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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오네로]그루밍

L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3 23:16:50
조회 503 추천 14 댓글 4
														

  내가 뭘 한 거지? 얘는 도대체 왜 여기에, 아니 나는 왜

  욕지기가 올라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가 몰려온다. 방 한구석에는 술과 주스가 널브러졌다. 작고 작은 몸, 순진했을 커다란 눈망울엔 눈물방울이 맺혀있다. 몸을 휘돌던 뜨거운 취기는 차가운 소름이 되어 식었다. 취기와 역겨움이 뱃속에서 끓어올라 손으로 입을 막고 도망쳤다.

여긴 어디더라. 방금까지 알코올에 젖어있던 뇌는 말을 더듬는다. 다만 어딘가의 밤거리, 작은 아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란 걸 알려줄 뿐이다. 엉덩이에 닿는 아스팔트는 차갑고, 바람은 뿌연 시야를 얼린다.


“언니, 괜찮아요?”


  등 뒤에 작고 뜨거운 감촉이 닿는다. 그 걱정스러운 말투가 다시금 나를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 고개를 돌리니 외투도, 신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덜덜 떠는 아이가 진심이 담긴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니, 저건 진심이 아니다. 그냥 내 착각이다.


“왜 왔어!”


  비명 같은 외침이 토사물 대신 목구멍을 비집고 게워진다.


“나, 나는 그냥……”


  울먹인다. 나 때문에 이 추운 날, 낯선 밤거리로 나온 아이를 내가 울렸다.


“일단, 그러니까 일단, 들어가자. 추워.”


  손도, 혀도 꼬인다. 덜덜 떠는 몸을 감싸려고 해도, 그 몸보다 그걸 안아줄 손이 더 떨고 있다. 달래주고 싶어도, 그럴 염치가 없다. 이 아이를 네온 길을 따라 붉은 조명의 방으로 데려온 건 나였으니까. 아마도 내 품의 아이를 빼면, 모두가 내 시커먼 속을 다 알아챘을 거다. 하지만, 이젠 이 아이도 알아버렸겠지. , 망할 놈의 술. 내 눈을 가리고, 남에게만 속을 뒤집어 까보이는 그 망할 술.


“울지 마요.”


  울먹이는 아이가, 단풍잎같이 붉어진 손으로 내 눈가의 물기를 닦아준다.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짓을 하려 한 걸까.


“미안해.”


  부스러져라 끌어안으니, 몸이 차갑다. 따스해질 때까지 안고, 문지르고, 주무른다. 놀라 손이 멈춘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몸을 문질러준다. 차가운 몸이 풀리니 아이는 조금씩 노곤해진다.


“미안해, 유나야. 언니가 미안해.”


  그러면서, 내 등을 감싸는 이 희미한 온기에, 품 안에서 느껴지는 작디작은 고동에 안심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품 안의 표정을 상상하면 공포가 치밀어오른다. 검디검은 속을 보고 깨어진 순수. 아니다, 아이는 그렇게 약하지 않을 거다. 부서졌을 리가 없다.


“언니, 힘들면 일찍 자요.”


  시계로 눈이 향한다. 9, 자기에는 이르고 아이가 돌아다니기엔 늦었다. 믿었기에 맡겼지만, 이곳은 믿을 만한 공간이 아니다.


“그래, 얼른 자자.”


  그러니 한마디 한마디, 열심히 되새겨 뱉어야, 여기 없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겠지. 싸구려 영화를 틀고 아이를 침대에 누인다. 불을 끄고 침대 끝에 걸터앉는다.


“엄마가 잘 때 뭐 틀지 말랬는데.”


  불퉁하게 내뱉는 한마디에 화들짝 놀라 TV를 꺼버린다. 침대 끝에 겨우 걸쳐 누워, 아이에게 닿지 않는다.


“왜 그렇게 불편하게 자요.”


  아이가 내 몸을 당긴다.


“괜찮아, 언니는 이게 편해.”


  고개를 젓고, 이마를 쓸어주었다.


“손 따듯하다.”


  그래, 그러면 되겠지. 이 손길이 편안한 걸까. 아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어차피 내일 다시 데려다 줘야 하는데, 뭘 하자고 도망친 건지.

싸구려 영화를 음소거로 틀어놓고, 나는 밤을 새웠다. 해가 밝아오고, 뒤척이는 아이의 모습에 TV를 꺼버렸다.


“깼어, 유나야?”

“응, 언니 안 잤어요?”

“아냐, 언니도 푹 잤어. 얼른 씻고 가자.”


  얼른 욕실로 밀어 넣는다. 차박차박 물소리가 환상을 빚어낸다. 미친년. 어젯밤, 내가 할 뻔했던 일들이 아른거린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욱여넣으며 다시 튼 싸구려 영화로 고개를 돌린다. 별것도 아닌 남녀가 별것도 아닌 짓을 하며 별것도 아닌 감정을 나눈다. 난 저 어설픈 연기만도 못했다. 저건 최소한,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는 남녀일 것이다.


“언니는 안 씻어요?”

“왁?!”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 터진다. 그제서야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 언니도 씻어야지.”


  욕실에서, 한꺼풀 한꺼풀 옷을 벗을 때마다, 흔적 하나하나가 눈에 맺힌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옷, 부모님이 사주셨을 아이다운 속옷, 방금까지 밟았을 타일, 손이 닿았을 샤워기, 그 아래의


“아악!”


  벽에 머리를 힘껏 박는다. 겨울의 한기가 더해져 더없이 차가운 물을 몸에 뿌린다. 피부가 얼어 부어오른다.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무시한다. 벌겋게 터진 피부의 물기를 닦아낸다. 밖에선 작고 따듯한 핏덩이가 나를 반긴다. 아냐, 그렇게 반기면 안 돼. 나는 좋은 언니가 아냐. 그 말이 턱 막혀 내뱉지 못한다.


“언니 찬물로 씻는 거 좋아해.”


  그래 봐야, 파르스름해진 입술을 숨길 수는 없겠지.


“유나 따듯해서 좋다.”


  아이는 미소짓는다. 나는 그 웃음과 눈물을 핥고 구역질을 한다.


“따듯해지면 나가요.”


  그래, 체크아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방은 여전히 따듯하다.


“그래, 얼른 집에 들어가야지.”


  방의 온기로 데워진 품에 아이를 끌어들인다. 이 겨울날에도 나는 너를 핥는다. 침이 얼어붙는다며 후텁지근할 품에 너를 가둔다. 나는 겨울 바람도, 너의 눈도 가린다. 온기 없는 품에 너의 온기를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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