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두 잔에 담긴 것 - 대세는 백합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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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7-07-26

[💡창작] 음료수 두 잔에 담긴 것앱에서 작성

삼일월야공

2020.09.21 12:36:18

조회 1071 추천 18 댓글 3

언제나처럼 플라스틱 병을 손에 든 채 걷는 길. 자주 들리는 카페의 신제품이다. 옆에는 나의 친구, 소미가 있다. 물끄러미 보자면 부끄러워지는 아름다운 친구, 내 마음을 고조시키는 그런 뮤즈. 이처럼 아름다운 이를 본다면 누구나 감상에 젖어 창작의 불을 지피지 않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저그런 친구에게 불타는 감정을 가지는 것이 이상한 것일테니. 나는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한다. 스스로가 부끄러워 당당해지지 못한다.

“로댕에게는 카미유 클로델이 있었지. 재능을 갈취당하고, 피폐하게 버려진 비극의 여주인공. 유튜브에서 봤는데 참 슬픈 이야기야.”

소미는 비극을 이야기한다. 카미유, 그녀는 말년에 정신병동에 수감되어 생을 마친 여인. 재능만을 빨아먹히다가 내쳐진 뮤즈. 로댕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빼앗았는가? 그에겐 망설임이 없었을까. 뮤즈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고민한다. 나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걸까, 무엇이 두려운걸까. 속내를 말하지는 못했다.

"슬픈 이야기네."

대신 적당히 대답했다.

"그치?"

그저그런 친구로 남는다는 현실이 우울감을 몰고 온다. 적당히 웃는 인상을 유지하려해도 겹쳐지는 슬픔에 일그러질 뿐이었다.

“이거 맛있네.”

표정을 숨기려 말을 돌렸다.

“그치? 신상품 프로모션이라 그래서 샀는데 괜찮네.”

적당한 소리를 내뱉으며 공원으로 향했다.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에는 공원이 있다. 드물게 큰 호수가 있는 공원. 철새들이 안착하는 그런 장소. 그렇지만 감성이 메마른 사람들에겐 지름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장소.

“음...오늘따라 표정이 안 좋네? 어디 아파?”

표정이야 늘 굳어있었다. 특별히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소미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랐으니까. 조금이라도 거칠게 말하면 상상 이상으로 기분 나쁘게 할까봐, 조금이라도 살갑게 대한다면 부담스러울정도로 마음을 표현할까봐 말을 가리고 기분을 조절했다.

“아, 그냥 좀 피곤한가봐. 어제 잠을 설쳐서.”

“음...그래.”

소미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하면 좋겠다고 제멋대로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간다.

“저기 있잖아.”

“왜?”

“혹시 뭐 숨기는 거 있어?”

직감이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뭐라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쳐다본 그 눈동자는 피하기 힘들었다.

“별 일 아니야, 진짜로. 그냥 잠 좀 못자서…”

“잠깐 앉을까?”

그 말에는 거절하기 힘든 압력이 있었다. 공원 샛길, 돌로 쌓인 계단에 앉았다. 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지낸지도 벌써 10년이네. 대학도 같은 곳으로 오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엮인 거 아닐까싶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네.”

어딘지 묘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어떤 의미야?”

“말그대로, 그런 우연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싱긋 웃는 그 표정을 확신했다. 이미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다고. 더 이상 숨길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알았어?"

"그런 건 중요하지않아. 뭐가 중요한 지는...알고있지?"

미묘한 압박이 트리거가 되어, 나를 이끌었다.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 어딘가 틀려버린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잘못같은 건 없어.”

“그게 너와 나의 관계라도 괜찮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너와 나. 우린…"

“그럼, 아마 우리 둘은 같은 마음일테니까. 그러면 대답은?”

나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뮤즈, 나의 요정. 내 안에 쌓인 망설임이 사라져간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이후로는 행복하게, 우리는 손을 맞잡고 밤새 춤을 추었다. 함께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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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 이 두 잔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고정닉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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