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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나와 마녀님(1)

cel(39.7) 2020.03.03 03:16:14
조회 359 추천 1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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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숲 속을 걷고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뛰고 있었다. 소녀의 행태는 잔나뭇가지들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이 즐비한 숲 속을 걷는 것 치고는 정상적인 행태는 아니었다.


맨발에 반쯤 찢어진 치마. 그리고 숲 속을 뛰다가 넘어진듯한 무릎의 상처가 지금 그녀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녀의 뒤를 쫓는 건장한 사내들이 있었기에. 그럼에도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잡히지 않기 위해서.


그런 소녀가 숲속을 뛰다 바닥에 놓인 커다란 나뭇가지에 발이 걸려 또 다시 넘어졌다. 그러자 소녀는 포기했다는 듯 일어나지 않았고, 흙바닥에 누운채 팔로 하늘을 가렸다.


“······아빠, 엄마.”


작은 소리로 읊조리는 소녀의 모습은 비참해보였지만, 그녀를 쫓던 사내들의 표정은 소녀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저기, 넘어져있다!”


사내의 목소리를 들은 소녀는 그대로 천천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녀가 흐느끼는 사이에 사내들은 소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저 꼬맹이가 마지막이었나?”

“아마도 그럴걸. 대부분은 마을 구석에 숨어있었잖아. 도망친 놈들중에 여자는 저 꼬맹이밖에 없을걸.”

“그래?”

“그나저나 이 꼬맹이 좀 봐. 완전 포기했는지 흙바닥에 그대로 누워있잖아.”

“킥킥, 그러네.”


그렇게 사내 둘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면서 여유롭게 소녀에게 다가갔고, 누워있던 소녀를 붙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손 대지 마.”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소녀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팔을 내렸다.


“넌 또 뭐야?”

“이상하다. 분명 도망친 녀석들중에 저런 모습을 한 꼬맹이는 없었는데.”


소녀는 사내들의 말에 하늘을 보고 있던 시선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러자 보이는건 소녀 자신보다 더 작아보이는 체구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이 꼬맹이한테 손대지 말고 당장 꺼져.”

“너는 또 뭐하는······”

“난 분명히 경고했다. 꺼지라고.”


왠지 모를 위압감이 드는 키 작은이의 말에 사내들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당장 소녀조차도 그 위압감에 입 한번 뻥끗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소녀는 말할수 없는 와중에 생각했다. 설마 눈 앞에 있는 저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러 온 사람이 아닐까, 하고. 그야 그럴것이, 눈 앞에 있는 누군가가 뒤집어쓰고 있는 로브가 대충봐도 고급스러웠기 때문에.


그래도 소녀는 완전히 안심하진 못했다. 요새 자신처럼 ‘어린이들을 데려다가 마법 실험에 사용하는 극악무도한 마법사가 있다’는 그런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이 꼬맹이가 뭔데 감히 우리 앞을 막는거야?”

사내 중 한명은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로브를 푹 뒤집어쓴 누군가에게 그대로 무기를 휘둘렀다.


그 모습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고, 그 뒤에 들려올 소리때문인지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소녀가 생각했던 그런 일ㅡ비명이라던가 축 하고 누군가가 자신처럼 바닥에 쓰러지는 그런 일ㅡ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소녀가 생각한 것과 반대였다. 두 사내의 몸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공중에 떠올라있었고,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여봤다는 듯 태연하게 사내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으윽··· 대, 대체 정체가 뭐냐!”

“너 같은 것은 알 필요가 없어.”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명의 사내는 높이 튀어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우득.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도 소녀는 자신을 구해준 눈 앞의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 고맙습니다···”

“딱히 고마워할 필요는 없는데. 어차피 난 네가 필요해서 여기로 온거거든.”

“······네?”


누군가의 말에 소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 당연했다. 한 평생을 살면서 자신을 필요하다면서 찾아온 이는 눈 앞의 누군가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설명하자면 좀 기니까 그냥 아무 말도 안할게. 단, 하나만 기억해둬. 넌 내가 구했으니 이제 내 거야.”


