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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모카란] 내일의 밤하늘 초계반 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5 23:46:37
조회 1042 추천 21 댓글 1
														



 널 만나러 왔어. 내 기억속의 너를, 그리고 알지 못한 시간 사이의 너를. 


 X X X 

 

 저물어갈수록 태양은 하늘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저녁놀을 머금은 따스한 온기. 하네오카 교정 위 아스러지던 석양볕은, 이내 창 너머 우다가와 토모에의 얼굴을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빗자루를 든 그녀의 머리카락이 여울져가는 붉은 노을보다 더욱 발갛다.


 “이상해.”


 그녀답지 않게 고민을 띈 토모에의 목소리가 교실 내를 울렸다. 토모에는 의자를 내린 책상에 살짝 엉덩이를 기대, 한창 청소를 마무리 중이던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코흘리개, 철딱서니 코딱지 시절부터 함께해 온 두 사람. 우에하라 히마리와 아오바 모카의 시선이 토모에에게로 쏠렸다. 


 “뭐가 이상한데. 토모에?”


 의자를 막 내리고 토모에에게로 다가가던 히마리의 얼굴에도 물음표가 쓰였다. 애프터글로우의 리더라 쓰고 바지사장이라 읽는 그녀였지만,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히마리였다. 그래서인지 평소와 다른 표정을 한 토모에가 그녀는 조금 더 신경 쓰였다. 


 “너희 둘은 이상한 거 못 느꼈어?”


 토모에가 곁눈질로 모카와 히마리를 번갈아보았다. 그러나 히마리는 어깨만 한번 으쓱였고. 모카는 아침에 사뒀던 빵을 입에 우물거리길 반복할 뿐이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던 토모에의 입가에서 한숨이 푹, 튀어나왔다. 


 “란 말이야.”


 “란~?”


 예상치 못한 이름에, 빵만 우물거리던 모카의 입에서도 느긋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애프터글로우의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아오바 모카에게 있어서, 미타케 란이란 이름은 더욱 각별했다. 


 “확실히? 요즘 란 조금 이상하긴 하지.”


 토모에의 말을 히마리가 거들었다. 빗자루를 쥔 그녀의 두 손에 살며시 힘이 들어갔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어 전혀 신경 쓰지 못했는데, 최근의 란은 조금 달라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에에~ 히짱도 느낀 거야~?”


 제일 친한 친구의 변화를 저만 느끼지 못한 것 같아, 모카는 입술을 내민 채 볼멘소리를 냈다. 모카의 말을 들은 토모에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모카가 제일 먼저 느끼고 있을 줄 알았는데.”


 두 손을 책상에 짚고, 토모에는 조금 더 제 몸을 책상에 의지했다. 분명 하얀색이었을 천장이, 얼룩에 더럽혀져 조금 회색빛으로 보였다. 


 “내가?”


 “응.”


 모카의 반문에 토모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고, 그 사이를 황혼 빛은 줄넘기를 하듯 스쳐 지나갔다. 집에 쉬이 가지 못할 것 같아서, 히마리도 토모에의 옆자리를 슬쩍 차지했다. 


 “천재 미소녀 모카쨩이 모를 때도 있구나.”


 토모에의 말에 히마리가 자그마한 사족을 더했다. 그러나 토모에의 말은 히마리도 충분히 동감하는 바였다. 자신이 토모에와 조금 더 친한 것처럼, 모카도 란과 조금 더 친했으니까. 그래서 란의 변화를 모카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히마리는 조금 의아했다.


 “뭐~ 모카쨩이 천재라고 한들, 란에 대해서 다 아는 건 아니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조금 언짢은 목소리로 토모에는 모카의 말을 끊어버렸다. 모카의 눈썹은 싫다는 듯 살짝 올라갔고, 그에 반해 토모에는 심란한 표정으로 모카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낀 히마리만이 두 사람의 눈치만 설설 볼 뿐이다.


 갑작스레 변한 분위기였지만,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되뇌지 않았다. 사필귀정, 터진 게 터졌을 뿐. 


 “연습도 갑자기 확 줄었고.”


 “란의~ 화도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핑계는.”


