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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18화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5 22:02:21
조회 207 추천 12 댓글 1
														

한방으로 균형이 돌아왔다.

마야는 차마 쫒아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정도로 명백하고 타구가 빠른 라인드라이브성 홈런. 선두타자인 7번 로의 솔로포로 점수는 3 대 3.

“하아...”

분하다는 마음도 있지만 채념과 아픔 쪽이 더 큰 료였다.

수비는 자기 영역에 타구를 보내지는 못해도 영역 안의 것은 순수하게 자기 힘으로 승부할 수 있다. 하지만 투수는 투구 이외에는 아무런 간섭을 할 수 없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니 하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어느정도 게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선수에 한정되는 것.

[8번, 좌익수. 무키타 선수.]

초구에 얼굴 가까이 날아가는 볼. 그리고 심판의 손이 올라가는 일 없이 스트레이트 볼넷. 무사에 주자 1루다.

‘낙관적으로 봐도 이번 이닝에 3실점은 하겠는데.’

료의 부정적인 생각을 읽은 것인지 리에가 타임을 요청. 올라오자 마자 폭탄을 던지고 본다.

“공은 좋았다던가 하는 헛소리는 안 할게. 지금까지 본 올해 최고의 똥볼이었어.”

“그건 반대로 너무 아프잖아.”

“하지만 여름을 혼자서 다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 팀에서는 네가 그나마 나은 똥볼러들 중 하나니까 최소 실점을 노릴 의무가 있어.”

“......”

리에의 태도에 각오를 다진다. 보호구를 장비하고 있을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니까. 섭섭해 하면서도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스트라이크 잡을 생각을 버리는 거야.”






초구 스윙.

“파울!”

사이온지는 특별히 타격이 약한 투수는 아니다. 일부 명문을 제외하면 인원이 적다는 것은 시라카바가쿠엔도 마찬가지. 그녀도 야수를 보기도 하고 공격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배트를 제대로 갖다대기도 힘든 위치였으니까.

‘아까랑 궤적이 달라.’

생각하는 시점에 이미 공은 료의 손으로 돌아갔다. 곧바로 미트를 겨누는 리에.

‘정말로 싸인을 안 주는거냐...’

리에의 작전을 설명하자면 무조건 낮게. 시라카바가쿠엔 타선의 특징상 연이어 직구 같은 똥을 던지면 기분 나빠서라도 휘두를 것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낮은 타구를 만들어 수비가 가능하게끔 하자는 것.

료의 구속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은 뻗는다기보다는 포물선에 가까운 궤도. 료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떨어지기에 생각보다 치기 까다롭다.

물론 그렇다고 방치하지는 않는다.

‘한번만 찔러봐.’

미트 아래에서 오른손을 1루쪽으로 움직인다. 견제 지시.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자 역시 리드가 2걸음 정도 크다. 곧바로 송구. 하지만 견제가 원래 그렇듯 세이프.

‘저 포수...!’

무키타 뿐만 아니라 시라카바가쿠엔의 모든 선수들의 악의가 리에에게 향한다. 투수 리드가 까다로운 건 기본이요, 주자에 대한 생각이 훤히 보이는 료에게 자연스러운 견제를 도와주며 뛰더라도 도루저지가 확실하다. 어깨는 평균이건만 조준이 정확해서 유격수가 태그할 필요가 거의 없다. 동작도 빨라 느린 변화구가 아닌 이상 도루 하기 힘들다.

‘타율은 뒤에서 3등이지만.’

글러브를 두들기며 타자에 대한 집중을 어필한다. 료가 자세잡고, 제 2구.

“파울!”

보더라인에 걸치는 낮은 공을 때리지만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카운트는 0-2.

볼 세개도 가능하고 그 사이에 얼마든지 존에 넣을 수 있는 상황.

‘포석은 깔아놨어.’

이제 둘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 염원을 담아 사인을 낸다.





내야수를 부르는 손짓에 2유간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병살 유도.’

‘뭐, 여기서는 그게 제일 이상적이지.’