누군가의 말에 소녀는 크게 당황하면서도 누군가의 말에 대답했다.


“네, 네!”

“···어차피 내거라고 해봐야 별다를건 없어. 그냥 날 따라다니기만 하면 돼. 상관없지?”


누군가의 말에 소녀는 잠시 생각했다. 이 사람을 따라가야한다니. 그것도 눈 앞에서 건장한 사내 둘을 쉽게 제압해버린 이 사람을.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자신 빼고 전부 끌려가버린 마을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소녀는 누군가에게 대답했다.


“······네. 대신 하나만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뭔데?”

“실은······”


소녀는 마을사람들이 도적들에게 끌려갔다는 그런 얘기와 자신이 여기까지 뛰어오게 된 이유 등을 누군가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누군가는 머리를 가리고 있던 후드를 뒤로 젖히고 소녀를 똑바로 쳐다봤고, 소녀는 누군가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마치 뛰어난 조각가가 조각한듯한 아름다운 누군가의 모습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어찌어찌 잘 찾았구나 싶었는데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릴줄이야.”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건가요?”

“살짝 귀찮긴 하지만 나도 네가 필요하니까 이 정도 부탁정도는 들어줄게.”


그녀의 대답에 소녀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표햇다.


“그렇게까지 고마워 할 필요는 없는데.”

“···아니에요. 정말 감사드려요.”

“괜히 고맙다고 하니까 머쓱해지네.”


그러면서 살짝 웃는 그녀의 모습은 소녀가 보기에는 그저 여신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것도 흔히 볼 수 없는 푸른 머리와 눈을 가져서 그런지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럼. 가볼까.”

“네.”

“길 안내를 잘 해줘야 해. 난 길치거든.”

“네. 알았어요.”


소녀와 그보다 더 작은 소녀가 숲 속을 걷기 시작했다.




1




“생각보다 금방 끝났네.”

“···그러게요. 마을을 대표해서 감사드려요.”

그녀의 정체는 대체 뭘까. 아까도 어른 둘을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는데.


“이정도야 뭐. 근데 아까도 말했듯이 넌 이제부터 내거야. 알고 있지?”

“······네.”


그렇게 말해도 눈 앞에 있는 저 꼬마같은 여자가 나한테 해코지를 할거라 생각이 들진 않았다. 무슨 근거가 있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마을 사람들이랑 부모님한테 인사는 했어?”

“네. 다 했어요.”


부모님은 내가 눈 앞에 있는 꼬맹이ㅡ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꼬맹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지만ㅡ한테 어디 팔려나가기라도 하는줄 알고 걱정했지만, 나는 그런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날 도와준 사람이 아니었으면 도적들한테 잡혀서 어떤 짓이건 당했을게 분명했으니까. 그러니까 걱정 안해도 돼. 내가 보기엔 굉장히 착한 사람같아.”


물론 맨 뒤의 ‘착한 사람’이라는 말은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타의와 약간의 자의에 의해서 생애 처음으로 마을 밖을 빠져나왔다. 정확히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벗어나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숲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햇살이 세게 비치는 초록빛 초원이었다.


“······우와.”


그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넋을 놓았다. 옆에 있는 그녀는 이런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대충 곁눈질로 그녀의 얼굴을 봤는데, 꽤 재밌어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인가봐?”

“네. 숲 속 밖으로 나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요.”

“그럼 푸른빛으로 물들어있는 바다도 본적 없겠네.”

“···네.”

푸른빛으로 물들어있는 바다라. 언젠가 지나가는 상인에게 비슷한 무용담을 들은적이 있었다. 푸른빛으로 물들어있는 세상 저 끝의 ‘바다’라는 곳에서는 낚시대와 그물이라는 물건으로 물고기라는 생물체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아. 중요한건 이게 아니지 참.


내 옆에 있는 그녀를 향해 머리를 조금 숙여 말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일을 하면 되는건가요?”

“딱히 시킬만한 일은 없는데. 그리고 나를 볼때 숙여서 보지 마. 짜증나니까.”

