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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07

1234(39.113) 2020.10.02 12:00:00
조회 109 추천 11 댓글 3
														

세상의 모든 일은 내 일이 되기 전에는 다 남의 일이다. 그것은 언제나 통하는 진리이기도 했다.


코토리도 자신에게 일이 닥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일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졌다.


그것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었다. 설마하니 돈을 목적으로 코토리를 노리는 킬러가 올 줄은 말이다.


악몽.


그것 이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겠지. 코토리는 평범한 소녀였으니까. 하지만 부모님의 일로 인해 자신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코토리는 그 날,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살기 위해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과정은 얼마나 고되고 험난했는지 코토리는 점점 말을 잃어갔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동안 아무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 작은 새에게 닥친 비극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 코토리는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다. 상처입은 새는 방황하며 자신이 죽을 장소를 찾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목숨은 질겼다. 그녀가 원하는 죽음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코토리는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단지 그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오늘도 코토리는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자신을 재워줄 남자 따위는 많았다. 어차피 더럽혀진 몸. 그저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허기를 잊게 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오늘은 어떤 남자가 그녀를 더럽히고 대가를 지불할까? 딱히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아프진 않게 대해주는 사람이 좋았다.


허나 코토리의 생각과 달리 이런 생활은 그녀의 몸을 계속 갉아먹을 뿐이었다. 제대로 된 돈이라도 주는 사람은 드물고 그저 그녀를 더럽힐 뿐인 남자들은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는 짐승이었다.


덕분에 배는 고프고 어지러웠다. 덕분에 걸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비틀거리던 코토리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너 괜찮아?"


누군가 말을 걸었다. 그것은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 사실에 코토리는 자신도 모르게 안심하며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코토리는 자신이 얼마나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방에서 깨어났는지를 알아차렸다.


"일어났어?"


코토리를 구해준 사람의 목소리는 상냥했다. 그녀보다 연상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코토리는 감사를 표하며 상대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았다. 단발을 한 코토리와 달리 안경에 장발을 한 상대는 상당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부드러운 인상은 그녀가 결코 위험한 상대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어떤 생활을 했기에 길을 가다 쓰러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이 회복되면 일단 좀 씻고 오라고. 옷도 그렇고 참...."


상대는 그렇게 말하며 죽과 약을 주었다. 그것을 받아 먹으며 코토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카구야와의 첫 만남이었다.


----------


카구야는 흔히 말하는 뒷세계의 주민이었다. 정확히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곳에 온 가짜의사였다.


"더러운 일들은 원래 많은 법이니까."


꽤나 힘든 생활을 했던 모양인지 카구야는 코토리에게 조금은 시니컬한 어조로 말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카구야는 평소의 상냥함을 잊고 신랄한 이야기도 서슴치 않았다.


허나 그랬기에 코토리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저 평범한 사람보다는 이런 사람이 자신의 일을 더 쉽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차라리 낫지. 어차피 이곳은 사정 있는 사람들 많으니까. 그래도 용케 살아남았네?"


카구야는 그렇게 말하며 코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코토리는 그런 카구야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할 수 없었다.


이미 코토리는 카구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괜찮을까요? 저를 찾는 사람들은...."


코토리는 카구야에게 기대며 물었다. 그러자 카구야는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이 동네 사람들은 날 필요로 하거든. 그 사람들 모두 죽일 거 아니면 괜찮아. 게다가 넌 마음에 들었으니까...."


카구야는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를 입에 머금더니 코토리와 키스했다. 그것을 받아먹으며 코토리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카구야가 코토리를 처음 자신의 것으로 했을 때 사용했던 약. 그것은 순식간에 코토리를 열정적으로 변모시켰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코토리를 살려준 카구야는 약까지 사용하며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행위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코토리는 도망치거나 하지 않았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곁에 있다면 안전할 것이라는 타산적인 생각도 없진 않다.


허나 그 이상으로 카구야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신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마치 동물을 사육하는 것과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코토리는 그 정도의 따뜻함만으로도 충분했다.


둘이 하나가 될 때, 아픔이 아닌 감각으로 온 몸이 채워지는 것도 좋았다.


게다가 카구야의 밥은 맛있었고 코토리에게 집착하는 것도 좋았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은 이 평화가 좋았다.


코토리는 자신을 원하는 카구야에게 몸을 맡기며 다시금 열락 속에 빠져들었다.


----------



한방의 총성.


그것은 이제까지의 평화를 깨버리는 소리이며, 코토리를 보호하던 새장을 부수던 소리였다.


다행히 카구야는 죽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 대신 그녀의 손은 붉게 물들었다.


"젠장."


카구야는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서 같이 도망치자. 또 오면 곤란하니까."


카구야는 그렇게 말하며 코토리의 손을 잡고 뛰었다. 코토리는 새장이 부서졌다는 것에 공포를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구야의 체온 아래 안심했다.


이제 또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


이미 죄를 지어버린 자신들은 어떤 미래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코토리가 혼자 도망칠 때, 그녀가 느꼈던 공포는 없었다. 카구야와 함께라면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둘은 함께 도주했다. 누구도 찾지 못할 곳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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