천천히 2루 베이스에 가까이 가는 카나와 카에데. 카에데는 오른쪽을 한번 돌아본다. 짜증은 나도 멍청하지는 않았을 거란 신뢰의 표시.

‘그쪽이 실수하지 않아야 내가 솜씨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딘가 따끔거리는 느낌에 카나는 시선을 피한다. 제 3구. 살짝 긴장했지만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사이온지가 거르며 카운트 1-2.

‘최선을 다하는 선배의, 그리고 아직은 동점인 흐름을 끊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알루미늄이 울었다.

몸 바로 오른쪽. 바싹 낮춘 몸이 곧바로 튕겨나가 빠른 타구를 정면에서 포구. 2루 베이스는 아주 가깝다.

‘그렇다면.’

조금 여유있게. 잡기 쉽도록 느리게. 언젠가의 연습 때와 똑같은 그 판단이 카나가 선수로서는 성장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윽!”

베이스 앞에서 뚝 떨어진 송구. 카에데 정도가 아니었다면 놓쳤다. 다리 길이가 걱정되었으나 포구 순간에는 2루를 밟고 있었는지 1루 주자는 아웃 판정.

하지만 달리다가 갑자기 허리를 푹 숙인 탓에 밸런스를 잃고 두 걸음 쓸데없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 반동을 이용해 점프 하며 송구. 무리한 동작 탓에 정확성도 스피드도 부족하여 원바운드로 유우키를 향한다. 큰 덩치와 1루 미트 덕에 유우키가 잡기는 잡았지만 타자주자 세이프. 명백한 병살 실패다.

"죄송합-"

"인플레이 중에 사과하지마!"

고개 숙이려는 카나를 제지하는 한 마디. 뛰다보다 어느새 코앞에서 마주보게 된 카에데다.

"위치로 돌아가."

"네, 네."

원 아웃에 주자 1루. 현상 유지를 하면서 아웃 카운트 하나 잡은 것이 위안거리였다.

"아직 야구인이 덜 되었다는 걸까요..."

처음으로 카나를 대상으로 한숨을 쉬어보는 사쿠타. 본인 입으로 시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별 도리가 없다. 또한 개입해서는 자주적인 성장이 없다.

'진짜, 하나하나 쓸데없이 착한 애야.'

여유 있는 타이밍이었긴 하지만 그 상황에서까지 자신을 생각하다니.

"그게 족쇄란 말이야."

차라리 카나가 거들먹거리거나 무시했다면 재수없는 년이라고 한마디 하고 끝냈을 카에데였다. 오히려 그게 편하다. 실력으로만 이기면 되니까.

그게 아니라서 불편하다. 그리고 이런 거 하나로 사과하는게 실망이다.

[1번, 중견수. 사토 선수.]

야구는 정적인 듯 하면서도 멘탈 상태에 따라선 더없이 빠르게 느껴지는 스포츠다. 이마의 땀 한번 훔치는 사이에 유우키에게 공을 돌려받는 료.

"원 아웃이야~료 짱."

"네."

여유가 없어 대충 대답하자 외야에서 소음이 덮친다.

"안 들려!"

"여기까지 들릴 정도로 기합 넣어!"

외야에서의 카리스마가 사라진 모습에 자매가 소리친 것. 넣기엔 부족하니까 쥐어짠다.

"네!"

하지만 기합으로 스윙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초구부터 여지없이 2-3루간을 향하는 타구. 최장신인 아이나의 점프에도 공은 좌익수 앞에 떨어진다. 단타에 주자는 1-2루.

[2번, 포수. 고노이 선수.]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안개가 낀 것 같다. 소리도 희미하다. 피부가 주변을 인지하는 거리가 좁아진다.

이유라면 안다.

'전혀 반응하지 못했어.'

실수를 한 것도 신경쓰지이지만, 그것 때문에 직전의 타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 그 사실이 중력이 일곱 배는 된 듯한 압박감이 되었다.

카나가 처음 느끼는 감각이다. 원래 실수라는 것과 연이 깊지 않았거니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심장에 무슨 병이라도 난 것처럼 상태가 좋지 않다.