“네에··· 하지만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거기까지만. 그 이상으로 말하지 마.”

“···네.”

“아무튼 할 일이라. 그냥 나와 같이 세상을 돌면서 내가 뭘 시킬때마다 그 일을 하면 돼. 당장 할 일은 없······ 아. 그래. 심심하니 내 말동무나 되면 되겠네.”

“네.”


그녀에게 대답하면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 옆에 있는 그녀의 이름을 모르고 있구나, 나. 물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르는게 당연하긴 했지만, 계속 이렇게 어색하게 말하는건 나로선 조금 불편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

“네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흐응······ 생각해보니 그러네. 뭐, 편하게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되고.”

“주인님······ 이렇게 부르면 되나요?”


내가 말하자 그녀는 갑자기 파하하 하고 웃더니 그대로 나를 쳐다봤다.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시선이었다.


“아니다. 주인님이란 소리를 듣기엔 너무 어색하고 이상하네. 그냥 편하게 엘리제라고 불러.”

“네. 엘리제님.”

“님 자도 조금 거슬리네. 그냥 편하게 부르라니까?”

“···그래도 저희 마을을 도와주신 분인데 편하게 부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럼 대충 엘리제 씨라고 불러.”

“네. 엘리제 씨.”

“그래. 이게 제일 편하겠네. 그나저나 나도 네 이름을 모르고 있네. 넌 이름이 뭐야?”

“제 이름이요? 제 이름은 세냐에요.”

“세냐··· 부르기 편한 이름이네.”


그렇게 서로의 이름을 말하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저 그녀의 옆을 따라 걷기만 반복하다가 그녀가 먼저 지루하다고 느꼈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있어?”


뭘까. 그러고보면 알 수 없는 힘으로 도적단을 전부 내려찍는걸ㅡ하늘 높이 띄워올린 다음 그대로 떨어뜨렸다ㅡ보면 마법사가 아닐까 싶었다.


도적단을 처리하는 그녀의 모습은 책에서 본 마법사들이나 할 수 있는 행동과 굉장히 유사했으니.


“마법사···시죠?”

“땡. 틀렸어.”

“그럼 뭔가요?”

“이 이상은 비밀이야. 아. 그래도 마법사라는 말이 아예 틀린건 아니겠네. 조금은 비슷할지도.”


엘리제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법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나보다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벌써 마법사라니. 엘리제도 참 대단하구나······


“날 보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전혀요.”


아. 너무 대놓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앞으로는 주의해야지.

“그나저나 저희는 이제 어디로 움직이나요?”

“글쎄. 일단 가장 가까운 도시로 가려고.”

“어딘지는 아세요?”

“······글쎄. 지도를 보면서 가고있긴한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어. 혹시 지도 볼줄 알아?”

“약간은요.”

아버지가 사냥꾼이라 이 근방의 지역ㅡ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과 가까운 마을과 도시ㅡ을 그려놓은 지도가 집에 있어서 대충은 볼 줄 알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돌돌 말려있는 커다란 지도를 꺼내 내게 보여줬다.


“자. 여기서 가까운 도시가 어디야?”


그녀에게 지도를 받아들고 지도를 쫙 펴 주변 지리를 확인했다. 일단은 우리 마을의 위치부터 파악했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숲의 크기도 대충 확인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어디있는지 손으로 지도를 짚어가며 확인했다.


“테라. 테라네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글쎄요··· 저도 가본적이 없어서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 그래도 어디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는 알 것 같아?”

“네. 대충은요.”

“그럼 앞으론 너한테 지도를 맡겨야겠다. 자, 여기 가방 하나 들어줄래?”

“네에.”

그녀에게서 가방을 받아 등에 짊어졌다. 상당히 커보이는 가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가볍네요.”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래. 아무튼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는 알 것 같다 이거지?”

“네. 아마 이쪽 방향으로 움직이면 될 것 같아요.”

“그래. 알았어.”


엘리제와 나는 테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얼마나 쓸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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