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창작백합 소설 초커(Choker) 15화 (+약간의공지)

버터롤빵(59.3) 2020.06.27 00:14:55
조회 410 추천 18 댓글 2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d8efa11d02831dd2ecabb386674d2cf3d2b24d0c3634aae2a991367bc64ec56aa781e4f3c2059d9283a0d0c491984d3f445f59898355cbc6b9cf2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584938&_rk=ArW&s_type=search_name&s_keyword=%EB%B2%84%ED%84%B0%EB%A1%A4%EB%B9%B5&page=1




전편 링크






안녕, 작가지망생 버터롤빵이야




초커 15화가 나왔어.




항상 꾸준한 사랑 보내주고 내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




아마 다음 화가 마지막화이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약식으로 QnA를 진행하려고 해




한 3~4가지 정도?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면 다음 화에 대답해 줄게.




작품 내 질문이든, 나에 대한 질문이든, 향후 방향성의 대한 질문이든 뭐든 괜찮아.




신작 요청도 좋고 반면에 진심어린 성토도 괜찮아.




오탈자 지적이나 궁금한 점, 피드백 등은 댓글로 달아주면 작중 스포일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성실히 답변해줄게.




그럼 각설하고 이번화 시작할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이제 일 끝났어요? "






 앤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꽤나 깊이 잠들었었는지 앤은 눈을 수 차례 비볐다.






 " 네, 얼떨결에 끝나게 됐네요. "






 엘은 어조를 서서히 올려갔다.






 " 오늘 대체 무슨 일을 한 건지 자세한 설명을 들어봐도 될까요? "






 엘은 표정을 포함하여 확실하게 자신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앤은 멍하니 정면을 보다가 그녀의 말을 이해했는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엘에게 만나러 가려면 회사 사람들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차마 이 늦은 시간까지 같이 일하시는 분들에게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어서 단촐하게나마 간식을 좀 준비해봤어요. "






 " 단촐이요? 전혀 단촐한 게 아닌 것 같던데요. 어디서 돈이 그렇게 났어요? "






 엘은 반은 진심, 반은 장난으로 앤을 타박했다.




샌드위치, 캔 커피 등도 한두 개나 저렴하지 그게 모이면 꽤나 무시 못할 금액이었다.




특히 시간제 근무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그녀라면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앤은 왼손을 쥐었다 펴면서 엘을 안심시켰다.






 " 나 요즘 돈 열심히 벌고 있어요. 그 정도는 돼요. " 






 엘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엘의 눈에는 별로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데 앤은 벌써부터 자기 자신을 챙겨주겠다며 그녀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고 있었다.






 " 거기에다가 엘이 마트에 찾아왔을 때의 느낌을 엘도 느끼게 해보고 싶었어요. "






 엘은 앤의 첨언을 들었다.




사실 이쪽이 본심 같았다. 




제아무리 앤이라 한들 단순히 이타심적으로 이런 행동을 벌일 리는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자신의 반응을 보는 것이 주 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엘은 머리를 싸매었다.




결국 앤이 원하는 대로 되었고 본의 아니게 퇴근도 했고 동료와 후배의 배려심도 보았다.




물론 그녀가 지쳐 잠들어 버리면서 그 목적도 반쯤은 희석되었다.




엘이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리자 앤도 졸린 눈을 비비며 따라 웃었다.




 한참을 웃고 보니 앤의 다리에 무언가 매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분홍색 프릴이 여러 개 달린 가터링 같은 물건이었다.




작고 귀여운 앤에게 딱 어울리지만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옷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 그건 뭐에요 앤? " 






 " 이거요? 언니에게 선물받은 거에요. "






 엘은 잠깐 동안 멍하니 앤의 뽀얀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가터링을 살짝 건드려 위로 끌어 올려 보았다.




탄탄한 밴드의 신축성이 앤의 다리를 단단하게 붙잡았다.




앤은 엘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그녀의 손을 움직였다.




가터링은 허벅지 중간 위까지 올라갔다.




엘은 거기서 손을 멈추었다.






 " 가터링도 선물받고, 반지도 선물받은 거네요. "






 엘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분명 중얼거리듯이 말하긴 했지만 본의 아니게 엘의 목소리가 훨씬 큰 모양이었다.