 터무니없다는 투로 토모에는 대답을 대신했다. 팔짱을 낀 그녀의 얼굴이 화로 인해 붉어진 것인지, 비치는 석양으로 붉어진 것인지 모카와 히마리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욱한 것은 토모에 뿐만이 아니여서. 


 “토모찡이 란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 란은 또 다시 변했다. 그 사실은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가겠다고 다짐한 그녀에게도 충격인 일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투정 부리듯, 그러나 어디 한 구석이 부루퉁한 목소리로 모카는 투덜거렸다.


 “...그런 말 잘 안 하잖아, 란은.”


 날이 선 모카의 말에, 토모에는 답지 않게 침울한 음성으로 답을 주었다. 모카가 생각하기에도 토모에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저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란이니까. 설령, 그 고민이 자신을 좀 먹는다고 하여도.


 “그러지 말고~ 모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히마리가 토모에와 모카 사이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신경 쓰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모카의 눈에도 선했다.


 “혹시 뭐 아는 거 없어?”


 하지만 그게 그녀의 귀여운 점이라고, 모카는 남몰래 생각했다. 이렇게 귀여운 히짱을 위해서라도, 나름의 답을 만들어야 할까. 그렇지만 적당한 답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모카 또한 매한가지였다. 


 “모두 아직 집에 안 갔네!” 


 드르륵, 하고 열리는 미닫이 문. 교실로 들어온 사람은 학생회의 부회장 하자와 츠구미. 그리고 지금 화두의 중심인 미타케 란이었다. 마치 불장난이라도 저지른 꼬마 아이들처럼, 교실 안에 있던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교실내로 퍼진 묘한 분위기에, 하자와 츠구미는 세 사람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히마리는 츠구미의 시선을 피했고, 토모에는 짐짓 모르는 척, 그리고 모카는 어느새 란의 옆으로 슬며시 다가갔다. 


 “먼저 안 가고 뭐하고 있었어?”


 크로스백을 어깨에 멘 란이 모두를 돌아보았다. 조금의 수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요즘 저의 행동에 비할 바는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란을~ 기다렸지~”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모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모카의 흰 손에도 크로스백이 살며시 들려 있었다. 붉은 석양이 더욱 선명해지고, 어느덧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돌아가자.”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이 가장 먼저 앞장을 섰다. 란의 읊조림을 따라, 애프터글로우 모두 교실 밖으로 나왔다. 분명 함께 걷고 있는데, 애프터글로우의 모두 제각기 다른 얼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떠오르던 아침 해를 보던 날, 분명 모두가 이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앗, 별!”


 벌써부터 검푸른 꼬리가 하늘 모양에 생기고 있었다. 



 

 X X X 



 최근 란은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안 그래도 적었던 말수가 더욱 줄고, 대회가 있다지만 화도 수업과 어른들과의 자리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연습 합주가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란의 변화에 대한 반동이라고 생각하면 모카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토모에는 그러한 점들 때문에 란이 최근 이상하다고 말했다. 


 “모카.”


 그렇지만 모카의 생각은 토모에와는 조금 달랐다. 란은 또 다시 변한 거다. 이어진 하늘 모양의 가사를 적었을 때처럼, 어디선가 무언가를 겪고 다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껍질을 깨고 나아가려는 새처럼, 그녀는 또 변하는 중에 있었다.


 “왜~ 란.”


 그러나 란이 변했다고 해서, 모카에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모두와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그녀는 란의 뒤를 따라가길 결심했으니까. 마음을 그렇게 바로 잡았으니까. 


 “산책할까, 오랜만에.”


 그래서 그런지, 모카는 어딘지 모르게 후련한 모습으로 변한 지금의 란이 훨씬 좋았다. 




 밤하늘을 등진 강바람은 매서웠다. 어설피 자국을 남긴 석양 부스러기는 점차 장막에 뒤덮여 사라지고 있었다. 모카와 란은 그 흔적들을 쫓아가며 산책로를 걸었다.  


 두 사람은 통 말이 없었다. 란은 란대로 모카는 모카대로 할 생각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꼬리잡기를 하는 것 마냥,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수풀이 바람에 휩쓸리는 소리가 났다. 어둠을 느낀 가로등도 제 몸을 밝혔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란의 걸음에, 결국 모카가 먼저 우는 소리를 냈다. 


