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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늘도 삽질합니다.

ㅇㅇ(122.46) 2020.03.09 06:25:28
조회 726 추천 2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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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야~ 오늘 밥 같이 먹자~"


"응, 그럴까."


3교시 쉬는 시간, 소녀가 배가 고파온 건지 유리라고 불린 소녀의 등에 매달려 칭얼대고 있었다.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주며 책을 마저 읽은 유리는 책갈피를 끼운 뒤 어느새 자신의 무릎에 엎드린 소녀의 머리칼을 손으로 빗어주었다. 흔하다면 흔히 보이는 교실의 풍경. 누구나 보고 훈훈한 친구라고 보고 있는 광경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얘는 진짜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달라붙는거 미쳐버릴거 같다!! 매일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미쳐버리겠다!! 이 와중에 머리카락 향기 죽여주네!!!'


긴 흑발과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덕에 친구 사귀기가 영 좋진 않지만, 그럼에도 사근사근하면서도 쿨한 성격으로 반에서 소외되진 않는 그런 평범한 소녀. 그녀의 이름은 정유리.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아이가 되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정작 자신은 그 맑고 투명할 자신 없이 계속 짝사랑하고 있는 아이와의 관계를 그저 소꿉친구로만 남으려는 소녀였다. 감정기복이 적은 표정 안쪽에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유리야, 오늘 있잖아~ 구름을 봤더니 수업시간이 끝나버린거 있지~"


"그거 참 신기하네."


그녀가 사랑하는 상대는 머리를 잔뜩 쓰다듬어져 기분이 좋은듯한 소녀, 한사랑이었다. 만인에게 사랑받으라는 뜻으로 지어진 그녀는 포근포근한 성격과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녀인 덕에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는 소녀였다. 한가지 단점이라고 할까, 그녀는 너무나 생각이 붕떠있어 행동을 읽기 매우 어려운 사람이었다. 흔히 말하는 사차원, 혹은 천연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생님들 마저 그녀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다고 박한 평가를 내린 소녀였다.


"아, 유리야. 먼지."


"?!"


사랑의 얼굴이 다가오자 유리는 포커페이스를 깨트리고 당황했으나 순식간에 표정을 진정시켜 아무일 없던 것 처럼 가장했다. 사랑이 먼지를 떼어주자 미소를 지어주며 화답했다. 이런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유리는 적어도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1


하교길, 유리와 사랑은 언제나처럼 노을이 지고 있는 거리를 걸었다. 주변은 이미 PC방을 향하는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나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는 학생들로 가득찼다. 학교에서 집은 걸어서 30분 거리. 집이 가까운 덕분에 언제나 같은 길을 걸을수 있으니 유리로썬 매우 좋은 상황이었지만, 이것도 약 5년차를 맞이하니 괴로움만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사랑은 아무런 생각 없이 흘러가는 구름에 시선을 옮기거나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재잘재잘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진짜 뭘 먹어야 이렇게 귀엽게 자라는거지. 성격이 바뀔만도 한데 같이 지낸 십몇년 내내 이런 성격이네. 진짜 하교할때마다 심장 터져서 죽을거 같아.'


유리는 오늘도 남 모를 고통을 안은채 사랑과 하교를 했다. 아! 괴롭다! 손도 잡고 싶고 껴안고 싶고 머리카락 만져주고 싶어! 그런 욕망을 꾹꾹 눌러담아 봉인한 뒤 사랑의 이야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유리는 남자친구 없어?"


"응? 또? 갑자기?"


사랑의 스트레이트 펀치. 봉인한 마음이 얼마 안되어서 붕괴하게 생겼다. 유리는 포커페이스를 가장해 사랑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그 의문스러운 늬앙스를 사랑은 오히려 이해 안간다는 듯이 받아치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야~ 우리도 고등학교 2학년이잖아? 슬슬 남친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까~ 유리는 그런 사람 없을까 궁금하잖아~"


'너요, 너, 지금 내 앞에 있는 너 말이에요. 이 눈치없는 사람아.'

"응, 그러네. 지금 남자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학생의 본분은 공부잖아? 어휴, 이런 화제도 몇번이나 반복한 건지 모르겠네."


"그런가~?"


별로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말꼬리를 늘이는 사랑과 대비되게, 이미 유리의 마음은 너덜너덜했다. 몇번이고 당했던 원투 펀치가 전부 치명상 급이었다. 이미지 적으로는 이미 유리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는 이미지였다. 이제 넉다운까진 얼마 안남았다.