앤은 엘의 표정과 목소리를 듣자 마자 씁쓸해보이는 표정 끝에 미소를 살짝 걸고 있었다.




엘은 화들짝 정신이 들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얼굴을 서둘러 바꾸고 변명 - 도저히 변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 을 시작했다. 






 " 미안해요 앤, 그런 의미로 말한 거 아니에요. 나는 그냥 - "






 " 알아요. 마음 쓰지 마요. "






 앤은 자신의 두 손으로 엘의 손을 포개고 살짝 힘주어 쥐었다. 






 " 그래도 그런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해요, 나는 엘에게도, 언니에게도 감추는 것 없이 공평하게 모든 걸 공유하고 싶었고 그렇기 때문에 프로포즈 받은 일과 반지를 받은 일도 감추지 않고 보여주기로 했어요. " 




 


 엘이 말한 그대로였다.




앤은 자신이 앤과의 관계를 다짐할 때 말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또한 강인한 그녀의 마음의 표본이었다.






 " 지금 굉장히 잘 어울려요, 그리고 나는 두 사람이 좋은 사이가 된 것에 대해서 정말 축하해요, 식을 올리는 것도 조만간이겠네요. "






 엘은 진심을 담아서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속삭여주었다. 




그런데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앤은 언제나처럼 행복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 그럼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






 엘은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거울이 있다면 지금의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고 싶었다.




자신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무슨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감히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엘이 조용히 하고 있자 앤은 오히려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품에 안겼다. 




엘은 무의식적으로 벌린 팔로 앤을 껴안았다.






 " 배고프죠? 동료분께 들었어요, 아직 저녁 안먹었다면서요. " 






 앤은 자신이 가져온 조그마한 직물봉투를 꺼내어 내밀었다. 




봉투는 끈 하나로 묶여 있었는데 앤은 끈을 정성스럽게 끌어당겨 풀어헤쳤고 안에서 기다란 철 기둥 같은 보온통을 꺼내었다.




그녀가 상층부에 고정되어있는 뚜껑을 열자 안에서는 그보다 작은 보온용기가 여러 개 보였다. 




앤은 엘과 살짝 거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보온용기를 하나 하나 소분했다.






 " 이미 다른 분들께 먹을 것 다 나눠준 거 아니었어요? "






 " 네 당연히 다른 분들건 다 나눠줬죠, 지금부터는 오직 엘을 위한 거에요. " 






 보온통 내부는 기다란 병과 다소 낮은 세 개의 용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앤은 큰 것부터 순서대로 뚜껑을 열었다. 




기다란 병에는 옅은 노란색의 수프가 들어 있었고 낮은 세 개의 용기에는 각기 다른 음식이 있었다.




첫 번째 용기에는 사과와 포도, 오렌지 등이 먹기 좋게 담겨 있었고 두 번째 용기에는 여러 재료가 들어간 동그란 햄버거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샐러드 약간과 삶은 달걀, 스팸이 있었다. 




앤은 정성스럽게 그것들을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천에 싸인 스푼과 포크를 내주었다. 






 " 식기 전에 어서 먹어요. "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엘은 스푼과 포크를 받아들면서 음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앤은 자신을 만나기 전만 해도 상당히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먹는 음식도 상당히 영양불균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화려하게 음식을 준비했다.




엘은 자신이 머뭇거리던 것도 잊고 일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가장 맨 처음 집은 것은 역시 메인 요리로 보이는 햄버거였다. 




한 입 베어물자 안에서 소스와 육즙이 새어나오고 야채가 씹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피클 몇 조각의 신맛이 느껴졌다. 




고기의 맛도 매우 좋았다.




시판 햄버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퀄리티가 그것에 미치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다.




매우 시장하던 터라 엘은 앉은 자리에서 햄버거의 반 이상을 먹어치우고 수프를 마신 다음 샐러드를 떠먹었다. 




음식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앤에게 다소 체통을 지키고 싶었지만 진심으로 배고픈 배는 어떻게 감출 도리가 없었다.






 " 천천히 먹어요, 체하겠어요. "






 앤은 수프 말고도 물병을 내어 주면서 그녀에게 천천히 먹으라고 권유했다. 