"아웃!"

극단적으로 좁고 흐린 시야 속에서 보이는 백금발. 아이나가 지면에 닿을 듯 낮게 나는 타구를 잡아냈다.

몸을 일으키며 마운드를 향해 손을 들어 본다.

"료 씨, 투 아웃이에요!"

엄지와 소지로 '2개'를 표시하는 모습에 웃어보이는 료.

[3번, 우익수. 나가이 선수.]

역전 주자를 두고 아웃카운트는 2개.

'서로에게 있어서 '앞으로 하나'야.'

'응. 여기가 승부처!'

그러나 공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또 초구, 그리고 유우키의 키를 넘기는 타구. 마야가 홈으로 던져보지만 역시 시라카바가쿠엔의 주루는 빠르다.

2루 주자 홈인. 점수는 3 대 4. 마침내 역전 당한 것이다.

"아직 괜찮아, 스즈키!"

"분위기 바꾸고 가죠!"

카나는 이제서야 들린다. 다들 소리치는 것이. 아이나를 보고서야 깨닫는다. 모두가 싸우고 있다는 것과, 한명 한명이 싸워야 모두가 움직인다는 것을.

"해치워버려!"

카에데의 목소리가 가르처준다.

'내가 해야 해.'

승부와도 인간관계와도 상관없다. 그라운드에 서 있으면 자기 일을 해야한다.

4번 이누이도 초구 타격. 몸쪽 높은 실투지만 갑자기 높이 날아와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투수 료 옆으로 느리게 구르는 타구.

"마이!"

앞으로 달리는 것과 입이 열리는 건 동시.

"...!"

순간 검이 빛난 것으로 착각한 카에데. 은빛 머리칼을 휘날리는 모습은 고시엔 결승전에서 에이스가 던지는 최후의 결정구 같았다.

전심전력으로 달려 러닝 스로우. 기세가 붙은 송구는 주자에게 일말의 가능성도 주지 않는다.

"아웃!"

"세아아앗!"

료의 포효와 함께 끝나는 이닝.

4이닝 11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0탈삼진 4실점. 도호 보다 강한 상대로 선발 등판한 결과가 이 정도인 건 나름대로의 호투다.

"나이스 똥볼!"

"3회 까지는 칭찬했잖아, 망할 공받이!"

오고 가는 말은 곱지 않았지만 글러브를 맞부딪히고 어깨동무와 함께 덕아웃을 향하는 베터리.

"수고하셨어요!"

비어있는 료의 왼쪽에 아이나까지 달라붙으니 순간적으로 휘청이는 료와 리에다.

"더워. 비켜줘."

료로서는 살짝 짜증나는 점이었다. 자기가 리에랑 붙여놓고는 둘만의 시간은 방해하다니.

'마운드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지만.'

당당히 올려다본다.

"아이나. 너한테는 안 져."

하지만 자세한 의미를 모르는 아이나는 미소로 대답할 뿐.

그리고 덕아웃으로 가는 것은 그녀들만은 아니다.

"나이스 파이트."

"?!?!?!?!"

카에데는 가볍게 툭 던지는 듯한 말이었지만 카나는 인간의 언어로 대답하지 못했다.

"진심이야. 마지막에 근성을 보여준 건 다시봤어."

[6번, 중견수. 토도 선수.]

이제는 슬슬 사이온지를 공략할 때. 카렌이 기합을 담아 크게 휘둘러본다. 자세를 잡고, 플레이볼.

덕아웃에서는 다들 스포츠 드링크를 들이킨다.

"너 허리 숙일때 무슨 생각하냐?"

"네?"

"...물음표 금지야."

"에 그게. 역시 아이나-"

"스탑. 다 들을 것도 없네."

항상 아이나를 입에 달고 사는 점은 진실되게 싫은 점인 카에데였다.

카렌은 슬라이더를 맞췄지만 1루수 직선타. 원 아웃.

[7번, 투수. 스즈키 선수.]

타석 앞부분에 서면서 홈플레이트 가까이 붙는 료.

