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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냥보](사야카스아리) 둘이서만 치사해...

스루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3 18:21:12
조회 609 추천 20 댓글 12
														

“그럼 내일 봐! 사-야, 아리사!”

“그래, 잘 가라.”

“조심해서 들어가, 카스미.”


유성당에서 진행되는 밴드 포핀파티의 평소대로의 창고연습. 리미와 타에는 오늘 스케쥴이 있다고 해서 오늘의 포피파의 연습에 참여한 것은 나, 토야마 카스미와 아리사, 사아야, 이렇게 세 명이다. 조금 전 창고연습이 끝났기에, 원래대로라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야 할 시간이지만 깜빡하고 창고에 작사 노트를 두고 와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타기 전이어서 다시 창고로 돌아왔지만, 어째 보면 안 될 것을 봐버린 느낌.....


“으윽...! 야, 잠깐, 사아야, 거긴 좀 아픈데...”

“앗, 미, 미안, 아리사! 좀 더 약하게 하는 게 좋으려나...?”

“으, 응, 그 정도면... 흐읏... 응... 괜찮네... 이 정도라면...”


창고의 문에 다가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문에 다가설 때 즈음엔 문틈을 통해 확실히 아리사와 사아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분명 연습 끝나고 창고에서 나올 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아야가 아리사와 가볍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긴 했지만, 이런, 그렇고 그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결국 노트는 돌려받지 못했다. 아무리 우리 사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끼어드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눈치채지 못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왜 나 몰래 그런 일을 하고 있던 건지는 내일 물어봐야, 아니, 애초에 물어봐도 괜찮긴 한 걸까. 나를 빼고 둘이서만 그런 일을 했다는 건, 역시...

결국 그 일을 신경 쓰느라 늦게까지 잠들지 못해 다음 날 늦잠을 자느라 아침에 아리사를 데리러 가지도 못했다. 설령 일찍 일어났어도 아리사를 데리러 갈 수 있었을까 싶지만, 아리사와 사아야는 내가 어젯밤 두 사람을 봤다는 걸 모를 테니까, 최대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기를 해야겠지. 그런 고민을 하며 등교해 반으로 들어가자 아리사가 상냥하게 인사를...


“야, 카스미!”

“조, 좋은 아침, 아리사...! 무슨 일이야......?”

“자, 어제 작사 노트 두고 갔다고. 오늘 아침엔 데리러 오지도 않고, 무슨 일 있었어?”

“아. 응, 아하하, 깜빡했네~ 아리사가 챙겨준 거 아니었으면 계속 까먹고 있었을 거야~!”

“......? 무슨 소리야, 평소엔 매일 밤마다 작사 상담한답시고 밤늦게까지 나랑 사아야를 메신저로 붙들면서, 작사 노트 두고 간 걸 모르고 있었다고?”

“아, 아하하, 그러게......”


역시 아리사는 날카롭다. 항상 나를 지켜봐 주는 그녀이니까, 나에 대한 건 손바닥 안이라는 듯 뭐든 알고 있는 느낌. 어떻게든 얼버무리지 않으면...


“아리사, 카스미, 안녕.”

“아, 사아야 왔냐.”

“사, 사-야, 안녕!”


하필이면 사아야까지...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어젯밤 문틈으로 엿봤던 그녀들의 행위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읏... 이런 거 이상한데...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어제 카스미가 창고에 작사 노트를 두고 간 거 챙겨놨잖냐.”

“아, 그랬지. 후후, 카스미,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걱정이라니...?”

“물론, 작사 노트 말하는 거야. 카스미의 소중한 노트니까, 나랑 아리사 둘 다 절대로 허락없이 안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진 않았으니까 말이지?”

“아... 아하, 그 얘기구나. 응, 고마워, 사-야~!”

“하, 소중하긴 무슨, 어제 두고 간 거도 까먹고 있었다잖아.”

“응? 정말? 그럴 리가...”

“저, 저기, 얘들아? 나 화장실 가고 싶어서! 미안해!”