 " 이걸 다 어떻게 준비했어요? "






 " 그냥요, 사실 이런 말하면 감동이 덜할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인터넷 보고 만들었어요. "






 앤은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고 말했다.




자신의 음식에 자신이 없었는지 앤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 꽤 손이 들었을 텐데요. 과일은 또 어떻구요. "






 " 과일은...매장에서 세일하는 거 싸게 사왔어요. 나머지는 거의 다 기성품이에요. 만드는 것만 내가 했어요. " 






 그 정도야 뭘, 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삶은 달걀과 샐러드를 떠먹는 사이 입에서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햄버거에 들어간 약간의 야채와 샐러드에 들어간 야채가 거의 비슷했고 삶은 달걀과 스팸, 이것을 보아 하니 누가봐도 앤이 좋아할만한 식재료들이었다.




음식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녀의 정성이 폄하되는 일은 없었다.




엘은 설사 피자를 사다 준다고 해도 고맙게 받아먹을만큼 앤의 정성이 고마웠다.




한편 엘은 짧은 식사를 하면서도 앤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은 게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지은 얼굴, 그 얼굴이 얼마나 이상했을지 속이 쓰린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스푼과 포크를 내려놓자 앤은 정성스럽게 뚜껑을 덮고 직물봉투에 다시 빈 도시락 통을 집어넣었다.






 " 깨끗히 먹었네요, 고마워요. "






 앤은 뚜껑을 덮으면서 하나도 남김없이 비워진 도시락 통을 보고 기쁘게 말했다.






 " 나야말로 이 늦은시간까지 기다려주고 야식 해줘서 고마워요... " 






 엘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엘은 입가를 작은 티슈로 깨끗히 닦았다.




그리고 앤의 턱에 살포시 손을 대고 키스했다.




기름진 입으로 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는 싶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키스였지만 앤은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는지 직물봉투의 지퍼를 손 끝의 감각으로 완전히 밀봉하고 그 다음 키스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앤은 서서히 몸을 옮겨 엘의 몸 위로 올라탔다.




허벅지가 눌리는 느낌이 들자 엘은 깜짝 놀라서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아직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경비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경비를 서고 있을 것이며 그들의 머리 위에는 CCTV가 최소 한 대 이상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앤의 몸은 무겁다기보다는 오히려 가벼워서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허벅지에 위태위태하게 앉아 있는 앤 때문에 엘은 강제로 다리를 모아야 했다. 




엘이 다리를 모으자 앤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두 팔로 엘의 어깨를 눌러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 평소에 엘이 나에게 해준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부족한걸요. "






 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앤의 입술이 다시 엘의 입술로 향했다.




불편한 자세에서 하는 키스는 처음은 아니지만 살다살다 회사 로비에서 키스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비록 사람은 없었지만 이 묘한 공공연함이 엘에게는 자꾸만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키스에 엘이 집중하지 못하자 앤은 두 손을 움직여서 한 손은 어깨로, 그리고 한 손은 얼굴로 가져가면서 엘의 시야를 고정시켜 두었다.




오직 자신에게만, 앤은 엘만을 보고 있기를 원했다.




마침내 엘은 앨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고




반쯤 감고 있던 앤의 순흑색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탁한 눈동자 속에는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감춰져 있었다. 




그 눈빛은 엘이 만든 눈동자였다. 




 하지만 눈동자를 제외하고 지금 이 손동작, 그리고 슬며시 다가오는 몸짓에 교태로운 표정은 그녀가 만든 게 아니었다.




분명 엘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 저기 앤, 여기 지금 우리 회사 로비인데요. "






 " 네. 로비인데요? "






 천진난만한 대답이었다.




평소에 하던 문답이 거꾸로 된 느낌이었다. 




이런 모습은 그녀가 아는 앤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앤은 그녀가 아는 부끄러움에 내성이 생긴 모양이었다.




아니면 익숙해진 터라 더더욱 거리낌없는 것이었거나.




어느 쪽이든 엘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 회사 오래 다니고 싶어요. "






 " 뭐를요? 저 아직 스커트 입고 있는데요. "






 엘은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말문이 멈추었다.




잠깐 동안 말문이 막힌 사이 앤의 입이 다가와 엘의 코를 살짝 깨물었다.




따가운 통증이 코 끝으로부터 밀려왔다.






