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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7화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5 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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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상만으로 공간이 꽉 차는, 평균적인 청소년의 방. 마야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침대에 쓰러졌다.

[아이하라 선배. 내일 경험자가 한명 찾아올거에요.]

리에의 간결하고 심플한 문자 덕분이었다.

마침 오늘 입부 신청서를 낸 1학년이 한 명 있으니 리에가 말한 선수만 들어와주면 출전인원이 갖춰지는 것. 나름 A급 팀이었던 부가 매년마다 겨우 명줄을 이어나가는 것이 웃기지만, 일단 지켜냈다는 안도감이 앞섰다.

그런데 어째서?

[먀 짱. 메이저리그에서 160에 육박하는 포심에 대응하는 최신 이론 영상이래.]

일단 유우키로부터의 문자는 항상 보지만, 야구와 관련된 기사나 영상은 끝까지 본 적이 거의 없다. 입부의 계기도 야구 자체가 아니었다.

[너무 어렵잖아. 신체과학적인 건 모르니까 대충 설명해봐.]

[팔꿈치랑 배트가 바로 앞으로 나올 수 있게 머리에 가까운 자세를 취하고, 등으로 힘을 모아서 최대한 넓은 범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거야. 결국 160km/h 이상의 강속구도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가니까 존 전체를 가로지르게 휘두르면 명중률이 올라간다는 거지. 그리고 최대한 강한 힘으로 구위를 거스르지 않은 체 받아쳐야 하니까 히팅 포인트를 상당히 앞에 두고 치는 방식이다. 라는 말씀.]

물론 각이 큰 변화구에 대응할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다. 체인지업 같이 의도적인 느린 공이 날아온다면 바람소리 힘차게 울리는 선풍기가 될 것이다.

[여전히 타격 오타쿠구나.]

[엣헴. 천재 미소녀 타자 유우키 짱이 유우키 했다는 걸까?]

“그런 걸 잘도 자기 입으로 말하네.”

라고 답장하면 끝없이 대화가 이어질 거니까, 혼자 중얼거리며 화면을 끄는 마야.

하지만 직후 진동과 함께 다시 빛나는 스마트폰.

[뭐 해?]

또인가. 마야는 한숨을 쉬며 한 손가락으로 답장한다.

[공부. 지금 바빠.]

[내일 좀 만날래? 새로 개봉한 영화의 티켓을 얻었거든.]

[부활동으로 바빠. 이제 주장이니까.]

[그러지 말고.]

“대체 뭐가 불만인거야.”

찌증을 조절할 준비를 하며 상체를 일으키는 마야. 그리고 예측대로 같은 번호에게서 전화가 온다. 수신을 누르자 마자 마야를 부르는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까지 할 일이야?”

[일 없으면 전화 못하는 사이야?]

“바쁘다고 했잖아.”

[요즘 게속 바쁘다로 일관하고. 마야, 날 좋아하긴 하는거야?]

당연히 아니다. 필요하니까 만날 뿐이다.

그걸 모르니까 칭얼댈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그걸 알지만. 듣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좋아하지. 당연히.”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에는 아무것도 실려있지 않았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엿보였다면 어떻게든 지적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숨 쉬고 있어?’ 라는 질문에 ‘응’이라는 대답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끊을게.]

이렇게 차갑고, 싸움이 빈번한 관계라도 마야에겐 필요하다.

커튼 너머 옆집에서 마야의 방 쪽을 처다보는 유우키를 위해서.





이미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본격적으로 공을 만지는 훈련에 들어간 제 1 그라운드와 달리, 넓은 공간에 고작 9명만이 들어선 제 2 그라운드.

“C반의 스즈키 료 입니다. 포지션은 중견수.”

“A반의 오오토리 카나 입니다. 미경험자에요.”

뒤늦게 도착해서 카나와 료를 발견한 아이나의 표정이 밝아진다. 료도 료지만, 면식이 있는 사람이 들어와 주는 것은 기쁜 일이니까.

“세이호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명 중견수에...”

“문무겸비 신입생 대표...”