두 사람과 계속 얼굴을 맞대고 있지를 못하겠다. 확실히 우리 세 사람의 관계가 바뀐 뒤엔 거의 매일 밤 내가 작사에 대한 상담을 핑계로 밤늦게까지 그녀들을 붙잡고 있던 적이 많았으니, 바로 의심받는 게 이상하진 않다. 결국 쉬는 시간마다 바로 타에네 반으로 간다거나, 포피파의 모두가 모이는 점심시간엔 아프다는 핑계로 보건실에 누워있는 식으로 하루 종일 그녀들을 피해 다녔다.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아니, 그녀들이라면 그 이전에 혹시 내 상태가 안 좋은 건가 걱정부터 할 텐데. 갑자기 미안함이 몰려온다. 결국 내가 엿본 게 잘못인데. 아리사와 사아야가 둘이서만 그런 일을 하고 있던 건, 역시 나와는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인 거겠지. 그런 그녀들을 보고, 치사하다고 생각해버린 내가 나쁜 거니까.

맞다. 나와 아리사, 사아야는 지금 사귀고 있는 상태이다. 아리사와 사아야는 미련 따위 남겨두고 싶지 않다며 같은 날 함께 나에게 고백의 말을 전해주었고, 두 사람의 고백에 나는 두 사람 모두가 좋다는 대답을 남겼으니까. 결국 우리 셋이 이런 뒤틀린 관계가 되버린 건 나의 억지 때문. 두 사람이 이런 관계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두 사람이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런 관계는 끊어내야하는 걸까.

방과 후가 되자 아리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연습은 없는 날이지만 할 얘기가 있으니 창고에서 사아야와 기다리고 있겠다는 메시지였다. 내 상태에 대해서 눈치챈 거겠지. 나는 학교에 남아서 할 일이 있으니 먼저 창고에 가 있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할 일이라는 것도 별로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지만, 이런 상태로 학교에서 유성당까지 그녀들과 함께 가는 건 정말 숨 막힐 것 같았다.

결국 학교에서 할 일을 끝내고 바로 가지 못한 채 시간을 좀 더 때우다 창고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아리사와 사아야가 반겨주었다. 두 사람은 근심 가득한 얼굴이어서, 역시 내 걱정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아야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듯했다.


“카스미, 혹시 무슨 일 있어? 오늘,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아, 아냐, 사-야, 그냥 생각할게 좀 있어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고작 생각할게 있다고 우리를 피해 다니는 건 아닐 텐데, 뭔가 고민이 있는 거잖냐. 또 혼자 숨기려고 하지 말라고.”

“맞아, 카스미. 나랑 아리사 모두 카스미한테 도움 받았던 만큼, 카스미를 도와주고 싶어. 그리고, 우리, 서로 사귀는 사이잖아? 카스미가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따듯함이 담겨있는 그녀들의 목소리. 어째서 둘이서 그런 일을 하고 있던 건진 아직 모르겠지만, 그 따듯함에 조금은 안심되고,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참아왔던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져버린다...


“어, 어? 야! 잠깐, 왜 우는 거야!”

“흐, 흐윽... 미안, 미안해, 내가, 내가 잘못한 건데...”

“아, 진짜! 너 인마! 그러지 좀 마, 왜 뭐든 자기 탓이라고 하는건데, 그 버릇 좀 고치라니까?”

“잠깐 아리사, 진정해. 자 카스미, 울어도 괜찮아, 우린 항상 카스미 편이니까. 그러니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말해줄래?”


내 편, 이라는 말은 어젯밤부터 조여오던 가슴을 조금은 풀어지게 해줘서, 겨우 하고 싶었던 말을 풀어낼 수 있었다.


“나, 어제 아리사랑 사-야가 창고에 남아있던 걸 봤어...”

“...정말이야... 카스미? 그걸 봤다고?”

“실화냐......”

“응...... 작사 노트, 두고 간 걸 깨달아서 돌아왔는데, 두 사람이 그런 일 하고 있는 걸 봐버려서... 미안, 엿봐서 미안해, 그런 생각하면 안되는데, 둘이서만 하고 있는걸 보고... 치사하다고 생각해버렸어... 미안해...“

“카스미, 잠깐, 우리 말도 좀...”

“으응... 아냐, 역시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런 일 같이 하기엔 내가 어른스럽지 못해서 그런 거지? 내가 어린 애 같아서... 아니면... 내가 억지 부린 게 싫었던 거야? 읏... 미안, 미안해, 다 같이 사귄다는 거,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나 봐, 나 같은 건 역시 빠지는 게 좋은 거겠지... 미안해...”