 " 변태, 지금 진짜 이상한 거 생각했죠? " 






 엘은 따가운 코를 매만지면서 앤의 말을 들어야 했다.






 " 공공장소에서 그런 짓을 하진 않아요. " 






 " 네 뭐...그렇죠? "






 " 그치만 지금 상상했죠? 엄청 적극적이게. "






 이것은 유도 심문이었다. 




엘은 앤의 말에 걸려서 꼼짝없이 낮은 웃음을 흘려야 했다.




그 웃음은 무언의 긍정이었다.




솔직히 그녀의 스커트 안이 오늘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차마 입 바깥으로 꺼낼 수 없었는데 도리어 가장 창피한 상태로 그녀의 마음이 싹 다 드러나 버렸다.






 " 이제야 좀 웃었네요. " 






 앤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 아까는 되게 시무룩해져 있는 표정이었어요 알아요? "






 엘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특히 광대뼈 부분을,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 그런 얼굴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하물며 시무룩해져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왜 그런 얼굴을 하필 앤 앞에서 지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 내가 그랬어요? "






 어색하다 싶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물론이죠. 엄청 머뭇머뭇거리는 얼굴이었잖아요. 나한테 축하한다면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 되고. " 






 역시 그런 얼굴이었다. 




엘은 미안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런 얼굴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 그런 얼굴로 받는 축하는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걸요? "






 앤은 짐짓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잠깐 동안 차가운 얼굴을 하고 금방 그녀가 아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엘은 순간적으로 정말 소름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얼굴이 향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만 했다.




다행히 그 얼굴은 정말 잠깐일 뿐이었다.






 " 나는 엘이 진심으로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요. "






 앤은 조용히 속삭였다. 






 " 그래야지만이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앤은 머리칼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여자가 되었다는 걸요. "






 엘이 듣기에도 참 행복한 말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여자가 된다는게 이렇게 아름다우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것도 자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가 그리 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반대였다. 




앤은 한껏 행복해보이다가 엘의 눈을 보더니 볼에 바람을 넣고 살짝 부풀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코가 아니라 귀 안에다가 모아둔 바람을 불어냈다.




 엘은 자신도 모르게 비음이 흘렀고 입을 급히 막았다.




로비엔 아무도 없었지만 설사 자신의 목소리를 누군가 들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엘은 왜 그러나 싶어서 앤을 바라보자 아직도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 또 그런 표정이에요. "






 " 아......저 그게. "






 엘은 급히 변명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마당이었다.






 " 엘은 거짓말쟁이네요, 언니랑 관계를 포기하지 말라더니 엘이 거짓말하면 어떻게 해요? "






 앤은 당장이라도 울상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차마 앤의 눈물을 보기 싫었던 엘은 크게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 그게 아니에요! "






 잠깐 동안 엘의 목소리가 반사되어 되돌아왔다.




묘한 적막감이 감기자 앤은 그럼 어떻게 할 거냐는 표정으로 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궁금증을 어서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 그럼 설명해 줄래요? 자꾸 그런 표정 짓지 말고요. "






 엘은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하는 사이 앤의 표정이 또 변할 것 같았기에 머릿속에서 나오는 가장 첫 마디를 털어놓았다. 






 " ...부끄러웠어요. "






 " 뭐가요? "






 앤이 최대한 편안한 어조로 물었다.




그 따스한 말에 엘은 힘을 받아서 계속 말을 내뱉었다. 






 " 아이비 언니는 저보다 먼저 앤에게 프로포즈를 했잖아요, 반지랑 함께요. "






 엘은 앤의 몸 뒤에 숨겨진 작은 손을 집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손가락을 더듬어 반지를 찾아냈다. 






 " 근데 저는 그런 용기를 못 냈어요, 그러다가 반지를 건네줄 타이밍을 놓쳤죠. 반지가 비싸서가 아니에요 그냥...뭔가 머뭇거린 게 한심해서요. " 






 엘이 오늘 하루 고민한 건 솔직히 이게 다였다.




이게 뭐라고, 그녀를 몇 번이나 신경쓰이게 한 걸까




엘은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앤이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주기를 바랬다.




행여나 이 마음으로 상처를 받으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였다.