쌍둥이답게 나란히 감탄하는 메이와 카렌.

세이호 여학원을 설명하자면 거의 여자야구의 시라사키 남자 야구부. 자기 그라운드도 가지지 못해 짧은 연습시간동안 빌려 쓰는 대부분의 학교들과 달리 프로에서도 감탄하는 설비를 가지고 있다. 주전 자리를 꿰차면 프로 진출 확정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의 강호고다.

료도 3년 내내 기숙사 및 야구장비 값을 받지 않는다는 엄청난 우대조건으로 제의를 받았지만, 워낙 아가씨 학교라 기본 학비도 비싸서 포기했었다. 무엇보다 세이호에 스포츠 특기로 입학한다는 것은 대학에 가지 않고 프로 선수를 하겠다는 의미이기에, 부모님께 말하기도 어려웠던 것.

‘뭐, 난 처음부터 시라사키에 올 생각이었지만. 내가 중학교 입학할때까지만 해도 도쿄 지역 예선 8강 확정이던 여자야구부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리에에게, 료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들어온다.

“아이하라 선배. 입부를 확정하기 전에, 잠시만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무슨 일인데?”

“아이나-리에 베터리와 1타석 승부를 하고 싶습니다.”

“보, 보류라는 게 그런 의미였어?!”

리에의 목소리를 무시한체 자신의 야구가방에서 배트를 꺼내드는 료.

“제가 들은 바로는 지금 투수는 그녀 한명 뿐. 야구의 큰 축에 속하는 투수력이 약하다면 제 커리어를 맡길 수 없어요.”

표정은 이미 임전태세. 누가 말려도 기어코 아이나를 시험하겠다는 의지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던 유우키가 나선다.

“호오~. 그건 재밌겠네. 부주장 권한으로 허가할게~.”

“누구 멋대로...뭐, 상관은 없지만.”

처음부터 다루기 어려운 아이일거라 생각했던 마야는 포기한다. 그리고 나란히 서 있는 아이나와 리에를 향해 몸을 돌린다.

“너희는 괜찮겠어? 특히 아야나미 양.”

실제로 그녀의 시선을 쫒으니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나가 보였다.

“저...그게...”

료는 게임으로 치면 ‘직구 킬러(A)’ 스킬이 붙어있는 선수다. 영점조차 잡지 못하는 자신이 승부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놀라던 모습은 어디에 버렸는지 당당히 아이나의 어깨의 손을 얹는 리에.

“괜찮아. 내 생각대로 풀리면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삼진 못 잡으면 1000엔까지 뭐든 사 줄게.”

“그럼 나는 돈코츠 라멘으로~.”

“넌 좀 가만히 있어, 유우키.”

리에는 이미 몸을 풀기 시작한 료를 힐끗 처다본 다음 아이나에게 미소짓는다.

“내가 뭔가 손짓을 하면-”

“네?”

“괜찮아. 그거면 돼.”

그리고 몸 풀기와 어깨에 시동을 거는 것에 사용한 3분 뒤.

“나카무라 선배. 심판 잘 부탁드릴게요.”

“오오. 적어도 자기 멋대로 존을 좁혔다 넓혔다 하는 프로 심판보다는 나을거야~.”

한편 마운드의 아이나를 바라보며 말을 거는 료.

“삼진이라. 기대되는걸. 마지막에 슬로우 볼이라도 던지게 할려는 거야?”

“걱정 안 해도 아리랑 볼 같은 수단은 안 써.”

진지한 료라면 그런 식으로 타이밍을 뺐어도 패배를 인정하겠지만, 이쪽이 인정할 수 없다. 무기는 오로지 포심 패스트볼.

일단 양팔을 크게 펼쳐 신호를 보낸다.

‘좋아. 개인 트레이닝의 성과를 보여줘.’

‘코스 프리...어디든지 좋다 이거죠.’

와인드업. 폼은 거의 그대로다. 차이점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

오른다리를 들었을 때도. 오프 밸런스로 진입해서 등으로 타자와 마주볼 때도. 강하게 발을 디뎌 반동을 상체로 전달할 때도. 축이 되는 왼다리와 하체는 미동도 없다.

