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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아리) 계약앱에서 작성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07 0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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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얇은 판자를 2초 간격으로 가볍게 세번 두들기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문 앞에 서있는 화려한 금발 여성은 머리카락을 두어번 만지작거리다가 비닐 봉투에 들어있는 내용물에 눈길을 주었다. 지겨울 정도로 방문한 곳이지만 그녀는 언제나 이 방문이 어색했다. 문을 두들기고 집주인이 문을 열어주기까지의 수초 간의 적막이 그녀는 매번 견디기 힘들었다. 불안해진 그녀는 복도의 양끝에 한번씩 시선을 던졌다. 10초, 11초...... 오늘따라 늦다. 오늘따라 기분이 나쁜지 그녀는 예쁜 이마에 잔뜩 주름을 만든 채 발을 까딱거리며 팔짱을 꼈다.

'혹시 집에 없는 건가?'

아기자기한 검은색 손목시계의 초침을 보면서 그녀는 숫자를 세었다. 18, 19, 20...... 만약 30까지 셌는데도 집주인이 나오지 않으면 그녀는 한숨을 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적당한 크기의 상자를 혼자 처리할 생각을 하면서 숫자를 세던 그때 잠금장치가 풀리는 전자음과 함께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28초."

방문 틈새로 얼굴을 내민 집주인을 향해 그녀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방금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과 한쪽 어깨에 반쯤 흘러내린 채로 걸쳐진 검은 나시, 초점 풀린 탁한 회색 눈동자. 화려한 웨이브 금발에 값 나가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베이지색 플레어 스커트를 걸친 채로 짝다리를 짚고 팔짱을 낀 채로 말그대로 반짝이고 있는 방문자와 달리 집주인은 처량한 몰골 그 자체였다.

"아, 이치가야 씨? 일찍 왔네."

"벌써 6시야. 오쿠사와 씨, 공강이라고 너무 늦잠 잔거 아니야?"

"아...... 벌써? 그래도 이치가야 씨일줄은 몰랐어."

어차피 노크 소리로 다 알고 있었으면서 시치미를 떼는 오쿠사와 미사키가 아리사는 얄미웠다. 2초 간격으로 3번 노크. 둘만의 계약의 일부였다. 그리고 아리사의 손에 들려 있는 비닐 봉투도 계약의 일부. 어쩌면 계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열린 문 틈새로 계약의 핵심을 발견한 미사키의 표정이 밝아졌다. 흐트러진 주제에 미소 하나는 또 예뻐서 아리사는 짜증이 솟구쳤다.

"오~ 비싸보이는 포장인데?"

"백화점에서 아무거나 골라 온거야. 대박 쎈 술이니까 오늘은 각오해."

열린 틈을 비집고 아리사가 미사키를 밀어내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미사키는 바로 비닐봉투를 건네 받아 도수를 확인했다.

"꽤 쎈데? 이치가야 씨, 오늘은 좀 급했나보네."

"조용히 해."

부츠를 벗고 방에 들어선 아리사가 가방을 침대에 던져놓고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마치 자기 집인것 마냥 능숙한 그 동작을 미사키는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뭐야? 오쿠사와씨, 왜 아무것도 없어?"

"아, 오늘 장보는 날이었네."

"......"

한심한 듯 미사키를 바라보는 아리사의 눈빛이 싸늘하다. 헤실헤실 아무 생각 없이 웃는 미사키에게 한숨을 쉰 그녀는 야채칸에 눕혀져 있는 탄산음료를 꺼냈다.

"그럼 뭐 오늘 안주는 이거네. 오쿠사와씨 밥은 먹었어?"

"컵라면 마지막으로 남은 거?"

"에휴...... 진짜."

아리사는 찬장에서 유리컵을 꺼내어 좌식 테이블에 음료수와 함께 올렸다. 음료수 뚜껑을 따려는 순간 미사키가 제지했다.

"이치가야 씨. 이왕 쎈 술 가져왔고, 나도 오늘은 피곤한데...... 그냥 빨리 하면 안될까?"

뚜껑을 따던 손을 멈춘 아리사는 경멸하듯이 미사키를 째려봤다. 그 눈빛이 너무 싸늘해서 미사키는 잠시 움츠러 들었지만 풀려있는 블라우스의 맨 윗 단추의 틈새로 보이는 아리사의 쇄골을 바라보면서 몸을 데웠다.

"어딜 보는 거야 오쿠사와 씨."

아리사가 신경질 적으로 맨 윗 단추를 잠갔다.

'어차피 곧 벗을거면서 참.'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아쉬운 표정의 미사키를 뒤로하고 아리사는 가져온 상자를 뜯었다. 백화점 양주 코너에서 산 도수 40도 정도 되는 브렌디.

아리사가 말없이 뚜껑을 따고 잔에 독한 양주를 콸콸 부었다. 이슬이 서린 하얀 잔에 아리사의 얇은 손가락이 옅은 자욱을 남겼다.

"무리하지는 마. 정신을 잃으면 연습도 못하니까."

"네~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치가야씨."

연갈색 액체가 노을 빛을 받아 황금처럼 반짝거렸다. 미사키가 잔을 가볍게 흔들자 황금빛 물결이 찰랑거리면서 뿌연 글라스 안에서 춤췄다.

"오쿠사와 씨, 안 마실 거야?"

벌써 두모금쯤 들이킨 아리사가 미사키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오늘따라 아리사의 말에는 날이 서있다. 미사키는 멋쩍게 웃으면서 독한 술을 한모금 음미했다.

확실히 독하다. 기침이 나올 뻔 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면서 식도의 주행경로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아리사를 바라보자 아리사는 그 독한 술을 벌써 한잔을 다 비워버렸다.