"그러엄~ 유리는 내가 남친 생기면 어떡할래~?"


KO! 넉다운! 유리 선수 회생불능! 분명 이 자리에 없는 경기 종료를 선언하는 공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미친 소리를 듣고도 회생 가능한 선수는 없었다!


"그, 글쎄? 축하해주지 않을까?"


간신히 짜낸 말을 대답으로 돌려주며 이미 수직 낙하해버린 심장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고 있는 유리. 그런 유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랑은 곧바로 추격타를 넣기 시작했다.


"응, 유리는 제일 친한 친구니까! 나도 유리한테 남친 생기면 축하해줄게!"


'절대 그럴일 없어!!!'

"후후, 사랑이는 정말 착하네."


이미 하얗게 불태워버린 마음속의 유리는 KO선언을 했음에도 들어오는 추격타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화제가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할때마다 계속 멘탈이 깎여나가고, 이미 남은 것은 얇팍해진 마음뿐이었다. 욕망을 억누르기도 힘든데, 이런 펀치까지 들어오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더 버틸수 있어! 라고 생각한 유리의 오판이었다.


"음~ 남친이랑 뭘 하면 좋은걸까? 영화관? 수족관?"


마지막 공격이 들어오자, 유리로써도 참을 수 없었다. 이미 몇번이고 수리하고 깨져버린 병 안에서 내용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가장하며 가장 친한 친구로 남겠다던 맹세마저 이미 사라져버리고 있었다. 아, 이거 글렀다. 라고 생각하며 이미 주체할 수 없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 그런거 나도 해줄수 있는데."


"응?"


"나도, 영화관이랑 수족관 같이 가줄수 있는데...사랑이 너랑..."


인생 끝났습니다. 이미 유리의 마음속에선 흰색 깃발이 계양대에 높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사랑의 답변만 기다리면 된다. 이미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이런 말을 듣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그게 거절이든 아니든.


"에이, 친구 사이니까 당연한거지~"


세상에 거절보다 더 잔인한 것이 있다면 무시겠지. 이것도 대체 몇번째인걸까. 허탈한 마음을 담아 사랑을 바라본 유리는 숨을 헛삼켰다. 노을에 비춰진 사랑의 얼굴이, 미소가 매우 찬란했기 때문이었다. 10명중 8명이 미소녀라고 인정해주는 사랑의 얼굴은 그만한 파괴력이 있었다.


"아, 유리야, 혹시 영화 보러 가고 싶은거였어?"


"아, 응. 요, 요즘 재미있는 영화가 있잖아. 그, 이번 주말에 보러가면 어떨까 싶...어서?"


"좋아! 좋아! 오랜만에 유리랑 데이트 하네!"


"데, 데이트?!"


사랑의 갑작스런 공격에 얼굴이 붉어진 유리. 지금이 노을이 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데이트라는 말에 쓸데없이 흥분해버린 자신에 자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응! 데이트! 와! 주말에 유리랑 데이트한다!"


"잠깐 사랑아! 여기 길거리거든?!"


그렇게, 두 사람은 변함없이-한 사람은 엄청나게 너덜너덜해졌지만.- 언제나 같은 길에서 언제나와 같은 하교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실패?"


"어, 오늘도 실패."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한무리의 여고생 집단. 유나, 연주, 시연, 산화는 한숨을 쉬며 멀리 떨어진 골목길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쑥맥은 언제쯤 제대로 고백을 하는걸까? 아니, 애초에 고백의 뜻을 알긴 하는걸까?"


"저렇게 될대로 되라! 식으로 고백을 하면 못 알아 듣는게 당연하잖아! 아오 빡쳐!"


"애초에 제대로 고백을 한다 해도 사랑이가 받아줄거란 생각은 안하는게 좋지 않나?"


"아, 그건 맞네."


그리고 같은 타이밍에 한숨을 쉬던 네명은 다음 작전인 '유리 회생 프로젝트'의 기획을 짜기 위해 패스트푸드 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도 또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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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n년 사랑에 삽질하는 백합녀와 그 삽질을 다 피해가는 백치미 소녀,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며 고구마를 쳐먹는 친구들의 일상물을 보고싶었을 뿐인데 왜 내가 자급자족을 하고 앉아있는거지?


어쨌든 재활 겸 파일럿 에피소드. 이걸 계속 쓸지 말지는 모르겟다...내 굳어버린 필력이 다시 되돌아오기를 빕니다.


다음에 또 쓰게되면 캐릭터 설정도 써서 가져와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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