상사가 아무리 거대한 일을 맡겨도, 후배들이 사고를 쳐도 엘에게는 앤의 마음이 상처가 나는 게 제일 무서웠다.




앤은 그제야 마음을 풀고 올바르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 듯 보였다.




왜냐하면 점점 굳어진 얼굴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를 입가로 가져가 생각하던 앤은 엘이 생각하고 있는 허점을 고쳐 주기 위해 노력했다.






 " 음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네요 엘. "






 " 전 아직 오른손이 비었답니다? "






 앤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보여주었다.




왼손은 이미 아이비가 넘겨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반대로 오른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엘은 오른손 약지를 까딱이면서 말을 이었다.




엘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자 곧장 앤이 추가로 설명을 해주었다. 






 " 알아요 왼손과 오른손 약지에 끼우는 반지가 서로 다르죠. 그렇지만 난 엘에게 소홀히 대한다고 한 적 없거든요? 그러니까 기다릴 거예요. 엘이 내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날을요. 그리고 제 아무리 의미가 달라도 내게는 왼손 약지와 오른손 약지의 의미는 똑같을 거에요. 두 사람 모두가 날 사랑한다는 증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걸로 만족할 거예요." 






 앤은 손을 거두고 미소지었다. 




그녀의 목에 걸린 초커에 잠시나마 그녀의 손가락이 걸렸다가 빠져나왔다. 






 " 그럼...조금 늦어도 이해해 줄래요? " 






 " 타이밍이 뭐가 중요한가요? 반지가 없으면 또 어떻고요? 설마 감기는 게 고무밴드라 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소중히 하겠다는데 그 의미가 중요한 거죠. "






 엘은 지금껏 잊고 있었다.




사랑의 조건은 마음과 마음이 닿아야 하는 것뿐, 그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조건은 필요하지 않았다.




앤의 하얀 손가락이 너무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엘은 앤을 꽉 껴안았다. 




따스한 온기가 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하찮은 고민을 했던가.




이거 하나 때문에 정말 어리석은 행동을 한 셈이었다.




행여나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줄 뻔한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도 마음을 안정시켜준 앤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 앤. "






 " 네? "






 " 고마워요. "






 " 별 말씀을요. "






 앤은 엘의 고운 머릿결을 쓸어내렸다. 






 " 정말 결혼식 금방 할 거예요? "






 " 아직 너무 일러요...! "






 앤은 조금 기겁하는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성은 어떻게 할 거예요? "






 엘이 물었다. 






 " ...H 프로스트가 되지 않을까요? " 






 앤은 골똘히 생각하다 대답했다.




통상적으로 결혼 전 성을 넣게 되니 앤의 경우는 하우스의 'H' 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은 엘은 자신의 욕심을 속삭여 주었다. 






 " 그럼 가운데 자리에 내 성을 넣어 줄래요? "






 " 음......기꺼이 그렇게 할게요. "






 앤은 흔쾌히 수락했다.




미들 네임의 용법이 잘못된 건 아니니 서류에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문이 그녀의 일부가 된다는 건 큰 기쁨이었다. 




엘은 진심으로 행복했다. 




서류상으로나마, 그리고 명찰로나마 Ann Q frost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






 " 어서 집에 가요. 오늘은 일찍 퇴근한 날이잖아요? "






 앤은 엘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엘은 그녀의 손을 맞잡고 일어났다.




오늘 한 약속은 아주 작은 약속이지만




엘은 언젠가 꼭 그녀에게 반지를 넘겨 주리라 맹세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반지를 선물할 수는 있지만 그건 로맨틱하지 않았다.




언제인가, 엘은 좋은 때를 기다릴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건 머지 않을 나날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8