'역시 구위가 떨어지고는 있는지 투심 위주로 던지고 있어.'

슬라이더는 투 스트라이크 다음. 카렌의 타석에서 그런 원칙이 엿보였다.

'솔직히 투심도 완성도가 높아. 하지만 초구는 반드시 존 안으로 넣겠지.'

그렇다면 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걸로...안 보이나요."

"어."

고개가 절로 떨어지는 카나.

"최선을 다하는 거였으면 거기서는 전력으로 내 가슴팍에 꽂았어야지."

"그래도."

"까짓거 좀 세게 던져서 놓쳤다고 화 안 내니까."

"......"

"그러니까, 에이 망할. 그러니까 어젠 그냥 욱 한 거라고."

그렇게 카에데는 뒤늦게 대기 타석으로 간다.

초구 좋아하는 거라면 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 자기주장으로 풀 스윙.

투심은 다소 빗맞은 것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알루미늄 배트에 약하다. 그걸 증명하듯 료의 타구는 좌측담장에 직격하는 2루타가 된다.

[8번, 2루수. 혼죠 선수.]

타석에 선다. 그리고 대기타석의 카에데를 보며 입만 움직인다.

'최선이 뭔지 잘 봐.'

초구. 몸쪽 깊이 파고든 투심을 눈결만으로 거른다. 1-0.

2구는 슬라이더. 규칙을 스스로 깨서 혼란을 줄 생각이다. 하지만 낮기에 거른다. 2-0.

'이게!'

3구는 높은 직구. 망설임 없이 배트가 나온다.

크게 뜨지만 좌익수가 쫒을 수 없는 위치의 파울 타구. 2-1.

4구. 낮은 투심. 배트 끝에 맞는다. 파울. 2-2.

"카운트가 몰려버렸어."

5구. 카에데의 등 뒤에서 존으로 휘어들어오는 슬라이더.

'몰리긴, 지금부터지!'

초구부터 계속 안타를 노려왔지만,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우익수 쪽 파울.

6구. 이번에는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 친다. 그리고 파울.

7구. 어깨에 힘이 들어가 크게 빠지는 직구. 3-2.

8구는 가운데로 몰린 투심.

"뒈져라!"

기합(?) 가득한 한방. 배트 중심에 제대로 직격한다. 2루 베이스 위를 나는 타구. 타석에서 달린다.

"떨어져!"

"떨어져라!"

카에데뿐만이 아니라 다들 안타를 위해 외친다.

중견수가 앞으로 점프한다. 그래도 떨어질 거다. 중견수 사토 본인조차 그렇게 판단한다.

하지만 있는 힘껏 뻗으니까, 글러브 끝에 걸린다. 카에데의 최선이 8구 끝에 플라이 아웃이 되었다. 이걸로 투 아웃.

"아 진짜. 이대로면 무안타야!"

날카롭게 소리치며 돌아오는 카에데.

"야. 빠른 공 제구 불안하다. 슬라이더에 쓸데없이 헛스윙 하지 마."

대기타석의 카나에게 전하고 덕아웃에 복귀. 거칠게 앉는다. 비슷한 타이밍에 어깨를 준비한 마야도 돌아온다.

"카에데."

"괜찮아."

카나의 타석. 베터리가 선택한 초구는 이번에도 투심.

'나도 최소한 위협이 되는 타구를!'

변형 패스트볼이 다 뭐냐. 넘겨버리면 끝나는 것을. 아이나의 타석을 이미지하며 퍼올리듯 크게 휘두른다.

"라이트!"

우중간, 크다. 그러나 너무 크다. 깊은 곳이지만 우익수가 가서 대기하기엔 충분한 체공시간이다.

"아웃!"

결국 풀라이 아웃. 배트 허리쪽을 잡고 돌아오는 카나다. 쓰리 아웃 체인지.

"쟤가 저대로만 해주면, 괜찮을거야."

"그래...?"

"그러니까 넌 반장같은 표정으로 있어주는 걸로 충분해."

