르는 게 이상하잖아?"
"그럼 왜……"
고개를 살짝 들며 얼굴을 바로 앞에서 마주하며 소악마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 또다시 멍해진 나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나의 귓가 쪽으로 얼굴을 숙인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내 귀를 간지럽힌다.
"그야, 발정 난 암고양이 같아서 귀여웠으니까……"
에필로그.
그 날은 꿈이었던 것일까. 50일 만의, 그리고 몇 시간의 섹스에 그동안 쌓여있던 모든 것들이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쌓여있던 만큼, 나의 절정은 수없이 반복되었고. 잊었던 여자친구와의 섹스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녀는 나에게 평소와도 다를 것 없이 대해주었다.
간혹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무관심해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상냥하고 예쁘게 내 앞에서 행동하였다.
물론 평소와도 같이 나의 성욕을 해소해주지는 않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집에 있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여전히 자신이 할 일을 하던 그녀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리곤 씨익 웃는 그녀.
소악마스러운 그녀의 미소에, 나는 또다시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 무척 섹스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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