고정닉 7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영포티룩도 멋지게 소화할 것 같은 40대 스타는? 운영자 25/10/27 - -
- AD 은퇴한 걸그룹 출신 엑셀방송 출연 후 수익 공개 운영자 25/10/24 - -
- AD 월동준비! 방한용품 SALE 운영자 25/10/23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51703 100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1032 120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0]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250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6875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3398 39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644 68
1331450 공지 공지 [3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9193 53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6905 10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5298 9
1819416 일반 마평<--원조가 마니오였었는데 Gung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9 4 0
1819415 일반 무인도에 조난당한 총수가 있다 [1] 유자청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 18 0
1819414 일반 씽크빅 흑제레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3 19 0
1819413 일반 네웹에 볼만한 백합 더 있나? [2] ㅇㅇ(1.224) 16:01 40 0
1819412 일반 웃음소리가 가학학학!!!인 음침이 [4]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9 47 0
1819411 일반 스포) 에슝좍 완벽요약 [3] ㅇㅇ(122.42) 15:58 65 3
1819410 일반 요즘 제일 핫 한 아이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7 46 0
1819409 일반 갤복하다 그새끼 얘기가 왜보이지 했는데 [5] ㅇㅇ(211.34) 15:53 111 0
1819408 일반 ㄱㅇㅂ) 9시에 시작한 야구가 이제끝났어 [2] 타입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1 59 0
1819407 🖼️짤 아기 고앵이 사츠키랑 댕댕이 마이 [3] lam8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0 61 5
1819406 일반 아논 기타 샀다 소요아논토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0 27 0
1819405 일반 면참기 0일차 ʕ ×ᴥ×ʔ [11] 퇴근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8 50 0
1819404 일반 가학인데 가학 당하는 쪽도 맞가학하는 건 어떰? [2] ㅇㅇ(175.122) 15:48 40 0
1819403 일반 백붕이 요즘 잘때 매일 켜놓는 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4 55 0
1819402 🖼️짤 마댕이랑 레나코 [1] lam8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4 47 2
1819401 일반 음 이번 포켓몬 신작 보빔 1도 기대안했는데 [8] ㅇㅇ(125.142) 15:43 107 0
1819400 일반 색지 컨셉으로 아베무짤 뽑아봤어 ㅇㅇ(175.211) 15:42 49 2
1819399 일반 아니 주먹좀 넣고 어 손가락좀 꺾고싶을수 있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1 41 0
1819398 일반 가학은좋은데잔인한건싫음 [4]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9 64 0
1819397 일반 마녀재판 스포)가학이 싫다고 하니깐 [3] 코코리제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9 64 0
1819396 일반 레뷰 쥰나나 노래 들을라는데 유튭에안나오네 [6] 히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7 42 0
1819395 일반 가학이 좋은 당신, 가학대회 참여해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5 48 1
1819394 일반 히나코 못 죽게 만드는 간단한 방법 ㅇㅇ(1.221) 15:34 34 0
1819393 일반 시간이너무안가서고통스러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4 26 0
1819392 일반 정실 두라두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1 27 1
1819391 🖼️짤 원신) 잠시 아를이 집나가서 외도 좀 했지만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0 49 0
1819390 🖼️짤 히나코는 왜 죽고 싶어 하는거야?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9 95 0
1819389 일반 가하학 가학 하고 우는 까마귀 [1] 베어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9 32 0
1819388 일반 사악한 가학충들이 갤을 점령했구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8 55 0
1819387 일반 와타타베 마지막에 인어 죽을 거 같긴 함 [2] ㅇㅇ(1.221) 15:25 75 0
1819386 일반 길고양이 막 데려오면 안돼는 이유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4 49 1
1819385 일반 교내 미소녀를 후리고 다니는 A양 ai코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0 51 0
1819384 일반 히나코가 미코랑 같이 지내면서 "죽고싶지 않아!" 생각했는데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8 79 0
1819383 일반 내가 잔인한 백합 싫어하는 이유 [9] ㅇㅇ(175.122) 15:17 235 10
1819382 일반 가학은 이게 마지노선임 [3] 히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5 101 0
1819381 일반 이런애가 커서 그렇게 피폐해지고 우울해질거 생각하니 [2] ㅇㅇ(121.152) 15:13 112 1
1819380 일반 와타타베 시오리랑 미코 손 잡고 히나코 사지절단시켜서 못 죽게 하는게 [1] ㅇㅇ(121.152) 15:12 60 0
1819379 일반 넨도로이드 살 사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82 1
1819378 일반 스포)마녀재판이 근데진짜 예쁘게 [8] 유나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134 0
1819377 일반 와타타베 노벨 1권짜린가? [3] 히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 86 0
1819376 일반 "강아지 취급받으면 좋아하는 음침이" 특징이 뭐임? [1] ㅇㅇ(182.218) 15:05 3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