"나도 너만큼은 아니지만 성질 있다? 그러니까 빨리 반장 같은게 뭔지 해명해."

"그런 거."

더 이상의 말 없이 글러브를 끼고 나간다.

"아이하라 선배. 오늘부터 포크 실전 투입이에요. 사인은 기억하죠?"

"응."

어쩔 수 없이 지금 할 일을 하는 마야.






5회 초. 결과부터 설명하자면 마야-리에 베터리는 처음부터 '무조건 낮게'를 시전했다.

선두타자에게 초구부터 포크볼을 던지고, 직구는 바깥쪽을 집요하게 노린다.

아직 상대 타선이 적응하지 못해 선두타자 5번 난죠만 포볼로 내보내고 후속타자들은 깔끔하게 처리. 무실점이다.

"첫 삼진. 뭔가 엄청 뿌듯하네."

"실컷 기뻐하세요."

마야의 첫 탈삼진에 빗맞은 타구가 각각 2루수와 유격수의 정면으로.

"잘하잖아 이것아. 타자 주자는 잘 처리하면서 왜 병살 플레이가 안 되는거야."

"기회가 오면 꼭 성공할게요!"

기회는 금방 왔다.

5회 말에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6회 초. 사이온지를 투수 앞 땅볼로 잘 처리한 마야가 직후 연타를 맞아 원 아웃에 주자 1-2루가 되었다.

카운트 3-2. 끝끝내 포크에 손을 대는 타자.
힘이 잘 실렸지만 공 윗쪽을 전력으로 두들긴 탓에 거의 직선타와 같은 속도로 카에데를 향하는 땅볼. 잡고 그대로 곁눈으로만 보며 사이드 송구.

팔의 움직임도 보기 불편했고 거리에 비해서 빨랐지만 카나는 문제없이 캐치. 2루를 밟고 그대로 1루에. 아웃. 평범한 4-6-3 병살의 완성이다.

"봐봐. 잡았잖아. 네가 개떡같이 던져도 내가 찰떡같이 받으니까 걱정하지 마."

"네!"

"그러니까 좀 더 날아. 넌 어차피 잘 움직이는 게 장점의 전부잖아. 시합 끝나고 걷지 못할 정도로 뛰어다녀."

"네!"

더 이상 장본인 두 명을 제외한 부원들도 저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7회초에는 선두타자와 두 번째 타자를 산뜻하게 잡은 마야지만 포크가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안타와 볼넷으로 이사만루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배짱이에요. 승부하죠!'

'알았어!'

코스 프리. 전력투구다.

6회에 병살을 잡은 것과 비슷한 타구. 차이점이라면 2루 베이스 근처다.

카에데가 글러브를 뻗지만 잡히지 않고 튕길 뿐.

'젠장, 폐 끼쳤다.'

타구가 굴절되었으니 안 그래도 어려운 타구가 카나에게 더 어려울 것.

이미 뛰어든 카나는 왼팔의 움직임을 바꾸지 못한다. 그런데 카에데의 글러브에서 튕겨 카나의 옆얼굴 위로 향한다.

"아직 닿아."

하지만 맨손인 오른손이 남아있다. 그래서 비틀어 올린다.

확실하게 딱딱한 것이 들어온다. 주자를 피해 베이스 옆에서 비스듬히 일어서며 송구. 아웃.

"뭐야 저거..."

"거의 치트키잖아."

모르고 보면 카에데가 충격을 줄이고 카나가 받은 것만 같은 플레이.

주자들도 시라카바가쿠엔의 덕아웃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베어핸드 캐치..."

"네?"

"역시 천재는 싫어."

베어핸드 캐치란 글러브를 낀 손 외에도 맨손을 활용하는 변칙 수비를 말한다.






최종 스코어는 5 대 6. 시라카바가쿠엔 고교의 승리.

"수고하셨습니다!"

마야는 4이닝 6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 아이나가 1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아야나미 아이나! 여름대회에 각오해!"

"다음에는 칠 거야, 120!"

"진 팀한테 할 말이 아니잖아요, 바보 선배들."