신경질적으로 잔을 테이블 위에 내리치면서 아리사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하얳던 목덜미에 열이 올라 열꽃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카스미 녀석! 오늘...... 데이트 하기로 했으면서! 내가 그걸 얼마나 기대했는데......"

아리사는 연거푸 두번째 잔을 따랐다. 미사키는 소리치는 아리사의 시선을 피하며 의미없는 맞장구를 쳤다.

"나보다 그 알바가 더 중요한 거야? 대체 왜...... 내가 오늘을 얼마나, 흑... 얼마나 기다렸는데......"

벌써 얼굴까지 붉어진 아리사는 두번째 잔까지 목안으로 털어넣었다. 이정도로 화가 났으면서 마시기 전까지는 꽁꽁 숨겨둔 아리사가 참 대단하다고 미사키는 생각했다. 아리사는 터져나오는 울분을 알코올과 함께 계속해서 미사키에게 토로했다.

미사키는 그저 아리사의 등을 토닥이면서 맞장구를 쳐줬다. 아리사에게는 분노를 표출할 환경이 필요했던 거니까. 그리고 자신도 코코로와의 고대하던 데이트가 취소되면 아리사에게 화풀이하러 갈지도 모르니까. 그 때를 위한 빚을 만들어 두자는 생각이었다.

쏟아져 나오던 분노는 이내 울음으로 바뀌었고 아리사는 흐느끼면서 미사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구겨진 블라우스, 말려올라간 플레어 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허벅지까지 미사키는 두근거리는 욕정을 애써 참고 있었다. 이것도 계약의 일부였으니까.

"저기, 오쿠사와 씨."

물기 가득한 눈으로 아리사가 미사키를 쳐다봤다. 황색 눈동자가 물을 머금어 반짝이는게 황금빛 같아서 코코로의 눈동자가 머릿 속으로 떠올랐다.

"연습......도와줘."

두 사람이 맺은 계약. 약속한 메시지가 아리사의 입에서 나왔다. 미사키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아리사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리사의 입술이 곧바로 미사키의 혀를 원하는 듯 살짝 열렸다. 그 틈을 파고든 미사키의 혀가 아리사의 입안을 끈적하게 휘저었다. 질척거리는 타액의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좁은 원룸을 채웠다. 달콤씁쓸한 브랜디 향이 입안에서 계속 퍼져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미사키의 팔을 꼬옥 잡는 아리사의 손가락은 미사키의 욕정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미사키는 진한 키스를 하면서 아리사의 블라우스에 손을 가져갔다. 단추를 하나 둘 푸는 미사키의 손놀림이 능숙했다.

"오쿠사와 씨......"

팔을 잡는 완력이 강해진 것을 느낀 미사키가 키스를 그만두자 옅은 타액의 끈이 두사람의 입술 사이로 늘어졌다. 미사키의 성을 부르는 아리사의 목소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요염했다. 그들만의 규칙 중 하나. 절대 이름을 부르지 않는것.

대신 그들은 서로의 몸을 원하는 만큼, 마음껏 나누기로 했다. 너무나 연애에 둔감한 두사람의 진짜 연인들 대신에.

미사키가 다시 아리사의 입술을 삼켰다. 새어나오는 신음을 반주 삼아 미사키가 아리사의 풍만한 가슴을 조금 세게 움켜쥐었다. 아리사의 가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아리사의 비명을 혓바닥으로 삼키며 미사키는 아리사의 몸을 마음껏 탐했다.

젖어드는 아래를 달래며 두사람의 정사는 노을과 함께 무르익어갔다.




*

작은 원룸 방에 시끄러운 금속 충돌음이 울려버졌다. 초당 수십회로 진동하는 금속 충돌음에 미사키는 짜증 내면서 소리의 근원으로 손을 뻗었다. 자명종 시계의 알람을 끄려는 순간 소리가 절로 멈췄다. 잠이 덜 깬 미사키는 방해꾼이 사라지자 전날 밤의 피곤했던 몸에게 다시 수면을 선사하기로 했다.

"다시 자면 안되지! 오쿠사와 씨!"

아리사는 미사키의 도피를 방해하면서 미사키의 배 위에 묵직한 자명종 시계를 떨어뜨렸다.

"으갹!"

"아, 미안. 괜찮냐?"

배를 움켜쥔 미사키가 짜증스레 얼굴을 찡그리면서 일어났다. 브렌디의 숙취가 뒤늦게 올라오는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꼭 감은 미사키에게 아리사가 물컵을 건네면서 말했다.

"아침 대충이라도 차려뒀으니까 먹어라. 지각하지 말고."

어느새 어제 입고 왔던 화려한 데이트 복장을 한 아리사를 미사키는 잠시 넋놓은 듯이 쳐다봤다. 받아든 물컵의 차가운 감촉에 겨우 정신이 들자 다시 두통이 밀려왔다. 미사키는 급하게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 아리사를 바라봤다.

아리사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이것이 마지막 규칙이었다. 작별인사는 하지 않는 것.

조금은 매정하다고 느낀 그녀였지만 규칙은 규칙이고 떳떳하지 못한 관계였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규칙이라는 시스템 속에 자신을 넣음으로써 죄책감을 희석시키는 것이니까. 규칙은 철저히 지켜야 했다.

미사키는 숙취로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켰다. 어제 술을 마셨던 테이블 위에 샌드위치가 올려져 있었다.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파는게 아니라, 직접 만든 샌드위치가 놓여있었다.

미사키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샌드위치를 한입 깨물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맛이었다.


*







시국이 시국이라 중간에 미사아리 함뜨하는 걸 자세히 못적었네



근데 자세히 적을 자신이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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