 “란~ 언제까지 걷는 거야~”


 산책로도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란과 그런 란을 바라보는 모카. 미약한 달빛과 환한 가로등에 의지해 두 사람은 서로의 면면을 확인했다. 


 “아, 미안.”


 산책하자고 말한 사람은 저였으면서, 깜빡한 모양이다. 하여간 란도 천재 미소녀 모카쨩이 챙겨주지 않으면 요 모양 요 꼴이란 말이죠. 모카는 한숨을 푹 쉬고, 란의 손을 잡아 걷는 방향을 확 틀어버렸다. 집에 갈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나버렸다. 


 “요즘 이상해, 란.”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슬며시 꺼내기 시작했다. 구름을 벗어난 달이 모카의 회색빛 머리를 살짝 비춰주었다. 란은 모카를 바라보다가, 이내 제 앞에 놓인 돌멩이를 괜스레 살짝 발로 찼다. 툭, 툭, 툭 굴러가던 돌은 강으로 떨어져 퐁당, 하고 소리를 냈다. 


 “...많이 이상해?”


 그 일련의 상황들을 눈에 담던 모카의 귀에, 담담하지만 궁금한 어투가 되돌아왔다. 모카는 몸만 살짝 돌려 란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표정만 바라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역시, 요즘의 란은 평소보다 조금 더 멀어진 느낌이 든다.


 “모카 쨩은 그런 란도 괜찮아~


 그러나 그게 싫은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즈음의 미타케 란은 아오바 모카란 사람에게 더욱 잘해주고 또 챙겨주니까. 그래서 약간의 이상함을 느끼지만, 역시 마음은 그러한 란이 좋다. 모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알려나.”


 밤공기를 탄 란의 목소리가 공허하다.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저 기우일까.


 “토모 찡이 알아챌 정도면, 모두 눈치 채지 않았을까~”


 “그런가.”


 두 사람은 흘러가듯 대답을 주고받았다. 란은 살짝 추운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모카는 란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물꼬가 트였으니 무언가 더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모카가 했을 때.


 “저, 모카.”


 란이 먼저 그녀의 이름을 입술에 담았다. 서로 다른 표정을 한 두 사람의 시선은, 부정할 수 없이 서로에게 맞닿은 채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똑바로. 란이 어떠한 말을 할지도 모르는 채, 모카는 제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모카는 어떡할 거야?”


 란은 숨을 한번 몰아쉬고, 쉬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모카에게 건넸다. 살짝 더듬으면서, 조금의 떨림을 간직한 란의 말. 그러나 그 질문의 저의까진 파악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밤바람은 두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사라락, 하고 울음소리를 내는 수풀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비명을 내뱉는 벌레들.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쥔 란과 그러한 그녀의 질문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모카. 


 “글쎄~”


 느긋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그녀의 눈은 이미 란에게서 조심스레 떨어진 채였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본 란의 손에서도 스르르, 힘이 풀려 내렸다. 


 “아마도 모카 쨩은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특제 빵을 하나씩 먹어보지 않을까~?”


 하지만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아 당황한 사람은 모카였다. 죽음이란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 모카여서, 지금의 그녀로선 이런 대답이 한계였다.


 “그래.”


 그러나 란은 만족했다는 듯, 걱정과는 달리 털털히 웃어보였다. 어딘가 시원해보이기까지 한 그녀의 웃음에, 모카는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자, 이거.”


 이윽고 란이 들이민 삼천엔에 그럴 수도 없었다. 얼떨결에 모카는 란이 쥐어준 돈을 받았다. 달랑 종이 세 장일 뿐인데, 그 무게가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이게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 란은 이미 지갑을 거둔 채 산책로를 표방한 귀갓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부잣집 딸이라고 돈 막 쓰면 안 돼, 란~”


 모카의 느긋한 목소리가 분명 들렸을 테지만, 란은 손만 한번 흔들어 보이곤 더 이상의 답을 주진 않았다. 점점 멀어지려는 란의 모습을 따라 잡기 위해, 모카는 발걸음을 황급히 옮겼다.


 “역시, 이상해.”


 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모카. 그녀는 낮말은 새가 들으랴, 밤말은 쥐가 들으랴, 남몰래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은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내일 토모찡에게 조금 더 상담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X X X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란과 빵은 발음이 비슷하다. 그렇게 얘기하며 옆에 있던 미타케 란을 놀렸었다. 그랬다, 그랬었는데. 그땐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다. 