마지막까지 호전성을 드러내며 떠난 그녀들. 끝나면 여지없이 마무리 펑고와 샤워, 그리고 식사다.

"이 산더미같은 밥도 내일 아침으로 마지막이구나."

"내일은 오전 시합 후에 집에 가는 거였죠."

"남은 연휴기간은 휴식입니다. 그라운드 문도 닫을 거니까 자율 훈련은 알아서 하세요."

평소와는 달리 같이 앉아서 밥을 해치우는 사쿠타.

"주방만 빌린 것이니까 깔끔하게 다 치워야 하거든요. 따로 먹고 청소하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그렇게 젓가락에만 집중하던 중 돌연 묻는다.

"혼죠, 오오토리. 그래서 어떱니까?"

"컥."

급하게 멈추려다 고슬고슬한 밥알이 이상한 곳에 걸렸다. 그렇게 한참을 콜록거리는 카나와 카에데.

"제가 졌습니다."

이유는 실수가 있었으니까.

"...졌어, 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송구가 아예 빠진게 아니니까 병살 실패는 사실상 노 에러. 그런데 나한테 온 거는 사실상 직선타나 정면 타구, 쉬운 타구. 반면 오오토리는 호수비가 제법 있고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이었으니까."

이유를 들은 사쿠타와 부원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무승부군요."

어느새 한 그릇 처리한 사쿠타가 두 그릇째 밥을 뜨면서 말한다.

"그럼 약속대로 서로 소원 하나 들어드려야죠."

그러자 카에데의 국그릇속 국이 크게 일렁인다.

"여, 여기서요?"

그것이 다른 부원들의 시선을 끌고, 유우키가 능글맞게 말한다.

"왜~? 혹시 부끄러운 내용이야?"

"아니야. ...아마도."

결국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선 입을 연다. 옆자리의 카나는 경청모드.

"유격수를 양보하라는 이기적인 말은 안 해. 그저, 사과하게 해 줘."

"......"

"그래. 질투했어. 피지컬 있고 센스 좋고 예뻐서 질투했다고. 그런데도 어딘가 자신감이 부족하고 나한테 배우려는게 기만질 같아서, 착각해서 욱 했어. 그래, 심한 말 했어. 미안해. 끝."

그리고 박수가 있었다. 순수하게 감탄하며 손바닥을 울리는 부원들.

"뭐, 뭐야?!"

이번에도 포문을 열어준 것은 4번 유우키.

"아니~. 카에데 짱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다니,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

"시끄러워!"

오른팔을 휘두르지만 순간적으로 몸과 의자를 젖혀 피한 유우키.

"그래서 어쩔 거야, 오오토리?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알아서 해."

왼쪽 옆자리인 자기도 얻어맞을까 단어를 한번 고르는 카나.

"사과에 대한 거라면, 물론 제 잘못이 크니까 용서하고 말 것도 없죠."

"서문 생략."

카나는 고객의 컴플레인에 즉각 응했다.

"그럼, 카나라고 불러주시겠어요?"

"응?"

"친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부담스럽지 않으시다면 부탁드려요."

잠시 두뇌 1000% 가동. 그리고 카에데는 깨닫는다.

"그 말은..."

"여기가 제가 있을 곳이니까, 모두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이미 한도치까지 붉었기에 카에데의 얼굴은 더 붉어지지 않았다.

"알겠어...카나."

"네, 카에데 선배."

본인도 모른체 미소지으며 카에데를 바라보는 카나. 그리고 카에데는 애써 외면한다.

'아니, 그냥 후배를 이름으로 부르는건데...'

우물쭈물 거리며 자기 젓가락을 허공에서 부딪힌다.

"카에데 선배. 벌써 한 공기 다 드셨네요. 제가 팔이 닿으니까 갖다 드릴게요."

피한 의미가 없게도 바로 눈앞에 클로즈업 되는 카나의 얼굴.

'...역시 예쁜 건 팩트야.'

그렇지만 두군거리는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도 해명하지 못한 카에데였다.








*진짜 여름대회 코앞.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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