감정 조절이 안되서 계속 눈물이 흘러 나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두 사람에게 미안한 감정만 안겨주고, 나, 정말 뭐하는 거야......


“자, 잠깐, 카스미! 지, 진정해! 그런 거 아니니까!”

“아니야, 역시 내가 없는 편이 나으니까 둘이서...”

“그, 그러니까! 카스미 몰래 한 건 맞지만, 절대로 둘이 하는 게 좋아서 그랬던 건 아니니까!”

“응......?”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 시야가 눈물로 흐려지긴 했어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리사는... 완전히 새빨개진 얼굴이었다. 꼭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안됐을 시절 내가 그녀에게 달라붙었을 때 부끄러워할 때와 같이. 사아야는 여전히 조금은 당혹감에 부끄러움까지 섞여 있는 표정이었고, 곧 사아야는 아리사와 눈을 마주보더니 결심을 했다는 듯 다가와 내 손을 상냥하게 붙잡아주었다.


“저기, 몰래 한 건 정말 미안해, 사과할게. 변명 같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아리사하고 나는 카스미랑 그런 일 하고 싶다고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카스미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를 몰라서... 그리고 아무 경험도 없이하는 건 완전히 엉망일텐데 카스미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건 싫다고 생각해서, 우리 둘이 먼저 연습을... 해봤어... 미안...”

“나랑 사아야랑 한 거, 완전 아프기만 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기도 했고... 그보다, 우리 셋이서 사귀기로 한 거, 카스미가 억지, 비슷한 걸 부린 건 맞지만, 그것도 우리 둘이 카스미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랬던 거였잖냐... 카스미가 우리 모두를 붙잡아서 줘서 이런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거니까, 어찌됐든, 항상 감사하고 있고, 우리는 카스미가 없으면 안 돼. 그러니까, 자기가 빠지면 된다는 말 같은 거 하지 말아 달라고,,,”


평소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솔직하게 하지 못하는 아리사였지만 이번만은 예외라는 듯. 새빨개진 얼굴로, 진솔하게 마음을 표현해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가슴이 조이던 느낌이 완전히 가셨다는 생각이 들고, 사아야와 아리사 모두 솔직하게 말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에 아직 눈물이 맺힌 그대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응...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아리사, 사-야. 응, 역시, 난 두 사람 다 좋아. 에헤헤...”


그때였던 것 같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바뀌었던 건, 아마도 내가 미소 지은 걸 보고 나서.


“저기 말이야, 카스미.”

“응?”

“내가 전에 카스미는 미소 짓는 게 치사하다고 그랬지?”

“어... 그랬었...나?

“방금, 카스미 웃은 거, 엄청.. 뭐라고 해야 하지... 그래... 야했어...

저기, 우린, 계속 카스미랑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연습해봐도 잘 안돼서, 아직 미숙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자, 잠깐, 사-야?”


사아야는 나를 쇼파 위로 부드럽게 눌러 강제로 앉게 만들고 내 옆에 붙어 앉았다. 나는 뒤에 있는 아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려 했지만, 여전히 얼굴을 붉힌 아리사가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닌 사아야였다. 그녀들은 마치 ‘우리들은 나쁘지 않아’라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어서, 곧 아리사도 남아있는 내 옆자리에 붙어 앉아 나는 양쪽에서 아리사와 사아야에게 팔짱을 끼워진 모양새가 돼버렸다.


“저기 얘들...아? 잠깐...만...!”

“어쩔 수 없다고. 우리 둘이 하는 게 치사하다고 생각했다는 건, 카스미도 하고 싶었다는 얘기지?”

“어, 그, 그건...”

“맞아, 어쩔 수 없어, 카스미. 이렇게 된 건 전부,”

“카스미가 나쁜 거니까.”


내일은 학교를 쉬는 토요일. 잠시 오늘은 외박이라고 미리 집에 전화해두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조차 그녀들의 입술이 내 몸에 닿으면서 전부 잊혀졌지만.



★★★



대회 주제인 순애에 대한 각자만의 철학적인 고찰과 해석( 카스미가 나쁨 )을 담고 싶었는데

글 쓰는 건 역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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