 란과 빵. 발음만 닮은 게 아니라, 둘 다 좋아하는구나. 내가 그 애를 참 많이 좋아했구나. 

 

 X X X 


 문이 열린 욕실에서 갇혀 있던 수증기는 잔뜩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수건으로 덜 마른 머리의 물기를 닦아내던 모카도 욕실서 빠져나왔다. 하늘색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은 그녀의 살결이 새하얗다. 흰 살덩이가 방으로 향하는 모습은 마치 눈덩이가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 


 침대에 놓인 천 엔 세 장. 시계는 아직 열시를 채 넘기지 못했고, 시간은 아직 여유롭다.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폐점 시간은 열한시 부근이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서 가도 늦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카는 급히 후드 티 하나를 챙겨 입었다.


 물론 란이 준 천 엔 세 장도 있지 않았다. 


 저녁 9시부터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타임 세일은 시작된다. 동시에 사축들의 마지막 끼니를 챙겨주는 야마부키 특제 맘모스 빵도 그때부터 진열된다. 비록 직장인은 아니었지만, 모카도 야마부키 특제빵을 참 좋아해서 황급히 베이커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 깊은 밤도 아닌데, 어스름이 진 거리엔 불빛들은 낯설기만 하다. 가로등의 빛에 의지한 채, 모카는 조용히 밤길을 걸었다. 별이 많이 보이지 않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카의 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눈에 보이는 상점가, 야마부키 베이커리, 사아야, 그리고 메론빵, 크림빵, 단팥빵 등등. 수십 개의 빵, 그리고 그 중 가장 돋보이는 야마부키 특제 맘모스 빵. 꺼낸 지갑과 란이 준 삼천엔, 사아야가 몰래 넣어준 서비스 햄 치즈 빵과 빵들이 담겨 있는 빵 봉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란이 상점가 너머 대로변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란?”


 란이 움직이는 대로 모카도 움직였다. 그러자 비닐 봉투에선 스르륵, 소리가 났다. 단체 채팅방을 살펴보니, 특별히 만나자거나 그러한 채팅은 없었다. 그렇다고 란이 이런 밤중에 나올 정도로 특별한 취미나 운동을 즐겨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란은 어딜 가는 걸까. 


 문득 모카는 그게 궁금해졌다. 최근 란의 묘한 점과 더불어서, 지금 그녀의 행적이 말이다. 그런 모카가 란의 뒤를 밟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비닐 봉투 소리마저 새어나가지 않게끔, 그녀는 조심스레 란의 발자국을 이어 밟았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란을 미행하는 것도 모카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큰 건물 몇 개를 지나가도 란의 행선지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사키가와 여학교를 지나갔을 때, 돌연히 모카는 혹시 란이 학교로 되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히마리의 일로 한밤중에 학교를 간 적이 있으니, 란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집에도 같이 돌아갈 겸 한번 놀라게 해줄까.


 한껏 짓궂은 생각을 떠올린 모카는 이윽고 란의 그림자를 몰래 뒤쫓았다. 몇 분전과는 달리 조금은 경쾌함이 담긴 발걸음이었다. 그녀의 생각도 들어맞았는지, 란의 인영은 하네오카 교정을 넘어 교내 건물 안으로 쏙 사라졌다. 모카도 그녀의 궤적을 뒤따랐다. 


 낮의 학교와는 달리 밤의 교내 풍경은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얼핏 모카는 일전에 있었던 대소동을 떠올렸다. 츠구미의 말에 의하면 그때 란이 참 무서워했다던데. 계단 소리를 탁, 탁, 내며 걸어가는 란의 발소리엔 그러한 망설임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어두운 것과 무서운 걸 란은 그 누구보다 싫어했을 텐데. 


 그 순간 모카는 오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지금이 몇 층인지 확인했지만, 2학년 교실이 있는 층은 이미 넘고, 3학년 교실이 있는 층도 넘은 채였다. 설마, 옥상으로 향하는 걸까? 


 왜?


 모카의 팔에 소름이 오독, 하고 돋았다. 


