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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논치사] 내일 당신을 만난다면

ㅇㅇ(121.159) 2020.08.31 12:37:23
조회 472 추천 19 댓글 5
														


 

  컷-! 촬영장에 울려 퍼지는 감독의 경쾌한 오케이 싸인 너머로 스텝들이 저마다 분주히 움직인다. 대체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연기했을까 치사토는 제 입에 붙어버린 대사를 헤아리며 타월을 들고 급히 달려오는 매니저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몸을 맡겼다.


그래도 더 지체되지 않고 마무리돼서 다행이야…….’


  아직은 그리 쌀쌀하지 않은 가을의 초입이었지만 야외에서 비를 맞고 이를 다시 말려가며 여러 차례 촬영을 반복한 끝에 치사토는 온몸의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응당 연기자라면 최선의 결과를 위해 이 정도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대로 감기에 걸려 학교를 쉬게 된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얼굴을 볼 수 없을 거란 아쉬움만이 치사토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시라사기 씨, 괜찮아? 저를 걱정하며 안색을 살피는 매니저의 목소리에도 그저 그 아이의 미소만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건 꽤나 중증이 아닐까 치사토는 서서히 점멸해가는 의식 속에서도 그런 자신이 가여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괜히 서러워지는 마음에 당장 볼 수 없는 그 얼굴이 더 보고 싶어 외려 두 눈을 감아버렸다.


***


  그로부터 며칠 후 치사토는 본인의 예감처럼 감기로 학교를 내리 쉬게 되었다. 독감은 아니었지만 당분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에 말에 부모님은 저보다 더 저를 걱정하며 학교에 연락을 취했다. 앞으로 사나흘은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하겠구나. 맘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느끼는 답답함보다는 대책 없이 크기를 키워가는 제 서툰 감정에 치사토는 막막한 기분이 앞섰다.


  죽으로 단출히 끼니를 때우고, 해열제를 마시고, 죽은 듯 잠을 자고 나면 꿈에서도 그리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역시 생각이 많은 게 문제야. 치사토는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자신이 착잡했다. 모처럼 여유롭다면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게 화근이었다. 풋풋한 첫사랑에 치사토가 골머리를 앓는 사이 원래면 며칠 안에 나았을 감기도 그 기세를 수그리지 않고 있었다.


  치사토의 간병이 예상보다 길어진 어느 주말 부모님이 갑작스레 외출하게 됐다며 미안한 어투로 제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친한 친구에게 병문안을 부탁했으니 잠시만 기다리면 집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 아니겠지. 제발…….’


  치사토는 걱정과 기대가 엉망으로 뒤섞인 자신의 속내와 마주했다. 카논일까. 카논이 오는 걸까. 계속되는 결석으로 일주일은 보지 못한 가장 친한 친구의 얼굴이 둥실거렸다. 주체할 수 없이 요동치는 가슴에 치사토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았다. 제 심장 박동이 거세게 울릴 때마다 머릿속에 천둥이 우는 것만 같은 둔한 고통이 일었다. 타이밍 좋게 아픈 것도 재주라면 재주겠지, 치사토는 자조 섞인 웃음으로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받아들였다.


***


  카논은 최근 치사토가 전에 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품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자세는 칭찬받기에 마땅했지만, 새로 시작한 밴드 활동에 주연으로 발탁된 미니시리즈 촬영까지 치사토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일정을 집념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무언가 어긋나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바쁜 일정에 전처럼 학교에도 자주 나오지 못하는 치사토를 보며 카논은 섣불리 그 연유를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리하고 있다는 것, 조만간 이런 일이 닥치리란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을 터였다. 치사토가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에 가까웠다. 이런 식으로 휴식을 취하게 되다니. 어찌 보면 지극히 그녀다운 방식이었다.