그리고 릴리즈.

“!”

하늘에서 내리는 벼락마냥. 하늘 한가운데를 갈라서 곧바로 존 한가운데로 떨어져온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허리 높이에 베이스 정중앙의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원!”

유우키가 느릿하면서도 큰 소리로 콜을 내자 그제서야 놀라 스피드건을 보는 카에데. 카나도 미트의 굉음에 놀란 눈치다.

“초구부터 121km/h. 빨라졌어...!”

“네. 빠르네요.”

리에가 아이나에게 준 개인 트레이닝은 짐볼, 목재 배게 위에서 아령을 들고 와인드업 자세 취하기 등등.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나가 성실히 한 결과 단단한 하체는 균형도 손에 넣었다.

균형이 확실히 잡히면 공에 전달되는 에너지의 손실이 적어지고 더 강하게 많은 힘을 쥐어짤 수 있다. 양궁이나 사격에서 정사필중(正射必中)이라는 말이 있듯 올바른 자세에서 똑바로 팔을 휘두르면 한가운데로 향하게 되어있다.

“이거 진짜로 스트레이트야?”

공이 손을 떠난 직후에는 머리 높이의 완전히 빠진 공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가운데인 상황. 사실 이 1구만으로도 료는 만족할 수 있었다. 지금 제 1 그라운드에서 신입생 vs 2, 3학년 테스트 경기를 치르는 1학년 투수의 130km대 포심보다 쓸만하다. 속도는 모자라지만 무겁고 코스가 좋다.

이게 포심의 낙차라면 떨어지는 공을 익히는 순간 무적이 될 지도 모른다.

‘2구도 똑같이 부탁해.’

‘네...!’

하지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이번엔 정말로 료의 얼굴 높이의 볼. 123km/h.

다시 한번 한가운데. 궤적에는 적응하여 받아친 료지만 타구는 뒤로 높이 뻗어 그라운드 밖으로 향한다. 파울. 1-2, 원 볼 투 스트라이크다.

‘디셉션이 제법 있어...’

길고 유연한 팔이 릴리즈 직전까지 공을 숨기니, 기계와는 타이밍이 전혀 다르다. 끌어들여 치는게 료의 타법이지만 너무 빨리 휘둘러서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그리고 리에는 미트를 바깥쪽으로 향한다.

‘존에 넣을 필요는 없어. 오히려 밖으로 빠지는게 목표야.’

뒤이은 4구와 5구는 누가 보기에도 명백한 볼. 3-2의 풀카운트다.

“역시 커멘드를 주문대로 넣을만한 제구력은 없구나.”

“역시 경력이 없다시피 하니까...”

대화에 응하며 자세를 고치는 리에. 슬슬 승부를 걸 때다.

그리고 오른손을 주먹을 꽉 지어 미트 밑으로 내린다.

‘아이나. 그거야.’

‘저, 정말로...[머리를 노리는] 거에요?!’

입가를 가리는 글러브로도 숨길 수 없는 아이나의 놀란 표정. 리에의 주문은, 료의 머리를 노려라.

머리를 맞출 재주는 없지만, 되려 다른 몸에 맞을 우려가 있다. 일단 아이나는 위협구를 던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리고, 그게 리에의 노림수다.

‘벌써 6구째. 눈이 충분히 익혔을 터. 칠 수 있어.’

한가운데 아니면 볼. 구위와 디셉션, 무브먼트가 있어도 존을 넓게 쓰지 못하면 위력은 떨어지는 법이다.

‘팔이 아니라 공만 봐.’

스스로에게 명령하며 기다리는 료. 그리고 공이 아이나의 손을 떠나는데.

‘인코스!’

분명 불완전한 제구였는데, 이번 공은 날카롭게 몸쪽으로 파고드는 것. 급하게 반응하지만, 앞선 두 공의 바깥쪽 궤적이 눈에 남아있었다.

