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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야카스) 천사와 악마의 소리가 들려와서.

스루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4 00:51:35
조회 506 추천 19 댓글 2
														

“카스미는 마음의 소리 같은 거 들어본 적 있어?”


“응?”


 숙제가 너무 어렵다며 우는소리를 하던 카스미를 집으로 불러 자고 가라 한 그날 밤. 나, 야마부키 사아야는 최근 몇 주간 머릿속에서 맴돌던 질문을 카스미에게 던졌다. 던져놓고 아차, 한 질문이지만 말이다.


“마음의 소리라니?”


“음, 그게 말이지...... 아하하, 미안해, 아무것도 아냐~”


“에~ 뭐야, 궁금해. 갑자기 그건 왜? 어떤 소리? 사-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거야?” 


으, 역시 이렇게 돼버렸어. 마음의 소리라니, 역시 이상해서 말할 수가 없단 말이지. 특히, 카스미랑 단둘이 있게 되면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말을 건넨다는 소리, 완전 말도 안 되잖아? 이 머릿속의 천사와 악마들은, 가끔은 아리사, 가끔은 오타에, 또 가끔은 리미링, 심지어는 동생인 사나의 모습을 하고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그래, 지금도 아리사의 얼굴을 하고선, 내 귓가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속삭이고 있어.


 이를테면, 아리사의 얼굴을 한 악마는,

“사아야, 카스미랑 단둘이 있으면 못 참겠지? 카스미를 덮쳐버리자, 아주 거칠게. 카스미가 싫어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그런 소리를 아리사의 얼굴을 달고 하지 말란 말이야. 

......참기 힘든 건 맞지만.


 악마의 말을 무시하면 곧 옆에서 아리사의 얼굴을 한 천사가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한다.

“사아야, 카스미가 싫어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아. 카스미도 거칠게 당하는 쪽을 더 좋아할 거라고? 엉망진창으로 덮쳐버려!”

 아리사는 그런 말 안 해. 아마도.

......그보다 천사랑 악마랑 하는 소리가 똑같은 거 아냐?


“사-야? 무슨 생각해?”


“아, 으-응, 아무 생각 안 했어!”


“앗, 혹시 지금 마음의 소리가 들린 거야?”


“윽, 그게 말이지...”


“에헤헤, 무슨 소리가 들렸어? 뭐라고 해?”


 곤란해, 애초에 말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가 부담스럽고, 사랑스럽다. 결국 그녀의 재촉에 못 이겨 조금씩 얘기를 꺼내게 된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 마음속 천사와 악마 같은 거려나. 자꾸 나에게 뭔가를 하라고 유혹하는 느낌?”


“음~ 그건 누구나 그렇지 않아? 사실 나도 숙제 같은 거 그만두고 사-야랑 놀고 싶다는 유혹이 계속 들었는걸? 

그게 악마의 목소리라면, 오늘은 숙제를 열심히 하고서 내일 사-야랑 놀라는 게 천사의 목소리 아닐까?”


“그게, 내 경우는 조금 다른데......”


“달라? 어떻게?”


“천사와 악마가 조금 다른 소리를 하긴 하는데, 결국 하라는 건 똑같은 느낌이거든. 주로 카스미에 관련해서... 아......”


“응? 나에 대해서?”


“아, 아냐, 아냐! 나도 그냥 평범하게 카스미처럼 숙제 같은 거 하지 말자고 유혹을...”


“에~ 사-야, 솔직히 말해줘! 우리 사이에 말 꺼내놓고 그렇게 숨기는 건 너무해~ 나에 관한 거라니? 어떤 건데?”


 읏, 정말 위험해. 아무리 우리 사이라고 해도, 머릿속에서 카스미를 거칠게 덮쳐버리자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이거 함정 수사 아냐? 아니, 카스미가 그런 걸 의도할 애는 아니니까, 그냥 내가 카스미하고 있으면 바보가 되는 게 맞으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정말로, 별거 아니야, 카스미.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 자꾸 하라고 유혹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뿐이니까, 내가 참으면 돼. 정말, 정말이야.”


“......하면 안 되는 거? 어떤 건데?”


“그, 그건 말이지? 정말 별거 아닌데......”


“음, 별거 아니라면, 괜찮아, 사-야. 나에 관한 거라면, 사-야가 무슨 일을 하든 좋으니까. 사-야가 하고 싶은 건 뭐야? 어떤 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오든, 결국 사-야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해.”


“......”


 또 이런 식이다. 카스미의 논리는 중독적이야. 난 참아야 하는 게 많은데, 자꾸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있어. 얼핏 듣기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지만, ‘사-야가 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아’ 라고 덧붙이는 그녀의 말이 내가 카스미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서,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마주친 카스미의 얼굴은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은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어서, 그런 표정은 역시 반칙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건, 카스미가 유혹하는 거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사-야?”


 내 별명을 부르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를 끝으로, 마지막 남은 이성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 마음속 천사도, 악마도, 나도. 바라는 건, 똑같았나 보다. 아니, 알고 있었어. 결국 천사와 악마라는 것도, 내 마음인 거니까. 그리고 언제나 나를 위해 주는 카스미가 고마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카스미의 양어깨를 붙잡고 힘을 주어 바닥에 눕혔다.


“어, 어? 자, 잠깐, 사-야, 읏......!”


“미안, 카스미.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속에서 계속 들려온 소리는 이런 거야......”


“아, 음... 알고 있었어... 에헤헤......”


“......어떻게?”


“그거야, 나에 관한 건데 사-야가 그렇게 얼굴 붉히면서 숨길 일이라면, 조금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싶어서.”


“미안......”


“아냐 아냐! 우리 사이니까, 언젠간 그런 일도 하지 않을까, 싶었는걸? 사-야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


 카스미의 말은 결국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서 하는 말들. 언제나 너의 배려에 감사하고 있어.


“응... 고마워. 근데, 조금, 거칠게 할지도 몰라......”


“아하하, 으, 응, 너무 아프게 하지는... 말아줘......?”


“응, 노력해 볼게.”


 지금에서야 깨달은 거라면, 더 이상 천사도, 악마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나와 카스미, 오직 두 사람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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