 한 구석이 녹슬고, 시간의 할큄을 고스란히 받아 낡아버린 철문. 하네오카의 옥상 문은 그래서 열릴 때마다 끼이익, 하고 불쾌한 소리를 낸다. 지금 건물에 울린 그 소리가, 오늘만큼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란을 놓칠세라 모카는 옥상으로 급히 달려갔다. 


 철문이 다시 닫히기 전, 모카는 손만 급히 넣어 도로 문이 닫히는 걸 막았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게끔 살짝 열어, 란의 모습을 훔쳐봤다. 걱정과 다르게, 그녀는 옥상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아니, 더 자세히 바라보니 무언가를 들고, 어떠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아득한 과거부터 전해 내려온 암흑의 규율에 따라 나, 미타케 란은 피의 계약에 몸을 맡기리.”


 그 언행은 주문에 가까웠고, 동시에 불길한 생각을 들게 하는 기묘한 언행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방해할 수 없는 귀기가 서려 있어서, 모카는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란?”


 그저 그녀의 이름을 한번 읊으며, 딱한 상태로. 


 “나, 바라노니, 위대한 어둠의 마귀여! 이제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


 그 순간 란의 모습이 칠흑색을 띈 구름과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마치 구름들이 란을 데려가려 하는, 그런 상식이 허용하지 않는 광경에 모카의 입은 떡 벌어졌다. 빵 봉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란!”


 그것과 동시에 문을 벌컥 열고, 저도 모르게 모카는 란을 향해 뛰어나갔다. 숨길 생각이 없는 발소리와 사시나무 떨리듯 모카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모카?! 왜?!”


 저보다 밑에 있는 모카를 향해 란은 외쳤다. 아니, 이젠 밑에 있지 않다. 이미 란은 먹구름에게서 벗어나, 다시 옥상의 한 가운데에 무릎 꿇어 앉은 채였다.  


 “란... 이게 무슨.”


 “다가오지 마!”


 모카가 다가오려 하자, 란은 여유가 없는 모습으로 모카를 향해 손짓했다. 오지 말라는 듯, 강렬한 거부였다. 왜 그러는 건가 싶어, 모카는 무어라 더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란의 무릎 밑에 커다란 원이 그려지더니, 이내 커다란 붉은 구멍이 뚫렸다. 공허하게 빈 구멍에선 교실의 모습도, 복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구가 뚫려 과학시간에 보던 내핵이나 지각 층 그런 게 보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불길해 보이는 붉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 위에서 란은 둥둥 떠 있었다. 그 누구도 다가갈 수 없고, 그리고 란 또한 그 구멍에서 나올 수 없을 것처럼, 그녀는 떠 있었다. 


 “딱 하네~ 하필 마지막 날에 걸릴 줄이야~”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긋하면서도, 어딘가 어수룩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아니, 사실 익숙하다기보다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나?”


 내 목소리가, 왜 위에서 들리는 거지. 


 “안녕~”


 란의 모습에서 조금 더 위에, 그것도 하늘에 떠 있었다. 아는 모습을, 아니 알 수밖에 없는 모습을 하고 또 한 명의 ‘아오바 모카’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머리에는 뿔이 달렸고, 눈동자 색깔은 각각 다르고, 마치 코스프레라도 하듯 이상한 의상을 입고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 아오바 모카였다. 


 “당신은, 누구세요?”


 그러나 또 한 명의 자신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아오바 모카는 저보다 위에 떠 있는 아오바 모카에게 물었다. 목소리에선 숨길 수 없는 떨림이 느껴졌다. 


 “나?”


 모카는 검지를 들어, 저를 가리켰다. 그 모습마저 소름 돋게 똑같아서, 모카는 순간 정신을 놓을 뻔 했다.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일까.


 “내 이름은 여러 가지 있지.” 


 이윽고 ‘그것’은 제 멋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난 다르게 불려. 사탄, 마신, 메피스토펠레스, 그 외 이것저것.”


 물은 사람의 이름인 아오바 모카가 아닌, 서로 다른 이름을, 그것도 하나같이 불길한 이름들을 ‘그것’은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넌 뭘 원하니?”


 모카의 앞에서, ‘그것’은 잔인하게 웃었다.