  짐작하건대 어느새 치사토로부터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다렸다는 듯 이리도 단박에 집을 나설 수는 없었으리라. 감기로 고생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무 말 없이 학교를 일주일이나 쉴 줄은 몰랐다. 혹시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면 어떡하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카논은 무수히 함께 걸었던 노을 지는 거리를 뛰다시피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모두가 외출한 치사토의 집은 숨이 턱 막힐 만치 적막해서 떳떳하게 부름을 받고 찾아왔음에도 은근한 죄악감이 들 지경이었다. 냉장고 안에 죽을 넣어놨다고 하셨으니 간단히 데워서 해열제와 같이 치사토에게 전해주면 될 것이었다. 상태는 좀 어떤지 궁금했던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땀이라도 닦아주며 곁을 지켜야겠다고 카논은 짐짓 다짐했다. 만약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다면 치사토가 없는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고 싶었다.


  처음 발을 들이는 부엌에서 다소 시끄럽게 식어버린 죽을 끓이는 와중에도 집안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잠을 자고 있으려나 제가 온 사실도 모른 채 끙끙 앓고 있을 치사토를 떠올리니 카논은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똑똑. 치사토 쨩, 들어갈게. 노크 소리에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카논은 조심스레 치사토의 방문을 밀어젖혔다. 몇 번을 왔어도 제 방인 양 익숙해지지는 않는 치사토의 방. 남향으로 크게 난 창문 밑으로 노란색 커튼에 가리어진 침대 위에 이불을 턱 끝까지 덮은 채로 눈을 감고 누워있는 치사토가 보였다.


치사토 쨩. 몸은 좀 어때?”


  제 물음에도 대답이 없는 조금은 미운 입술을 잠자코 바라보며 카논은 무서운 꿈이라도 꾸는지 연신 식은땀을 흘리는 해쓱한 얼굴을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연예인으로 활동할 만큼 원체 예쁜 얼굴이었지만, 말없이 눈을 감은 모습은 정말 인형이라 해도 믿을 수 있어서, 카논은 저도 모르게 치사토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치사토가 그제야 감고 있던 눈을 바로 떴다.


카논?”

, 치사토 쨩. 나 여기 있어.”

카논…….”


  치사토는 거듭 카논의 이름을 우물거리기만 할 뿐 뜨거운 열을 뿜어내는 몸이 버거웠는지 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물기를 머금은 옅은 자안이 온전히 자신을 좇는 모습이 신선해서 카논은 아픈 사람을 앞에 두고 이러는 건 실례겠지만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연락 한 번 없었으면서 잠꼬대를 하듯 저를 부르며 답지 않은 투정을 하는 치사토 쨩이 나쁜 거라고, 그래서 제 마음이 이렇게 속절없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카논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우응카논…….”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잠긴 목소리에 열이 올라 어디가 불편한 건 아닐까 카논은 팔을 내어 땀에 젖은 앞머리로 덮인 치사토의 이마에 살포시 손등을 갖다 대었다. 확실히 뜨거운 것이 열이 펄펄 끓는 듯했다. 시원한 손등에 기분이 좋았는지 치사토는 카논의 손등에 제 얼굴을 부비며 달라붙어 왔다. 자꾸만 자신의 이름을 웅얼거리는 치사토가 걱정되어 카논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몸을 치사토 쪽으로 기울였다. 그때였다. 치사토가 제게 다가온 카논의 어깨너머로 팔을 두르고 감싸 안듯 침대 위로 쓰러졌다.


,?!”


  카논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나왔다. 무어라 항변할 새도 없이 감기 기운으로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치사토의 입술이 카논의 입술 위로 포개졌다. 깜짝 놀란 카논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코앞에 다가온 치사토의 얼굴을 응시했다.




뒷 내용이 잘려서 나머지는 링크로...

링크: https://baeknamoo.postype.com/post/7735846

어느 주말 저녁 카논이 감기에 걸린 치사토의 병문안을 가는 이야기 총5,071자


키스신을 적어본 적이 없어서 뭔가 상당히 어중간하게 마무리된 것 같은 너낌


글고 나중에 제목 달고 생각한건데 '내일 당신을 만난다면'이라는 표현이 뭔가 익숙해서 찾아보니 앗...

기억은 안 나는데 익숙한 이유가 있었음ㅇㅇ


암튼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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