결국 몸쪽 높은 공에 헛스윙. 124km/h.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유우키와 리에 외의 전원이 숨을 삼킨다. 크게 휘두른 바람소리가 전해졌기에, 카나 또한 어떤 승부가 벌어졌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오케이. 그럼 부원 전원한테 라멘 쏘는 걸로.”

던진 본인이 가장 놀라는 상황에서 덤덤히 료에게 장난스럽게 말하는 리에.

“대체 무슨 지도를 한 거야?”

“그, 그래요. 분명 머리를 노리라고 말씀하신 것밖에 없는데!”

“그래서, 머리를 노릴 수 있었어?”

그 말에는 시선을 피하는 아이나.

“역시 못할 거 같아서...직전에 몸을 좀 바깥쪽으로 틀었는데요...”

“그래. 그거야.”

제구는 손이나 팔이 아닌 몸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바른 자세로 던져서 한가운데에 넣을 수 있다면, 거기서 몸이 열리는 미세한 각도를 수정해서 좌우의 방향을 수정할 수 있을 터. 아이나는 초심자인 만큼 바깥쪽으로 던지기 위해 허리를 너무 비틀고 있던 것이고, 타자를 맞추는 공을 던지려다 바깥쪽으로 빼려고 하니 이상적인 우타자 몸쪽 공 각도가 나온 것이다.

남자들은 공만 빠른 만년 유망주가 가득한 만큼 제구의 중요성은 크다. 한쪽 방향이라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면 그건 큰 이득이다. 게다가 아이나의 경우는 빠르고 묵직하니 몸쪽에서 힘 싸움을 걸면 최악의 경우에도 외야 플라이로 아웃을 따낼 수 있을 거다.

“잘 모르겠지만, 아이나가 굉장하다는 건 알 것 같아요.”

“응. 처음 봐서는 건드리지도 못할 것 같아.”

어느새 사이좋게 감탄하는 카에데와 카나 쪽에 흥미가 생긴 마야.

“그러고보니 오오토리 양은 어쩌다가 여기에?”

“아. 우연히 알게 되서, 중학교 때는 내신 목적으로 학생회를 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흥미로운 걸 할까 해서요.”

“흐응. 아야나미 양이랑 아는 거 같던데.”

“그것도 우연이에요.”

우연. 그리운 단어다. 하지만 일단 중요한 건 지금. 마야는 공용 글러브를 가져오며 말한다.

“오늘은 일단 체험 느낌으로 내야 수비의 기초만 배워볼래?”





그리고 약 30분 정도 뒤.

“역시 재주가 좋아...”

투수도 자기 근처의 공은 잡아야 하기에 아이나와 함께 지도를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직접 손으로 던져 확실한 포구 자세를 가르친다. 조금씩 익숙해지자 펑고용 배트로 가볍게 쳐서 굴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카나의 포구율은 100%다.

“대단하네요...오오토리 양.”

“어, 그런가?”

그렇다. 일단 자세 숙련도가 좋다. 내야수들은 타구에 반응하여 곧바로 뛰어나가기 위해 골반과 다리를 개구리만큼이나 낮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카나는 서서 걷듯이 자세에 거부감이 없다.

순발력은 딱히 말할 것이 없고, 정확하게 포구하기 위한 자세와 발의 잔스텝을 빠르게 익히고 있다.  마치 공이 카나에게 향하듯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는 상황.

“혼죠 선배가 보시기엔 어때요?”

머리 양 옆의 머리카락 만큼이나 붉어져 있는 카에데의 얼굴.

‘재, 재능충이다...!’

아이나는 투수로서 들어왔기에 별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내야라면 다르다.

그녀가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생 시절과 지금 고등학생인 카나에게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뭐든 받아내는 모습을 보면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노릇.

“어...역시 배우는 게 빠르네.”

라며 애써 고개를 돌리는 카에데를 의아하게 처다보는 아이나. 한편 카나는.

‘의외로 재밌어. 테니스부에는 미안하지만 거절해야겠네.’

그저,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스포:포지션 n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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