 X X X 

 

 지금껏 살아가며 오컬트의 존재를 단 한 번도 믿어본 적이 없었다. 약 오 분전까지만 해도, 아오바 모카는 신도 귀신도 악마도 천사도 그 모든 게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성명 아오바 모카. 201X년, 신주쿠 부근에서 겁대가리 없는 음주운전자의 뺑소니 사고에 사망~”


 그러니 지금의 이러한 풍경은 모카에겐 영 현실감이 없었다. 악마가 등장해, 너는 사실 죽었다며, 생년월일과 이름과 죽은 장소 죽은 경위에 대해 읊는 사실이 모카는 믿을 수 없었다.


 “재밌는 거짓말을 하네, 악마님도.”


 그래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버렸다. 어디선가 닮은 사람을 데려와, 어디선가 최첨단 기술자를 또 데려와서 저 사람을 날게 하고, 그리고 이런 무대효과까지 준비했다고, 모카는 자신의 머릿속을 왜곡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정말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거짓말이 아냐.”


 그러나 란은 모카에게 좀 더 잔인한 진실을 이야기해주려 했다.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모카는 뒷걸음질 쳤지만 란은 모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최대한 담담하게, 그러나 말하고 나선 이를 악물 정도로 강하게.


 “과거의 시계열이 그대로라면, 모카. 넌 내일 죽게 돼.”


 란은 자신의 마음을 도려내듯 모카를 향해 말했다. 그녀답지 않은 침통한 어투였다. 


 “지금보다 조금 더 먼, 미래에서 왔어. 나는.”


 조금 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정작 모카는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아직도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란과 저의 모습을 한 악마를 번갈아 볼 뿐이다. 

 “친구가 죽는 걸 막기 위해, 친구는 제 앞에 나타난 악마와 내기를 했다.”


 악마는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딱하다고 말했지만, 명백히 즐거운 어투였다.  


 “너의 영혼이 구천을 떠돌 사십구일. 네 영혼을 다시 되돌려놓기 위해, 그 동안 그 어떤 사람에게도 알리지 않고, 또 들키지 않고 몰래 나에게 공양 기도를 드리기로 미타케 란은 나와 계약했다.”


 전설 속 이야기, 그리고 어렸을 때 들었던 동화 속 이야기처럼 란과 악마는 계약을 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말이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날, 아무 것도 몰랐던... 아니, 아무 것도 모를 수밖에 없는 계약자의 친구는 그 모든 것을 파토 내버리고 말았지.” 


 그리고 그 모든 걸 나는 망쳐버렸다. 란이 나를 살리기 위해 그토록 노력한 시간들을, 그리 허망하게. 모든 걸 감당하고 있던 란의 모습을, 지금의 란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정신 차려, 모카!”


 란의 목소리가 모카의 귓가를 때렸다. 그렇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정신을 차려서 악마에게 다시 물어봐야 했다. 앞으로의 일들을, 나 하나 때문에 벌어질 모든 일들을. 


 “그럼 전 죽게 되나요?”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내가 죽어서 끝날 일이라면, 이게 베스트. 다른 누구에게도, 란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을 수 있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아니.”


 그러나 악마는 모카의 그런 기대를 무참히 배반했다. 


 “죽는 건 저 애야.”


 그리고 짓밟았다. 


 “죽는 게 아니잖아.”


 죽지 않는다는 란의 말에 모카는 다시 희망을 가졌다. 란, 란은 살아 있어야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일이 꼬인 건데, 죽는 건 나 하나면 족해. 


 “그렇지, 미타케 란의 말대로 죽는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지.”


 그러나 악마는 란의 말에도 즐겁다는 듯, 모카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란의 이가 빠득, 하고 갈렸다. 굳이 이것까지 가르쳐 줄 필요는 없을 텐데, 마지막 날에 내기를 실패한 드라마틱한 광경에 악마도 꽤 신이 난 것 같다. 


 “미타케 란은 죽는 게 아냐.” 


 란이 어떻게 생각하든, 악마는 모카의 얼굴을 한 채 모카에게 적나라한 사실들을 선고해버렸다. 그녀가 감당해야 할 앞으로의 일들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에게서 잊혀진다.”


 어쩌면 감당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사실을. 


 “네?”


 이해가 되지 않아, 모카는 순간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모카의 모습을 한 악마는 조금 움직여서, 모카의 곁으로 다가갔다. 


 “너의 세상에서, 미타케 란이란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미타케 란이란 사람은 태어난 적도 없고, 죽은 적도 없어지겠지. 그 결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지고, 미타케 란은 그렇게 쓸쓸히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으며 사라지는 거야.”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코에서 느껴지는 냄새가 아무 것도 없어서, 그제야 모카는 저의 앞에 있는 것이 현대과학으로 설명되지 않은 미지의 것이란 걸 깨달았다. 


 “이른바 존재의 소멸이란 거지.”  


 그 깨달음이, 그 말의 무게를 더 해주었다. 그와 동시에 모카의 몸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란이 사라진다니, 그런 거. 


 “그, 그런 거...”


 몸이 파르르 떨리자, 목소리도 심하게 떨려왔다. 한꺼번에 받은 충격이 그녀를 계속 정신적 궁지로 몰고 들어갔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눈동자가 거센 파도를 만난 것 마냥 흔들리고, 몸을 지탱해주는 다리도 충격에 힘이 쫙 풀렸다. 


 “그, 그런 게 가, 가능할 리가...”


 “모카!”


 란의 강한 목소리가 모카의 정신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라, 란!”


 “거기서, 똑바로 듣고 있어.”


 다가오지 말라는 듯 모카를 막는 란.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란을 바라보는 모카. 그리고 두 사람의 위에서 재밌다는 듯 바라보는 악마.


 “있지, 나.”


 란은 말한다. 


 “널 살렸으니, 여한은 없어.”


 숨김없는 제 안의 본심을, 그녀의 성격대로 거침없이. 


 “라, 란....”


 그제야 모카의 눈물샘은 터져버리고 만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울어버리고 만다. 모카의 눈물은 그대로 볼을 타고 떨어졌다. 


 “네가 죽었을 때,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무서웠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네가 없을 미래는 미래가 아니라고 모카는 소리치고 싶었다. 


 “네가 없을 내일이 싫고, 네가 있는 과거만 그리워하며 살았었는데.”


 할 수 있다면 란의 곁으로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란의 말대로, 그녀의 목숨은 이제 그녀의 목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이 오지 말라고 빌었을 때, 나는 기회를 얻게 된 거야. 널 구할 기회를.”


 차라리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왜 그런 내기를 했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벗어날 수 없는 미래였다.


 “그래서 난 여한이 없어. 설령 모두에게 잊힌다 해도.”


 “잊지 않을 거야, 란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항상 잘 담아둘 거야.”


 덤덤히 보내려는 란의 말을, 모카는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그녀의 고개가 흔들릴 때마다, 눈물은 허공에 흩뿌려졌다. 한번 터진 눈물샘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래.”


 울지 않았으면 했는데, 그래도 끝의 순간에 누군가 울어주어서 기쁘다. 그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란 또한 눈물짓게 했다. 


 “네가 만약 날 기억하게 된다면, 그 아픔에 널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해.”


 변한 그녀답게, 과거의 눈물같지 않은, 굉장히 처연한 눈물이었다. 


 “인사는 끝난 건가?”


 “응.”


 악마의 물음에 란은 답했다. 이젠 진짜로 가야 할 시간이다. 지옥도, 천국도, 연옥도 아닌, 제3의 세계로. 란의 모습은 개미지옥에 당한 것처럼, 점점 구멍의 밑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정말 끝인 것만 같아, 모카는 란을 향해 달려갔다. 


 “란!”


 모카는 다시 한 번 사라져야 할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투명한 벽에 가로 막힌 것처럼, 모카는 란의 곁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그 순간에도 란은 사라지고 있었고, 모카도 방금 전까지만 상상했던 X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너....!”


 하나 둘씩, 모든 게 지워져갔다. 소꿉놀이를 하며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도, 누군가를 위해 밴드를 결성한 일도, 싸운 일도, 좋았던 일도, 싫었던 일도, 전부. 다. 


 “너, 누구야!”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 소중한 사람일 터인데, 지금 사라지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일 터인데. 

 

 너는 왜. 


 “또 봐, 모카.”


 웃고 있는 거야, 바보처럼.


 - 


 방갤 팬픽 대회 출품작 올려봄.


 연달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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